3.정치

연방력 115년 04월 22일. 탐사 함대

"두 사람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케빈과 루리는 햄튼 제독과 악수를  주고 받았다. 그간 행방을  알
수 없어 모두의 애를 태우게 한 두  사람의 무사 귀환에 함대 전체
는 잠깐이나마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호메이씨, 여기 부탁하신 조미료에요."
"고마워. 자 그러면…."

나데시코의 조리실에선 이처럼  두 사람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특별식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이들도 나름대로 축하
를 위한 행사를 준비하였다.

"좋았어! 케빈이 좋아한다는  트랜스포머 2200을  틀어주는 것이다!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이 초대형 스크린으로 감동 백만배다!"
"반장님, 연결용 케이블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현장 조달이다!"
"우리바타케씨, 그거 여기 있어요."
"헉?"

한국 해병대 소속 정비병인 '유원상' 상병이 케이블 다발을 내밀자
우리삐와 그 동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입장에선
한국군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존재였다. 평소엔 안  보이다가 갑
자기 불쑥 나타나서 사람을 놀래키는 것을 보노라면….

"두 사람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유리카씨."
"그런데 케빈씨는 표정이 밝지 않으시네요."
"그건…."

유리카의 물음에 케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침묵하였다. 바로
그때 미나토와 마주한 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시라토리 쓰크
모'가 물음을 던졌다.

"케빈, 무슨 일이 있지 않았나? 자네와 루리는 분명 뭔가를 알고 왔
을텐데…."
"쓰크모?"
"미나토, 가만히 있어. 난  알아야겠어. 탐사에서 이젠  평화 교섭을
위한 함대가 된 지금 크루들 대부분이 불안해 하고 있어 그러니…."
"말할겁니다."
"뭐야?"
"곧 말할겁니다. 모두에게요. 그것과 관련해  햄튼 제독님의 허락을
받았고 지금은 마음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제가 모두에게 말한 직후
에 햄튼 제독님이 함대 방송을 통해 모두에게 알릴 겁니다."
"…."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케빈, 어딜 가시겠다는 거예요?"
"모두에게 말해야지."

유리카와 아키토가 기거하는 선실을 나선 지 얼마 후 식당에 들어
선 케빈과 루리는 모두로부터 축하의 한  마디를 들으며 단상에 선
후 말하였다.

"나데시코의 모두들. 이렇게 저희들의  무사 귀환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모두에게  알려야만 할 사실이  있습니다. 모두들
궁금하셨을 겁니다. 왜  켄타우로스인들이 우리를 반기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그 이유는 조만간 그들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기  위한 선
거를 치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켄타우로스 연방엔  미국처럼
두 개의 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민주당, 다른 하나는 공
화당으로서 현재 그들 사이에서  가장 논의가 활발한  문제는 노예
제도로서 그것은 미국 남부에서  행해진 노예 제도와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거기에 대해 공화당은 인권 차원에서 폐지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노예 제도에 대해 찬성과 반대는  각 주의 자유라는 입장
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켄타우로스를 건국한  미육군 3보
병사단의 마지막 사단장이었던 '찰스 헤스턴'  소장은 노예 제도 폐
지를 외치며 공화당 후보로서 나섰다고 합니다. 저희 둘은  그 분을
만나고 왔으며 자세한 내용은 곧 햄튼  제독님께서 방송을 통해 알
리실 것입니다."

그의 말에 식당에 모인 모두의 표정엔 착잡함만이  가득하였다. 몇
몇은 아예 절망해버릴 정도였다. 바로 그때였다.

"햄튼 제독님이 중대한 사실을 발표하신다고 합니다."

마악 식당에 뛰어들어온 '마키비 하리'의 말에 모두들 윈도우가 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후 윈도우 안에 햄튼  제독의 얼굴이
나타났고 그는 잠깐 헛기침을  하고서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발표
내용은 아까 케빈이 말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중간에 이르
자 그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헤스턴 소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서부가 모종의 움직임을 취할
것은 주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동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경우 켄타우로스 전역이 내전에 휩싸
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가급적 불간섭의 원칙을 취해야하지만 현재
서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자들은 목성 연합  강경파와 그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공공연하게 지구에 대한 복수
전을 벌일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에선 이를
잘 막아왔지만 그마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헤스턴 소장은
결국 극약처방의 수단으로서 서부의 봉기를  유도함과 동시에 노예
들을 해방하고 켄타우로스의 내부 분열을 종식시킬 결심을 한 것이
다. 나는 이 사실을 뉴욕에 통보했었고, 방금전 도착한 뉴욕의 대답
은 간단했다. '목성 연합 강경파와 그 뿌리를 공유하는 자들은 우리
의 적이다. 동부를 지원하라.' 모두들 이전의 전쟁으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해야만 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우리인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동부가 이기도록 해야한다. 그
것이 바로 태양계와 켄타우로스간의 평화를 지키는 길인 것이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