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시코 외전 : 호넷 - 작가 : Frank
글 수 87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10시 30분. 켄타우로스 세네티
"안녕하십니까?"
"고맙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지?"
"이곳 세네티의 번화가에 자리한 분수대 근처에서 연설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민주당 후보가 그전에 먼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노인은 곧 일어서면서 말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해 두게."
"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네."
"말씀하시죠."
"영상 기록 보존소로 가서 영상 자료 몇가지들을 찾아서 편집한 다
음 갖고오게. 최대한 극적인 것들로."
서기력 기준 2205년. 04월 21일. 탐사 함대
루리는 잠시 헛기침을 하면서 식당에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호메
이를 비롯한 나데시코의 기존 크루들과 한국 해병대원들은 중대 발
표가 있을 것이라는 통보 때문인지 모두 진지한 표정들을 짓고 있
었다.
"여러분, 이번 탐사 함대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한국 해군 UN 상비군 파견대에 복귀한 나데시코-B의 함장 '루리
글렌'입니다. 여러분이 통보 받은 것과 달리 우리가 속한 함대의 임
무는 탐사가 아닙니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루리는 손짓으로
모두에게 조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곧 잠잠해졌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사절로서 가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백 수
십 여년 전에 월면 독립을 주장했던 이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화
성에 머무르다가 목성에 나라를 세웠고 그들 구성원 중 적지 않은
수가 독재를 반대하며 갈라져 나와 토성 연합을 세웠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말고도 다른 집단이 있었습니다. 여기
서부터의 설명은 미해병대의 '케빈 글렌' 중위가 해 줄 것입니다. 중
위."
곧 그 옆에서 서 있던 케빈이 루리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후 말
하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월면 독립파를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경
험해온 정예 부대인 육군 3보병사단을 비밀리에 파견했었습니다. 그
들은 악조건 속에서 임무를 잘 수행했지만, 파국을 막아내지 못했습
니다. 당시 초강국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던 미국 정부는 그들을 버
렸고, 3사단의 지휘관이었던 '찰스 헤스턴' 소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
해 3사단의 생존자들과 선택의 여지가 없던 자신들을 따라 나서기
를 자청한 민간인들을 수 십여 척의 수송선에 태우고 태양계를 떠
났습니다. 여기 까지는 이쪽에서 수집할 수 있었던 모든 정보를 토
대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3년 전으로 UN 우주개발국이 켄타우
로스로 발사한 무인 탐사선 두 척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임무를
거의 끝내가던 탐사선 두 척을 발견하자 모두 파괴했스비낟. 하지만
그것만을 놓고 그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
상조입니다. 모두 그 점을 상기하십시오."
그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위기는 그대로 무거워져 버렸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에게 불안함을 토로하였고, 그것
은 점점 커져갔다. 바로 그때 한국 해병대의 '문성철' 중령이 침묵을
깨고 물음을 던졌다.
"중위, 그렇다면 우리의 임무는 뭔가? 그들과 싸우는 건가? 아니면
단순한 무력 시위?"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여러분의 임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
이지 결코 선제 공격이 아닙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그렇지만..."
바로 그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함내에 사이렌이 울린 것이
었다.
-경보, 경보. 함대 전방에 국적 미확인 함대 접근 중.
"총원 전투 배치를 명합니다. 모두 각자 위치로 복귀하세요."
나데시코를 비롯 탐사 함대의 모든 전투함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
비하는 가운데 사실상의 기함인 항모 호네트의 CIC 안에서 '거스
햄튼' 제독은 입체 홀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맞은편에 서 있는
작전 장교에게 물었다.
"저들의 함대 규모는 어는 정도인가?"
"트레이서가 확인한 결과 우리 해군의 정규 편제에 맞먹는다고 합
니다."
"우리 탐사 함대와 비교한다면?"
"양쪽 모두 숫적으론 큰 차이가 없지만, 각개 함정과 여러 지원 수
단의 능력을 고려하면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이거 참 골치아프게 됐군. 이런 곳에서 서로 맞딱뜨릴 줄은..."
그렇게 말한 후 햄튼 제독은 머리를 긁적였다. 출항 전에 짜둔 계
획대로라면 이쪽에서 먼저 여러 주파수대를 통해 존재를 알리는 것
이었는데 저쪽이 먼저 다가왔으니 말이다.
"제독님, 보고드립니다. 저쪽이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합니다."
"뭐야?"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켄타우로스 연방 해군 12함대
"제독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언젠가 그들이 이곳에 찾아올 거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어.
누군가가 그들과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
'제이크 왕' 제독은 그렇게 반문한 후 오퍼레이터 한 명에게 말하
였다.
"저들과의 통신을 재연결하게."
"알겠습니다. 제독님."
곧 윈도우가 열리면서 그의 눈에 어깨에 성조기를 단 군인의 모습
이 들어왔다. 바로 햄튼 제독이었다.
"켄타우로스 연방 해군 12함대의 제독, '제이크 왕' 소장입니다. 귀
하의 존함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미해군 UN상비군 파견대에 속한 '거스 햄튼' 소장입니다. 직
책은 본 함대의 제독입니다.
"우리 함대의 임무는 켄타우로스 외곽을 초계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귀측의 함대가 더 이상 우리 영역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습
니다."
-우리는 UN의 이름하에 지구 각국을 대표해 귀국 정부와 협상을
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귀국 정부에 우리 함대의 존재와 임무를
통보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무슨 사정이라도 있습니까?
"당신들은 너무 미묘한 시기에 왔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곧 허공에 뜬 윈도우가 사라지면서 그는 한 숨을 내쉰 후 말하였
다.
"본국에 빨리 연락하도록. 한 시가 급하다."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탐사 함대(앞으로 이 시간대로 진행합니
다.)
'미묘한 시기에 왔다라... 대체 무슨 뜻일까...?'
햄튼 제독은 아까전에 왕 제독이 자신에게 한 말을 생각하며 무인
탐사선이 수집했던 여러 정보들을 재확인하고 있었다.
'저들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전쟁, 내전? 아니면 말로 표현하
기 힘든 재앙이 닥치기라도 한 걸까?'
곧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부관에게 말하였다.
"함장들을 부르게. 이 건은 나 혼자서 판단해야 할 문제가 아니야."
각 함정의 함장들은 제독의 호출이 떨어지자 각자 가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에 몸을 싣고 호네트로 날아왔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CIC 한 켠의 회의실로 향하였고, 거기서 햄튼 제독을 만나 현 상황
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왕 제독은 내게 미묘한 시기에 왔다는 얘기를 했네. 이게 대체 무
슨 뜻이라고 생각해야 옳겠나?"
"외계인의 침입일 가능성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에 하나
저들이 비지구인을 상대로 전쟁중이었다면 오히려 같은 지구인들이
기에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우리 함대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들은 통상적인 영해 초계 임무를 수행하
는 함대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분명 외계인과의 전쟁 때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들 내부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겠군."
"그것 외에 다른 상황들은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저들의 우리에 대한 태도를 해명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 말도 틀리지는 않지. 모두 대기 태세를 유지하는 선에서 저들의
대답을 기다리도록 하게."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11시 30분. 켄타우로스 세컨드 뉴욕
"각하, 그들이 매우 안 좋은 시기에 왔습니다."
"음..."
보좌관의 말에 '휘트 모어'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지만, 너무 미묘한 시기에 지구 각국의 혼성 함대가
왔다는 것은 그에겐 크나큰 고역이었던 것이다.
"일단 저들과 접촉할 의사가 있다는 회신을 보내게. 단, 외부에 이
일이 알려져서는 절대로 안 되네. 그리고 지금 당장 NSC를 소집하
게. 가능하다면 그 분도 부르게. 그 분의 의견이 필요한 사안이네."
"그 분이시라면?"
"국부이신 그 분 말고 누가 더 있겠나?"
"알겠습니다."
곧 보좌관이 집무실을 나섰고 '휘트 모어' 대통령은 자리에 주저
앉아 속으로 말하였다.
'왜 하필 지금이지? 이것이 과연 이 나라에 행운일지. 아니면 불운
일지가 걱정되는군...'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탐사 함대
"네? 저들이 우리 함대 고위급 인사와 장교들을 보고 싶어 한다구
요?"
-그렇게 됐네. 지금은 아크 엔젤이 저들과 안면을 쌓고 있는 중이라
네. 곧 나데시코 차례가 되니까 준비해두게.
거기 까지 말한 후 햄튼 제독은 화상 통신을 끊었고, 함교 안에 있
던 모두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아무리 같은 지구인이라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무렴 어때요? 이 내가 저들의 마음을 캐치해 보겠어요~. 루리 함
장,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네. 네."
유리카가 주책을 부리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는지 루리 옆 자리에
있는 케빈이 귀엣말로 물었다.
"함장, 괜찮겠어? 괜히 저쪽을 기분 나쁘게 한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바로 그때 윈도우가 열리면서 왕 제독이 나타났다. 그러자 유리카
가 소리쳤다.
"V~!"
난데없는 제스쳐에 왕 제독과 그 뒤로 보이는 켄타우로스 해군의
오퍼레이터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귀, 귀관이 나데시코의 함장인가?
"아닙니다. 함장은 바로 저입니다."
-그러면, 저 사람은?
"단순한 덤입니다."
"루리쨩, 무슨 말이야?"
"유리카씨, 자중하세요."
"아, 네. 네."
루리가 차가운 어조로 말하자 유리카는 울상을 지으며 알아서 찌
그러졌다. 이를 지켜보던 아키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팔짱을 끼었
다.
"안녕하십니까?"
"고맙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지?"
"이곳 세네티의 번화가에 자리한 분수대 근처에서 연설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민주당 후보가 그전에 먼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노인은 곧 일어서면서 말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해 두게."
"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네."
"말씀하시죠."
"영상 기록 보존소로 가서 영상 자료 몇가지들을 찾아서 편집한 다
음 갖고오게. 최대한 극적인 것들로."
서기력 기준 2205년. 04월 21일. 탐사 함대
루리는 잠시 헛기침을 하면서 식당에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호메
이를 비롯한 나데시코의 기존 크루들과 한국 해병대원들은 중대 발
표가 있을 것이라는 통보 때문인지 모두 진지한 표정들을 짓고 있
었다.
"여러분, 이번 탐사 함대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한국 해군 UN 상비군 파견대에 복귀한 나데시코-B의 함장 '루리
글렌'입니다. 여러분이 통보 받은 것과 달리 우리가 속한 함대의 임
무는 탐사가 아닙니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루리는 손짓으로
모두에게 조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곧 잠잠해졌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사절로서 가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백 수
십 여년 전에 월면 독립을 주장했던 이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화
성에 머무르다가 목성에 나라를 세웠고 그들 구성원 중 적지 않은
수가 독재를 반대하며 갈라져 나와 토성 연합을 세웠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말고도 다른 집단이 있었습니다. 여기
서부터의 설명은 미해병대의 '케빈 글렌' 중위가 해 줄 것입니다. 중
위."
곧 그 옆에서 서 있던 케빈이 루리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후 말
하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월면 독립파를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경
험해온 정예 부대인 육군 3보병사단을 비밀리에 파견했었습니다. 그
들은 악조건 속에서 임무를 잘 수행했지만, 파국을 막아내지 못했습
니다. 당시 초강국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던 미국 정부는 그들을 버
렸고, 3사단의 지휘관이었던 '찰스 헤스턴' 소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
해 3사단의 생존자들과 선택의 여지가 없던 자신들을 따라 나서기
를 자청한 민간인들을 수 십여 척의 수송선에 태우고 태양계를 떠
났습니다. 여기 까지는 이쪽에서 수집할 수 있었던 모든 정보를 토
대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3년 전으로 UN 우주개발국이 켄타우
로스로 발사한 무인 탐사선 두 척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임무를
거의 끝내가던 탐사선 두 척을 발견하자 모두 파괴했스비낟. 하지만
그것만을 놓고 그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
상조입니다. 모두 그 점을 상기하십시오."
그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위기는 그대로 무거워져 버렸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에게 불안함을 토로하였고, 그것
은 점점 커져갔다. 바로 그때 한국 해병대의 '문성철' 중령이 침묵을
깨고 물음을 던졌다.
"중위, 그렇다면 우리의 임무는 뭔가? 그들과 싸우는 건가? 아니면
단순한 무력 시위?"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여러분의 임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
이지 결코 선제 공격이 아닙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그렇지만..."
바로 그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함내에 사이렌이 울린 것이
었다.
-경보, 경보. 함대 전방에 국적 미확인 함대 접근 중.
"총원 전투 배치를 명합니다. 모두 각자 위치로 복귀하세요."
나데시코를 비롯 탐사 함대의 모든 전투함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
비하는 가운데 사실상의 기함인 항모 호네트의 CIC 안에서 '거스
햄튼' 제독은 입체 홀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맞은편에 서 있는
작전 장교에게 물었다.
"저들의 함대 규모는 어는 정도인가?"
"트레이서가 확인한 결과 우리 해군의 정규 편제에 맞먹는다고 합
니다."
"우리 탐사 함대와 비교한다면?"
"양쪽 모두 숫적으론 큰 차이가 없지만, 각개 함정과 여러 지원 수
단의 능력을 고려하면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이거 참 골치아프게 됐군. 이런 곳에서 서로 맞딱뜨릴 줄은..."
그렇게 말한 후 햄튼 제독은 머리를 긁적였다. 출항 전에 짜둔 계
획대로라면 이쪽에서 먼저 여러 주파수대를 통해 존재를 알리는 것
이었는데 저쪽이 먼저 다가왔으니 말이다.
"제독님, 보고드립니다. 저쪽이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합니다."
"뭐야?"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켄타우로스 연방 해군 12함대
"제독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언젠가 그들이 이곳에 찾아올 거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어.
누군가가 그들과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
'제이크 왕' 제독은 그렇게 반문한 후 오퍼레이터 한 명에게 말하
였다.
"저들과의 통신을 재연결하게."
"알겠습니다. 제독님."
곧 윈도우가 열리면서 그의 눈에 어깨에 성조기를 단 군인의 모습
이 들어왔다. 바로 햄튼 제독이었다.
"켄타우로스 연방 해군 12함대의 제독, '제이크 왕' 소장입니다. 귀
하의 존함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미해군 UN상비군 파견대에 속한 '거스 햄튼' 소장입니다. 직
책은 본 함대의 제독입니다.
"우리 함대의 임무는 켄타우로스 외곽을 초계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귀측의 함대가 더 이상 우리 영역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습
니다."
-우리는 UN의 이름하에 지구 각국을 대표해 귀국 정부와 협상을
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귀국 정부에 우리 함대의 존재와 임무를
통보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무슨 사정이라도 있습니까?
"당신들은 너무 미묘한 시기에 왔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곧 허공에 뜬 윈도우가 사라지면서 그는 한 숨을 내쉰 후 말하였
다.
"본국에 빨리 연락하도록. 한 시가 급하다."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탐사 함대(앞으로 이 시간대로 진행합니
다.)
'미묘한 시기에 왔다라... 대체 무슨 뜻일까...?'
햄튼 제독은 아까전에 왕 제독이 자신에게 한 말을 생각하며 무인
탐사선이 수집했던 여러 정보들을 재확인하고 있었다.
'저들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전쟁, 내전? 아니면 말로 표현하
기 힘든 재앙이 닥치기라도 한 걸까?'
곧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부관에게 말하였다.
"함장들을 부르게. 이 건은 나 혼자서 판단해야 할 문제가 아니야."
각 함정의 함장들은 제독의 호출이 떨어지자 각자 가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에 몸을 싣고 호네트로 날아왔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CIC 한 켠의 회의실로 향하였고, 거기서 햄튼 제독을 만나 현 상황
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왕 제독은 내게 미묘한 시기에 왔다는 얘기를 했네. 이게 대체 무
슨 뜻이라고 생각해야 옳겠나?"
"외계인의 침입일 가능성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에 하나
저들이 비지구인을 상대로 전쟁중이었다면 오히려 같은 지구인들이
기에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우리 함대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들은 통상적인 영해 초계 임무를 수행하
는 함대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분명 외계인과의 전쟁 때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들 내부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겠군."
"그것 외에 다른 상황들은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저들의 우리에 대한 태도를 해명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 말도 틀리지는 않지. 모두 대기 태세를 유지하는 선에서 저들의
대답을 기다리도록 하게."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11시 30분. 켄타우로스 세컨드 뉴욕
"각하, 그들이 매우 안 좋은 시기에 왔습니다."
"음..."
보좌관의 말에 '휘트 모어'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지만, 너무 미묘한 시기에 지구 각국의 혼성 함대가
왔다는 것은 그에겐 크나큰 고역이었던 것이다.
"일단 저들과 접촉할 의사가 있다는 회신을 보내게. 단, 외부에 이
일이 알려져서는 절대로 안 되네. 그리고 지금 당장 NSC를 소집하
게. 가능하다면 그 분도 부르게. 그 분의 의견이 필요한 사안이네."
"그 분이시라면?"
"국부이신 그 분 말고 누가 더 있겠나?"
"알겠습니다."
곧 보좌관이 집무실을 나섰고 '휘트 모어' 대통령은 자리에 주저
앉아 속으로 말하였다.
'왜 하필 지금이지? 이것이 과연 이 나라에 행운일지. 아니면 불운
일지가 걱정되는군...'
연방력 115년 04월 17일. 탐사 함대
"네? 저들이 우리 함대 고위급 인사와 장교들을 보고 싶어 한다구
요?"
-그렇게 됐네. 지금은 아크 엔젤이 저들과 안면을 쌓고 있는 중이라
네. 곧 나데시코 차례가 되니까 준비해두게.
거기 까지 말한 후 햄튼 제독은 화상 통신을 끊었고, 함교 안에 있
던 모두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아무리 같은 지구인이라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무렴 어때요? 이 내가 저들의 마음을 캐치해 보겠어요~. 루리 함
장,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네. 네."
유리카가 주책을 부리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는지 루리 옆 자리에
있는 케빈이 귀엣말로 물었다.
"함장, 괜찮겠어? 괜히 저쪽을 기분 나쁘게 한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바로 그때 윈도우가 열리면서 왕 제독이 나타났다. 그러자 유리카
가 소리쳤다.
"V~!"
난데없는 제스쳐에 왕 제독과 그 뒤로 보이는 켄타우로스 해군의
오퍼레이터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귀, 귀관이 나데시코의 함장인가?
"아닙니다. 함장은 바로 저입니다."
-그러면, 저 사람은?
"단순한 덤입니다."
"루리쨩, 무슨 말이야?"
"유리카씨, 자중하세요."
"아, 네. 네."
루리가 차가운 어조로 말하자 유리카는 울상을 지으며 알아서 찌
그러졌다. 이를 지켜보던 아키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팔짱을 끼었
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