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7월 06일. 미 해군 우주항모 호네트

"포인트 알파에서 정찰 활동을 한 후 본대로 복귀라..."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항모가 2척 이라지만 이런 기동대는..."
"걱정하지 말게. 나데시코-D의 함장인 '유리카 텐카와' 중령은 1차
목성 전쟁에서 활약한 사람이니까."
"그렇다고는 하나 그자는 집단 전투에 관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맡
았던 임무의 대부분이 단독 작전입니다. 잘못하면..."
"그만. 이미 다 결정된 일이야. 더 이상 언급하지 말게."

사령석에 앉아 있는 햄튼 준장은 곧바로 나데시코-D를 기함으로 한
2기동대의 편성표를 확인한 후 그런 대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벙커힐과 빈센스가 있으니 함대 방공망은 문제 없겠군. 가만! 나데
시코-D는 J.F.K를 개장한 거라고 하던데,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는
건가?'

모니터에 뜬 나데시코-D의 삼면도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본 햄튼
준장은 리리아를 불렀다.

"소위."
-네. 제독님.
"나데시코-D가 정말 미드웨이급을 개장한 배인가?"
-공식적인 정보에 의하면 사실입니다.
"배의 밸런스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현재의 조선술을 생각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일반 함정에 비
해 수명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입니다.

그렇게 리리아가 윈도우 대신 머리에 쓴 헤드셋으로 대답하는 가운
데 햄튼 제독은 바로 옆에 놓인 작전 계획서로 시선을 돌렸다.

2202년 07월 06일. 유엔 상비군(常備軍) 나데시코-D

"결국 그렇게 된 거구나."
"말하기 좀 뭣하지만, 그렇게 됐어."

루리는 자신이 사용했던 선실에서 나데시코에 들른 아크엔젤의 함
장 파리스와 담소를 나누었다. 물론 두 사람의 주위엔 나데시코의
주요 멤버들이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 했다.

"저 파리스쨩."
"말씀하세요."
"실은 궁금한 게 있어. 루리쨩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통합군 장교 학교에서 처음 만났어요. 출생 신분이 비슷했던데다
다른 사람들은 우릴 좋아하면서도 가까이 하질 않아서 좋건 싫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진
거예요."

유리카와 파리스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루리는 곧 일어서
서는 선실을 나서면서 말했다.

"잠깐 밖에 있을게요."

곧 다른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선실을 나선 그녀는 통로 벽에 등을
기대어 선 채 한 숨을 쉰 후 자신의 배에 두 손을 갖다댔다.

2202년 07월 07일. 목성 연합군 우주 전함 히타카제

"보고 드립니다. 현재 우리가 담당한 공역에선 단 한 척의 적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상하군. 적의 함대는 무척 대규모라고 하던데..."
"전력 중 태반이 토성 연합을 경계하느라 전력을 집중하기 힘든 상
황에 적과 마주쳤다간 우리 함대는 궤멸당하고 말 겁니다."
"동감이네. 지금의 우리로선 궤멸당하고도 남지."

히타카제의 함장이자 목성 연합군 12기동대의 지휘관인 '유키시로
호우가' 준장은 총 21척의 함정이 배치된 12기동대가 맡은 임무인
34번 콜로니에 대한 적의 공세 견제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었다.
토성 연합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전면에 나서자 크사카베를 비롯한
목성 연합 지도부는 토성 연합에 대해 외교적인 접촉을 통해 지구
에 대해 연합 전선을 펼칠 것을 요청하자 토성 연합의 반응은 이랬
다.
"당신들은 지구권 국가들이 우리의 자유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한
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당신들은 화성에서, 그리고 지구에서
전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에게 잔악 행위를
일삼아 스스로 지녔던 명분을 버리지 않았나? 이런 판국에 우리 보
고 대체 누구를 편들라는 말인가?"
그 대답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토성 연합은 지구에 대해 우호적인
중립을 지키기로 했던 것이다. 이는 목성 연합에겐 엄청난 타격이었
다.

"제독님, 보고 드립니다. 전방에 미확인 함정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거리와 위치는?"
"현재 정확한 방위를 추적 중이니 곧 자세한 정보가 들어올 겁니
다."

예기치 않은 함정 출현 보고에 유키시로 준장은 즉시 사령석에 설
치된 단말기로 함대 현황표를 보면서 말했다.

"적의 규모가 정확히 확인될 때까지 레이더의 사용을 자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