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7월 06일. 목성 연합군 34번 이동 군사 콜로니

"대장, 어서 서두르세요. 곧 지휘관 회의가 있습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날 내버려 둬. 그러고 보니 예의 그 신형
은?"
"Ki-31Kai 말입니까? 부품이 모두 도착하지 않아서 제 성능을 내기
가 힘들다고 합니다. 게키강 타입의 부품으로 어떻게든 움직여 보고
있습니다만, 완전한 해결책은 못 됩니다."
"큰일이군... 무기가 부족할 지경인데 보급은 더디고 있으니..."
"전쟁 자체가 실수였습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네. 어떻게든 아군이 적에게 큰 타격을 입혀서라도 반드시 휴전해
야만 할 텐데 참 막막하기만 합니다."

정비병의 말에 '야마다 나가노' 소령은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
덕이고는 정비창을 나섰다.
군 기지라고 하지만, 이 콜로니는 예전엔 민간인 거주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었다. 총 인구가 150만에 달하는 이곳은 평시와 다
른 데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점차 다가오는 교전 위협에 걱정이 이
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전쟁이 일찍 끝나는 것만이 해결책이
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도 큰 문제였다.
곧 지휘관 회의가 열리는 막사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자리에 앉은 후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후 여단장인 '야마자키 타무라' 준
장이 들어왔고, 먼저 들어와 기다리고 있던 참모장이 일어서서 목에
힘주어 말했다.

"여단장님, 입실!"
"전체 차렷! 여단장님께 경례!"

대대 지휘관들의 경례를 받은 야마자키 준장은 헛기침을 한 후 말
했다.

"귀관들이 알다시피 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 우리는 후방 대기 부대
로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지구에서
싸우는 우리 아군은 패퇴와 함께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준장의 입에서 아군이 불리한 입장에 처했음이 언급되자 지휘관들
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빌었건만...

"그에 따라 상부에선 우리가 주둔 중인 34번 콜로니에 본대가 괴멸
해 갈 곳을 잃은 아군 패잔병들을 모아 급조한 보충 부대를 보내기
로 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기쁜 소식이 있다면 그 동안 부족했던
탄약과 예비 부품이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지휘관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동안 자신들
의 애를 태우게 만든 고질적인 물자 부족이 어느 정도 해결될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준장은 계속 다른 문제들을 언급했다.

"적은 빠른 시일 내로 화성에 강하하기 위해 최단 항로의 진입로에
자리한 이곳을 칠 것이 분명하다. 이에 관해선 귀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적의 공격이 기정 사실화 된 이
상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각자의 의견을 말하도록."

곧 중령 계급을 단 자가 손을 든 후 일어서서 말했다.

"적은 물자 집적소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콜로니를 직접 접수하려
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부에서 적을 막을 수 없다는 가
정하에 시가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반대합니다. 시가전을 벌이게 되면 민간인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데
다 우리 포로들에 대한 적의 증오를 키우기만 할 뿐입니다. 설령 전
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저들에게 당당히 맞서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못한 채 그대로 죽을 수는 없잖습니까?"
"저 잠시 제 의견을 말해도 되겠습니까?"

분위기가 다소 거칠어지자 야마다 소령은 직접 일어서서 주위를 돌
아보며 그렇게 물었고, 참석자 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 야전
지휘관으로서 에스테바리스를 몰며 싸워온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
다. 참석자들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내놓을 의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주 예전에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였을 때 벌어진 태평양 전쟁에
서 이오지마의 일본군은 상륙을 감행한 미 해병대를 상대로 악독한
전투를 치뤘습니다. 방어에 나선 30000여 명에 가까운 병력 중에 살
아남은 이는 극소수였고, 전사자 중엔 방어군 사령관이었던 구리바
야시 중장도 끼어 있었습니다.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지상전이었던 오키나와 전투의 결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고, 이 때 제국주의 일본군은 자신들의 불리함을 잘
알면서도 비상식적인 행동과 야만성을 자제하지 않았고 이는 연합
국들로 하여금 일본 본토에 대한 원폭 투하를 결정하게 만들었습니
다. 이 전쟁이 우리의 패망으로 끝나는 것이 인류의 요구라면 우리
는 그들, 그러니까 제국주의 일본군처럼 대응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콜로니 내부에서 싸우는 것은 시간
을 벌기엔 적당하겠지만, 공격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싸우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도움이 못 됩니다. 게다가 전쟁이 끝나는 대로 삶
을 계속 꾸려나가야 할 민간인들을 위해서라도 콜로니 안에서의 싸
움은 피해야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말
했다.

"소령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시가전은 안 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야마자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나도 소령의 의견에 동의하네. 어디까지나 전쟁은 우리들 선에서
끝나야만 하네. 그 이상의 희생은 피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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