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6월 26일. 05시 20분. 일본 도쿄

"이즈, 이즈 반도라니..."
"일본해를 통해 공격해 올 줄 알았는데..."
"적의 규모는 확인 됐소?"
"곧 추가 보고가 올라오는 대로 확인될 겁니다."
"빨리 대책을 짭시다."
"일단 증원 가능한 병력부터 확인합시다. 지금 당장 아츠기의 3항공
군을 투입하는 것이 어떻겠소?"
"혼슈를 노리고 날아오는 양키들의 폭격기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힘
이 모자를 판입니다. 각 항공단에서 가능한 한도껏 차출한다고 해도
한계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지 않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게
우리의 실정이란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혼슈 주둔 목성 연합 공군 사령관인 '우타다 히이로' 소장은 거기
까지 말하고는 유리컵에 든 냉수를 냉큼 마신 후 계속 말했다.

"제 개인적인 푸념입니다만, 지구 통합과의 1차 전쟁 이전에 벌어진
대숙청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제공권에서 밀리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우타다 소장의 말대로 목성 연합의 공군은 그 형태를 매우 잘 갖춘
전형적인 군대였다. 그러다가 크사카베를 비롯한 과격파들은 공군
지휘관들의 대부분이 온건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들의 영향력을 깎아내렸고, 덕분에 목성 연합 공군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크사카베를 비롯한 과격파들이 소장파 장교들의 쿠데타로
실각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이후 들어선 온건파 정권은 지구 각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공군 재건에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
지 않았다.
결국 지구권과의 두 번 째 전쟁을 결심한 크사카베가 공군력 재건
을 강행했지만, 모든 것이 없어진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처지인 공군 지휘관들에겐 하루 하루가 힘들 수밖에 없
었다.

"공습입니다."
"놈들이 여길 알고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이 비밀 지휘소는 애당초 새로 지었으니까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폭발음과 함께 지휘소 내부가 크게 흔
들렸다.

"아무래도 다른 지휘소로 가야겠소."
"그래야 겠군요..."

2202년 06월 26일. 05시 35분. 일본 이즈 반도 시모다

초기 예상과 달리 한미 양군과 일본 자위대는 큰 피해 없이 빠르게
시모다 일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화력과 물량 공세 앞에
그대로 전의를 상실한 목성 연합군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
기 일쑤였다.

"쳇, 조센징들."
"입 닥치고 조용히 있어. 자꾸 말 안 들으면 한국놈들한테 넘길 줄
알아."
"다신 안 그럴 테니까. 제발 봐 줘. 같은 일본계끼리 그럴 필요 없
잖아."
"그러면 얌전히 걷기나 해."

자위대원들이 연행 중인 목성 연합군 병사들은 길을 따라 지나가는
한국군의 장갑차들을 향해 침을 뱉거나 욕을 했지만, 충돌을 우려한
자위대 지휘관들은 붙잡은 목성 연합군 병사들이 한국군을 상대로
돌출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막도로 지시해서 번번이 경고와 제지를
받아야만 했다.

"공중 강습대가 상륙 부대에 임무를 인계하고 본함으로 귀환 중입
니다."
"좋은 소식이군. 상공의 센트리로부터 들어온 소식은 없나?"
"지금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도쿄와 그 부근 상공에서 항공기의 움
직임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추가로 큐슈 방면에 대기 중인 통합 우
주군 함대도 혼슈를 향해 출발했다고 합니다."
"CAP을 증강시켜야 겠군."

리리아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햄튼 제독은 디스플레이로 일본 열
도의 3차원 지도를 살피면서 이번 작전이 끝나는 대로 승조원들을
휴식시킬 만한 곳이 없는지 찾기 시작했다.

"왜 하필 우리 뿐이지?"
-안 됐지만, 우리 둘이서 적 함대를 공격해야 해.
"이 미사일을 가지고 뭘 할 수 있단 말이야?"
-우리가 가져온 건 보통놈이 아니야. 가장 최근에 나온 러시아제의
대함 미사일이라고. 잘 접근해서 쏜다면 승산은 충분해.

특공 임무에 투입된 단 두 대의 목성군 소속 Su-17 플라곤III는 수
면에 닿을 듯 말 듯하게 날면서 미 해군 함대가 있을 것으로 추정
되는 위치로 향했다. 얼마 후 이들은 재빨리 기수를 치켜 올리면서
급가속해 주익에 달린 미사일들을 모조리 쏴버린 후 도주하려 했지
만, 초계 중이던 F-12 전투기가 뒤늦게나마 이들을 격추시켰다.

"미사일 접근 중!"
"너무 가까워서 미사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팰랭스로 대응합니
다."
"피탄에 주의하라."

햄튼 제독은 만일을 위해 착용해둔 방탄 조끼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방탄 헬멧도 쓰면서 리리아에게 물었다.

"소위, 빨리 방탄복과 헬멧을 쓰게."
"제겐 그런 것들이 지급 되지 않았습니다."
"팰랭스가 미사일 3기를 잡았습니다. 현재 1기 낙하 중! 곧 충돌합
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폭음과 함께 함교 내부에 진동이 울리면
서 몇몇 군데가 무너져 내렸다.

"함교를 포기한다. 모두 대피하라."

제독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마자 리리아가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
다.

"소위?"

느닷 없는 사태에 리리아에게 달려간 제독과 몇몇 사관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리리아의 몸에 미세한 파편 서너개가 박힌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몸에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위생병!"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