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TECH : Twilight of the Clans II - Grave Covenant -
Michael A.Stackpole

배틀테크 : 클랜의 황혼기 2 -무덤의 맹약-
마이클 A. 스택폴 작.       cardova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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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8년 9월 30일
라이란 동맹 도나갈 구역
사카드 행성 사카드 시
삼합회 국립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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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회 국립 묘지 안에 미로같이 서 있던 기념물들을 만져주던 축축한 산들바람은 한 묘지 앞에 서 있던
빅토르 이안 스타이너-다비온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고 있었다.

사카드 행성의 봄이 일찍 시작된 듯, 국립 묘지가 있던 섬 꼭대기에 약간의 눈만 남아있을 뿐, 묘지
주변에는 밝은 햇빛에 반짝이는 녹색의 잎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다른 때 같으면 중대하게
여겨질, 때이른 화사한 봄소식은 빅토르 이안 스타이너-다비온 왕자의 강하선이 사카드 행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밀려 빛을 잃고 있었다.

'서리가 한 번 내리면 이 잎들도 모두 죽겠지...'
어머니의 묘 앞에서 주위의 녹색 잎들을 바라보고 있던 빅토르는 예전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뻔 했던
사카드 행성 열병에 대해 회상하고 있었다.

무덤의 주인이었던 멜리사의 조각이 새겨져 있던 묘는 마치 두 명의 남매 다툼의 책임을
빅토르에게 전가시키려는 듯했다.

사실 빅토르가 사카드 행성에 온 이유도 어떻게 보면 권력 다툼 때문이었다.
빅토르와 그의 여동생 말고도, 이너 스피어의 여러 귀족들이 참가할 휘틀링 회의에선
분명 어떤 형식으로라도 권력 다툼은 벌어질 것이었고,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분명 이너 스피어의
재앙이 될 것은 분명했다.

'어머니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그들을 내버려 둔 턱에 이제 상황은 더욱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어머니에 대한 불만 탓인지, 아니면 때마침 어깨 위로 불어온 찬바람 탓인지 빅토르에게 고개를 찡그렸다.

코벤트리 행성에서 사카드 행성까지의 장거리 여행은 잠시나마 빅토르에게 현실의 괴로웠던 실을
잊혀주게 하였던 멋진 여행이었다. 약 30광년 정도 거리의 한 도약점에서 다른 도약점까지의 도약은
사카드 행성에 들어올 때, 강하선에서 느꼈던 괴로움과 언짢음에 비교해 볼 때, 차라리 즐거운 것이었다.

' 전 여전히 강하에 익숙하지 못하답니다. 어머니. 불과 1G 도 안되는 중력인데도 말이에요.우습죠? '

" 하지만, 이런 것도 카이나 호히로부터 맞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빙긋 웃으며, 빅토르는 호히로 쿠리타의 라이트 크로스 펀치에 맞아 아직 아물지 않은 오른쪽 눈 주위의 멍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 주먹이 다가오는 것은 보였는데, 그 순간 몸이 말을 듣지가 않더라구요. 어머니'

거의 한 쪽 눈이 검게 될 정도의 멍이었지만, 빅토르는 그 상처가 자랑스러웠다.

인생 전반에 걸쳐 배운 정치학이었지만,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빅토르는 정치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 자리에서 협상을 하면 되는 것을 꼭 전쟁을 몇 번 거친 후, 협상을 하게 만들고,
행동해야 될 때에, 발목을 잡게 만드는 정치라는 필요악은  빅토르에게는 도무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외계인같은 그런 존재였다.

며칠 후, 빅토르가 참가할 휘틀링 회의는 '정치가 발목을 잡았을 경우 어떠한 일이 생기는가' 를 잘 보여주는
실예라 할 수 있었다.
14주 전, 코벤트리 행성에서 빅토르는 클랜군에 맞서기 위해 동생에게 이너 스피어 연합군의 창설을 설득했다.
그러자, 2일 후 라이란 연맹의 맹주이자, 빅토르의 여동생이었던 캐서린은 사카드 행성의 휘틀링 회의에서
빅토르의 의제를 확대 논의할 것을 주장한 후, 온 이너 스피어 가문에게 사카드 행성에 모일 것을 권유했다.

회의의 중요성은 인정했지만, 빅토르는 여동생이 휘틀링 회의에서 연합군이 결성될 경우
주최자의 이점을 이용해 차기 이너 스피어 영역의 맹주 자리를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빅토르는 이너 스피어라는 거대한 연극 속에서 동생 캐서린이 훌륭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과
그녀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단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빅토르로서는 캐서린이 선언한 10월 초에 열리는 휘틀링 회의를 위해 3주간의 코벤트리 행성에서 사카드 행성까지의
90광년의 여행을 미리 할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 코벤트리 행성에서 그는 충성스런 부하들과 함쎄 전투 훈련을 계속했다.
훈련에 따라오지 못하는 부하들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났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자신만의 공간과
고립감, 그리고 격리감 때문인지 코벤트리 행성에서의 나날은 빅토르에겐 대단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빅토르 역시 개인 훈련에 힘을 쏟았다.
스타이너 가문의 축복을 받은 탓인지,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허약한 육체의 한계는
빅토르의 힘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빅토르는 훈련 계획에 호히로 쿠리타와의 검도
대련과 카이-알라드 랴오와의 쿵후 교육을 추가시켰고, 왕족들에게 복싱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한 늙은 하사관의 훈련 역시 추가시켰다.

' 호히로는 저보다 더 빨리 복싱을 배우더군요. '

한 쪽 눈이 검게 변한 채, 서 있는 자신을 보며,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며 빅토르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빅토르의 어머니 멜리사는 항상 몸이 약한 빅토르를 걱정하곤 했지만, 몸이 약한 빅토르가 좌절할 때마다
, 그를 꾸중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조언해주곤 했다.

' 어머니는 항상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는 데 능숙하셨죠. '

빅토르는 묘 앞에 영원히 타오르게 만들어진 횃불의 춤을 바라보았다. 항성 공화국 여기 저기에 멜리사
다비온-스타이너를 기념하는 기념비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오직 이 곳만이 '영원이 타오르는 불' 이
있었다.

묘 앞에 서 있던 묘석은 30년 전, 멜리사가 아버지와 결혼함으로서 시작된 라이란 공화국과 항성 연방의 결속을
영원히 유지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릎을 꿇는 대신 빅토르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의 무릎은 빅토르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종용했지만, 입고 있던 레인코트가 묘지 주변의 찬 공기 때문인지,
젖어 있었기에, 빅토르는 무릎을 꿇지 못했다.
아마 라이란 연맹-그녀의 여동생 캐서린이 왕국을 이어받은 후, 새로 세운 왕국- 의 시민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한 살인자가 희생자의 묘 앞에서 참회하는 것일 거라고 빅토르는 생각했다.

잠시 후, 고개를 들은 빅토르는 멜리사의 영혼을 영접하려는 듯 양 팔을 펼쳤다.

" 아세요? 어머니. ?
  30년 전, 아버지와 결혼함으로서 이룩된 두 왕국의 단결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겨우 2년만에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이러한 일은 없었겠지요?
  살아 계셨다면, 분명 어머니는 이너 스피어의 단결을 이끌어내 저 클랜군을 물리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묘지 입구 근처에서 묵직한 소음이 들려오면서 고개를 돌린 빅토르의 눈에 3 기의 호버 리무진 차량이 경고등을
번쩍이며 묘지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빅토르의 뒤에 서 있던 타고 온 호버 리무진 차량의 문이 열린 후, 차가운 눈을 가진 한 남자가
리무진에서 걸어나왔다.

" 걱정할 필요 없다. 큐레이티스 요원. "

" 저 차량에 타고 있는 이는 권력을 얻기 위해 당신을 죽이려 했던 이입니다. 왜 제가 걱정하지 않아야 된단
  말입니까? "

" 알겠다. 그러면 내 옆에 서 있도록."

빅토르의 허락이 떨어지자, 검은 머리를 하고 있던 그 보디가드가 차 문을 닫은 후, 빅토르의 옆에 섰다.
빅토르는 큐레이티스가 좀 더 많은 말을 하길 원했지만, 이미 다가오는 3기의 호버 리무진이 큐레이티스
의 주의를 끌고 있었기에, 빅토르의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잠시 후, 선두 차량이 빅토르의 호버 리무진 뒤에 서면서, 묘지로 다가오던 3기의 호버 리무진은
전진을 멈췄다.

빅토르는 맨 뒤 리무진에서 내린 그의 여동생이 혼자 자신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넌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캐서린. '

자신보다 키가 큼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무릎길이의 하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입고 있던 하얀 가죽 코트는 하이힐과 스타일을 맞춘 탓인지, 길고 웨이브진 여동생의 머리카락과 썩
잘 어울리고 있었다.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며 빅토르는 미소를 지었다.

" 오랫만이군요. 빅토르 오라버니. "

" 그리고 너도, 캐.서.린. "
빅토르는 여동생의 이름을 말하는 대목에서 마치 강조하는 듯, 음절 하나하나마다 똑바로 말했다.

비록 여동생이 자신을 "카트리나" 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지만, 빅토르는 이를 거부했다.

예전 라이란 공화국의 집정관이자,자신의 할머니이기도 했던 카트리나 스타이너는 이너 스피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빅토르에겐 여동생이 카트리나 라는 이름을
씀으로서 할머니와 동일시되는 게 무엇보다도 싫었다.

" 어디 있으셨나요? 오라버니. 공항에서 내리신 이후, 행방이 묘연하시더군요. 계속 기다렸다구요."
반항심어린 눈으로 카트리나가 빅토르에게 질문했다.

" 아.. 미안해. 환영 파티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했는데..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난 여기에 먼저 와 보고 싶었어. "

" 죄를 참회하시는 건가요? "
빅토르 옆에 선 카트리나가 물어왔다.

" 죄? 무슨 죄? "

빅토르의 말에 카트리나가 차갑게 웃었다.

" 어머니 장례식에 안 왔잖아요. 오라버니는 아마 어머니의 장례식에 오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

카트리나와 다툼을 각오하고 왔던 빅토르였지만, 그녀의 이 말에는 그도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폭탄 테러로 멜리사가 죽자, 카트리나는 거짓으로 멜리사의 유언이라며 형제들에게 장례식에 모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들은 그녀가 죽자 말자  카트리나가 재빨리 치러버린 멜리사 스타이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는 빅토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빅토르는 카트리나에게 어머니 장례 예정 계획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미 멜리사의 장례식이 끝난 뒤였다.

" 나도 참석하고 싶었다. 캐서린. 하지만, 그 장소에는 내가 꼭 필요했어. "

빅토르의 변명에 카트리나는 코웃음을 쳤다.

" 아.. 그래요. 뭘 하고 있으셨길래..... 혹시 그 클랜놈들을 추격할 준비하고 있으셨나요? "

" 그들은 이너 스피어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

" 아니에요. 빅토르 오라버니. 그들은 오라버니가 하고 있는 병정놀이의 장난감인 거죠. "

캐서린은 양 팔을 펼쳤다.

" 주위를 한 번 둘러붜요. 빅토르 오라버니.
  이 묘지에 배틀메크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600년 전, 그들은 창조되자마자 곧바로 전장의 주역자리를 차지했죠.
  그리고 300년 전, 알렉산드르 케렌스키 장군은 성간 동맹 방위군을 이끌고 이너 스피어를 떠났고요.
  왜인지 아세요?
  장군은 배틀메크의 두려움을 알고 있었어요.
  보호라는 이름의 가면을 쓴 이 파괴의 도구가 가져올 절망의 노래를.
  그리고 그가 맞았죠.

  이후 300년 동안 후계자 왕국들은 전쟁을 벌여왔고, 전쟁에는 항상 이 파괴의 도구가 있었죠.
  그리고 케렌스키의 사람들이 돌아온 지금, 그들은 우리 보다 더 메크가 얼마나 공포의 무기가 될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고요.  "

캐서린은 어머니 멜리사의 묘석을 손으로 튕겼다.

"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역시 그 괴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죠.
  유본 행성에서 태어나셔서, 할머니로부터 집정관 직을 물려받을 때, 어머니는 메크워리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셨죠.
  어머니는 이 10미터가 훨씬 넘는 파괴의 집합체에 매력을 느끼셨던 게 틀림없어요.
  집정관의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나겔링 사관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셨을 정도니 말이죠.
  비록, 역사는 메크워리어로서의 어머니는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

말을 마친 캐서린이 갑자기 빅토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당신은 여전히 더 배워야 할 게 많이 있어요.빅토르 오라버니."

빅토르의 회색 눈이 좁아졌다.

"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캐서린. "

" 난 오라버니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요. "

" 그걸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사랑하는 동생아. "

빅토르는 분노어린 감정을 목소리에 넣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증거.
명백한 증거들.
여동생이 어머니와 라이안 스타이너를 살해했다는 것이 분명한 증거들.

' 하지만 지금의 난, 너에게 그렇게 가혹한 행위를 할 수 없단다. 캐서린.
  비록 큐레이티스 요원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때가 올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말야.
  되도록이면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약 그 때가 된다면 난, 정의라는
  이름으로 네게 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

빅토르는 턱을 들었다.

" 조언을 해 준 보답으로 네게 한 가지 교훈을 알려주고 싶구나. 캐서린. "

그의 말은 캐서린에게 호기심을 자아냈다.

" 병사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신 것 같군요. 빅토르 오라버니. 전 그런 식의 말장난에
  익숙하지 못해요.  "

" 만약 내가 코벤트리 행성에 없었다면, 넌 아마 클랜 본즈맨 신세로 날 만났을 거다. "

코벤트리 행성 때의 시간이 생각났는지, 캐서린의 얼굴이 진홍색으로 붉어졌다.
최근 카트리나가 빅토르한테 고맙다는 말을 했던 것은 그때뿐이었기 때문이었다.

" 코벤트리 행성에서의 오라버니의 활약은 저에게도 흥미진진한 일이었죠.
  제이드 팰콘 클랜을 그냥 떠나게 해 주셨으니 말이죠.
  사실 이 곳 행성 시민들은 수군거리고 있어요. 그 사건 이후 오라버니를 겁쟁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은
  축하 파티에 나타나지 않는 오라버니를 보고, 면목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알고 있거든요. "

"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구나. 캐서린 "

" 물론 전 아니죠. 전 오라버니가 늦으신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빅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늦은 이유 중 하나에는 방금 전 네가 나에게 말해 준 것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단다. "

" 그래요 ?"

번쩍이는 번개가 순간 캐서린의 눈 안에 스쳤다.

" 그게 뭐에요 ? "

" 나 역시 , 언론 플레이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캐서린."
빅토르는 팔을 접어 가슴을 감쌌다.

" 내가 맨 처음 여기 왔을 때, 난 이 행성에서 모두를 기다릴 참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어머니의 무덤을
  보고 싶었지. 어머니에 대한 내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어서 말야.  
  그런데 내가 온 이후, 다음으로 누가 이 장소로 왔을까 ?
  그건 바로 너였지. 캐서린. 이번엔 대중 매체에서 뭐라고 말할 거지? "

그녀가 다가오자, 빅토르는 캐서린이 뺨을 때리려는 줄 알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뺨을 때리는 대신 , 캐서린은 빅토르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어루만지던 도중, 캐서린의 손가락은 빅토르의 얼굴에 있던 멍에서 멈췄다.

" 빅토르 오라버니. 이겼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아직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곧 열릴 회담에서 전 오라버니를 위한 특별한 역할을 준비해 뒀어요.
  그 회담에서 오라버니는 지금 얼굴에 있는 멍보다도 더 고통스럽게 맞게 될 지도 몰라요.
  모든 것을 준비해 드릴게요.
  토론들, 주제들.
  제가 원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신다면, 아마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 지도 몰라요.
  제게는 쉬운 일이에요. 정말로 "

빅토르는 고개를 흔들어 캐서린의 손가락을 떨쳐버렸다.

" 아니, 캐서린.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이미 네 마음은 내가 단순히 너와 놀러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생각해라. 사랑하는 동생아.
  지금 이너 스피어는 클랜의 위협에 고통받고 있다. 이것을 이겨내야 해.
  만약 네가 이것을 방해하거나, 네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이끌려 한다면, 너와 라이란 동맹의
  사람들은 클랜의 불길에 휩싸이고 말거야.
  사랑하는 동생아.
  라이란 동맹의 사람들은 전사를 원하고 있다. 자신을 보호해 줄 전사를 말이야. "

빅토르는 한 걸음 물러섰다.

" 그리고 말인데, 비프로스트 홀을 내가 여기 있는 동안 지휘부로 쓰고 싶구나. 내가 원하는 게
  거기 다 있었거든."

캐서린의 눈살이 찌뿌려졌다.

" 그리고 오라버니를 따라 컴스타 놈들도 거기를 쓰겠군요. "

" 모건 켈과 펠란이 있는 루본 협회도 말야. "

" 전 그들을 초대한 적이 없다구요."
캐서린의 볼멘 말투가 이어졌다.

" 그래서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 있잖니."

빅토르는 몸을 돌려, 뒤에 있던 호버리무진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차를 타기 전, 빅토르는 고개를 돌렸다.

" 캐서린. 내가 봤을 때, 넌 라이란 국민들이 원하는 전사의 불길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다.
  비록 좋은 대표자나 지배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말야.
  지금은 모르고 있겠지만, 언젠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 오라버니는 마치 자신은 갖고 있다고 여기시는 듯 하군요.
  그럼 좋아요. 오라버니는 그걸 갖고 있으신가요? "
빅토르의 말에 캐서린은 고개를 숙였다.

" 아마도... 나 역시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캐서린.  
  하지만, 빨리 발견할 수 있으면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널 쫓아올 것이니 말야. "
호버 리무진의 창문을 닫기 전, 웃음어린 얼굴로 빅토르가 말했다.

그의 선조들은 과거 클랜 전쟁 시대의 유명한 클랜 전사이자 역사학자였다. 소년 시절, 역사의 중요성을 배웠던 그는, 이제 , 메크워리어'암흑기' 가 도래함에 따라, 본명을 버리고 이름을 cardova 3세로 바꾼 뒤, 과거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냉철한 눈과 차가운 마음으로 이너 스피어를 주시하며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