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제공해 주신 PYODOGI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미약하게나마 소설 '클랜의 황혼기' 번역을 시작합니다.

7부작 중 하나인 클랜의 황혼기 '대이주의 길' 은 총 3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라며, 잘못된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BATTLETECH : Twilight of the Clans I - EXODUS ROAD -
Blaine Lee Pardoe 작

배틀테크 : 클랜의 황혼기 1 -대이주의 길-
블레인 리 파도 작.       cardova 번역


<1> Prologue 서장

3037년 9월 3일 클랜 영역
케렌스키 성단 론더홀름(Londerholm) 행성.
회색 봉우리 산맥의 스모크 재규어 클랜 '안개삵괭이' 훈련 시설.


스타 커맨더 포치니는 바위 위에 서서, 자신이 맡고 있었던 12명의 생도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두운 회색과 자주색이 만들어내는 휘황찬란한 구름들은, 이곳 스모크 재규어 클랜 '안개삵괭이'
훈련 시설을 짙게 감싸고 있었다. 시설 주변의 땅은 비교적 황량했지만, 70 킬로미터 아래의 산등성이를 따라
펼쳐진 인상깊게 펼쳐진 정글과 비교해 볼 때, 훈련소 주변의 땅은 뚜렷한 독특함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스모크 재규어 클랜의 장교이자, 생도들의 키트 마스터(Kit Master:주 1)였던 포치니는 날씨만 허락해준다면,
이 햇병아리 생도들을 이끌고, 아침 운동 삼아 이 가파른 산등성이를 내려가 훈련 시설 주변에 펼쳐진
경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약간 회색톤의 오랬동안 론데홀름 행성에서 이미 여러 계절 동안 사용했음이 분명직한 점프슈트를
입고 있던 포치니는 그가 맡고 있던 이 십코 생도들을 보면서, 그가 서 있던 바위만큼 딱딱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이 생도들에게서 아무런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경멸감만 들 뿐.

하지만, 이런 포치니의 경멸감은 늘상 오늘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몇 주 전, 몇 달 전, 몇 년 전에도
포치니는 생도들을 늘상 경멸해왔다.
몇 년 동안 그와 같이 생활하면서 트렌트는, 포치니가 생도들이 클랜 사회의 정점인 전사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기에 자신들을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클랜 사회를 볼 때,
특히나도 스모크 재규어 클랜에서 포치니같이 나이 든 전사는 이미 쓸모가 없는 전사였다.

그러나, 안개삵괭이 십코 생도들에게, 포치니는 그들의 생명, 깨달음이자 우주로 나가는 창이었다.
키트 마스터 포치니는 바로 생도들이 언젠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던 트루본 전사였기 때문이었다.
생도들에겐 방문하거나 여행할 외곽 세계 따위는 없었다. 여기가 바로 그들의 삶의 공간이자 삶 그 자체였다.
비록 이 곳에서 생도 대부분이 생명을 부지하지 못하게 되거나, 훈련 과정에서 낙오될 장소이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숙소, 공부, 교육, 연습, 그리고 끊임없는 전사로서의 시험, 이것이 바로 십코 생도들의 세계였다.

완전한 클랜의 전사로서 거듭나기 위해 지위 결투 (Trial Of Position)에서 살아남느냐 혹은
실패하느냐에 대한 것은 적어도 모든 생도들이 공감하고 있던 하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오늘이었지만, 이 날만큼은 트렌트에게 클랜에서의 그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해주는 듯한 날이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가 서 있는 이곳이 몇 광년의 시공을 초월한
꿈 같은 장소인 것만 같았다.  

이 시간, 트렌트는 모든 클랜 전사들이 마음으로 배우며 암송하는 서사시였던 회상록이 자신의
마음속 한가운데로 직접 들어와 깊은 표제를 붙여주는 것만 같았다.

" 난 오늘까지 너희들이 우리 클랜의 역사에 대해 많이 공부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난 너희들에게 역사를 초월하는 어떤 것, 즉 진정으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가르쳐주겠다.
너 소브나 생도. 말해 봐라. 우리는 누구인가? "
생도에게 질문을 마친 포치니는 언제나 그렇듯 이 질문 안에 함정이 있다는 것이
분명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예. 스타 커맨더. " 몇 번 생각을 가다듬는 듯 했던 소브나가 말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성간 동맹(스타 리그)의 유산을 이어받은 스모크 재규어 클랜입니다.
우리는 우리 적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자, 파괴의 복수자, 밤의 사냥꾼입니다.
전투에서 물러섬이 없는 우리들은 전사로서의 화신 그 자체입니다. "

마치. 그녀를 만든 강철 자궁에서 태어날 때부터 그녀의 머리 속에 주입된 것 같은 확신을
담은 듯,  검은 머리의 소녀가 크게 외쳤다.

" 책이나, 수업에서 배운 것과 다를 바 없는 교과서적인 대답이군. 이 햇병아리 같은 년.
  하지만, 너같이 쓸모없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것치고는 의외이니 내가 칭찬을 해 줘야 하나?
  멍청한 녀석. 너는 아직 진정으로 스모크 재규어 클랜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군."

포치니가 신랄하게 조롱하는 말을 소브나에게 던졌다.

(2004년 3월 21일 수정)

주 1 : Kit Master : 스모크 재규어 클랜 훈련 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