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플랜트는 서울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비포장도로로 한참을 들어가야만 했다. 노인이 남긴 USB 메모리의 자료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길눈을 의심하며 차를 몰았다. 15분 이상을 비포장도로를 달렸지만 가로등은커녕 지나가는 차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말끔히 포장된 왕복 2차선 도로가 나타났다. 포장 상태가 좋아서 파인 곳 하나 없었고 운전을 하기에는 최적의 도로였지만 생뚱맞은 것임에는 분명했다. 포장도로를 5분쯤 따라 달려 언덕 위에 올랐을 때 멀리 1km 떨어진 도로의 끝에 수영장까지 갖춘 플랜트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경비실보다는 초소에 가까운 큰 단층 건물이 있었고 시설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사이에도 초소들이 보였다.
나는 트렁크에 둔 무기가 든 커다란 가방과 대전차 바주카를 빼내 가방은 앞좌석에, 바주카는 뒷좌석에 두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다음 액셀러레이터를 최대로 밟아 전속력으로 플랜트의 정문을 향해 전진했다. 플랜트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문에 선 정장 입은 녀석들은 내 차에 권총을 연사했다. 녀석들은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한 클론이었는데 박문기 의원 집에서 본 얼굴이었다. 앞 유리가 박살나며 파편이 튀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정문으로 돌진했고 끝까지 피하지 않은 한 녀석은 바퀴에 깔리며 으스러지더니 이내 노랗게 녹아내렸다.
나는 옆 좌석의 가방을 메고 차문을 열고 두 바퀴를 굴러 나가 녀석들의 하체를 향해 머신건을 난사했다. 녀석들의 다리가 괴상하게 비틀어졌고 비명이 난무했다. 주변이 정리되었지만 여전히 총성은 끊이지 않았는데 좌우 각각 한 개씩의 초소와 정문의 초소에서 나를 노렸다. 나는 차에 몸을 숨기고 수류탄을 꺼내 정문 초소부터 날렸다. 그리고 머신건으로 왼쪽의 초소를 제압했다. 왼쪽 초소의 두 녀석 중 한 녀석은 뒤로 자빠졌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넘어지며 초소 아래로 떨어졌다. 시야에서 오른쪽 초소 하나만이 남자 여유가 생겼고 나는 바주카를 꺼내 초소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곧 후회했는데 플랜트의 옥상에서 발진한 두 대의 헬기가 나를 노렸기 때문이다.
“얼씨구!”
헬기가 두 대나 되는 것을 알았으면 초소를 제압하기 위해 바주카 한 발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헬기 모두 미사일과 머신건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놈들은 정확히 내 차를 겨냥했다. 엄폐물이 되어준 차가 폭파되기 일보 직전에 나는 간신히 몸을 던져 피할 수 있었다. 폭음과 함께 등과 엉덩이, 다리로 파편이 떨어졌다. 나는 민첩하게 몸을 일으켜 플랜트 옆의 벽으로 숨어들어갔다. 파팟,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내가 있는 벽을 향해 헬기가 발사한 탄환이 튀었다. 나는 타이밍을 맞춰 뛰쳐나가 마지막 남은 한 발의 바주카를 앞에 있는 헬기를 향해 겨누었다. 헬기 파일럿이 나의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헬기는 산산조각이 난 뒤였다.
“내가 헬기도 조종할 줄 알았군.”
나는 냉소적으로 내뱉으며 수류탄을 꺼냈다. 뒤따르던 헬기는 앞의 헬기의 폭발 때문에 잠시 시야를 잃고 있었다. 나는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들고 셋을 센 다음 하늘을 향해 던지며 수영장으로 뛰어 들었다. 물 속에서 폭발음은 애매하게 귀를 때렸다. 공중에서 수류탄 파편을 맞은 헬기는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수영장 반대편 잔디밭으로 추락해 폭발했다. 물 밖으로 나가자 폭발열이 이마와 뺨에 어른거렸다. 폭발 장면은 장관이었지만 한가하게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남은 초소에서 나를 향해 저격했고 플랜트 입구에서도 녀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격용 라이플은 제이의 선물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소의 녀석들은 무시하고 플랜트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향해 마지막 수류탄을 던진 다음 양손에 권총을 들고 차례로 쓰러뜨렸다. 나의 클론들이 나뒹구는 모습에서 쾌감보다는 착잡함을 느꼈다. 내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녀석들도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격한 고통을 드러내며 죽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숨이 끊긴 후 노랗게 녹아내렸지만 그렇다고 착잡한 심경을 상쇄시켜줄 수는 없었다.
나는 탄환이 떨어지자 총을 버리고 일본도를 들고 뛰어 들었다. 평소에는 ID 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플랜트의 박살난 유리자동문을 등지고 안으로 들어섰다.
“칫!”
오른쪽 다리에 예리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뒤에서 초소에서 내려온 녀석들이 뛰어들며 쏜 것이 명중했다.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왼손으로 권총을 꺼내 연사해 녀석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하지만 다리의 통증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리를 절며 제이가 느꼈을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았다. 하지만 상념에 사로잡힐 여유 따위는 없다.
“죽지 마세요.”
갑자기 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수습하려 애썼다. ㄱ자로 꺾인 복도에서 숨죽인 채 기대고 있던 나는, 모른 채 뛰어 나오는 녀석들을 일본도로 베어 넘겼다. 세 녀석이 쓰러지자 뒤에 있던 녀석들은 나오지 않고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이미 수류탄이 떨어졌기에 넘어지면서 권총을 쏘아 남은 두 녀석을 잡았다.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았다. 순간 플랜트는 정적에 휩싸였다.
나는 트렁크에 둔 무기가 든 커다란 가방과 대전차 바주카를 빼내 가방은 앞좌석에, 바주카는 뒷좌석에 두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다음 액셀러레이터를 최대로 밟아 전속력으로 플랜트의 정문을 향해 전진했다. 플랜트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문에 선 정장 입은 녀석들은 내 차에 권총을 연사했다. 녀석들은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한 클론이었는데 박문기 의원 집에서 본 얼굴이었다. 앞 유리가 박살나며 파편이 튀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정문으로 돌진했고 끝까지 피하지 않은 한 녀석은 바퀴에 깔리며 으스러지더니 이내 노랗게 녹아내렸다.
나는 옆 좌석의 가방을 메고 차문을 열고 두 바퀴를 굴러 나가 녀석들의 하체를 향해 머신건을 난사했다. 녀석들의 다리가 괴상하게 비틀어졌고 비명이 난무했다. 주변이 정리되었지만 여전히 총성은 끊이지 않았는데 좌우 각각 한 개씩의 초소와 정문의 초소에서 나를 노렸다. 나는 차에 몸을 숨기고 수류탄을 꺼내 정문 초소부터 날렸다. 그리고 머신건으로 왼쪽의 초소를 제압했다. 왼쪽 초소의 두 녀석 중 한 녀석은 뒤로 자빠졌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넘어지며 초소 아래로 떨어졌다. 시야에서 오른쪽 초소 하나만이 남자 여유가 생겼고 나는 바주카를 꺼내 초소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곧 후회했는데 플랜트의 옥상에서 발진한 두 대의 헬기가 나를 노렸기 때문이다.
“얼씨구!”
헬기가 두 대나 되는 것을 알았으면 초소를 제압하기 위해 바주카 한 발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헬기 모두 미사일과 머신건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놈들은 정확히 내 차를 겨냥했다. 엄폐물이 되어준 차가 폭파되기 일보 직전에 나는 간신히 몸을 던져 피할 수 있었다. 폭음과 함께 등과 엉덩이, 다리로 파편이 떨어졌다. 나는 민첩하게 몸을 일으켜 플랜트 옆의 벽으로 숨어들어갔다. 파팟,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내가 있는 벽을 향해 헬기가 발사한 탄환이 튀었다. 나는 타이밍을 맞춰 뛰쳐나가 마지막 남은 한 발의 바주카를 앞에 있는 헬기를 향해 겨누었다. 헬기 파일럿이 나의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헬기는 산산조각이 난 뒤였다.
“내가 헬기도 조종할 줄 알았군.”
나는 냉소적으로 내뱉으며 수류탄을 꺼냈다. 뒤따르던 헬기는 앞의 헬기의 폭발 때문에 잠시 시야를 잃고 있었다. 나는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들고 셋을 센 다음 하늘을 향해 던지며 수영장으로 뛰어 들었다. 물 속에서 폭발음은 애매하게 귀를 때렸다. 공중에서 수류탄 파편을 맞은 헬기는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수영장 반대편 잔디밭으로 추락해 폭발했다. 물 밖으로 나가자 폭발열이 이마와 뺨에 어른거렸다. 폭발 장면은 장관이었지만 한가하게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남은 초소에서 나를 향해 저격했고 플랜트 입구에서도 녀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격용 라이플은 제이의 선물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소의 녀석들은 무시하고 플랜트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향해 마지막 수류탄을 던진 다음 양손에 권총을 들고 차례로 쓰러뜨렸다. 나의 클론들이 나뒹구는 모습에서 쾌감보다는 착잡함을 느꼈다. 내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녀석들도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격한 고통을 드러내며 죽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숨이 끊긴 후 노랗게 녹아내렸지만 그렇다고 착잡한 심경을 상쇄시켜줄 수는 없었다.
나는 탄환이 떨어지자 총을 버리고 일본도를 들고 뛰어 들었다. 평소에는 ID 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플랜트의 박살난 유리자동문을 등지고 안으로 들어섰다.
“칫!”
오른쪽 다리에 예리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뒤에서 초소에서 내려온 녀석들이 뛰어들며 쏜 것이 명중했다.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왼손으로 권총을 꺼내 연사해 녀석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하지만 다리의 통증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리를 절며 제이가 느꼈을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았다. 하지만 상념에 사로잡힐 여유 따위는 없다.
“죽지 마세요.”
갑자기 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수습하려 애썼다. ㄱ자로 꺾인 복도에서 숨죽인 채 기대고 있던 나는, 모른 채 뛰어 나오는 녀석들을 일본도로 베어 넘겼다. 세 녀석이 쓰러지자 뒤에 있던 녀석들은 나오지 않고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이미 수류탄이 떨어졌기에 넘어지면서 권총을 쏘아 남은 두 녀석을 잡았다.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았다. 순간 플랜트는 정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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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STG-44도 아프리카에선 현역으로 굴러다니고 T-34도 유고 내전에선 현역으로 굴려진 적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