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이제 다 알았어?”
제이는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면서도 소리 없이 집에 들어온 것이다. 시건 장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며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현관문과 창문을 철저히 잠가두었다. 물론 제이에게는 이런 조치가 필요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아직 멀었어.”
“그래도 충격적인 사실을 스스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된 것 같긴 하군. 역시 대단한 정신력이야.”
“그렇지 않아. 단지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 나약해지거든. 좀 물어도 되겠지?”
나는 PC에서 USB 메모리를 제거한 다음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물론. 나는 대답을 하러 여기에 온 것이니.”
“사진 속의 젊은 사내는 죽었지?”
“정 말이군. 지독한 녀석이었지. 죽었어.”
“그가 죽였나?”
제이는 서재 안쪽으로 절룩거리며 들어왔다. 던힐 밸런스를 꺼내더니 양해를 구하고 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인은...?”
“성형 수술을 했지. 원래 정과 함께 넷이서 한 팀이었는데 팀장이었어. 하지만 당시의 아버지였던 내 친아버지를 죽이고 회사를 손에 넣으려다가 실패했고 그때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지. 하지만 죽지는 않았어. 내가 처리하다 실수를 했기 때문이야. 너는 내가 교통사고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때 다친 거야. 하여튼 살아남긴 했지만 팀장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성형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지.”
“야구장에서 노인을 죽인 것이 아버지인가?”
“그래, 지금의 아버지이지.”
“B4 계획은 모두 그가 꾸민 것이군?”
“원래 B4 계획은 백유석의 아이디어였지. 하지만 당시 내 아버지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헛소리로 치부하고 시행하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회사를 손에 넣고 새 아버지가 되고 싶어했던, 그러니까 네가 노인으로 알던 강 팀장은 정권 실세를 등에 업고 백유석의 아이디어를 이용했지. 덕분에 내 아버지는 처리당했지. 나와 조 - 네 앞에서 그를 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 - 는 가만히 있으면 당하는 신세였기 때문에 총을 들었고 팀장을 처리했어. 그리고 피를 조금 더 본 다음 회사를 손에 넣었지. 조는 처음부터 회사를 손에 넣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 솔직히 권력이라든가 정치와는 극단적으로 거리가 먼 섬세하고 조용한 친구였어.”
“그럼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을 벌였지?”
“그건 내가 대답할 만한 성질이 아닌 것 같아. 그건 조가 직접 대답할 거야. 하나만 가르쳐 주자면 사적인 이유가 있었어. 그러니 자넨 이제 그만해.”
제이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재빨리 소음 권총을 꺼내 내게 겨누며 말했다. 아마 제이는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처리했을 것이다. 나 역시 권총을 꺼내 그에게 겨누었지만 그는 먼저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나는 제이에게 물었다.
“우린 친구인가?”
“자넨 조가 아니지만 내 친구야. 그러니 이제 이쯤 해두지. 어서 총을 버려.”
“더더욱 그만 둘 수 없어. 내가 총을 놓으면 B4 계획은 스스로 종결되는 건가?”
“최소한 네 지명 수배 쯤은 막을 수 있지. 그리고 자네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뭐라고?”
“급속 성장 과정에서 클론의 수명을 무한히 할 수 없었기에 처음부터 소멸 시기를 확정해 두었지. 자네는 시험관 밖으로 나올 때부터 1년이 설정되어 있었지. 하지만 그 중 반년 동안 조의 기억을 이식하고 육체적, 정신적 훈련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자네에겐 6개월 밖에 없어. 즉 김승수를 처리했던 것부터가 온전한 자네의 기억이야. 이제 자네는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어.”
“일주일 뒤면 나도 녹아 없어지는 건가?”
나는 격노하며 물었다. 제이는 나를 겨냥한 자세를 풀지 않으며 긍정했다.
“안타깝지만 그래. 그러니 이제 그만...”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황당무계한데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조는 B4 계획의 소멸을 위해 자신의 클론을 활용했고 그 클론도 폐기하려 한 것이야. 안됐지만 납득해줘.”
“넌 내 친구도 아냐! 내 친구였다면 진작 내게 알려줬어야 했어!”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미안해. 너를 보면서도 자꾸만 내 친구 조가 생각났어. 자네의 성실하고 과묵한 모습은, 변하기 전의 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
“이 말도 안 되는 계획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아? 류도, 류의 딸도, 진도...! 정말 무고한 사람들이었어. 모두, 모두...!”
“B4 계획이 입안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그러니 더 이상의 개죽음은 없어야 해! 그러니 총을 내려놔!”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어. 너를 친구라고 믿었던 내 자신이 싫어질 정도야. 넌 내 친구가 아냐!”
“총을 버리고 냉정을 찾아! 총을 휘두른다고 될 일이 아냐!”
제이는 갑자기 흠칫거리더니 총을 발사하려 했다. 제이가 먼저 총을 쏘도록 내버려둘 내가 아니었다. 제이의 망설임을 파고들어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제이가 노린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뒤 현관문 쪽의 새로운 인기척이었음을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제이는 정확히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나는 뒤를 보았지만 인기척의 주인공은 벌써 사라진 뒤였다.
“어서... 쫓아...”
제이는 고통 속에서 헉헉거리며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나는 권총을 쥐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하얀 정장을 입은 스미스는 이미 검정색 벤츠에 오른 뒤였다.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순간 뒤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열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나는 강력한 폭발의 충격 때문에 앞으로 꼬꾸라졌다. 내가 살던 다세대 주택이 폭발로 붕괴되며 엄청난 분진이 흩날렸다. 마구 기침을 하며 30초전까지 내 집이었던 자리를 보았지만 그곳에는 시멘트와 철근 덩어리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한가하게 폭발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되는대로 허겁지겁 달려 멀리 도망쳤다.
제이는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면서도 소리 없이 집에 들어온 것이다. 시건 장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며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현관문과 창문을 철저히 잠가두었다. 물론 제이에게는 이런 조치가 필요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아직 멀었어.”
“그래도 충격적인 사실을 스스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된 것 같긴 하군. 역시 대단한 정신력이야.”
“그렇지 않아. 단지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 나약해지거든. 좀 물어도 되겠지?”
나는 PC에서 USB 메모리를 제거한 다음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물론. 나는 대답을 하러 여기에 온 것이니.”
“사진 속의 젊은 사내는 죽었지?”
“정 말이군. 지독한 녀석이었지. 죽었어.”
“그가 죽였나?”
제이는 서재 안쪽으로 절룩거리며 들어왔다. 던힐 밸런스를 꺼내더니 양해를 구하고 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인은...?”
“성형 수술을 했지. 원래 정과 함께 넷이서 한 팀이었는데 팀장이었어. 하지만 당시의 아버지였던 내 친아버지를 죽이고 회사를 손에 넣으려다가 실패했고 그때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지. 하지만 죽지는 않았어. 내가 처리하다 실수를 했기 때문이야. 너는 내가 교통사고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때 다친 거야. 하여튼 살아남긴 했지만 팀장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성형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지.”
“야구장에서 노인을 죽인 것이 아버지인가?”
“그래, 지금의 아버지이지.”
“B4 계획은 모두 그가 꾸민 것이군?”
“원래 B4 계획은 백유석의 아이디어였지. 하지만 당시 내 아버지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헛소리로 치부하고 시행하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회사를 손에 넣고 새 아버지가 되고 싶어했던, 그러니까 네가 노인으로 알던 강 팀장은 정권 실세를 등에 업고 백유석의 아이디어를 이용했지. 덕분에 내 아버지는 처리당했지. 나와 조 - 네 앞에서 그를 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 - 는 가만히 있으면 당하는 신세였기 때문에 총을 들었고 팀장을 처리했어. 그리고 피를 조금 더 본 다음 회사를 손에 넣었지. 조는 처음부터 회사를 손에 넣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 솔직히 권력이라든가 정치와는 극단적으로 거리가 먼 섬세하고 조용한 친구였어.”
“그럼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을 벌였지?”
“그건 내가 대답할 만한 성질이 아닌 것 같아. 그건 조가 직접 대답할 거야. 하나만 가르쳐 주자면 사적인 이유가 있었어. 그러니 자넨 이제 그만해.”
제이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재빨리 소음 권총을 꺼내 내게 겨누며 말했다. 아마 제이는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처리했을 것이다. 나 역시 권총을 꺼내 그에게 겨누었지만 그는 먼저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나는 제이에게 물었다.
“우린 친구인가?”
“자넨 조가 아니지만 내 친구야. 그러니 이제 이쯤 해두지. 어서 총을 버려.”
“더더욱 그만 둘 수 없어. 내가 총을 놓으면 B4 계획은 스스로 종결되는 건가?”
“최소한 네 지명 수배 쯤은 막을 수 있지. 그리고 자네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뭐라고?”
“급속 성장 과정에서 클론의 수명을 무한히 할 수 없었기에 처음부터 소멸 시기를 확정해 두었지. 자네는 시험관 밖으로 나올 때부터 1년이 설정되어 있었지. 하지만 그 중 반년 동안 조의 기억을 이식하고 육체적, 정신적 훈련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자네에겐 6개월 밖에 없어. 즉 김승수를 처리했던 것부터가 온전한 자네의 기억이야. 이제 자네는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어.”
“일주일 뒤면 나도 녹아 없어지는 건가?”
나는 격노하며 물었다. 제이는 나를 겨냥한 자세를 풀지 않으며 긍정했다.
“안타깝지만 그래. 그러니 이제 그만...”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황당무계한데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조는 B4 계획의 소멸을 위해 자신의 클론을 활용했고 그 클론도 폐기하려 한 것이야. 안됐지만 납득해줘.”
“넌 내 친구도 아냐! 내 친구였다면 진작 내게 알려줬어야 했어!”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미안해. 너를 보면서도 자꾸만 내 친구 조가 생각났어. 자네의 성실하고 과묵한 모습은, 변하기 전의 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
“이 말도 안 되는 계획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아? 류도, 류의 딸도, 진도...! 정말 무고한 사람들이었어. 모두, 모두...!”
“B4 계획이 입안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그러니 더 이상의 개죽음은 없어야 해! 그러니 총을 내려놔!”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어. 너를 친구라고 믿었던 내 자신이 싫어질 정도야. 넌 내 친구가 아냐!”
“총을 버리고 냉정을 찾아! 총을 휘두른다고 될 일이 아냐!”
제이는 갑자기 흠칫거리더니 총을 발사하려 했다. 제이가 먼저 총을 쏘도록 내버려둘 내가 아니었다. 제이의 망설임을 파고들어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제이가 노린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뒤 현관문 쪽의 새로운 인기척이었음을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제이는 정확히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나는 뒤를 보았지만 인기척의 주인공은 벌써 사라진 뒤였다.
“어서... 쫓아...”
제이는 고통 속에서 헉헉거리며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나는 권총을 쥐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하얀 정장을 입은 스미스는 이미 검정색 벤츠에 오른 뒤였다.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순간 뒤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열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나는 강력한 폭발의 충격 때문에 앞으로 꼬꾸라졌다. 내가 살던 다세대 주택이 폭발로 붕괴되며 엄청난 분진이 흩날렸다. 마구 기침을 하며 30초전까지 내 집이었던 자리를 보았지만 그곳에는 시멘트와 철근 덩어리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한가하게 폭발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되는대로 허겁지겁 달려 멀리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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