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습관처럼 서재의 랩탑을 켰다. 포털의 굵게 처리된 속보의 헤드라인을 보고 굳어진 머리는 더욱 경화되었다. ‘연쇄살인범, 야구장에서 살인 행각’ 제목만 보고 그것이 나를 가리키는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기사에는 살해되어 고개를 숙인 노인과 그 앞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는 나의 야구장 관중석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진은 매우 또렷했는데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야구장에 어울리지 않는 트렌치 코트는 더욱 나를 수상쩍어 보이게 만들어, 헤드라인 그대로 연쇄살인범처럼 보이게 했다. 기사 내용은 읽을 필요도 없었다. 여기자의 잔혹한 살인에 뒤이은 연쇄 살인 행각, 뭐 그런 것이겠지.
나는 스스로에게 이것이 일련의 수순이라는 것을 납득시키고 감정적으로 분노하거나 이성적으로 판단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진과 노인의 죽음에 너무 깊은 죄책감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회사가 누군가를 처리하고자 한다면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류의 죽음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주변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의 정체성에 관련된 혼란을 정리해야만 다음으로 갈 수 있었다. 나의 정체성과 회사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로 봐도 좋을 만큼 깊숙이 관련을 맺고 있었다. 내가 정말 클론이란 말인가?
번뇌를 끊으라는 노인의 메시지는 유언이었다. 그는 그것이 마지막 말이라는 것을 알고서 문자로 남긴 것이다. 따라서 그의 선문답은 결코 무의미한 말장난이 아님에는 틀림없었다. 나는 노인과의 첫 만남부터 천천히 돌이켜 보았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와인과 초콜릿으로 억지로 머리를 굴리려 애썼다. 뜬금없었던 첫 전화, ‘왜 까마귀와 책상이 닮았지?’라고 물었던 첫 만남. 실질적인 대화는 야구장에서가 처음이었다. 제한 시간도 없는 재미없는 스포츠를 외야석에서 함께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야구를 좋아했던 것 같았다. 나는 그날 홈런볼을 받아왔고 그것은 랩탑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홈런볼을 보며 노인이 불교 신자였던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해답은 불교와 무관할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불교를 비롯해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만일 해답이 진정 불교에 있다면 노인의 유언을 끝끝내 해독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홈런볼은 원이 좋아했던 과자이름이기도 했다. 4년 전 원과 처음으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교회 앞 계단에서 그녀는 홈런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기억은 과연 나의 것일까? 아니면 스미스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제3의 인물? 실재하지 않은 조작된 것?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번뇌했던 것이다. 진작 끊을 수 있었다면 이런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번뇌를 끊어라. 그는 야구장에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며 작은 야구공에는 108 번뇌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야구공은 108개의 실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번뇌를 끊게... 번뇌를... 108번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유도를 처리한 나이프를 꺼내 홈런볼을 거칠게 잘랐다. 가죽을 둘러싼 108개의 실밥은 생각보다 튼튼해서 쉽게 찢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실밥은 뜯겼고 안에는 수없이 많은 실뭉치로 둘러싸여 있었다. 실뭉치를 헤치자 USB 메모리 스틱이 들어 있었다. 노인의 유언을 허사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메모리 스틱을 슬롯에 삽입하자 자동으로 파일이 실행되었다. 파일이 처음으로 내게 제시한 것은 4명의 남자가 함께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하나는 제이였고 다른 하나는 나였다. 나는 이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으니 아마도 사진 속의 인물은 내가 아니라 스미스일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비록 속물적이기는 하지만 키가 컸고 잘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남은 또 한 사람은 중년 말의 사내였는데 군살 하나 없이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며 정장이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의 체형이 낯이 익어 유심히 보니 손가락은 여자처럼 가늘었다. 버거킹에서 노인을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그 손가락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얼굴형도 노인과 비슷했다. 아마도 노인은 내 앞에 성형 수술을 하고 나타난 것 같았다. 모르는 사내의 죽음과 노인의 성형 수술은 모두 스미스와 제이와 연관된 것에 틀림없었다. 아마 그게 노인이 나에게 이 사진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인 듯 했다.
나는 사진을 넘기고 뒤이은 파일을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파일에는 B4 계획의 의미와 시행 방향 등 개요에서 클론 플랜트의 사진과 위치까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사자에 날개를 단다는 이름으로 클론을 제작해 급속 성장시켜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B4 계획이라고 되어 있었다. 자료의 포맷과 내용을 보니 여기저기서 스크랩한 것이 아니라 일관성을 잃지 않았는데 아마도 노인이 직접 작성한 것 같았다. 노인의 파일은 새로운 의문들을 증폭시켰지만 그런 의문은 충분한 자료 덕분에 뒷부분에서 곧바로 풀릴 수 있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내가 파일을 읽느라 열중하는 사이에 이제는 내 친구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사내가 들어와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것이 일련의 수순이라는 것을 납득시키고 감정적으로 분노하거나 이성적으로 판단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진과 노인의 죽음에 너무 깊은 죄책감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회사가 누군가를 처리하고자 한다면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류의 죽음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주변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의 정체성에 관련된 혼란을 정리해야만 다음으로 갈 수 있었다. 나의 정체성과 회사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로 봐도 좋을 만큼 깊숙이 관련을 맺고 있었다. 내가 정말 클론이란 말인가?
번뇌를 끊으라는 노인의 메시지는 유언이었다. 그는 그것이 마지막 말이라는 것을 알고서 문자로 남긴 것이다. 따라서 그의 선문답은 결코 무의미한 말장난이 아님에는 틀림없었다. 나는 노인과의 첫 만남부터 천천히 돌이켜 보았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와인과 초콜릿으로 억지로 머리를 굴리려 애썼다. 뜬금없었던 첫 전화, ‘왜 까마귀와 책상이 닮았지?’라고 물었던 첫 만남. 실질적인 대화는 야구장에서가 처음이었다. 제한 시간도 없는 재미없는 스포츠를 외야석에서 함께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야구를 좋아했던 것 같았다. 나는 그날 홈런볼을 받아왔고 그것은 랩탑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홈런볼을 보며 노인이 불교 신자였던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해답은 불교와 무관할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불교를 비롯해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만일 해답이 진정 불교에 있다면 노인의 유언을 끝끝내 해독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홈런볼은 원이 좋아했던 과자이름이기도 했다. 4년 전 원과 처음으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교회 앞 계단에서 그녀는 홈런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기억은 과연 나의 것일까? 아니면 스미스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제3의 인물? 실재하지 않은 조작된 것?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번뇌했던 것이다. 진작 끊을 수 있었다면 이런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번뇌를 끊어라. 그는 야구장에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며 작은 야구공에는 108 번뇌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야구공은 108개의 실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번뇌를 끊게... 번뇌를... 108번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유도를 처리한 나이프를 꺼내 홈런볼을 거칠게 잘랐다. 가죽을 둘러싼 108개의 실밥은 생각보다 튼튼해서 쉽게 찢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실밥은 뜯겼고 안에는 수없이 많은 실뭉치로 둘러싸여 있었다. 실뭉치를 헤치자 USB 메모리 스틱이 들어 있었다. 노인의 유언을 허사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메모리 스틱을 슬롯에 삽입하자 자동으로 파일이 실행되었다. 파일이 처음으로 내게 제시한 것은 4명의 남자가 함께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하나는 제이였고 다른 하나는 나였다. 나는 이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으니 아마도 사진 속의 인물은 내가 아니라 스미스일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비록 속물적이기는 하지만 키가 컸고 잘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남은 또 한 사람은 중년 말의 사내였는데 군살 하나 없이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며 정장이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의 체형이 낯이 익어 유심히 보니 손가락은 여자처럼 가늘었다. 버거킹에서 노인을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그 손가락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얼굴형도 노인과 비슷했다. 아마도 노인은 내 앞에 성형 수술을 하고 나타난 것 같았다. 모르는 사내의 죽음과 노인의 성형 수술은 모두 스미스와 제이와 연관된 것에 틀림없었다. 아마 그게 노인이 나에게 이 사진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인 듯 했다.
나는 사진을 넘기고 뒤이은 파일을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파일에는 B4 계획의 의미와 시행 방향 등 개요에서 클론 플랜트의 사진과 위치까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사자에 날개를 단다는 이름으로 클론을 제작해 급속 성장시켜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B4 계획이라고 되어 있었다. 자료의 포맷과 내용을 보니 여기저기서 스크랩한 것이 아니라 일관성을 잃지 않았는데 아마도 노인이 직접 작성한 것 같았다. 노인의 파일은 새로운 의문들을 증폭시켰지만 그런 의문은 충분한 자료 덕분에 뒷부분에서 곧바로 풀릴 수 있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내가 파일을 읽느라 열중하는 사이에 이제는 내 친구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사내가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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