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조는 유도가 운전하는 벤츠에 몸을 싣고 도곡동으로 향했다. 유도의 운전 솜씨가 좋은데다 차도 안정감이 있어서 마치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9시 뉴스를 할 시간이라 번잡함은 없었다. 조는 회사 일로 머릿속이 복잡해 차창 밖의 야경을 즐기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세 명의 팀장을 처리했다. 그들이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강 팀장과 친했던 인맥을 골라 맨 위에서부터 세 명을 처리한 것이다. 그것도 유도를 시키지 않고 조가 손수 처리했는데 팀장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남김없이 몰살했다. 여자와 어린애들도 모두 머리를 쏘아 얼굴을 짓이겼다. 회사는 점조직이었지만 당연히 입소문이 났고 다른 팀장들은 알아서 침묵하고 복종했다. 정권 실세들에게 조가 확실한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팀장들을 손에 넣고 주무르게 되자 업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도는 눈치가 빠르고 입이 무거워서 묻는 말 이외에는 먼저 말하는 법이 없었다. 덩치가 크지만 섬세했고 늘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게다가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회사 최고의 요원이었다. 언제나 입는, 지나치게 튀는 하와이안 셔츠가 걸렸지만 오늘만큼은 눈치껏 정장을 입고 왔다.
하지만 조는 정장을 입지 않았다. 배트맨 로고가 큼지막하게 가슴에 박힌 후드 카디건에 엔지니어 스타일로 워싱된 진, 그리고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조의 옷차림을 보고 유도가 한 마디 하거나 물어볼 법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표정 변화조차 없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역시 유도는 조의 마음에 쏙 들었다.
도곡동 주상 복합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조와 유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1층에 내렸다. 유도는 현관문 앞에 도착하자 벨도 누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큰 덩치의 그레이하운드가 고개를 돌려 온순하지만 예리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짖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허, 이리 온.”
안에서 그레이하운드를 부르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하운드가 ㄱ자형 복도를 꺾어 사라지자 둘은 따라 들어갔다. 골프 웨어 스타일의 V넥 스웨터와 모래 빛 치노 바지를 입은 점잖은 노년 신사가 서 있었고 뒤에는 그레이하운드가 마치 비서처럼 시립해 있었다. 조는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시게.”
“사모님은 안계시군요.”
“그렇지. 반상회가 있어서 갔네. 입주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꽤 활발하군. 앉으시게.”
박문기 의원은 조에게 자리를 권하며 자신도 앉았다. 엉덩이가 빨려 들어갈 것처럼 크고 권위적인 검정색 가죽 소파였다. 박 의원과 조가 자리를 잡고 앉자 유도가 조의 뒤에 버티고 섰다. 조는 배트맨 로고가 새겨진 카디건 품속의 홀스터에서 소음 권총을 꺼내 티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허락해주시면 아버지가 반대했던 계획을 제가 실행하겠습니다.”
“협상 조건이 명확하군. 계획을 실행에 옮길 테니 회사를 손에 넣는 것을 인정해 달라?”
“그렇습니다.”
“사실 계획을 반대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신 거였네. 자네는 아버지 편에 서있던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하지?”
“그런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의원님에게 왜 아버지를 제거했느냐고 묻지 않은 것을 감안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 의원은 티 테이블 위에 놓인 소음 권총을 보더니 고개를 끄떡거렸다.
“자네 올해 몇인가?”
“스물다섯입니다.”
“젊군. 대단해. 그 나이 때 나는 학생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말야.”
“B4 계획의 전권을 위임해주십시오.”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B4 계획? 그게 계획의 이름인가?”
“그렇습니다.”
“무슨 뜻인가?”
“이겁니다.”
조는 날개를 달고 있는 사자가 그려진 성냥갑을 소음 권총 옆에 꺼내 놓으며 말했다.
“클론을 급속 성장시키는 것은 사자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됩니다. 따라서...”
“비사(飛獅)가 되는군. 좋아. 믿겠네. 자네와 회사의 도움이 없이는 올 연말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차라도 한 잔 하겠나? 뒤에 있는 친구도 계속 서 있느라고 힘들 텐데 말야.”
“괜찮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잘 가게. 앞으로 자주 만나세.”
조는 10분전 만났을 때처럼 공손히 인사를 했고 유도는 조의 뒤에서 혹시라도 박 의원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장승처럼 서 있었다. 박 의원은 등을 보이며 나가려는 조에게 말했다.
“자네 옷차림이 마음에 드는 걸.”
유도는 눈치가 빠르고 입이 무거워서 묻는 말 이외에는 먼저 말하는 법이 없었다. 덩치가 크지만 섬세했고 늘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게다가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회사 최고의 요원이었다. 언제나 입는, 지나치게 튀는 하와이안 셔츠가 걸렸지만 오늘만큼은 눈치껏 정장을 입고 왔다.
하지만 조는 정장을 입지 않았다. 배트맨 로고가 큼지막하게 가슴에 박힌 후드 카디건에 엔지니어 스타일로 워싱된 진, 그리고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조의 옷차림을 보고 유도가 한 마디 하거나 물어볼 법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표정 변화조차 없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역시 유도는 조의 마음에 쏙 들었다.
도곡동 주상 복합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조와 유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1층에 내렸다. 유도는 현관문 앞에 도착하자 벨도 누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큰 덩치의 그레이하운드가 고개를 돌려 온순하지만 예리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짖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허, 이리 온.”
안에서 그레이하운드를 부르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하운드가 ㄱ자형 복도를 꺾어 사라지자 둘은 따라 들어갔다. 골프 웨어 스타일의 V넥 스웨터와 모래 빛 치노 바지를 입은 점잖은 노년 신사가 서 있었고 뒤에는 그레이하운드가 마치 비서처럼 시립해 있었다. 조는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시게.”
“사모님은 안계시군요.”
“그렇지. 반상회가 있어서 갔네. 입주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꽤 활발하군. 앉으시게.”
박문기 의원은 조에게 자리를 권하며 자신도 앉았다. 엉덩이가 빨려 들어갈 것처럼 크고 권위적인 검정색 가죽 소파였다. 박 의원과 조가 자리를 잡고 앉자 유도가 조의 뒤에 버티고 섰다. 조는 배트맨 로고가 새겨진 카디건 품속의 홀스터에서 소음 권총을 꺼내 티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허락해주시면 아버지가 반대했던 계획을 제가 실행하겠습니다.”
“협상 조건이 명확하군. 계획을 실행에 옮길 테니 회사를 손에 넣는 것을 인정해 달라?”
“그렇습니다.”
“사실 계획을 반대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신 거였네. 자네는 아버지 편에 서있던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하지?”
“그런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의원님에게 왜 아버지를 제거했느냐고 묻지 않은 것을 감안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 의원은 티 테이블 위에 놓인 소음 권총을 보더니 고개를 끄떡거렸다.
“자네 올해 몇인가?”
“스물다섯입니다.”
“젊군. 대단해. 그 나이 때 나는 학생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말야.”
“B4 계획의 전권을 위임해주십시오.”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B4 계획? 그게 계획의 이름인가?”
“그렇습니다.”
“무슨 뜻인가?”
“이겁니다.”
조는 날개를 달고 있는 사자가 그려진 성냥갑을 소음 권총 옆에 꺼내 놓으며 말했다.
“클론을 급속 성장시키는 것은 사자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됩니다. 따라서...”
“비사(飛獅)가 되는군. 좋아. 믿겠네. 자네와 회사의 도움이 없이는 올 연말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차라도 한 잔 하겠나? 뒤에 있는 친구도 계속 서 있느라고 힘들 텐데 말야.”
“괜찮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잘 가게. 앞으로 자주 만나세.”
조는 10분전 만났을 때처럼 공손히 인사를 했고 유도는 조의 뒤에서 혹시라도 박 의원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장승처럼 서 있었다. 박 의원은 등을 보이며 나가려는 조에게 말했다.
“자네 옷차림이 마음에 드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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