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11.
조는 주택가의 중형 병원의 특진실 복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깍지 낀 다음 두 엄지손가락으로 이마를 받쳤다. 무의미한 격자무늬의 병원 바닥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제대로 쉬지 못해 조의 얼굴은 거칠었고 입가는 부르터 있었다.
“오셨어요?”
유도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 조는 유도를 보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두어 번 까딱거렸다.
“제인 좀 어때?”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이젠 좀이 쑤시시는지 퇴원하고 싶어 하세요.”
“녀석, 또 여자가 고픈 모양이군. 백 선생이 좀 더 입원해야겠다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자네가 힘들겠군. 벌써 며칠 째야?”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오늘은 들어가. 내가 있을 테니.”
“하지만...”
“며칠 뒤에 부를 테니 들어가 쉬어. 자네가 필요해질 거야. 그리고 여기는 이제 애들한테 맡겨도 될 것 같아.”
“예. 그럼...”
유도는 다시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 조는 VIP실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제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고통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조는 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그 날 이후론 처음인가?”
“응.”
“다리에 총을 맞은 절름발이보다 어째 안색이 더 창백해 보여.”
“그래?”
“응.”
“나 오늘 여기서 자러 왔어. 그래서 덩치 큰 친구는 보냈지.”
“하긴 유도도 쉬어야 해. 그 날 이후로 집에도 안 들어가고 늘 여기 머물렀으니.”
제이는 유도를 걱정하며 작은 성냥갑에서 성냥을 꺼내 던힐에 불을 붙였다. 조는 제이를 보며 말했다.
“담배 같은 거 좀 쉬어야 하지 않아?”
“괜찮아. 어차피 다리병신인 걸. 가운데 다리에 맞지 않은 걸 감사해야지. 시가는 끊을까 하지만 궐련은 좀... 술 한 잔 할래?”
“아니, 별로.”
제이는 협탁에 넣어 둔 와인을 꺼내 종이컵에 따라 혼자 마셨다.
“이렇게 둘만 있으니 옛날 생각나는 걸. 아니, 옛날이 아니라 지난주만 해도 그랬지.”
“맞아. 굉장히 멀리 온 느낌이야.”
“그래, 훈련소 앞에서 처음 만나 여기까지... 이제 어쩔 생각이야?”
“모르겠어.”
“안돼. 백 선생의 계획은 절대 안돼.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봤는데. 노인네부터 말야.”
조는 제이의 만류에 네가 모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어, 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나한테 맡겨줘. 졸리다. 요즘 통 잠을 못 잤어. 나 침대 꺼내서 자도 되지?”
조는 제이의 침대 밑에서 보호자용 침대를 꺼내며 말했다.
“좀처럼 주장하지 않는 네가 고집을 세우려는 걸 보면 각오가 단단한 모양이구나.”
조는 제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그 성냥갑 가져도 돼?”
“담배도 안 피우는 녀석이 무슨 성냥갑?”
“그냥...”
조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사자가 그려진 성냥갑을 재킷 주머니에 넣고는 재킷을 벗어 옷걸이 걸었다.
“불 꺼도 되지?”
“응.”
조는 불을 끄고 어둠 속을 조심스레 걸어와 침대에 누웠다. 제이의 고요한 숨소리만 들렸다. 제이가 무언가 말하려다 참는 것 같았다. 나도 할 말이 많지만 참고 있어, 라고 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는 주택가의 중형 병원의 특진실 복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깍지 낀 다음 두 엄지손가락으로 이마를 받쳤다. 무의미한 격자무늬의 병원 바닥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제대로 쉬지 못해 조의 얼굴은 거칠었고 입가는 부르터 있었다.
“오셨어요?”
유도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 조는 유도를 보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두어 번 까딱거렸다.
“제인 좀 어때?”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이젠 좀이 쑤시시는지 퇴원하고 싶어 하세요.”
“녀석, 또 여자가 고픈 모양이군. 백 선생이 좀 더 입원해야겠다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자네가 힘들겠군. 벌써 며칠 째야?”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오늘은 들어가. 내가 있을 테니.”
“하지만...”
“며칠 뒤에 부를 테니 들어가 쉬어. 자네가 필요해질 거야. 그리고 여기는 이제 애들한테 맡겨도 될 것 같아.”
“예. 그럼...”
유도는 다시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 조는 VIP실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제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고통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조는 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그 날 이후론 처음인가?”
“응.”
“다리에 총을 맞은 절름발이보다 어째 안색이 더 창백해 보여.”
“그래?”
“응.”
“나 오늘 여기서 자러 왔어. 그래서 덩치 큰 친구는 보냈지.”
“하긴 유도도 쉬어야 해. 그 날 이후로 집에도 안 들어가고 늘 여기 머물렀으니.”
제이는 유도를 걱정하며 작은 성냥갑에서 성냥을 꺼내 던힐에 불을 붙였다. 조는 제이를 보며 말했다.
“담배 같은 거 좀 쉬어야 하지 않아?”
“괜찮아. 어차피 다리병신인 걸. 가운데 다리에 맞지 않은 걸 감사해야지. 시가는 끊을까 하지만 궐련은 좀... 술 한 잔 할래?”
“아니, 별로.”
제이는 협탁에 넣어 둔 와인을 꺼내 종이컵에 따라 혼자 마셨다.
“이렇게 둘만 있으니 옛날 생각나는 걸. 아니, 옛날이 아니라 지난주만 해도 그랬지.”
“맞아. 굉장히 멀리 온 느낌이야.”
“그래, 훈련소 앞에서 처음 만나 여기까지... 이제 어쩔 생각이야?”
“모르겠어.”
“안돼. 백 선생의 계획은 절대 안돼.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봤는데. 노인네부터 말야.”
조는 제이의 만류에 네가 모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어, 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나한테 맡겨줘. 졸리다. 요즘 통 잠을 못 잤어. 나 침대 꺼내서 자도 되지?”
조는 제이의 침대 밑에서 보호자용 침대를 꺼내며 말했다.
“좀처럼 주장하지 않는 네가 고집을 세우려는 걸 보면 각오가 단단한 모양이구나.”
조는 제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그 성냥갑 가져도 돼?”
“담배도 안 피우는 녀석이 무슨 성냥갑?”
“그냥...”
조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사자가 그려진 성냥갑을 재킷 주머니에 넣고는 재킷을 벗어 옷걸이 걸었다.
“불 꺼도 되지?”
“응.”
조는 불을 끄고 어둠 속을 조심스레 걸어와 침대에 누웠다. 제이의 고요한 숨소리만 들렸다. 제이가 무언가 말하려다 참는 것 같았다. 나도 할 말이 많지만 참고 있어, 라고 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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