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로 들어가자 왁자하게 웃으며 박수치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과는 거리가 먼 퇴폐적인 자리라는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입구에서 기억자로 꺾인 구석에서 둘은 멈췄고 제이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복도의 다른 방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불이 들어온 단 한 개의 방 앞에는 두 명의 요원이 검정색 정장과 어울리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제이는 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는 긴장으로 바짝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핧았다.

조는 나이프를, 제이는 소음 권총을 발사해 두 녀석을 쓰러뜨렸지만 안에서는 더욱 웃음소리가 커지면서 복도의 상황을 눈치 채지 못했다. 조가 창호지 바른 문을 열자 제이가 샷건을 마구 쏘았고 곧바로 조도 쌍권총을 뽑아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으로 사람을 겨누고 총을 쏘았을 때 조는 눈앞에 보이는 아비규환의 핏빛 지옥도가 마치 영화 속 슬로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또렷이 보였다.

상 위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가랑이를 활짝 벌린 채 음부에 양초를 꽂은 여자가 기겁을 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고 주변에는 한복을 풀어헤친 여자들도 비명을 지르며 상 밑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회사의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권총을 꺼내려 허둥댔지만 제이와 조가 더 빨랐다.

제이는 결코 마구 쏘아대는 것이 아니었다. 권총을 뽑으며 저항하려는 직원들을 차례로 벌집으로 만들면서도 여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방의 왼쪽은 제이가 맡았고 오른쪽은 조가 맡았는데 조 역시 냉연하게 방아쇠를 당기며 직원들을 처리했다. 흘깃 제이를 보았을 때 그동안 임무 수행 과정에서 모니터 너머 항상 차분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 달리 오늘의 제이는 냉소를 흘리며 샷건을 발사하고 있었다. 오른쪽 상석에 앉은 팀장도 허겁지겁 권총을 꺼내려 했지만 제이가 더 빨랐다. 제이는 팀장의 왼쪽 옆구리를 맞췄고 팀장은 꼴사납게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하지만 조는 한가롭게 제이의 복수를 지켜보지 않았다. 조는 제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복도를 경계했다. 아무리 마담이 애들을 붙어먹게 했다고 해도 별채의 요원들이 몰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이는 남은 녀석들은 정리하며 상황을 종결시켰다. 모든 총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복도 저편에서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조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딸내미들은 다 나가! 아랫도리에 소시지라도 넣어야겠군!”

제이가 외치자 양초를 꽂아 넣었던 알몸의 여자를 비롯해 10여명의 여자들이 울부짖으며 뛰쳐나갔다.

“끝난 건가?”

조는 그제야 자신이 권총을 지나치게 꼭 쥐고 있고 손에는 식은땀이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들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제이는 조를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창호지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제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이의 무릎이 나무토막처럼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였다.

“칫!”

조는 뒤를 돌며 나이프를 뽑아 총성의 근원지로 던졌다. 옆구리에 총을 맞고도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킨 팀장이 안간힘을 다해 소음 권총을 겨누고 있었지만 나이프가 목에 꽂히며 허물어졌다.

“괜찮아?”

조는 제이를 부축했다. 이러다 별채의 녀석들이 몰려오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백 선생에게 데려다 줘.”

제이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기절했다. 조는 제이를 부축하며 입구로 걸었다. 순간 복도에서 거대한 덩치의 그림자가 보였다. 조는 일본도를 뽑아들었지만 사내는 두 손을 들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와이안 셔츠의 사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별채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앗!”  

사내는 기절한 제이를 보더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조는 사내에게 발작적으로 외쳤다.

“백 선생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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