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사내가 찾아온 것은 클론의 캡쳐 컷이 등장한 날 밤이었다. 나는 유도가 찾아올 것에 대비해 일부러 밖으로 나왔다. 덩치 큰 녀석과 비좁은 집 안에서 싸울 경우 내게 일방적으로 불리했다. 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멀티플렉스에서 심야 영화 한 편을 본 후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었다.  

올림픽 대교 부근에는 자정이 넘어 인적이 드물었다. 교각을 비춘 조명의 황금색 불빛은 잔잔한 물결 위로 퍼지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카섹스족도 있었지만 그들이 나와 유도에게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내가 올림픽 대교의 교각 밑으로 들어갔을 때 거대한 그림자가 나를 위압했다. 녀석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를 경찰에 넘기면 현상금을 탈 수 있을 텐데 말야.”

“아버지가 그런 걸 원할 리 없으니 너도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넌 아버지의 개야.”

“나만 회사의 녹을 먹었나? 그렇다면 너도 개야.”

“넌 내 친구를 죽였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놈이 시킨 일이니. 조용히 꺼져. 그럼 개죽음은 면할 수 있어.”

“이 자식이! 두 번이나 살려뒀더니!”

녀석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미소를 머금고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며 주먹을 뻗었다. 나는 녀석의 힘을 역이용해 옆으로 피하며 놈의 왼쪽 옆구리를 오른발로 걷어찼다. 정확히 맞았지만 녀석은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순간 녀석의 왼팔꿈치가 내 얼굴을 노리고 들어왔다. 나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피했지만 배로 들어오는 무릎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뒤로 밀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와 유도와의 간격은 4m로 벌어졌다.

“회사의 최고는 나야! 넌 이류에 불과해!”

“쓰 잘 데기 없는 것에 매달리는군!”

유도는 비열하게 미소 지으며 그 거대한 몸을 날려 오른발에 체중을 실어 나를 걷어찼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나이프를 뽑아 놈의 오른발등을 찍었다. 비명 소리와 함께 뜨거운 피가 솟구쳐 내 얼굴에 튀었다. 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다시 왼쪽 손으로 두 번째의 나이프를 꺼내 틈이 벌어진 녀석의 뺨을 찔렀다.

“부탁이 있는데 말야... 작작 웃으시지.”

나는 녀석의 오른발등에 박힌 나이프를 뽑아 쥐고 왼쪽 눈에 쑤셔 박았다.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구가 허물어졌다. 놈의 약점은 노인이 알려주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건 나를 죽이지 말라는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두 번이나 죽일 기회에서 살려둔 것을 보면 절대 나를 죽이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 류를 죽인 것은 용서할 수 없었지만 아버지와 회사에 충실하다 개죽음당한 유도의 처지가 씁쓸했다. 유도를 넘어서야만 아버지를 만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만일 나를 처리해도 된다는 지시가 있었다면 이미 나는 죽었을 것이다. 나와 제이도 유도의 처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나는 이미 용도 폐기되었고 제이도 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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