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집으로 돌아와 제이가 어제 사다준 피자를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렌지에 해동시켜 먹었다. 핫 소스도 갈릭 소스도 없었다. 게다가 너무 오래 데워 피자는 딱딱했다. 하지만 딱딱한 피자 말고는 먹을 것도 없었다. 우유를 꺼내 피자와 함께 위 속으로 쑤셔 넣고 양치를 한 다음 소파에 누웠다.
시간은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전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두 사람을 만났지만 소득이 없었다. 나는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2시간 쯤 잤을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확인하니 발신자는 진이었다. 매력적인 여자도 스토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더 이상 그녀와 할 이야기가 없었다. 괜히 그녀와 잤다는 후회가 들었다. 핸드폰은 끊겼다 두 번 더 울렸지만 무시하고 이불을 이마까지 끌어올렸다.
일어나고 시계를 확인하니 1시간 반 정도 더 잔 것이었다. 소파에 누워 세 시간 반을 잤고 밖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베란다의 하수 파이프에서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가을비답지 않은 많은 비가 처연하게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진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권총과 나이프를 준비하고 차를 거칠게 몰았다. 하지만 올림픽대로는 이미 퇴근 시간이라 정체 중이었다. 한남대교에서 강변 북로로 빠져 나왔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차를 버리고 뛰어서라도 가고 싶었다. 결국 차를 이촌역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던져놓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도 만원이었다.
마포역에서 내려 그녀의 집까지 뛰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헉헉거렸다. 굵은 빗방울이 눈을 찔러 곤란했다. 원룸 건물 입구에 섰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늦었음을 강렬한 피비린내로 알 수 있었다. 뛰어봤자 소용없었지만 나는 권총을 뽑아 쥐고 한 달음에 계단을 올라 3층 그녀의 집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잠겨 있었다. 이미 처리하고 문을 잠그고 나간 것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원들이 치운 흔적은 없었다. 입구부터 점점이 흩뿌려진 피가 빨간 색 수채화 물감을 엎어 놓은 것처럼 흥건했다. 진은 침대 옆에 등을 기댄 채 비스듬히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티셔츠에 그려진 핑크색 하트는 질펀한 피 때문에 식별이 불가능했다. 불룩했던 그녀의 가슴에는 그보다 더욱 불룩하게 군용 나이프 손잡이가 솟아 올라와 있었다. 엄청난 힘으로 가슴에 칼날 전체를 꽂아 넣은 것이다. 진이 날씬해서 등을 뚫고 칼끝이 튀어나왔는지도 모르지만 굳이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침대 끝 화장대 위에는 그녀가 평소 사용했던 할리 데이비슨 로고가 양각된 지포 라이터가 있었다. 나는 지포 라이터를 왼손에 쥐고 그녀 앞에 작위를 받는 기사처럼 왼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는데 눈은 아직 감지 못한 채 공포에 질린 채 부릅뜨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감겨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애도의 시간은 끝났냐?”
굵은 목소리만으로 상대가 거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보다 더욱 박력 있는 녀석의 오른발이 내 정수리를 강타했다. 내 몸은 붕 떠올라 진이 앉아 있는 왼쪽 벽에 부딪쳤다. 방어태세를 갖추려 했지만 놈이 더 빨랐다. 가을이 되어서도 반팔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근육질 거구는 틈을 주지 않고 체중을 실어 손바닥으로 명치를 때렸다. 숨이 막힌 나는 4시간 전에 먹은 피자를 켁켁거리며 토했다. 유도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 진짜. 지저분한 새끼. 깔끔한 놈이라고 들었는데 영 아니군. 어디 여자 앞에서 폼이라도 잡아보시지. 앙?”
다시 녀석의 왼발이 오른 뺨에 적중했다. 스멀스멀 정신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었다.
“이거 실망인데... 아버지는 쓸만한 놈이라고 했지만 비리비리하군.”
유도의 득의만만한 웃음과 진의 허여멀건 흰자위가 옆으로 기울어진 채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죽지 마세요.”
나는 정신을 잃었다.
시간은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전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두 사람을 만났지만 소득이 없었다. 나는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2시간 쯤 잤을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확인하니 발신자는 진이었다. 매력적인 여자도 스토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더 이상 그녀와 할 이야기가 없었다. 괜히 그녀와 잤다는 후회가 들었다. 핸드폰은 끊겼다 두 번 더 울렸지만 무시하고 이불을 이마까지 끌어올렸다.
일어나고 시계를 확인하니 1시간 반 정도 더 잔 것이었다. 소파에 누워 세 시간 반을 잤고 밖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베란다의 하수 파이프에서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가을비답지 않은 많은 비가 처연하게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진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권총과 나이프를 준비하고 차를 거칠게 몰았다. 하지만 올림픽대로는 이미 퇴근 시간이라 정체 중이었다. 한남대교에서 강변 북로로 빠져 나왔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차를 버리고 뛰어서라도 가고 싶었다. 결국 차를 이촌역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던져놓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도 만원이었다.
마포역에서 내려 그녀의 집까지 뛰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헉헉거렸다. 굵은 빗방울이 눈을 찔러 곤란했다. 원룸 건물 입구에 섰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늦었음을 강렬한 피비린내로 알 수 있었다. 뛰어봤자 소용없었지만 나는 권총을 뽑아 쥐고 한 달음에 계단을 올라 3층 그녀의 집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잠겨 있었다. 이미 처리하고 문을 잠그고 나간 것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원들이 치운 흔적은 없었다. 입구부터 점점이 흩뿌려진 피가 빨간 색 수채화 물감을 엎어 놓은 것처럼 흥건했다. 진은 침대 옆에 등을 기댄 채 비스듬히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티셔츠에 그려진 핑크색 하트는 질펀한 피 때문에 식별이 불가능했다. 불룩했던 그녀의 가슴에는 그보다 더욱 불룩하게 군용 나이프 손잡이가 솟아 올라와 있었다. 엄청난 힘으로 가슴에 칼날 전체를 꽂아 넣은 것이다. 진이 날씬해서 등을 뚫고 칼끝이 튀어나왔는지도 모르지만 굳이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침대 끝 화장대 위에는 그녀가 평소 사용했던 할리 데이비슨 로고가 양각된 지포 라이터가 있었다. 나는 지포 라이터를 왼손에 쥐고 그녀 앞에 작위를 받는 기사처럼 왼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는데 눈은 아직 감지 못한 채 공포에 질린 채 부릅뜨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감겨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애도의 시간은 끝났냐?”
굵은 목소리만으로 상대가 거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보다 더욱 박력 있는 녀석의 오른발이 내 정수리를 강타했다. 내 몸은 붕 떠올라 진이 앉아 있는 왼쪽 벽에 부딪쳤다. 방어태세를 갖추려 했지만 놈이 더 빨랐다. 가을이 되어서도 반팔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근육질 거구는 틈을 주지 않고 체중을 실어 손바닥으로 명치를 때렸다. 숨이 막힌 나는 4시간 전에 먹은 피자를 켁켁거리며 토했다. 유도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 진짜. 지저분한 새끼. 깔끔한 놈이라고 들었는데 영 아니군. 어디 여자 앞에서 폼이라도 잡아보시지. 앙?”
다시 녀석의 왼발이 오른 뺨에 적중했다. 스멀스멀 정신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었다.
“이거 실망인데... 아버지는 쓸만한 놈이라고 했지만 비리비리하군.”
유도의 득의만만한 웃음과 진의 허여멀건 흰자위가 옆으로 기울어진 채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죽지 마세요.”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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