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정은 조와 제이보다 1년 정도 고참이었다. 자신이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는데 툭하면 남자라면 해병대, 운운했다. 그리고 조와 제이를 땅개라고 비웃었다. 물론 조와 제이는 군 출신을 따지는 정이 한심하고 우스웠다. 전투복 소매에 줄을 세 줄 잡든 네 줄을 잡든 그건 군바리에게나 중요한 것이지 민간인에게는 똑같이 칙칙한 군복으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어느 군 출신이냐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정은 군대 계급으로 따지면 병장 초봉쯤 되었는데 팀장은 기본적으로 정과 조, 제이에 대해 어지간한 일들을 간섭하지 않았다. 지나치리만큼 정이 사소한 것들을 꼼꼼히 챙겨서 조와 제이에게 시키기 때문에 팀장이 딱히 나설 필요는 없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팀장은 나름대로 정에게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임무에서 제이가 가벼운 부상을 입고 돌아왔다. 유리 파편이 튀어 왼팔에 자상을 입은 것이었다. 제이는 눈짓으로 저 자식 때문이라며 정을 바라보았다.
조와 제이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팀장은 퇴근해 귀가할 때도 있었지만 정과 조, 제이는 모두 신분상으로는 기간병이었기 때문에 호텔 사무실 옆의 침실에서 지냈다. 두 개의 객실을 터서 하나는 총기와 각종 컴퓨터를 비롯한 장비를 두는 사무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 기간병의 숙소였다. 따라서 정이 자리를 지키는 한, 조와 제이가 단둘이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정은 두 후임이 자신의 험담을 할까봐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제이의 부상 때문에 다음 임무에서 조는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게 되었고 제이가 사무실을 지켰다. 운전은 조가 했고 앞자리에는 정이, 뒷자리에는 팀장이 앉았다. 조는 설레긴 했지만 미팅에서 대상 처리는 팀장이 맡기로 했고 백업은 정이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조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차가 성북동의 저택 사이 골목을 지날 때, 희미한 가로등은 조가 운전하는 검정색 세단을 비추었고 흩날리는 단풍잎들은 바퀴에 깔려 건조한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었다. 이따금씩 옆과 뒤를 흘끔흘끔 보았지만 팀장과 정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이런 게 임무의 긴장이겠지, 라고 조는 생각했다.
높다란 철문과 회벽들로 이루어진 저택 중에서 대상의 집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자 조는 차를 세우고 헤드라이트까지 모두 껐다. 회의에서 이미 차를 세우기로 한 곳으로 사진과 지도를 통해 숙지해둔 곳이었다. 팀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문을 열고 나갔다. 조는 속으로 지금 팀장은 사람을 죽이러 가는군, 이라고 생각했다. 골목을 돌아 팀장이 보이지 않게 되자 정이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를 아나?”
“예? 저희 아버지 말입니까?”
“흥, 전혀 모르는군. 네 동기 녀석이 아무 말 안했냐?”
조는 영문을 몰라 정을 바라보았다. 이럴 때 무표정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순진하게 모르는 표정을 짓는 것이 정의 수다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어, 정말 모르나본데? 아버지는 회사의 대빵이지. 책임자. 사장님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야, 말이 회사지 사실 국가 기관이잖아.”
조는 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경청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가 열심히 듣는다고 생각하자 정은 신나게 늘어놓았다.
“뭐, 가부장적인 코드네임이긴 한데, 재미있잖아? 회사의 책임자는 아버지. 누구도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지. 의외로 은유적이면서 잘 들어맞는단 말야.”
조는 정이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을 것 같아 가만히 정이 말을 이어나가길 바랐다.
“그 아버지가 말이지, 네 동기 녀석의 친아버지이지.”
조는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어쩐지 제이와 훈련소에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데다 훈련소에서 시가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등 제이가 나름대로 연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웃기지 않냐? 사람을 죽이는 일을 아들에게 시키다니 말야. 도둑놈도 제 자식은 도둑으로 만들지 않는 법인데 아버지는 정말 웃기지?”
정은 남의 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처럼 말했다. 그만큼 아버지는 회사에서 절대적 존재인 것 같았다. 정은 담배갑에서 하나를 꺼내 물었다. 하지만 불은 붙이지 않았다.
“내가 이리저리 알아보니 말야. 네 동기 녀석이 대상을 처리하는 현장에 투입되게 된 것은 순전히 자원해서라더군. 아버지는 네 동기 녀석을 국방부에 행정병으로 보내고 싶어 했지만 녀석은 자원해서 회사로 들어왔다더군.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너라는 거야.”
정은 턱을 들어 조를 가리켰다. 조는 금시초문이었다. 순간 정의 호출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차 문 잠그고 나와! 총 있지?”
“예.”
조는 얼떨떨해서 외치듯 대답했다.
정은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 총을 뽑은 다음 팀장이 들어간 저택 쪽으로 단숨에 뛰었다. 조도 뒤따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사람만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저택의 문은 잠겨있었다. 정이 주변을 경계하며 높은 담을 뛰어넘어 안으로 들어갔고 조도 담을 넘었다. 조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정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작은 분수가 있는 정원의 잔디 위를 소리 없이 뛰며 귀를 기울였는데 집안에서는 희미한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안에서는 자지러지는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는 귀를 막았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중년 부인이 피 묻은 과도를 손에 쥔 채 방에서 거실로 나와 뒷걸음질쳤다. 조는 갑자기 바로 옆에서 터지는 총성에 놀라 쓰러질 뻔 했다. 지체 없이 정이 권총을 연사했고 부인은 뒤로 넘어졌다. 부인이 머리를 마룻바닥에 부딪치자 허옇고 노란 뇌수가 튀어나왔다. 뒤이어 울음소리와 함께 피를 뒤집어 쓴 네 살 정도의 사내아이가 기어 나왔다. 이어 왼손으로 오른팔을 감싼 팀장이 거실로 나왔다. 출혈이 심했다.
“칫, 바보 같이 서 의원에게 신경 쓰다 뒤에서 당했어.”
기어 나온 아이는 이미 부상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팀장이 아이도 쏜 것인지 궁금해진 순간, 정이 총을 아이 쪽으로 흔들면서 조에게 말했다.
“쏴.”
“예?”
“못 들었어? 임마, 쏘라구!”
“예? 어린애를 쏘라는 말입니까?”
“어차피 살려둘 수는 없어.”
“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어서 쏴!”
조는 손발부터 시작해 온몸이 굳어오며 머릿속이 텅 비는 듯했다.
“뭐야! 이 바보 녀석. 어쩔 수 없군. 쳇!”
정은 장전된 총으로 아이를 향해 발사했다. 퍽, 하고 참외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허물어졌다.
정은 분노한 눈빛으로 조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는 불쾌감보다 후임이 자신의 명령을 거부했다는데 대한 불쾌감이 더 큰 것 같았다. 조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어 널브러진 아이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부상당한 팀장이 어떤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지도 알 수 없었다.
-----------------------------------------------------------------------------
“바보 자식!”
정의 오른발이 조의 턱을 강타했다. 조는 무기가 보관된 캐비넷에 등을 부딪치며 나가 떨어졌다. 이미 각오한 바였고 긴장했기 때문에 통증은 느낄 수 없었다...
성북동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세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팀장은 성북동을 빠져 나오기 직전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내렸다. 병원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팀장이 내리기 전까지 침묵했던 정은 팀장이 내리고 나서도 말이 없었다. 조는 옆자리의 정의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차마 눈도 돌릴 수 없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차가 도심으로 들어서자 네온사인과 대형 전광판의 불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호텔에 도착해 사무실 문을 닫자마자 정은 조에게 발을 날렸다. 캐비넷에 부딪친 조가 바닥에 주저앉자 정은 눈꼬리를 치켜뜨고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렸다. 정의 뒤에서는 팔에 붕대를 감은 제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임무에 충실해야 해. 어차피 어린애를 살려둘 수 없었고 일에는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돼. 너 같은 바보 자식이 망설이는 순간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어!”
정은 분을 삭이려는 듯 재킷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뒤에 있는 제이를 흘깃 보고는 다시 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쯤 해두지. 하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땐 그 자리에서 널 죽이겠다.”
정은 사무실 문을 쾅하고 닫으며 밖으로 나갔다. 긴장이 풀린 조는 그제서야 통증을 느낀 듯 턱을 어루만졌다. 제이가 다가와 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 알고 있다는 듯 ‘괜찮아’, 라고 속삭였다. 조는 제이의 손을 잡으며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느 날 임무에서 제이가 가벼운 부상을 입고 돌아왔다. 유리 파편이 튀어 왼팔에 자상을 입은 것이었다. 제이는 눈짓으로 저 자식 때문이라며 정을 바라보았다.
조와 제이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팀장은 퇴근해 귀가할 때도 있었지만 정과 조, 제이는 모두 신분상으로는 기간병이었기 때문에 호텔 사무실 옆의 침실에서 지냈다. 두 개의 객실을 터서 하나는 총기와 각종 컴퓨터를 비롯한 장비를 두는 사무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 기간병의 숙소였다. 따라서 정이 자리를 지키는 한, 조와 제이가 단둘이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정은 두 후임이 자신의 험담을 할까봐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제이의 부상 때문에 다음 임무에서 조는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게 되었고 제이가 사무실을 지켰다. 운전은 조가 했고 앞자리에는 정이, 뒷자리에는 팀장이 앉았다. 조는 설레긴 했지만 미팅에서 대상 처리는 팀장이 맡기로 했고 백업은 정이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조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차가 성북동의 저택 사이 골목을 지날 때, 희미한 가로등은 조가 운전하는 검정색 세단을 비추었고 흩날리는 단풍잎들은 바퀴에 깔려 건조한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었다. 이따금씩 옆과 뒤를 흘끔흘끔 보았지만 팀장과 정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이런 게 임무의 긴장이겠지, 라고 조는 생각했다.
높다란 철문과 회벽들로 이루어진 저택 중에서 대상의 집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자 조는 차를 세우고 헤드라이트까지 모두 껐다. 회의에서 이미 차를 세우기로 한 곳으로 사진과 지도를 통해 숙지해둔 곳이었다. 팀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문을 열고 나갔다. 조는 속으로 지금 팀장은 사람을 죽이러 가는군, 이라고 생각했다. 골목을 돌아 팀장이 보이지 않게 되자 정이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를 아나?”
“예? 저희 아버지 말입니까?”
“흥, 전혀 모르는군. 네 동기 녀석이 아무 말 안했냐?”
조는 영문을 몰라 정을 바라보았다. 이럴 때 무표정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순진하게 모르는 표정을 짓는 것이 정의 수다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어, 정말 모르나본데? 아버지는 회사의 대빵이지. 책임자. 사장님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야, 말이 회사지 사실 국가 기관이잖아.”
조는 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경청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가 열심히 듣는다고 생각하자 정은 신나게 늘어놓았다.
“뭐, 가부장적인 코드네임이긴 한데, 재미있잖아? 회사의 책임자는 아버지. 누구도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지. 의외로 은유적이면서 잘 들어맞는단 말야.”
조는 정이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을 것 같아 가만히 정이 말을 이어나가길 바랐다.
“그 아버지가 말이지, 네 동기 녀석의 친아버지이지.”
조는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어쩐지 제이와 훈련소에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데다 훈련소에서 시가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등 제이가 나름대로 연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웃기지 않냐? 사람을 죽이는 일을 아들에게 시키다니 말야. 도둑놈도 제 자식은 도둑으로 만들지 않는 법인데 아버지는 정말 웃기지?”
정은 남의 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처럼 말했다. 그만큼 아버지는 회사에서 절대적 존재인 것 같았다. 정은 담배갑에서 하나를 꺼내 물었다. 하지만 불은 붙이지 않았다.
“내가 이리저리 알아보니 말야. 네 동기 녀석이 대상을 처리하는 현장에 투입되게 된 것은 순전히 자원해서라더군. 아버지는 네 동기 녀석을 국방부에 행정병으로 보내고 싶어 했지만 녀석은 자원해서 회사로 들어왔다더군.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너라는 거야.”
정은 턱을 들어 조를 가리켰다. 조는 금시초문이었다. 순간 정의 호출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차 문 잠그고 나와! 총 있지?”
“예.”
조는 얼떨떨해서 외치듯 대답했다.
정은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 총을 뽑은 다음 팀장이 들어간 저택 쪽으로 단숨에 뛰었다. 조도 뒤따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사람만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저택의 문은 잠겨있었다. 정이 주변을 경계하며 높은 담을 뛰어넘어 안으로 들어갔고 조도 담을 넘었다. 조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정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작은 분수가 있는 정원의 잔디 위를 소리 없이 뛰며 귀를 기울였는데 집안에서는 희미한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안에서는 자지러지는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는 귀를 막았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중년 부인이 피 묻은 과도를 손에 쥔 채 방에서 거실로 나와 뒷걸음질쳤다. 조는 갑자기 바로 옆에서 터지는 총성에 놀라 쓰러질 뻔 했다. 지체 없이 정이 권총을 연사했고 부인은 뒤로 넘어졌다. 부인이 머리를 마룻바닥에 부딪치자 허옇고 노란 뇌수가 튀어나왔다. 뒤이어 울음소리와 함께 피를 뒤집어 쓴 네 살 정도의 사내아이가 기어 나왔다. 이어 왼손으로 오른팔을 감싼 팀장이 거실로 나왔다. 출혈이 심했다.
“칫, 바보 같이 서 의원에게 신경 쓰다 뒤에서 당했어.”
기어 나온 아이는 이미 부상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팀장이 아이도 쏜 것인지 궁금해진 순간, 정이 총을 아이 쪽으로 흔들면서 조에게 말했다.
“쏴.”
“예?”
“못 들었어? 임마, 쏘라구!”
“예? 어린애를 쏘라는 말입니까?”
“어차피 살려둘 수는 없어.”
“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어서 쏴!”
조는 손발부터 시작해 온몸이 굳어오며 머릿속이 텅 비는 듯했다.
“뭐야! 이 바보 녀석. 어쩔 수 없군. 쳇!”
정은 장전된 총으로 아이를 향해 발사했다. 퍽, 하고 참외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허물어졌다.
정은 분노한 눈빛으로 조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는 불쾌감보다 후임이 자신의 명령을 거부했다는데 대한 불쾌감이 더 큰 것 같았다. 조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어 널브러진 아이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부상당한 팀장이 어떤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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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자식!”
정의 오른발이 조의 턱을 강타했다. 조는 무기가 보관된 캐비넷에 등을 부딪치며 나가 떨어졌다. 이미 각오한 바였고 긴장했기 때문에 통증은 느낄 수 없었다...
성북동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세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팀장은 성북동을 빠져 나오기 직전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내렸다. 병원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팀장이 내리기 전까지 침묵했던 정은 팀장이 내리고 나서도 말이 없었다. 조는 옆자리의 정의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차마 눈도 돌릴 수 없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차가 도심으로 들어서자 네온사인과 대형 전광판의 불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호텔에 도착해 사무실 문을 닫자마자 정은 조에게 발을 날렸다. 캐비넷에 부딪친 조가 바닥에 주저앉자 정은 눈꼬리를 치켜뜨고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렸다. 정의 뒤에서는 팔에 붕대를 감은 제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임무에 충실해야 해. 어차피 어린애를 살려둘 수 없었고 일에는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돼. 너 같은 바보 자식이 망설이는 순간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어!”
정은 분을 삭이려는 듯 재킷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뒤에 있는 제이를 흘깃 보고는 다시 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쯤 해두지. 하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땐 그 자리에서 널 죽이겠다.”
정은 사무실 문을 쾅하고 닫으며 밖으로 나갔다. 긴장이 풀린 조는 그제서야 통증을 느낀 듯 턱을 어루만졌다. 제이가 다가와 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 알고 있다는 듯 ‘괜찮아’, 라고 속삭였다. 조는 제이의 손을 잡으며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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