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류는 대리운전을 부르고는 나보고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집이 코앞이니 걸어가도 좋다고 했지만 그녀는 억지를 부렸다. 알게 된 지 7년이나 되는 그녀의 첫 억지를 받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하는 그녀의 차의 뒷좌석에 나는 앉았다. 대리운전기사 때문인지 그녀는 내 집에 먼저 가자는 말 이외에는 말을 아꼈다.
2분 뒤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앞좌석의 류도 내렸다. 나와 그녀는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오른손을 들어 내 왼쪽 뺨을 만지려했다. 나는 흠칫 놀랐고 나의 놀라는 표정에 그녀도 놀라 황급히 손을 뺨에서 멀리하며 흔드는 것처럼 어색하게 수습했다.
“잘 들어가.”
류는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급하게 차에 타려했다. 나는 류를 불렀다.
“저...”
“응?”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야...”
“뭔데?”
류는 억지로 술기운을 떨쳐 내려 애쓰며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인간이 녹아내린다는 게 가능해?”
류는 내 질문에 한동안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가 참을 수 없었던 듯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요즘 들었던 농담 중에 가장 웃겼어. 하하하. 기분이 한결 나아졌는 걸. 간다.”
나는 류의 차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가 등을 돌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왔을 때, 집 안에 불은 모두 꺼져 있었지만 인기척이 있었다. 작고 마른 체형의 여자였다. 나를 처리하기 위해 들어온 녀석이었다면 나는 꼼짝 없이 당했을 것이다.
“술 마셨어?”
원은 내 쪽으로 다가와 오른손으로 내 뺨을 만졌다. 차가운 원의 손의 감촉에 나는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야? 나야. 나라구. 많이 취한 거야?”
원은 애써 다정한 목소리를 가장하며 말했다. 한때 그녀의 손을 잡지 못해 안달인 시절도 있었고, 하나씩 진전되어 가는 스킨쉽에 뿌듯해 하던 시간도 있었는데, 하지만 이 여자와 아직 섹스는 못해봤다. 정말 사랑하는데도 말이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왔지만 나는 그녀를 내 팔로 감싸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 자고 갈까?”
나는 눈을 감고 그녀를 밀치며 말했다.
“피곤해. 돌아가 줄래?”
어둠 속에서도 나는 원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이마를 긁적거렸다.
“그 여자 누구야?”
나는 원에게 류의 이야기를 몇 번 해준 적이 있지만 원이 류와의 사이를 의심한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원도 자세히 묻지 않았고 나 역시 자세히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친구.”
“친구? 그 여자랑 뭘 했어?”
“뭘 하길 바래? 너랑 못해본 섹스라도 했기를 바래? 너 같은 애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친구는 사귀기 힘들어. 알기나 해?”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성을 높이자 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심스런 눈초리로 쏘아보고는 내 곁을 지나가며 비아냥거렸다.
“그래? 그럼 유부녀랑 잘 해봐!”
원은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한참동안 그대로 서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쓴 입맛만 다셨다. 어서 씻고 침대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양말도 벗지 않고 그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켜고 어제부터 확인하지 않았던 메일을 확인했다. 모두 7개의 메일이 도착했는데 4개는 스팸 메일이고 2개는 내가 가입한 쇼핑몰의 홍보 메일이었다. 남은 하나는 발신자가 없었으며 메일의 제목도 없었다.
나는 약속된 비밀 번호를 입력해 첨부파일을 열어보았다. 이번 일의 대상은 한 남자였다. 30대 후반의 남자로 서글서글한 인상이 속물스러운 듯하면서도 호감을 주었다. 직업은 대학교수이자 의사였다. 나는 이 사내를 결혼식장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신부 측에 축의금을 전달하고 식장 안을 흘깃 보았을 때 턱시도 차림으로 신부 옆에 선 모습을 처음 본 것이다. 식장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축의금 봉투에도 이름을 쓰지 않았다. 나는 웨딩드레스가 신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류는 활짝 웃고 있었다.
2분 뒤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앞좌석의 류도 내렸다. 나와 그녀는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오른손을 들어 내 왼쪽 뺨을 만지려했다. 나는 흠칫 놀랐고 나의 놀라는 표정에 그녀도 놀라 황급히 손을 뺨에서 멀리하며 흔드는 것처럼 어색하게 수습했다.
“잘 들어가.”
류는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급하게 차에 타려했다. 나는 류를 불렀다.
“저...”
“응?”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야...”
“뭔데?”
류는 억지로 술기운을 떨쳐 내려 애쓰며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인간이 녹아내린다는 게 가능해?”
류는 내 질문에 한동안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가 참을 수 없었던 듯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요즘 들었던 농담 중에 가장 웃겼어. 하하하. 기분이 한결 나아졌는 걸. 간다.”
나는 류의 차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가 등을 돌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왔을 때, 집 안에 불은 모두 꺼져 있었지만 인기척이 있었다. 작고 마른 체형의 여자였다. 나를 처리하기 위해 들어온 녀석이었다면 나는 꼼짝 없이 당했을 것이다.
“술 마셨어?”
원은 내 쪽으로 다가와 오른손으로 내 뺨을 만졌다. 차가운 원의 손의 감촉에 나는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야? 나야. 나라구. 많이 취한 거야?”
원은 애써 다정한 목소리를 가장하며 말했다. 한때 그녀의 손을 잡지 못해 안달인 시절도 있었고, 하나씩 진전되어 가는 스킨쉽에 뿌듯해 하던 시간도 있었는데, 하지만 이 여자와 아직 섹스는 못해봤다. 정말 사랑하는데도 말이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왔지만 나는 그녀를 내 팔로 감싸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 자고 갈까?”
나는 눈을 감고 그녀를 밀치며 말했다.
“피곤해. 돌아가 줄래?”
어둠 속에서도 나는 원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이마를 긁적거렸다.
“그 여자 누구야?”
나는 원에게 류의 이야기를 몇 번 해준 적이 있지만 원이 류와의 사이를 의심한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원도 자세히 묻지 않았고 나 역시 자세히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친구.”
“친구? 그 여자랑 뭘 했어?”
“뭘 하길 바래? 너랑 못해본 섹스라도 했기를 바래? 너 같은 애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친구는 사귀기 힘들어. 알기나 해?”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성을 높이자 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심스런 눈초리로 쏘아보고는 내 곁을 지나가며 비아냥거렸다.
“그래? 그럼 유부녀랑 잘 해봐!”
원은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한참동안 그대로 서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쓴 입맛만 다셨다. 어서 씻고 침대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양말도 벗지 않고 그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켜고 어제부터 확인하지 않았던 메일을 확인했다. 모두 7개의 메일이 도착했는데 4개는 스팸 메일이고 2개는 내가 가입한 쇼핑몰의 홍보 메일이었다. 남은 하나는 발신자가 없었으며 메일의 제목도 없었다.
나는 약속된 비밀 번호를 입력해 첨부파일을 열어보았다. 이번 일의 대상은 한 남자였다. 30대 후반의 남자로 서글서글한 인상이 속물스러운 듯하면서도 호감을 주었다. 직업은 대학교수이자 의사였다. 나는 이 사내를 결혼식장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신부 측에 축의금을 전달하고 식장 안을 흘깃 보았을 때 턱시도 차림으로 신부 옆에 선 모습을 처음 본 것이다. 식장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축의금 봉투에도 이름을 쓰지 않았다. 나는 웨딩드레스가 신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류는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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