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맨발에 닿은 찬물의 감촉은 선뜩했다. 발목과 무릎을 거쳐 사타구니와 옆구리로 빠르게 차오르는 물에 이내 가슴과 목까지 잠겼다. 어쩔 줄 몰라 당황했지만 공중전화 부스가 밀폐되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머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물 속에서 눈을 떴지만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을 참다못해 입을 벌리자 폐와 위로 물을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내 입에서 나간 몇 개의 기포가 무의미하게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갑갑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팬티 한 장 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 숙취로 인해 관자놀이가 아팠지만 그보다는 파편에 긁힌 등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괜찮아요?”
이 여자와 밤새 술을 마셨지. 광화문에서 한참을 걸어서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는 구석의 바에서 위스키를 시켜놓고 마셨는데 무슨 말을 하고 안했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이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금방 술이 취해 횡설수설했던 것이다. 모텔로 오자고 했던 건 분명 나였다. 우리 집이나 진의 집 모두 안전하지 못했고 나는 지나치게 취했었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진에게 물었다.
“우리...?”
“아뇨. 안했어요. 걱정 안 해도 되요.”
그녀는 재킷만 입지 않았을 뿐 어제 저녁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옷차림 그대로였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해줘서 차라리 편했다. 하긴 어제처럼 정신없이 취했을 때에는 발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속은 좀 괜찮아요?”
위에서는 헛구역질이 밀려오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거리며 마셨다. 옷을 제대로 입은 여자 앞에서 팬티 차림으로 일어나는 것은 싫었지만 옷을 입는 것보다 갈증 해결이 더 급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 몸에 꽂혔다.
“근육질은 아니지만 군살이 하나도 없군요. 근데 저 흉터들은...”
“칭찬이죠? 고마워요.”
나는 위에서 식도로 치밀어 오르는 알콜 기운을 애써 참으며 내뱉듯이 말했다.
“여기가 어디죠?”
“어디긴 어디에요. 모텔이죠.”
“아니, 그게 아니라...”
“충정로에요.”
나는 옷을 주워 입었다. 그녀의 시선을 신경 쓰며 바지에 다리를 집어넣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냥 혼자 나갈 기세군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인 나는 핸드폰을 챙기고는 스니커즈를 신었다.
“미안하지만 몸이 엉망이에요. 가야겠어요.”
“뭐에요? 해장국이라도 같이 먹으러...”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닫혔다. 나는 술에 취해 고주망태가 된 모습을 처음 만난 여자에게 보이고 외박을 했다는 불쾌감을 애써 짓누르며 밖으로 나왔다. 여름으로 향해가는 햇살이 따가워 눈살을 찌푸렸다. 유리 조각 파편이 튀었던 어깨가 쑤셨다.
출근 시간이 지난 지하철 안에는 자리가 넉넉했다. 집까지는 갈아타지 않고 내내 앉아 올 수 있었지만 앉아 있으면서도 몸을 가누기는 쉽지 않았다. 잠을 자고 싶었지만 자다가 토할 염려도 있어서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변기를 부여잡고 사정없이 토했다. 얼마 만에 술을 마시고 토하는 걸까. 대학 졸업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여자 앞에서나 지하철역의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토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다. 옷을 벗어 던지고 찬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뿌려댔다. 어느덧 찬물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입 밖으로 거센 헛구역질이 튀어 나왔지만 더 이상 나올 내용물은 없었다. 수건으로 몸을 대충 씻고 냉장고에서 미리 끓여둔 차가운 둥글레 차를 꺼내 마셨다. 사래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러웠지만 평소의 몇 배는 한꺼번에 마셨다. 서서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젯밤 술자리를 떠올렸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팬티 한 장 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 숙취로 인해 관자놀이가 아팠지만 그보다는 파편에 긁힌 등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괜찮아요?”
이 여자와 밤새 술을 마셨지. 광화문에서 한참을 걸어서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는 구석의 바에서 위스키를 시켜놓고 마셨는데 무슨 말을 하고 안했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이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금방 술이 취해 횡설수설했던 것이다. 모텔로 오자고 했던 건 분명 나였다. 우리 집이나 진의 집 모두 안전하지 못했고 나는 지나치게 취했었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진에게 물었다.
“우리...?”
“아뇨. 안했어요. 걱정 안 해도 되요.”
그녀는 재킷만 입지 않았을 뿐 어제 저녁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옷차림 그대로였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해줘서 차라리 편했다. 하긴 어제처럼 정신없이 취했을 때에는 발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속은 좀 괜찮아요?”
위에서는 헛구역질이 밀려오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거리며 마셨다. 옷을 제대로 입은 여자 앞에서 팬티 차림으로 일어나는 것은 싫었지만 옷을 입는 것보다 갈증 해결이 더 급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 몸에 꽂혔다.
“근육질은 아니지만 군살이 하나도 없군요. 근데 저 흉터들은...”
“칭찬이죠? 고마워요.”
나는 위에서 식도로 치밀어 오르는 알콜 기운을 애써 참으며 내뱉듯이 말했다.
“여기가 어디죠?”
“어디긴 어디에요. 모텔이죠.”
“아니, 그게 아니라...”
“충정로에요.”
나는 옷을 주워 입었다. 그녀의 시선을 신경 쓰며 바지에 다리를 집어넣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냥 혼자 나갈 기세군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인 나는 핸드폰을 챙기고는 스니커즈를 신었다.
“미안하지만 몸이 엉망이에요. 가야겠어요.”
“뭐에요? 해장국이라도 같이 먹으러...”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닫혔다. 나는 술에 취해 고주망태가 된 모습을 처음 만난 여자에게 보이고 외박을 했다는 불쾌감을 애써 짓누르며 밖으로 나왔다. 여름으로 향해가는 햇살이 따가워 눈살을 찌푸렸다. 유리 조각 파편이 튀었던 어깨가 쑤셨다.
출근 시간이 지난 지하철 안에는 자리가 넉넉했다. 집까지는 갈아타지 않고 내내 앉아 올 수 있었지만 앉아 있으면서도 몸을 가누기는 쉽지 않았다. 잠을 자고 싶었지만 자다가 토할 염려도 있어서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변기를 부여잡고 사정없이 토했다. 얼마 만에 술을 마시고 토하는 걸까. 대학 졸업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여자 앞에서나 지하철역의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토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다. 옷을 벗어 던지고 찬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뿌려댔다. 어느덧 찬물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입 밖으로 거센 헛구역질이 튀어 나왔지만 더 이상 나올 내용물은 없었다. 수건으로 몸을 대충 씻고 냉장고에서 미리 끓여둔 차가운 둥글레 차를 꺼내 마셨다. 사래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러웠지만 평소의 몇 배는 한꺼번에 마셨다. 서서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젯밤 술자리를 떠올렸다.
안녕하십니까? SF 소설을 즐겨 읽고 습작으로 쓰고 있는 연재할 곳을 찾아 가입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