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END - 작가 : 레가드(kasi)
글 수 80
[[I]] “...당 박문기 의원 부부가 어젯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19일 오전 2시 30분 경 영동 고속도로 상행선 강릉 기점 25km 부근의 진부령에서 그랜저 승용차가 추락해 운전하고 있던 박문기 의원(64)과 부인 장연숙(59)씨가 사망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박 의원이 운전하고 있던 그랜저 승용차가 갑자기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15m 아래의 낭떠러지로 추락해 불길에 휩싸였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 의원은 이날 지역구를 돌아보고 부인과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통령의 고문으로 잘 알려진 박 의원은 12, 13, 14,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이며 유족으로는 2남으로 국회 사무처에 근무 중인 장남 정수(35), 미국 유학 중인 정민(33)씨가 있다.” [[/I]]
인터넷을 올라온 속보를 체크했다. 언론사마다 달랐지만 대부분의 뉴스들은 판에 박은 듯 거의 동일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고인이 된 중진의 정치 경력을 소개한 기사도 거의 비슷했다. 영안실에는 엄청난 크기의 화환으로 가득했다. 대통령의 직접 조문을예상하는 기사도 있었다. 만일 내가 죽으면 단 하나의 화환도 안 올 것이고 조문객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잠을 쫓기 위해 오른손으로 눈가를 만지작거렸다. 제이가 준 자료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회사의 뒤처리만큼은 확실했다. 하지만 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하긴 개가 차에 있었다 해도 뉴스거리가 될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레이하운드는 차에 태우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다. 여하튼 팀에서 시체를 강원도까지 옮기느라 고생 많았을 것이다. 시체에서 탄환을 뽑고 불을 질렀을 수고까지 생각하니 왠지 우스웠다.
세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어제 밤의 총잡이가 떠올랐다. 일이 끝난 후부터 깨끗이 잊어버린 사내의 얼굴은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듯 평온했다. 내 총에 처리된 사람 중에 그처럼 평온한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놀라움과 고통으로 구겨진 얼굴을 했던 대부분의 대상들과 달리 총잡이는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통장의 잔고는 은행 업무 시작 시간인 오전 9시 30분부로 늘어나 있었다. 회사에서 나의 일처리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나는 안도했다.
핸드폰이 울리는 것 같아 액정을 확인했지만 착각이었다. 요즘 들어 핸드폰이 울리는 것 같은 환청이 자주 들린다. 원에게 전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먼저 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부터 그녀와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하긴 4년 전 그녀와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순탄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돌이키기 위해 책상에서 일기를 꺼내려다 서랍을 열어놓은 채 놔두었다. 일기 옆에는 나의 분신인 권총이 있었다. 어젯밤에 돌아온 이후 소음기를 분리해 놓은 권총을 꺼내 오른쪽 관자놀이에 댄 다음 일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권총 안에는 탄환이 들어 있었고 비록 안전장치가 잠겨 있었지만, 차가운 총구가 관자놀이에 닿자 도리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용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책상 앞에는 거울이 없지만 지금의 내 표정은 평온해 보일 것이었다. 창 안쪽으로 들어온 정오의 개나리 빛 햇볕은 내 뺨을 다독거렸다.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10자리의 번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제대로 누르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손이 떨리며 네 번째 숫자부터 틀리곤 했다. 한 번에 네 개의 숫자도 제대로 입력을 하지 못한 나는 공중전화를 낙담한 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자판에는 3자가 없었다. 그러면 나는 원에게 어떻게 전화해야하지, 하는 황망한 생각이 들었다. 좌절감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고 팔다리의 힘을 풀렸다. 물이 처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공중전화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꿈에서 깬 나는 핸드폰의 액정도 확인하지 못한 채 급하게 폴더를 열였다.
“여보세요.”
“깨워서 미안하네. 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급한 일이라서 말이지.”
50대 후반 쯤 되는 사내 목소리였다. 중후했고 기품 있는 멋진 목소리였다.
“...누구십니까?”
“모르는 사람과 만났는데 그 정체가 궁금하잖나. 그렇지?”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고 있는 말투였다. 나는 대꾸를 하지 않고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2시 종로3가 버거킹 2층에서 만나세.”
나의 대답을 기다리기는커녕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액정에는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사내의 번호는 이동 통신사 고객 센터에 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19일 오전 2시 30분 경 영동 고속도로 상행선 강릉 기점 25km 부근의 진부령에서 그랜저 승용차가 추락해 운전하고 있던 박문기 의원(64)과 부인 장연숙(59)씨가 사망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박 의원이 운전하고 있던 그랜저 승용차가 갑자기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15m 아래의 낭떠러지로 추락해 불길에 휩싸였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 의원은 이날 지역구를 돌아보고 부인과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통령의 고문으로 잘 알려진 박 의원은 12, 13, 14,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이며 유족으로는 2남으로 국회 사무처에 근무 중인 장남 정수(35), 미국 유학 중인 정민(33)씨가 있다.” [[/I]]
인터넷을 올라온 속보를 체크했다. 언론사마다 달랐지만 대부분의 뉴스들은 판에 박은 듯 거의 동일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고인이 된 중진의 정치 경력을 소개한 기사도 거의 비슷했다. 영안실에는 엄청난 크기의 화환으로 가득했다. 대통령의 직접 조문을예상하는 기사도 있었다. 만일 내가 죽으면 단 하나의 화환도 안 올 것이고 조문객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잠을 쫓기 위해 오른손으로 눈가를 만지작거렸다. 제이가 준 자료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회사의 뒤처리만큼은 확실했다. 하지만 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하긴 개가 차에 있었다 해도 뉴스거리가 될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레이하운드는 차에 태우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다. 여하튼 팀에서 시체를 강원도까지 옮기느라 고생 많았을 것이다. 시체에서 탄환을 뽑고 불을 질렀을 수고까지 생각하니 왠지 우스웠다.
세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어제 밤의 총잡이가 떠올랐다. 일이 끝난 후부터 깨끗이 잊어버린 사내의 얼굴은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듯 평온했다. 내 총에 처리된 사람 중에 그처럼 평온한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놀라움과 고통으로 구겨진 얼굴을 했던 대부분의 대상들과 달리 총잡이는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통장의 잔고는 은행 업무 시작 시간인 오전 9시 30분부로 늘어나 있었다. 회사에서 나의 일처리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나는 안도했다.
핸드폰이 울리는 것 같아 액정을 확인했지만 착각이었다. 요즘 들어 핸드폰이 울리는 것 같은 환청이 자주 들린다. 원에게 전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먼저 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부터 그녀와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하긴 4년 전 그녀와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순탄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돌이키기 위해 책상에서 일기를 꺼내려다 서랍을 열어놓은 채 놔두었다. 일기 옆에는 나의 분신인 권총이 있었다. 어젯밤에 돌아온 이후 소음기를 분리해 놓은 권총을 꺼내 오른쪽 관자놀이에 댄 다음 일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권총 안에는 탄환이 들어 있었고 비록 안전장치가 잠겨 있었지만, 차가운 총구가 관자놀이에 닿자 도리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용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책상 앞에는 거울이 없지만 지금의 내 표정은 평온해 보일 것이었다. 창 안쪽으로 들어온 정오의 개나리 빛 햇볕은 내 뺨을 다독거렸다.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10자리의 번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제대로 누르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손이 떨리며 네 번째 숫자부터 틀리곤 했다. 한 번에 네 개의 숫자도 제대로 입력을 하지 못한 나는 공중전화를 낙담한 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자판에는 3자가 없었다. 그러면 나는 원에게 어떻게 전화해야하지, 하는 황망한 생각이 들었다. 좌절감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고 팔다리의 힘을 풀렸다. 물이 처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공중전화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꿈에서 깬 나는 핸드폰의 액정도 확인하지 못한 채 급하게 폴더를 열였다.
“여보세요.”
“깨워서 미안하네. 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급한 일이라서 말이지.”
50대 후반 쯤 되는 사내 목소리였다. 중후했고 기품 있는 멋진 목소리였다.
“...누구십니까?”
“모르는 사람과 만났는데 그 정체가 궁금하잖나. 그렇지?”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고 있는 말투였다. 나는 대꾸를 하지 않고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2시 종로3가 버거킹 2층에서 만나세.”
나의 대답을 기다리기는커녕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액정에는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사내의 번호는 이동 통신사 고객 센터에 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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