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혁명- 그 이후 - 작가 : Binah
'매트릭스 : 혁명' 이후의 매트릭스 세계를 그려나간 팬픽.
혁명(Revolution) 이후 매트릭스는 어떻게 되었는가?
혁명(Revolution) 이후 매트릭스는 어떻게 되었는가?
글 수 27
1
“반갑지 않나? 그래도 안면이 있는 시온의 최고위층과 독대를 한다는게 말이야.”
나는 한동안 입이 얼어붙은 듯 말이 안나왔다.
“역시 ‘네오’가 도와준건가? 참 웃기는군. 내가 한참 찾을때는 얼굴도 안비치면서 겨우 이런 부적응자나 목숨을 걸고 도와주다니...”
나는 겁이나서 아무말도 못했지만 속으로 생각을 했다. 분명 ‘헬렌’이 아니라 ‘네오’라고 말하는건 이들도 아직 헬렌의 몸을 갖고 있다거나 헬렌의 실종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럼 이 모든게 당신이 꾸민일인가?”
“뭐 꾸몄다기보다는 ‘명령’을 ‘실행’했을 뿐이지.”
실행이라고? 그럼 이 막강한 통합정부 수반 배후에 누가있다는 거야? 혹 그럼 이자도 예전의 스미스처럼 프로그램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건가?
사빅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초점을 잃은채 나를 바라보는 또다른 나를 등뒤로 하고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생각이 복잡한가보군, 그런데 어쩐다? 나는 네 머릿속이 훤히 보이는데? 내가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것 그리고 명령자가 결국 네오 이전의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것”
나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뒷걸음질을 쳤다.
“실험대상이 없었는데 마침 잘됐군. 프로그램대 인간은 가능했었는데 인간대 인간은 가능할지 확인도 할겸 답도 가르쳐 줄겸 일단 네가 내가 되어주면 되겠지?”
사빅은 시계형태의 매트릭스 접속해제장치를 찬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손으로 찔렀다. 그러자 마치 사빅의 손이 내몸에 녹아들어간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몸에 꽂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내가 사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빅의 시선으로 사빅처럼 변해가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2.
“반항해봤자 소용이 없어.”
사빅은 건조한 말투로 말을했다. 하지만 난 그게 내가 말하는건지 사빅이 말하는건지 구분이 안됐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가슴에 꽂힌 사빅의 오른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실은 내 의지대로 움직인게 아니라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내 손이 멋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내 손이 사빅의 손목에 있는 매트릭스 접속해제장치에 접속해제 스위치를 작동시킨것이다. 그것도 내가 타고온 센티널의 채널로.
사빅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고 바로 내가 나온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빅의 손이 빠진 나는 한동안 힘이 빠진채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사빅이 빨려들어간 검은구멍(센티널의 접속채널)은 사빅이 빨려들어가자 접속이 종료된건줄 알고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또다른 나를 등에 업고 내가 나온 검은 구멍으로 뛰어들어갔다.
3.
“하드웨어 용량초과, 불필요한 프로그램 자동 삭제 실시.”
이건 뭐라고 해야하나? 사빅의 모습은 보이지는 안았으나 존재감은 느껴졌고 마치 일인승 좌석에 세사람이 꽉 껴 앉은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내 귀에서 울리는 저 소리는 마치 센티널의 하드웨어 자체가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내 등이라고 느껴지는 곳에 묵직한 부피감과 온몸을 죄여오는 답답함만을 느끼면서 내가 접속시켜놓았던 다른 하얀구멍(내 개인 전용 공간접속 채널)으로 뛰어들었다.
“오셨군요!!”
다행히 helper 71호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내 등에는 또 다른 내가 업혀있었다.
그리고 내 등뒤의 검은 구멍에서 사빅의 팔이 잠깐 비친 듯 하였으나 검은 구멍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졌다.
나는 내 등에 어거지로 얹혀놓은 또다른 나를 땅바닥에 패대기 치자마자 helper 71호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를 쳤다.
“넌 도대체 누구야!!! 그리고 넌 또 누구 지시를 받고 나를 갖고 노는거야!!!”
“저도 몰라요!! 단지 내안에 무언가가 나를 이렇게 만드는거 밖에...단순한 프로그램 에러인줄 알고 점검을 받아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도 않고 그러면서 선생님한테만 일정 목적을 갖고 반응을 하고 행동을 하게되는건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단 말이예요!!!”
helper 71호한테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그머니 helper 71를 놓아주자 그녀는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뭐죠? 이젠 내가 프로그램인지 인간인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 만나기 이전에는 모든 행동이 당연했고 그냥 그걸 따르면 됐어요. 굳이 생각하지 안아도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게 원래 나란 말이예요!!!”
하지만 그녀가 흐느껴 우는것에 신경을 쓰느라 또다른 내가 몸을 추스르고 일어서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치지직 ~ 삐익 치지지지”
내 등뒤에서 또다른 나는 인간의 말이 아닌 이상한 소리를 냈다.
흐느껴 울던 helper 71가 갑자기 나를 밀쳐내더니 금새 싸움이라도 벌일 것 같은 자세로 내 앞에 서면서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였다.
“긴급상황 명령 실행. 비 교체자 격리. 시온 통합 정부에 보고. 위급상황시 비 교체자 제거”
helper 71는 갑자기 죽일듯한 표정을 짓고 나에게 다가왔다.
“이봐 왜이래? 나야 나라구.....알렉스 헤니건”
“알렉스 헤니건 : 1종 부적응자, 84시간 전에 삭제됨. 비 교체자 제거 작업 시작”
방금까지 흐느껴 울던 helper 71호는 공중에 부웅 떠서는 뒤돌려차기로 내 턱을 강타했다.
턱이 으스러지는듯한 고통과 함께 정신이 멍해지면서 나는 내가 즐겨보던 액션영화의 단역 악당들처럼 공중에 붕떳다 모래바닥에 얼굴을 쳐박았다.
모래에서 얼굴을 빼고는 머리를 겨우겨우 털고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 옆에서는 눈동자가 풀린 또다른 내가 나를 무표정하게 보고 있고 helper 71는 다시 자세를 갖추고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고통보다는 겁에 질려서 모래바닥에 엉덩이를 붙인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4.
“악!!”
나에게 다가오던 helper 71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모래바닥에 고꾸라졌고 잠시 뒤에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서 내게 얼굴을 보인 것은 helper 71가 아니라 ‘헬렌’ 이었다.
5.
“이사님 많이 아팠죠? 하지만 이건 바람핀 벌이라고 생각해요, 알았어요?”
helper 71호 아니 헬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helper 71호 몸매의 헬렌은 나에게 윙크를 하고는 나를 지나쳐서 또다른 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또다른 나는 계속 같은 기계음을 반복하면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헬렌을 바라보고 있었고 헬렌은 그런 또다른 나에게 손가락 하나를 꽂았다. 마치 사빅처럼.
또다른 나는 헬렌의 손이 닿자마자 기계음을 멈추더니 모래밭 저편의 야자숲으로 사라져 갔다.
정신이 없었다. 의사가 사빅이 되지 않나, 내가 사빅으로 변하지 않나, helper 71호가 헬렌으로 변하지 않나, 게다가 또다른 나까지.
나는 현기증을 느끼다가 푹 쓰러졌다.
헬렌은 쓰러지는 나를 부축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미안해요 곁에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거. 하지만 당신을 살리기위해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헬렌은 나를 야자수 그늘로 데려가서 앉혀놓고 내옆에 나란히 앉아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서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편지 제가 쓴거 맞아요. 하지만 저는 네오에게 도와주겠다고 말을 했어요 편지에 쓴것과는 반대로.”
하지만 그 이후 헬렌은 시온정부의 추적을 피하기위해 helper 71호 프로그램 내부에 숨어서 생활을 했고, 헬렌의 편지는 시온정부가 헬렌을 추적하는 도중에 헬렌이 일부러 편지만 발견되게 했고, 지금 헬렌의 몸은 사빅이 찾고있는 장소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 배양공장을 말하는거야?”
“네”
나의 질문에 헬렌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헬렌은 어깨에 머리를 기댄체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온정부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지 못했고 자신은 바로 네오의 도움을 받아 인간배양공장에서 매트릭스에 접속을 했다는것이다.
“센티널을 어떻게 몰게됐나 궁금했죠? 실은 ‘휴지통’에서 이사님을 구해낼때 은근슬쩍 이사님 머릿속에 센티널 조종법을 주입시켰죠”
나는 속으로 ‘이거 완전히 나를 갖고 노는군’하고 생각을 했다.
“그럼 내가 사빅이랑 동화될때 내 손이 사빅의 접속장치를 건드린것도 헬렌 솜씨야?”
헬렌은 계속 머리를 기댄체 이야기를 했다.
“반은 제 솜씨 반은 이사님 의지이지요. 실은 그때가 제일 위험했을걸요, 하긴 그 덕에 잃을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지만요.”
나는 헬렌의 말이 궁금해졌다.
“얻은건 뭐지?”
“바로 사빅의 매트릭스 내 실험 장소 위치이지요, 이사님이 사빅과 잠시 동화되는 동안 사빅과 이사님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빅의 정보를 이사님이 갖게 되는거고 이사님의 정보는 사빅이 갖게 되는거예요, 지금 보낸 또다른 이사님은 아마 거기가서 네오에게 위치를 알릴거예요, 그럼 그 장소는 바로 삭제가 되겠지요”
“그럼 잃을건?”
“저예요”
헬렌은 기대었던 머리를 들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울먹였다.
“이젠 더 이상 helper 71호에 숨을수도 없을거예요, 이사님의 기억이 사빅에게 넘어갔다면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될테니까요”
나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면서 이야기 했다.
“우리 시온이고 매트릭스고 나 때려치고 도망가자. 매트릭스에 접속만 안하고 어디 숨어살면 되잖아”
나는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고 헬렌은 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안된다는거 알잖아요, 이제 이사님이나 저나 가야할길이 하나밖에 없다는거.”
나는 헬렌을 와락 끌어안았고 헬렌은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지 이 아이에게 입력시켜놨어요. 제가 이 아이랑 지내보니까 좋은 아이더라구요. 게다가 이 아이도 ‘살고싶어’해요”
헬렌은 끌어안은 나를 살짝 밀쳐놓고 마치 마지막 모습을 보는것처럼 나를 찬찬히 보더니 말을 했다.
“여보, 입맞춰 주세요.”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헬렌에게 입을 맞추었다.
6.
나는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맞추었던 입을 조용히 띄어놓고 눈을 떴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는 helper 71호가 보였다.
“반갑지 않나? 그래도 안면이 있는 시온의 최고위층과 독대를 한다는게 말이야.”
나는 한동안 입이 얼어붙은 듯 말이 안나왔다.
“역시 ‘네오’가 도와준건가? 참 웃기는군. 내가 한참 찾을때는 얼굴도 안비치면서 겨우 이런 부적응자나 목숨을 걸고 도와주다니...”
나는 겁이나서 아무말도 못했지만 속으로 생각을 했다. 분명 ‘헬렌’이 아니라 ‘네오’라고 말하는건 이들도 아직 헬렌의 몸을 갖고 있다거나 헬렌의 실종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럼 이 모든게 당신이 꾸민일인가?”
“뭐 꾸몄다기보다는 ‘명령’을 ‘실행’했을 뿐이지.”
실행이라고? 그럼 이 막강한 통합정부 수반 배후에 누가있다는 거야? 혹 그럼 이자도 예전의 스미스처럼 프로그램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건가?
사빅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초점을 잃은채 나를 바라보는 또다른 나를 등뒤로 하고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생각이 복잡한가보군, 그런데 어쩐다? 나는 네 머릿속이 훤히 보이는데? 내가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것 그리고 명령자가 결국 네오 이전의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것”
나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뒷걸음질을 쳤다.
“실험대상이 없었는데 마침 잘됐군. 프로그램대 인간은 가능했었는데 인간대 인간은 가능할지 확인도 할겸 답도 가르쳐 줄겸 일단 네가 내가 되어주면 되겠지?”
사빅은 시계형태의 매트릭스 접속해제장치를 찬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손으로 찔렀다. 그러자 마치 사빅의 손이 내몸에 녹아들어간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몸에 꽂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내가 사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빅의 시선으로 사빅처럼 변해가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2.
“반항해봤자 소용이 없어.”
사빅은 건조한 말투로 말을했다. 하지만 난 그게 내가 말하는건지 사빅이 말하는건지 구분이 안됐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가슴에 꽂힌 사빅의 오른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실은 내 의지대로 움직인게 아니라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내 손이 멋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내 손이 사빅의 손목에 있는 매트릭스 접속해제장치에 접속해제 스위치를 작동시킨것이다. 그것도 내가 타고온 센티널의 채널로.
사빅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고 바로 내가 나온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빅의 손이 빠진 나는 한동안 힘이 빠진채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사빅이 빨려들어간 검은구멍(센티널의 접속채널)은 사빅이 빨려들어가자 접속이 종료된건줄 알고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또다른 나를 등에 업고 내가 나온 검은 구멍으로 뛰어들어갔다.
3.
“하드웨어 용량초과, 불필요한 프로그램 자동 삭제 실시.”
이건 뭐라고 해야하나? 사빅의 모습은 보이지는 안았으나 존재감은 느껴졌고 마치 일인승 좌석에 세사람이 꽉 껴 앉은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내 귀에서 울리는 저 소리는 마치 센티널의 하드웨어 자체가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내 등이라고 느껴지는 곳에 묵직한 부피감과 온몸을 죄여오는 답답함만을 느끼면서 내가 접속시켜놓았던 다른 하얀구멍(내 개인 전용 공간접속 채널)으로 뛰어들었다.
“오셨군요!!”
다행히 helper 71호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내 등에는 또 다른 내가 업혀있었다.
그리고 내 등뒤의 검은 구멍에서 사빅의 팔이 잠깐 비친 듯 하였으나 검은 구멍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졌다.
나는 내 등에 어거지로 얹혀놓은 또다른 나를 땅바닥에 패대기 치자마자 helper 71호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를 쳤다.
“넌 도대체 누구야!!! 그리고 넌 또 누구 지시를 받고 나를 갖고 노는거야!!!”
“저도 몰라요!! 단지 내안에 무언가가 나를 이렇게 만드는거 밖에...단순한 프로그램 에러인줄 알고 점검을 받아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도 않고 그러면서 선생님한테만 일정 목적을 갖고 반응을 하고 행동을 하게되는건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단 말이예요!!!”
helper 71호한테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그머니 helper 71를 놓아주자 그녀는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뭐죠? 이젠 내가 프로그램인지 인간인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 만나기 이전에는 모든 행동이 당연했고 그냥 그걸 따르면 됐어요. 굳이 생각하지 안아도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게 원래 나란 말이예요!!!”
하지만 그녀가 흐느껴 우는것에 신경을 쓰느라 또다른 내가 몸을 추스르고 일어서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치지직 ~ 삐익 치지지지”
내 등뒤에서 또다른 나는 인간의 말이 아닌 이상한 소리를 냈다.
흐느껴 울던 helper 71가 갑자기 나를 밀쳐내더니 금새 싸움이라도 벌일 것 같은 자세로 내 앞에 서면서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였다.
“긴급상황 명령 실행. 비 교체자 격리. 시온 통합 정부에 보고. 위급상황시 비 교체자 제거”
helper 71는 갑자기 죽일듯한 표정을 짓고 나에게 다가왔다.
“이봐 왜이래? 나야 나라구.....알렉스 헤니건”
“알렉스 헤니건 : 1종 부적응자, 84시간 전에 삭제됨. 비 교체자 제거 작업 시작”
방금까지 흐느껴 울던 helper 71호는 공중에 부웅 떠서는 뒤돌려차기로 내 턱을 강타했다.
턱이 으스러지는듯한 고통과 함께 정신이 멍해지면서 나는 내가 즐겨보던 액션영화의 단역 악당들처럼 공중에 붕떳다 모래바닥에 얼굴을 쳐박았다.
모래에서 얼굴을 빼고는 머리를 겨우겨우 털고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 옆에서는 눈동자가 풀린 또다른 내가 나를 무표정하게 보고 있고 helper 71는 다시 자세를 갖추고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고통보다는 겁에 질려서 모래바닥에 엉덩이를 붙인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4.
“악!!”
나에게 다가오던 helper 71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모래바닥에 고꾸라졌고 잠시 뒤에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서 내게 얼굴을 보인 것은 helper 71가 아니라 ‘헬렌’ 이었다.
5.
“이사님 많이 아팠죠? 하지만 이건 바람핀 벌이라고 생각해요, 알았어요?”
helper 71호 아니 헬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helper 71호 몸매의 헬렌은 나에게 윙크를 하고는 나를 지나쳐서 또다른 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또다른 나는 계속 같은 기계음을 반복하면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헬렌을 바라보고 있었고 헬렌은 그런 또다른 나에게 손가락 하나를 꽂았다. 마치 사빅처럼.
또다른 나는 헬렌의 손이 닿자마자 기계음을 멈추더니 모래밭 저편의 야자숲으로 사라져 갔다.
정신이 없었다. 의사가 사빅이 되지 않나, 내가 사빅으로 변하지 않나, helper 71호가 헬렌으로 변하지 않나, 게다가 또다른 나까지.
나는 현기증을 느끼다가 푹 쓰러졌다.
헬렌은 쓰러지는 나를 부축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미안해요 곁에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거. 하지만 당신을 살리기위해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헬렌은 나를 야자수 그늘로 데려가서 앉혀놓고 내옆에 나란히 앉아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서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편지 제가 쓴거 맞아요. 하지만 저는 네오에게 도와주겠다고 말을 했어요 편지에 쓴것과는 반대로.”
하지만 그 이후 헬렌은 시온정부의 추적을 피하기위해 helper 71호 프로그램 내부에 숨어서 생활을 했고, 헬렌의 편지는 시온정부가 헬렌을 추적하는 도중에 헬렌이 일부러 편지만 발견되게 했고, 지금 헬렌의 몸은 사빅이 찾고있는 장소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 배양공장을 말하는거야?”
“네”
나의 질문에 헬렌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헬렌은 어깨에 머리를 기댄체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온정부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지 못했고 자신은 바로 네오의 도움을 받아 인간배양공장에서 매트릭스에 접속을 했다는것이다.
“센티널을 어떻게 몰게됐나 궁금했죠? 실은 ‘휴지통’에서 이사님을 구해낼때 은근슬쩍 이사님 머릿속에 센티널 조종법을 주입시켰죠”
나는 속으로 ‘이거 완전히 나를 갖고 노는군’하고 생각을 했다.
“그럼 내가 사빅이랑 동화될때 내 손이 사빅의 접속장치를 건드린것도 헬렌 솜씨야?”
헬렌은 계속 머리를 기댄체 이야기를 했다.
“반은 제 솜씨 반은 이사님 의지이지요. 실은 그때가 제일 위험했을걸요, 하긴 그 덕에 잃을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지만요.”
나는 헬렌의 말이 궁금해졌다.
“얻은건 뭐지?”
“바로 사빅의 매트릭스 내 실험 장소 위치이지요, 이사님이 사빅과 잠시 동화되는 동안 사빅과 이사님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빅의 정보를 이사님이 갖게 되는거고 이사님의 정보는 사빅이 갖게 되는거예요, 지금 보낸 또다른 이사님은 아마 거기가서 네오에게 위치를 알릴거예요, 그럼 그 장소는 바로 삭제가 되겠지요”
“그럼 잃을건?”
“저예요”
헬렌은 기대었던 머리를 들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울먹였다.
“이젠 더 이상 helper 71호에 숨을수도 없을거예요, 이사님의 기억이 사빅에게 넘어갔다면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될테니까요”
나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면서 이야기 했다.
“우리 시온이고 매트릭스고 나 때려치고 도망가자. 매트릭스에 접속만 안하고 어디 숨어살면 되잖아”
나는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고 헬렌은 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안된다는거 알잖아요, 이제 이사님이나 저나 가야할길이 하나밖에 없다는거.”
나는 헬렌을 와락 끌어안았고 헬렌은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지 이 아이에게 입력시켜놨어요. 제가 이 아이랑 지내보니까 좋은 아이더라구요. 게다가 이 아이도 ‘살고싶어’해요”
헬렌은 끌어안은 나를 살짝 밀쳐놓고 마치 마지막 모습을 보는것처럼 나를 찬찬히 보더니 말을 했다.
“여보, 입맞춰 주세요.”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헬렌에게 입을 맞추었다.
6.
나는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맞추었던 입을 조용히 띄어놓고 눈을 떴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는 helper 71호가 보였다.
매트릭스를 뒤집기하는 BINAH님 글솜씨에 감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