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하다.
처음에는 분명 내가 얼떨결에 ‘센티널’이라는 인형옷을 입고 광대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인형옷’이 아니라 아주 익숙한 ‘자동차’를 몰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다리를 4개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것만 빼고 말이다.)

아무튼 나는 건물뒤에서 적외선 센서를 가동시켜 의사와 내 몸의 행방을 확인하는 한편 센티널에 장착된 매트릭스상의 위치 확인기능(일종의 전화추적장치와 유사하다)를 작동시켰다.

센티널의 매트릭스상 위치확인 기능은 이전에 기계와의 전쟁때 매트릭스에 잠입한 시온군의 매트릭스내의 위치와 ‘밖’에서의 위치를 확인하는 장치로 매트릭스 접속시 회선에서 발생하는 일정주파수를 확인하여 추적하는 장치이다.

‘이건? 방송국 주소잖아? 그럼 여지껏 이곳에서 ‘교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나?’

나는 속으로 방송국에 들어가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면서 의사의 행방을 추적했고 그 결과 의사와 내 몸이 의무실 지하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은 계획할때가 아니라 부딪힐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막무가내로 의무실로 들이닥쳤고 그곳에는 ‘센티널도 고장나면 의무실에 오나?’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의 시선들로 가득차 있었다.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의사가 들어갔던 길의 행방을 찾아갔고 그곳에는 매우 넓은 시체 보관소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체보관소의 시체들은 죽어있는게 아니라 산채로 냉동되어 있었고 매트릭스에 접속이 된 상태로 가사상태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적외선 센서를 가동해서 의사의 손길이나 발자국이 남아있나를 확인했고 거기서 시체 보관서랍 한 개에 온기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시체’가 ‘나’ 라는것도 확인을 했다.

그리고 의사는 시체 보관소 끝에 접속장치에 접속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자 어쩐다?’

2.
나는 일단 센티널의 기능들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도 센티널의 다리중 두개는 인간의 매트릭스 접속장치에 접속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아마도 이 장치들은 인간들을 사로잡아서 정보를 캐내거나 고문하는데 쓰였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쓴웃음이 입가에 번졌지만 이내 생각을 가다듬고 내 몸 근처에 빈 시체 보관서랍 2개를 찾았다.

‘이게 될까?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증권 투자도 도박이었는데 뭐.’

나는 일단 다리 두개의 접속장치를 내 몸 근처의 시체 보관 서랍에 설치된 각각의 접속장치에 하나씩 연결을 하고 일단 한쪽 다리의 연결주소는 지금 내 교체된 의식과 의사가 있는 접속장소로 그리고 한쪽 다리의 연결주소는 helper 71호와 만나기로한 내 개인 전용 공간의 주소로 설정해놓고 먼저 의사와 내 교체된 의식이 있는곳으로 접속했다.

3.
어두운 터널끝에 하얀 출구가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일단 급하게 그 하얀 출구로 뛰어갔다. 하얀 출구를 나서자 마자 굉장히 큰 규모의 실험실이 나타났다.

그 실험실은 마치 생체공학 실험실과 슈퍼컴퓨터실을 혼합해놓은 모습으로 무수히 많은 유리관에 뇌가 하나씩 들어있어서 유리관내부의 액체속에서 둥둥 떠있었고 그 유리관 아래에는 전선이 늘어져 있어서 유리관 바로앞의 모니터와 키보드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관과 모니터가 있는 장소의 복도 끝에는 커다란 슈퍼 컴퓨터가 바쁜 듯이 불빛을 내며 가동하고 있었다.

그 실험실 한가운데 또다른 내가 치과의자 같은데 눈동자가 풀려있는채 눕혀져 있었고 의사는 그 치과의자 옆의 모니터 장치를 보면서 한손에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치지직~치지직~삐익~치지직’

의사는 모니터 옆에 연결된 마이크에 무슨 말을 하자 마이크에 연결된 스피커는 마치 무슨 번역기라도 되는 것처럼 의사의 말을 모뎀 접속 신호음처럼 바꾸어서 내 교체된 의식에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치지직~삐익’

내 교체된 의식도 무슨 대답을 하듯 의사의 번역된 신호음에 대답을 했고 이어서 모니터에는 내가 들어갔던 센티널이 내 몸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4.
나는 일단 내 등뒤에 검은 구멍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검은 구멍은 내 뒤에 있었다. 원래는 손목에 시계처럼 차는 매트릭스 접속장치(프로그램)이 있으면 저런 구멍 따위는 필요없지만 내가 ‘휴지통’에 갔다 나온사이에 나는 접속 프로그램을 분실한거나 마찬가지여서 센티널에 접속할수 있는 저런 검은 통로 같은게 필요했다.

나는 일단 최대한도로 의사뒤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의사를 기절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랬군, 나는 왜 센티널이 필요없이 인간을 공격하나 했더니, 그게 ‘원본’ 이었군”

나는 화들짝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의사라는 인간도 프로그램인가? 하나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뒤돌아서서 나를 본 얼굴은 바로 진짜 ‘의뢰인’인 사빅이었다.

5.
“반갑지 않나? 그래도 안면이 있는 시온의 최고위층과 독대를 한다는게 말이야.”

사빅은 차가운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