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zion ch 3'

의사의 지시대로 도착한 그곳에는 시온 체널 3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커다란 유리 자동문 건너편에는 어딘지 낮익은 하얀 정장의 여자가 안내데스크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신가요? 이곳은 시온의 정부인사만이 출입 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공동 접속시간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곳은 시온정부의 공동접속시간의 방송 제작을 위한 장소입니다.”

나는 한동안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나 생각하고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선생님의 지금 행동은 불법 행동이므로 시온정부에 신병을 인도하고 강제 접속종료를 시키겠습니다.”

안내 데스크의 낮익은 여자는 마치 무술을 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는 그순간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리고 나는 다급히 말을 꺼냈다.

“여기 비인간적 행위를 고발합니다. 저는 시온을 위해 비승인 접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안내 데스크의 여자는 자세를 풀지 안은 채 나에게 질문을 했다.

“누구를 고발하시는 거죠?”
나는 숨을 돌리고 대답을 했다.

“‘의뢰인’ 입니다.”

안내데스크의 여자는 갑자기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자세를 풀고 데스크의 수화기를 집고 어딘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helper 71 호 입니다. 방금 비승인 접촉자가 ‘의뢰인’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러 왔읍니다. 어떻게 할까요?“

잠시후 수화기 건너편에서 누군가의 짧은 음성이 나지막히 들려왔다.

“선생님, 잠시 기다려 주시겠읍니까?”

나는 그러마 하고는 안내데스크 한쪽의 쇼파에 앉았다. 그러나 잠시 앉아서 쉴틈도 없이 케쥬얼 정장을 한 사람몇명이 급히 방송국 안으로 뛰어들어왔고 그 중에는 법무부 서기관 사빅과 역시 법무부 4급 서기관 루이스 밀러가 섞여 있었다.

2.
“어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알렉스 선생님 아니십니까? 역시 선생님께서 또 문제를 일으키셨군요”

아니나 다를까 루이스 밀러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사람들속에서 들려왔고 잠시후 법무부 서기관 사빅이 소파에 앉아있는 내앞으로 다가와서 말을 건냈다.

“‘의뢰인’을 신고할 자료는 가지고 오셨읍니까?”

나는 겁에 질려서 고개만 끄덕이고는 ‘의사’가 건네준 비디오 테잎을 말없이 내밀었다.
나는 한무리의 사람들에 섞여서 방송국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에는 하얀정장을 입은 여자들과 케주얼 정장을 입은 남자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방송기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나는 엉겁결에 나와 같이 들어온 사람들과 함께 방송국내의 비디오 플레이어 앞에서 테이프를 보게되었다.

잠시후 비디오의 잡음소리가 들리다가 줄어들더니 영상과 함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스미스 프로젝트 실험결과는 어떻읍니까?”

“대뇌 피질 전기신호 프로그래밍 부작용으로 과잉 반응자가 한명 발생했읍니다. 하지만 역시 과잉반응 덕분에 사망을 했읍니다.”

“과잉반응자라....실험개체 특성 때문입니까 아니면 프로그래밍 자체의 문제 입니까?”

“실험 개체 특성이겠지요, 하지만 이번 실험으로 사망자가 한명 발생했지만 그 덕분에 개개인에게 적용시킬수 있는
프로그램 변수를 발견하게 되었읍니다. 즉 개인별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을 할수 있게 되었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거주하고 계신 정착지에 먼저 시험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하십시오, 혹 문제가 생기면 제가 알아서 뒤처리를 하겠읍니다.”

비디오 테입의 영상에 잡힌 두 사람은 바로 의사와 시온 의회의 총 의장 존 헤릭스 였다. 그리고 잠시후 '스미스 프로
젝트'의 내용과 관련된 메모가 비쳐졌다.

비디오 테입이 끝나자 방송국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법무부 서기관 사빅은 나에게 다그치듯이 물어보았다.
“이 테입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지 압니까? 누구한테 이 테입을 받으셨지요? 그리고 지금 저 테입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기나 합니까?”

나는 벙어리가 된 듯 아무말도 못했다. 내가 엄청난 일을 벌인건 알지만 그건 순전히 내의지가 아닌데다가 나 자신도 그 테입안에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4급 서기관 주제에 나설일을 못되지만 총 서기관님 지금 알렉스 선생님은 시온의 영웅이신데 이렇게 다그치시면 안될 것 같군요, 일단 진정을 하시고 절차대로 일을 진행하시는게 나을 것 같읍니다. 그건 그렇고 알렉스 선생님 지금 본체의 위치는 어디신가요? 저희가 직접 추적을 할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선생님을 죄인취급하는 것 같군요”

나는 대강 내가 접속한 위치를 알려줬고 루이스 밀러의 뒤편에 서있던 두 사람이 메모지에 내가 말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자 선생님 잠시 뒤에 접속을 종료해주시겠읍니까? 그럼 ‘시온’에서 뵙겠읍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훌륭하신 행동에 대한 시온정부의 심심한 보상이 있을겁니다.”

3.
“난 아니야!! 내가 그 시간대에 접속할리 없다는 것은 알지 않는가? 그 시간때는 공동접속시간인데다가 시온의회의 회의시간이란 말이야!!”

시온의회 총 의장 존 헤릭스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목이 터져라 하고 외쳐댔다.

“본 법정은 피고 존 헤릭스의 반 인간적 행위에 대한 형벌로 ‘제 1종 부적응자’형을 언도한다. 피고의 전용 메모리에서 피고의 아바타 프로그램을 발견했으므로 피고의 제기 내용은 무효임을 선언한다.”

법무부 총 서기관 사빅은 엄숙한 목소리로 형을 언도했다.

죄목이 죄목인지라 변호사는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해도 워낙 중죄라서 변호를 자청할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존 헤릭스의 ‘1종 부적응자’형은 배심원의 만장일치를 얻었고 공동 접속시간에 시온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을 현장 중개로 방송을 했다.

물론 나는 비록 매트릭스 상의 방송이지만 엉겁결에 방송을 타게되었고 영웅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번 사건의 영웅 알렉스 헤니건씨에게는 공동 접속시간 이외의 개인 전용 접속시간을 4시간더 연장 지급 받게되고 메트릭스상에 헤니건씨의 개인 전용 공간이 프로그램 될것입니다. 그리고 소정의 사례가 알렉스 헤니건씨의 거주지역으로 지급될것입니다.”

그 사건후 몇일간 나는 정신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공동접속시간에서의 인터뷰, 주변사람들의 축하 등등으로......

하지만 재판과정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도대체 ‘스미스 프로젝트’에서 ‘스미스’는 무언지, 그리고 아무리 하수인이었다고 해도 ‘의사’에 대한 처벌은 단순한 재교육으로 그쳤는지 말이다.
뭐 그래도 나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일이니까 신경 안쓰기로 하고 다행히 나에게 주어진 복권같은 행운을 누려보기로 했다.

4.
나는 일단 내게 주어진 특권 중 개별 접속시간을 활용해 보기로 하고 일단 공동 접속시간 이외의 시간에 접속을 했고 그다음 내가 처음 신고를 했던 그 방송국에 가보기로 했다.

이제는 ‘시온의 영웅’이 되어서 그런지 방송국 출입을 제지 받지 않게되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방송국에서 ‘helper 71호’를 찾기로 결심을 했다.

“알렉스 선생님이시군요,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내데스크에서 형식적으로 말을 건낸 여자는 내가 찾던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프로그램이라고 해야하나? 일단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말을 건냈다.

“혹시 ‘helper 71호’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 ‘helper 71호’ 말씀이십니까? 방금 임무교대를 하기위해 들어온다고 했는데요....아 마침 저기 오는군요”

나는 뒤돌아서서 helper 71호를 보았다.

“알렉스 선생님 자주 뵙게 되는군요, 무슨 부탁하실일이 있으신가요?”

helper 71호는 프로그램 답게 건조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나는 조심히 helper 71호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했다.

“혹시 우리 구면 아니던가요? 예전에 매트릭스 삭제 정리 작업때 저를 강제 접속 종료 시킨 분이 당신 맞죠?”

helper 71호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이내 눈치를 채고 말을 돌렸다.

“아!! 아닌가보군요, 그렇다면 잠시 상담좀 할수 없을까요? 그때 기억을 더듬어서 잠깐 찾을 사람이 있어서요.”

뒤편의 안내데스크에 있던 helper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갸우뚱 거렸고 나는 재빨리 helper 71호의 팔을 잡고 방송국 밖으로 나섰다.

방송국을 나온후 나와 helper 71호는 나란히 걷게 되었고 helper 71호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계속지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이 찾으시고자 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알고있읍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현재 제 프로그램상에는 선생님을 만날 때 까지의 상황만 기록되어있고 그 이후의 상황은 인위적으로 삭제되었읍니다. 저도 누가 삭제했는지 왜 삭제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