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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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엘릭과 사이모릴이 동쪽 성벽의 가장 작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화급히 뛰어왔다.
"그들이 마침내 우리들을 발견했군, 하지만 좀 늦었지, 안 그래, 사이모릴?"
빗속에서, 엘릭은 사이모릴에게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아직 좀전에 그녀를 엄습한 파멸의 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이모릴은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엘릭은 그것이 단지 약간의 실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는 고개를 돌려 그의 경호들에게 소리쳤다.
"걱정말게, 곧 마를 거야!!"
그러나 그것은 근위병들에게는 차치해도 좋을 문제인 듯 했다. 근위대 장교가 황망히 달려와 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폐하, 몽쉥크 탑에 첩자들이 잡혀 있습니다."
"첩자들?"
"예, 폐하."
장교의 얼굴은 창백하였다. 물이 그의 투구위로 흘려내려와 그의 겉옷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의 말은 주인의 제어에서 벗어나려 날뛰고 있었고, 물을 마구 튕기며 수리되지 않은 길가로 몸을 뒤틀어대었다.
"오늘 아침 미로에서 잡혔습니다. 그들의 체크무늬 옷으로 볼때, 남쪽의 야만인들 같습니다. 폐하의 친국을 기다리며 그들을 억류하고 있습니다."
엘릭이 무심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다면 가봐야지, 대위. 감히 멜니보네의 바다 미로를 헤치고 온 용감한 바보들을 보러 가세나."
몽쉥크 탑은 천년 전에 바다 미로를 제작한 마술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렇게 이름지어진 것이었다. 몽쉥크가 건설한 미로는 일뤼르 항구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길목이었다. 그에 대한 비밀은 그것이 적의 기습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 시설이었기에 주의깊게 보호되고 있었다.
미로의 구조는 아주 복잡하였기 때문에 일뤼르의 항법사들은 그것을 통과하기 위해 무서운 훈련을 감내하여야 했다. 미로가 건설되기 이전, 일뤼르 항구는 지금처럼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닌, 바다에 의해 오랜 시간 깎여나감으로서 형성된 자연적인 암벽에 둘러싸인 산호 섬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미로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리라.
미로에는 안전한 항행이 가능한 5개의 통로가 존재하지만, 일뤼르로 외국 배를 안내하는 항법사들은 각각 하나씩의 루트만을 파악하고 있다. 그 루트의 다섯 게이트는 항구를 감싸는 자연적인 방벽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 입구에서 멜니보네 주변 신흥 제국의 배들은 일뤼르의 항법사들이 배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항법사가 도착하면, 다섯 게이트들 중 그 배의 항법사가 파악하고 있는 루트의 게이트가 열린다. 돌입 이전에, 루트를 파악할 수 없도록 항법사의 조력을 맡을 조타수와 선원 몇몇을 뺀 배의 탑승객들은 모두 배 안에 갇히게 되며, 조력자들 또한 눈을 가린 채 항법사의 지령에 따라서만 배를 움직이게 된다.
만약 신흥 제국의 배들이 이 건조물의 메커니즘에 순순히 복종하지 않고 제멋대로 운항하다가 암벽에 부딪혀 가루가 된다면, 글쎄 , 멜니보네 인들은 오히려 기뻐할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꽤 쓸만한 노예가 될 테니까. 멜니보네의 꿈의 도시와 교역하기 위하여 일뤼르로 오는 이들 모두 그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매달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의 보잘것없는 상품과 멜니보네의 귀중품들을 교환하기 위하여 바다로 기어들었다.
몽쉥크 탑은 항만의 중앙에 돌출한 방어시설과 육중한 방파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해록색 탑은 일뤼르의 다른 탑들에 비하면 비교적 작았지만, 아름다운 첨탑형 구조에 넓은 전망창을 몇개나 가지고 있어, 일뤼르 항 전체를 조망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몽쉥크 탑은 항구의 사무 전반을 총지휘하는 곳이다. 상층부는 행정과 방어를 전담했고, 탑의 지하 부분은 좀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였다. 어떤 임무냐고? 감히 항구의 규칙에 어긋나는 짓을 자행한 자들에 대한 약간의 교정 사업이라고 하면 적합할 게다.
사이모릴을 근위대와 함께 궁정에 돌려보내고, 엘릭은 말을 탄 채,큰 홍예문을 통해 탑으로 들어갔다. 실제 교역이 이루어지는 곳은 아니지만, 무역 사업에 필요한 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상당수 상인들과 그들의 고용인들, 그리고 제국의 관료들로 탑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폐쇄된 구조물에 부딪혀 우렁거렸다. 그의 근위대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만큼 사람이 많다. 아름다운 아치가 탑의 상부 구조물에 걸쳐저 탑의 경사로 위에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래로 통하는 경사로에서 우글거리던 상인들과 관료들, 경비병들이 황제를 알아보고 분분히 예를 갖추었다.
탑의 지하로 통하는 흑요석 벽에 사람들의 일그러진 그림자와 연기가 어리고, 그 희뿌연 기운을 헤치고 거대한 표식들이 터널 곳곳에서 희미하게 떠올랐다. 지금만큼은, 주위 공기가 약간 차가웠고, 일뤼르 항만의 하부시설을 침식시키는 저 지독한 습기가 그에 더해져 있다.
그곳을 지나쳐 황제는 석영 바위를 통하여 하부로 내려가는 경사로를 따라 말을 계속 달렸다.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황제 일행은 강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연기와 공포가 가득 찬 방에 들어섰다.
4명의 사람들이 팔다리를 얽어매는 8가닥의 쇠사슬에 의해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드러난 피부는 마치 송곳으로 후벼판 듯 선혈이 낭자했다. 그 처참한 작품을 연출해낸 예술가는 손에 외과수술용 단검을 쥐고 그의 작품들을 검토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백색의 제복을 걸친 그는 해골처럼 바짝 야위어 있었다.
(계속)
상당하군요...
미로의 단점은... 항법사 없이 조타수들이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배를 몬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