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얼음불의 이야기가 나와 이렇게 두드려 봅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름불의 인기가 시들한 것 같습니다. 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있고, 과거 발행되었던 출판의 번역이 신통치 않았던 탓도 있고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의 3부 번역도 말이 많지요. 도대체가 원문의 느낌은 고사하고 의미도 제멋대로 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니...)

   얼음과 불의 노래는 일단 그 구성의 색다름으로 보는 이들의 의욕을 저란즘 꺾습니다. 각 챕터는 한 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그런 인물들이 수십명씩 등장하는 가운데, 그들의 이야기를 짜집어가면서 전체의 사건이 구성되어가고 있지요. 당연히 흔히 해나가는 시간 진행은 불가능하고 장소가 왔다갔다하며 심지어는 동시진행, 과거진행까지 나옵니다. 밀리터리 소설류에서 등장하는 전개방식이 각각의 인물들을 그 무대로 해서 적용되는 것이지요

  당연히 처음 읽을 때에는 좋아하는 한 인물 골라서 그 사람 챝터만 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물론 나중에도 그런 경우 허다합니다) 그런 와중에 소설을 '접게' 되지요.
얼음불 1부는 말 그대로 거의 소설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에, 거의 소모되는 판인데 챕터마저 그런 식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인물들의 수는 '실마릴리온'수준이고(물론 그 상세함은 못미칩니다만..)  사건 진행은 느릿느릿, 감추는 것은 눠가 그리 많은지 2부 정도 읽어도 뭐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얼음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그러한 가운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들의 생동감에 있습니다. 톨킨옹의 고색창연한 훈계도, 롤링의 개그도 없이 단지 그 인물들이 뿜어내는 숨막힐 듯한 '살아있음'에 전율하게 되는 것이 얼음불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심도있게 시작되는 3부에서는...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혼란스런 왕국 내전에 내던져진 작품 속 인물들과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갠달프가 어디 속시원한 마법을 한번 쓰던가요? 기껏해야 불꽃놀이, 사루만 잡기, 발라 칭송하기 등등 ...그런데도 갠달프를 보면 수십만의 대군에 암흑마법을  날리는 판타지의 마법사와는 차원부터가 다름이 느껴집니다. '아 이녀석은 진짜 한따까리 하는 녀석이구나...'

   얼음불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아 이놈들... 정말 이런 곳에서 살고 있군'

세븐킹덤이란 '실재의' 왕국을 단지 몇 권의 책 속에서 살아숨쉬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세계의 인간들에게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에서 저는 얼음불을 주저없이 최고의 소설 중의 하나로 꼽습니다.


9너무 칭찬만 쓴 것 같은데..제가 팬이라서 욕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아 4부~~~)
agnie라는 이름으로 가입했는데, 도저히 비밀번호를 모르겠군요..재가입을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