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타이완에 갔을때 '화시녹정기'라는 이름으로 보았던 작품으로, 최근에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주성치와 함께 2부작 녹정기를 완성하였던 왕정 감독이 만든 것으로, 어떤 점에서 주성치와 비슷한 이미지를 주기도 하는 배우 장위건이 위소보 역할을 맡아서 열연했지요.

내용면에서 주성치의 녹정기를 연상케하는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도 그 전에 제작되었던 녹정기(84년. 양조위, 유덕화 주연)과는 달리 스토리 면에서도 상당 부분 바뀌어 버린 사실상의 리메이크판이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매력으로서 작용한다고 할까요?

스토리는 주성치의 녹정기를 한참 늘려둔 느낌이지만, 주성치의 녹정기가 그야말로 개그가 넘치는 작품이었다면, 이것은 개그 속에서도 때때로 숙연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 한 잔 술의 한조각 꿈. "이라는 가사로 끝을 맺는 엔딩 테마는 그러한 기분을 더욱 충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고 하겠지요.(사실 처음에 이 곡을 듣고 cd를 사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김용 작품의 리메이크로서, 내용은 상당히 뜯어고쳤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김용이 살리고자 하는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습니다.

녹정기의 내용을 그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물론, 84년판 녹정기를 보아야 겠지만... 원작 그대로보다는 원작에서 전해지는 느낌을 충실히 체험한다는 측면에서는 단연코 이 작품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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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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