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윈터 나이츠>에 등장하는 음유시인 샤르윈(샤윈)입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일행 중에
한 명이죠. 몰락한 가문의 딸인데 정략 결혼이 싫어서 세상으로 뛰쳐나와 음유시인이 됬다는, 그런 배
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지만 저도 아직 모릅니다) 일행이 되어서 같이 다니면
자물쇠도 따주고, 치료도 해주고, 주문도 걸고, 시인답게 노래(?)도 불러 줍니다.

제 생각이지만, 제작자들이 'D&D'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을 직업이 바로 음유시인 같습니다. 사실 신
화나 판타지에는 유명한 음유시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D&D'에 집어넣어도 꽤나 그럴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전투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죠. 음유시인이란 특성을 살리려면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노래
가 전투에 도움이 될 리 없으니까요. 그러면 게임에선 이걸 어떻게 적용시켰을까요.

규칙책을 살펴보면 음유시인은 연주를 하면서 아군의 능력치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성직자나 마법사들
도 축복을 하거나 주문을 걸어서 능력치를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음유시인의 연주는 경우가 다릅니다.
주문 계열이 아니라 '능력'이기 때문에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마법 무효화 등도 통하지 않죠. 물론
이 연주 능력을 제외한다면, 음유시인의 개성은 옅여지고 말겠죠.

신화에 등장하는 직업과 게임으로 구현되는 직업이 항상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음유시인도 그러한 종류
라고 봅니다. 원래는 영웅들의 서사시를 감동적으로 읊는 사람이 음유시인이지만, 게임에서는 연주를
해서 아군의 전투에 도움을 주죠. 흠, 연주가 너무나도 감동적이어서 능력치가 올라가는 걸까요? 하긴
<일리아드> 등을 들어보면 (언어가 달라도) 북받치는 감동에 눈물을 흘린다고 하죠.

만약 샤르윈 같은 아가씨가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세레나데를 불러준다면, 어지간한 남성들은 정말 능
력치가 올라갈 것도 같습니다. 오, 이렇게 생각해 보니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정이로군요. 확장팩에는
웬 도마뱀 음유시인이 나온다고 하던데, 허…, 도마뱀이 노래를 불러봤자 무슨 힘이 될까요. 그냥 예쁘
장한 아가씨로 계속 내버려 두는 편이 나을 텐데.

※ 호메로스를 'D&D' 수치화 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호메로스라면 레벨이 도대체 얼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