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분야는 SF, 메카닉이지만 이에 대해선 이미 차고 넘칠만큼 글이 올라왔으니 좀 다른주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타 종족과의 비교를 통해 인간행태를 비판하는 장면을 종종 볼수 있습니다. 짐승은 배고플때 아니면 생명을 죽이지 않고 의미없는 학살도, 전쟁도 안한다. 인간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존제도 없으며 강간도 인간만 저지르는 짓거리다. 성향 자체만으로 본다면 박테리아와 다를것 없는 존제다 등등.

뭐 그려려니 싶지만서도 그런 식으로 인간을 비판하는 종족(특히 엘프 녀석들)을 볼때 '그래, 니들 잘났다' 퉁명스런 기분도 개인적으론 생긴답니다. 엘프도 역시 종족의 특성에 의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인간이 제일 큰 세력을 갖추고 있으니 가장 튀어보이는건 당연하고요. 이런 종족간 차이를 적절히 표현했다 싶은작품으로 '위칼레인' 이 있습니다.


"인간은 말이지, 유난히 모습에 집착을 하는 종족이야. 신체의 일부가 불구라던가 외모가 못생겼다던가 해서 놀림이나 기피의 대상이 된다는건, 다른 종족에게선 볼 수 없어. 그 이유는 말이지 인간이 신의 모습을 부여받았기 때문이야."

"그렇다는건, 다른 종족역시 신에게 부여받은 것에 결함이 있는 경우 그 상대를 배척한다는 말이야?"

"그래. 권능을 갖지 않은 드래곤, 손재주(번영의 상징)가 없는 드워프, 조화(축복의 상징)를 이룰 수 없는 엘프는 역시 자기 종족들에게 배척을 받기 마련이지."


딴 종족들도 '왕따'가 존제한다는 말이죠.

사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자나 늑대, 상어같은 육식동물도 흥분하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감정적으로 살상을 저지릅니다. 전쟁은 말할것도 없고 착취와 살해, 학대와 왕따, 도둑질, 시기, 다툼 모두 다른 동물들에게서 발견할수 있는 특성이고요. 강간이 없다는 논리도 실은 대부분의 동물들은 암컷이 거부할경우 수컷이 어떻게 해볼수 없기에 성추행으로 그치는 거지, 그럴 능력만 된다면 기꺼이 하려고 하며 하는 종족도 있습니다. (그게 옮단 소린 당연히 아니죠. 사람이 짐승입니까?)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한다는 논리는 어떨까요? 인간'만이' 자연을 파괴한다는 말은 실상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탄생의 역사이래 자연을 파괴하는 종족들은 모두 멸종되고, 순응하는 종족만이 살아 번성한겁니다.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자는 주장도 깊이 파고들면 인간 이외의 다른 종족에 대한 이타심이 아니라, 결국 인간 자체를 위한 이기심을 그 근본으로 하는 행위가 될수밖엔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에이즈나 흑사병을 '전멸'시키려는 행위를 잘못이라고 몰아세우긴 참 껄적지근할수 밖에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역시 나름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 흡사 대선자금 수사에서 한나라가 벌이는 '니들은 먼지 없냐?' 와 똑같은 짓거리긴 합니다만.  ㅡ_ㅡ;...

물론 이런 타 종족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종종 볼수있습니다. 가장 많이 내세우는 타 종족의 문제점은 '세력의 약화' 일겁니다. 어찌됐건 지금은 없는게 확실하니 결국 멸종할수 밖에 없는 종족인게 분명하니까요. 이것은 이들이 지닌 문제점으로 인해 발생된 결과고, 그 원인과 과정을 생각해 보는건 꽤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일단 생각해 볼수 있는건 집단의 경직성과 고정화에 의한 퇴행입니다. 고인물이 썩게 마련이고 한정된 유전자 풀은 열등 유전자를 낳는다는 말이죠. 종족 전체적인 면에서 인간이 문제투성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식으로 나가는게 일반적인 공식인듯 싶더군요. 슬레이어도 그렇고 반지도 그렇고... 사실 이를 벗어나는게 쉬운건 아닐겁니다.

초가위에 주렁주렁 메달린 박넝쿨이 멋스럽긴 하지만 이는 자동차로 지나가며 창밖을 내다보는 주변인의 감상 이상은 될수 없습니다. 초가는 때마다 지붕을 갈아줘야 하는 불편이 있고 그안에서 또아리 틀고 사는 구렁이가 있습니다. 단점과 장점 모두를 수용할때 진정 '이해했다'는 표현을 쓸수 있겠죠. 이것은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 할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타 종족에 대한 이해역시 이런 맥락에서 좀더 포괄적인 인식을 가져본다면 훨씬 풍요로운 이야기꺼리를 발견할수 있을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