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에 대한 질문과 관련하여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우리들이 흔히 SF라고 하면 갖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가령, 로봇은 어느 정도로 사용되고, 우주선은 어떻고, 화면은 어떻고...

그리고 많은 수의 SF 작품이 이러한 '기대'에 맞추어 배경을 구성하고 설정을 만들곤 하지요.


하지만, 간혹,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스타워즈"가 대표적인 경우죠.

스타워즈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은하계, 그리고 다른 시간"의 이야기이지요.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의 사상 자체가 완전히 다를 수 있겠지요.

에피소드 1~3의 상황과 에피소드 4를 비교하자면, '그린 모니터의 디스플레이'는 문제가 있지만. 만일 에피소드 1~3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꼭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주를 날아다니는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은 서로 연관되어 발전한다고 볼 수 없으니까요.

조금 더 이야기를 전진시키자면, 이곳에서 '레이저'라고 불리는 기술이 우리 세계의 '레이저'와는 다른 것일지도 모르고, 이 세계의 '인간'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다른 우주라고 하면, 일단 그들은 우리와 유전자부터 완전히 다르겠지요?)

호프레디움을 비롯하여 이곳에는 우리 세계에는 존재치 않는 다양한 물질이 있지요. 어쩌면 그 세계는 '우리와는 다른 주기율표'의 지배를 받는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상기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는 여하튼 우리와는 다른 '우주'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 우리 세계의 과거, 혹은 미래라고 해도 우리의 상상과는 다른 세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2차 대전이라는 일이 없었고,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소수의 천재들이 아니었다면, 핵병기는 개발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몇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당시 핵병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등을 확보하는데는 수천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바라는 '완전히 평화적인 핵 기술'이 발전했을지도 모르지요.(뿐만 아니라, 체르노빌 사건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원자력 발전이 더 널리, 그리고 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겠지요.)

핵병기, 그리고 냉전이라는 문제로 인해서 '알파넷'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인터넷의 등장은 엄청나게 미루어졌거나, 혹은 영원히 늦추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테슬러라는 천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에디슨이 바라는대로' 엄청나게 비싸고 불편한 직류 전기를 쓰고 있을지 모르지요. 컴퓨터는 고사하고 집집마다 TV나 라디오 등 수많은 전자 제품을 쓰는건 꿈에 가까울 겁니다. 그리고 밤은...아직도 '공포의 시간'으로 존재하겠지요.

와트가 아니었다면 증기 기관은 아직도 위험하고 불편한 도구일지 모르고, 디젤이 아니었다면 내연 기관은 '효율적이고 편하지만 약한...' 그런 물건으로 남을 수도 있지요.

노벨이 아니었다면 다이너마이트라는 도구는 나오지 않았을 지 모르고, 프랭클린이 없으면 아직도 번개 때문에 피해가 계속될지 모릅니다.(물론, 초고층 빌딩도 나오지 못했겠지요.)

플래밍이 우연히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페니실린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스트랩토마이신이나 기타 여러가지 항생제 역시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조차 있습니다.

물론,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한 두사람의 천재에 의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성과가 쌓임으로서 완성된다고 해도 그것이 조금 틀어짐으로서 지금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탄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정으로서 "비잔티움의 첩자"나 "다아시경 이야기" 같은 대체 역사 작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실패한 가정'을 이야기했습니다만, 반대로 '성공한 가정'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 속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이 성공하여 기술로서 정착되었다면 역시 세계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볼때 지금의 사상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한가지 관점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미래(아니, 스타워즈처럼 다른 세계일지도 모르지만)는 우리 자신의 미래인 동시에 우리 자신과는 관계없는 미래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함으로서 SF... 그 세계의 재미를 더욱 충실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상상'이라는 것은 단 하나의 정해진 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른바 '과학의 오류'에만 집착하는 것은, 그 상상의 재미를 스스로 내 버리는 것이 될테니까요.


P.S) 메탈기어 시리즈... 그 세계관 역시 '지금과는 다른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요. 샤고호트나 메탈기어 같은 병기가 등장하는 세계... 현자라는 이들에 의해 세계 역사가 농락당하는 세계...
  그래서 그만큼 이 세계가 흥미로운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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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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