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속의 상상 과학과 그 실현 가능성, 그리고 과학 이야기.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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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076
그레그 베어가 쓴 장편소설 <블러드 뮤직> 앞부분을 보면 주인공 버질이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지적 능력을 갖춘 미생물을 배양하는 실험인데, 원심 분리기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다는 이야기가 줄줄 나오죠. 그런데 읽다가 보니까 문득 드는 생각이 제가 책을 이해하면서 읽는 게 아니라 그냥 글자만 들여다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실험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블러드 뮤직>은 고등학생 기초과학 수준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던데, 학교 다닐 때 과학 공부를 잘 안 한 탓인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가 않더군요.
이런 장애에 부딪힌 건 비단 <블러드 뮤직>만이 아닙니다. 하드 SF라고 하는 몇몇 소설들과 그 밖에 하드에 가까운 소설들을 볼 때마다 대충 겉핥기로만 파악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령, <중력의 임무>를 읽을 때는 도대체 행성이 우째 생겨먹어서 어디가 어떻게 중력이 작용하는지 머리를 싸매야 했죠. 그럴 때 이해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흥미를 잃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읽기 시작한 거 끝까지 읽자는 마음으로 본 책들도 있지만, 중도에 그만 읽고 싶었던 적도 몇 번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설정이 어려워서 책을 접은 적은 없습니다만)
물론 SF 작품에 나오는 설정은 아무리 복잡하고 딱딱해도 결국 상상력을 발휘한 것들입니다. 한마디로 ‘뻥’이란 뜻이죠. 미래에 실현할 가능성이 높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한 번쯤 생각해볼 설정이긴 하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뻥’입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뻥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거죠. <블러드 뮤직>에서 버질이 한 실험이 어디까지가 뻥인지 전 모릅니다. 지적 미생물을 키운다는 설정만큼은 뻥이라는 걸 알지만, 세세한 과정은 모릅니다. 정보 이론을 대입하는 것도 어디서부터가 과장인지 모르고요. 알지도 못하는 걸 들여다봐야 하니까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죠.
만약 이런 것들이 오로지 인간의 상상력에서만 나왔다고 하면 그나마 좀 나을 겁니다. 판타지 게임 중에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라는 작품이 있는데, 설정이 방대하고 복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른바 ‘플레인’이라고 하는 세계(차원)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얽히고 설킨 설정에 입을 다물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복잡하기는 해도 이해를 못할 건 없었습니다. 무슨 플레인이 어디로 통하고 어디가 어디라는 건 당장 파악하기 힘들지만, 어차피 모두 상상력일 뿐이니까요. 이 세상에 진짜 천상계나 물질계로 통하는 통로가 있거나 아우터 플레인이 이너 플레인과 이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이런 예시를 든 이유는 판타지가 쉽고 SF는 어렵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SF가 뻥이기는 하지만, 사실을 포함한 뻥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100% 뻥에 가까운 판타지보다는 몇 %가 뻥인지 헛갈리는 SF를 볼 때 흥미가 줄어든다는 거죠. 물론 여기서 말하는 SF에 우주 모험물 등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애초에 SF를 접한 게 공룡이나 괴물을 통해서였는데, 그래서 하드 SF에는 적응을 잘 못하나 봅니다. 취미 영역을 넓히려다가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고 할까요. (에, 공부 게을리 한 탓이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뭐, SF 소설도 소설이고, 소설은 주제를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긴 합니다. 그렉 베어도 <블러드 뮤직>을 쓰면서 독자가 미생물 실험을 보며 헤매는 걸 원치는 않았을 겁니다. 그보다는 후반부에서 인류가 종말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경이로움을 전하고 싶었겠죠. 저도 그 경이로움을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에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어느 분 말씀마따나 상상 과학에 도전하는 것도 SF의 참 재미 중 하나일 텐데 말이죠.
이런 장애에 부딪힌 건 비단 <블러드 뮤직>만이 아닙니다. 하드 SF라고 하는 몇몇 소설들과 그 밖에 하드에 가까운 소설들을 볼 때마다 대충 겉핥기로만 파악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령, <중력의 임무>를 읽을 때는 도대체 행성이 우째 생겨먹어서 어디가 어떻게 중력이 작용하는지 머리를 싸매야 했죠. 그럴 때 이해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흥미를 잃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읽기 시작한 거 끝까지 읽자는 마음으로 본 책들도 있지만, 중도에 그만 읽고 싶었던 적도 몇 번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설정이 어려워서 책을 접은 적은 없습니다만)
물론 SF 작품에 나오는 설정은 아무리 복잡하고 딱딱해도 결국 상상력을 발휘한 것들입니다. 한마디로 ‘뻥’이란 뜻이죠. 미래에 실현할 가능성이 높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한 번쯤 생각해볼 설정이긴 하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뻥’입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뻥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거죠. <블러드 뮤직>에서 버질이 한 실험이 어디까지가 뻥인지 전 모릅니다. 지적 미생물을 키운다는 설정만큼은 뻥이라는 걸 알지만, 세세한 과정은 모릅니다. 정보 이론을 대입하는 것도 어디서부터가 과장인지 모르고요. 알지도 못하는 걸 들여다봐야 하니까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죠.
만약 이런 것들이 오로지 인간의 상상력에서만 나왔다고 하면 그나마 좀 나을 겁니다. 판타지 게임 중에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라는 작품이 있는데, 설정이 방대하고 복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른바 ‘플레인’이라고 하는 세계(차원)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얽히고 설킨 설정에 입을 다물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복잡하기는 해도 이해를 못할 건 없었습니다. 무슨 플레인이 어디로 통하고 어디가 어디라는 건 당장 파악하기 힘들지만, 어차피 모두 상상력일 뿐이니까요. 이 세상에 진짜 천상계나 물질계로 통하는 통로가 있거나 아우터 플레인이 이너 플레인과 이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이런 예시를 든 이유는 판타지가 쉽고 SF는 어렵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SF가 뻥이기는 하지만, 사실을 포함한 뻥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100% 뻥에 가까운 판타지보다는 몇 %가 뻥인지 헛갈리는 SF를 볼 때 흥미가 줄어든다는 거죠. 물론 여기서 말하는 SF에 우주 모험물 등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애초에 SF를 접한 게 공룡이나 괴물을 통해서였는데, 그래서 하드 SF에는 적응을 잘 못하나 봅니다. 취미 영역을 넓히려다가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고 할까요. (에, 공부 게을리 한 탓이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뭐, SF 소설도 소설이고, 소설은 주제를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긴 합니다. 그렉 베어도 <블러드 뮤직>을 쓰면서 독자가 미생물 실험을 보며 헤매는 걸 원치는 않았을 겁니다. 그보다는 후반부에서 인류가 종말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경이로움을 전하고 싶었겠죠. 저도 그 경이로움을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에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어느 분 말씀마따나 상상 과학에 도전하는 것도 SF의 참 재미 중 하나일 텐데 말이죠.
2008.03.19 15:41:32
뭐 흔히 하는 얘기로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니까요. 야규어님 말씀대로 자신이 아는 지식이 많으면 작품을 이해하기 쉬우니 재미를 느끼기가 수월하겠죠. 레드 엔젤님 말씀은 지식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그것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움) 그 자체가 작품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인것 같군요.
2008.03.19 15:41:32
음, 제가 말하려는 바는 '사람들이 왜 SF를 어려워하는가' 이거였습니다. 여기다 제 개인 경험을 예시로 든 거고요. 하드 SF 같은 소설들은 어지간한 지식이 없다면 분명히 읽다가 막히는 구석이 있습니다. 자주 드는 사례로 <쿼런틴> 같은 책들을 보고 올라온 소감문을 보노라면 무슨 양자역학 논문을 보는 것 같죠. 작가는 인정 받지 못하는 양자역학 이론을 가지고 설을 풀어 나간다는데, 도대체 하이딩거가 키우는 고양이도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드니까요.
따라서 흔히 하는 말인 'SF는 어렵다'는 결국 이런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레드엔젤 님 말씀도 틀리지 않은 게 이렇게 딱딱한 SF만이 정통이라며 내세우는 실태가 만연하기도 하죠. 'SF는 어렵다'는 말은 결국 일부분만 맞는 말입니다. 정확히는 '하드 SF는 어렵다'고 해야 하니까요. 이걸 해결하려면 가볍고도 재미있는 다양한 여타 부류를 보여주면 되는데, 이런 부류를 싫어하고 딱딱한 것만 앞세우려는 경우도 있거든요. "<슈퍼맨>과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똑같은 SF라고? 나의 SF는 그렇지 않아!" 이러면서 말이죠.
※ 본문에서 제 이야기만 하고 정작 주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군요. 제 답변은 본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따라서 흔히 하는 말인 'SF는 어렵다'는 결국 이런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레드엔젤 님 말씀도 틀리지 않은 게 이렇게 딱딱한 SF만이 정통이라며 내세우는 실태가 만연하기도 하죠. 'SF는 어렵다'는 말은 결국 일부분만 맞는 말입니다. 정확히는 '하드 SF는 어렵다'고 해야 하니까요. 이걸 해결하려면 가볍고도 재미있는 다양한 여타 부류를 보여주면 되는데, 이런 부류를 싫어하고 딱딱한 것만 앞세우려는 경우도 있거든요. "<슈퍼맨>과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똑같은 SF라고? 나의 SF는 그렇지 않아!" 이러면서 말이죠.
※ 본문에서 제 이야기만 하고 정작 주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군요. 제 답변은 본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2008.03.19 15:41:32
하드 SF래봐야 어디까지나 픽션이고 작가의 구라에 의존하는 게 맞습니다. 다이슨 스피어에 대해서 천체물리학자들과 이야기하면 고개를 저을 겁니다. 쿼런틴의 양자물리학에 대해 물리학자와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겠죠. 이야기가 우선이며 설정은 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죠.
레덴젤님이 저를 그 오타쿠로 비유하신 것 같으니 (덕분에 기분이 좋은 상황에서 쓰는 글은 못 되겠군요) 덧글 달아야겠습니다만. 전 전뇌화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공각기동대의 전뇌화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것 뿐입니다. 공각기동대의 가상세계가 인간의 뇌를 몽땅 컴퓨터로 갈아치울 수 있는 세상이라고 명시된다면 전 거참 되게 살벌한 동네군 하고 말겠죠. 그 설정 자체엔 불만 없으며 작품 내에서 그게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다고 해서 공각기동대 깔 생각은 없습니다.
근데, 전에도 참 길게도 썼지만 공각기동대에서 나오는 전뇌화가 '설정'에서 가능하다고 쳤을 때 그 설정이 작품 내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대체 뭘 의미하는지는 최소한 제겐 명확하지 않았거든요. 그걸 만든 사람들이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이해하기 힘들고요. 그걸 명확히 해놓지 않고선 최소한 제겐 연극에서의 과장된 죽음만큼의 현실성을 느끼지 못하여 작품 이해에 심대한 지장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궁금증 생긴 것도 잘못인가요. ;^P
물론 이 모든 게 어느 정도 개인적 취향의 차이란 건 사실입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인과관계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라도 그 점을 제외한 다른 모든 요소 때문에 좋아하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을 테고 그 점만을 꼬투리 잡아 평가 절하하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겠죠. 007 영화에서 우리나라가 미개한 후진국으로 묘사되도 영화만 재밌으면 된다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점을 문제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SF 영화에서 온갖 물리 법칙이 깨지더라도 그 점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건 그 작품을 평가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사실성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의 문제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누군가에겐 황당무계하고 지루해빠진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일생에 길이 남을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대작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의 취향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최소한도의 논거만 충족된다면 존중받아야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생각으론 상당수의 팬층이 자신들이 작품의 사실성이 그 작품의 퀄리티와 상관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작품의 사실성에 대해 비판하는 게 곧 그 작품의 퀄리티를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이중적 모습도 보게 되더군요. 늘 그렇듯이, 건담이 현실에서 구현 불가능하다 말하면 화내는 사람들은 죄다 건담 팬들이죠. 작품 속에서 구현 불가능하다거나 건담이 쓰레기라는 말을 하지도 않는데.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건담 대지에 서다의 한 장면을 보고싶은건 바로 그들인데. 작품 자체의 내적 정합성을 떠나서, 건담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에 대해 논하는 건 재밌는 일이잖아요. 어차피 소위 팬들이 하는 게 다 그런 것이기도 하고.
영화감독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너도 그만큼 못 만드면서 왜 너보다 잘 만든 걸 비판하느냐는 피장파장의 오류밖에 되지 못하죠.
레덴젤님이 저를 그 오타쿠로 비유하신 것 같으니 (덕분에 기분이 좋은 상황에서 쓰는 글은 못 되겠군요) 덧글 달아야겠습니다만. 전 전뇌화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공각기동대의 전뇌화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것 뿐입니다. 공각기동대의 가상세계가 인간의 뇌를 몽땅 컴퓨터로 갈아치울 수 있는 세상이라고 명시된다면 전 거참 되게 살벌한 동네군 하고 말겠죠. 그 설정 자체엔 불만 없으며 작품 내에서 그게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다고 해서 공각기동대 깔 생각은 없습니다.
근데, 전에도 참 길게도 썼지만 공각기동대에서 나오는 전뇌화가 '설정'에서 가능하다고 쳤을 때 그 설정이 작품 내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대체 뭘 의미하는지는 최소한 제겐 명확하지 않았거든요. 그걸 만든 사람들이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이해하기 힘들고요. 그걸 명확히 해놓지 않고선 최소한 제겐 연극에서의 과장된 죽음만큼의 현실성을 느끼지 못하여 작품 이해에 심대한 지장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궁금증 생긴 것도 잘못인가요. ;^P
물론 이 모든 게 어느 정도 개인적 취향의 차이란 건 사실입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인과관계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라도 그 점을 제외한 다른 모든 요소 때문에 좋아하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을 테고 그 점만을 꼬투리 잡아 평가 절하하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겠죠. 007 영화에서 우리나라가 미개한 후진국으로 묘사되도 영화만 재밌으면 된다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점을 문제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SF 영화에서 온갖 물리 법칙이 깨지더라도 그 점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건 그 작품을 평가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사실성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의 문제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누군가에겐 황당무계하고 지루해빠진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일생에 길이 남을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대작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의 취향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최소한도의 논거만 충족된다면 존중받아야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생각으론 상당수의 팬층이 자신들이 작품의 사실성이 그 작품의 퀄리티와 상관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작품의 사실성에 대해 비판하는 게 곧 그 작품의 퀄리티를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이중적 모습도 보게 되더군요. 늘 그렇듯이, 건담이 현실에서 구현 불가능하다 말하면 화내는 사람들은 죄다 건담 팬들이죠. 작품 속에서 구현 불가능하다거나 건담이 쓰레기라는 말을 하지도 않는데.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건담 대지에 서다의 한 장면을 보고싶은건 바로 그들인데. 작품 자체의 내적 정합성을 떠나서, 건담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에 대해 논하는 건 재밌는 일이잖아요. 어차피 소위 팬들이 하는 게 다 그런 것이기도 하고.
영화감독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너도 그만큼 못 만드면서 왜 너보다 잘 만든 걸 비판하느냐는 피장파장의 오류밖에 되지 못하죠.
2008.03.19 15:41:32
레덴젤님은 핵심을 잘못 짚고 계십니다. 그런 전제 자체가 이미 매우 비 SF적이라는 증거죠. '전뇌화가 가능하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될건데?'라는 주제는 '마법이 가능하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될건데?'라는 환타지와 전혀 다를게 없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전뇌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도댜체 무슨 뜻인가?'라고 묻죠.
비SF적 사고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중 하나가 SF적 사고가 단순히 기술적 사고라고 믿는다는 점입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SF는 그 기술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습니다. 언젠가는 되겠죠, 뭐. 진짜 SF작가들은 소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보다 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레드엔젤님 이야기는 '둥근 삼각형이 가능하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될건데?'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둥근 삼각형이 뭔지를 글쓴이 스스로도 모르는데 제아무리 썰을 풀어봐야 시시한 (이상한 나라의 폴 같은)우화가 아니라면 앞뒤가 안맞는 잡문밖에 안되겠죠. 그런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했잖아. 너 참 상상력 없구나'라고 해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겠지요.
SF는 '일단 가능하다고 치자'고 우긴 다음 그걸로 반을 먹고 들어가는 장르가 아닙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모험을 떠나는 장르죠. 그리고 바로 그런 면에 하드SF의 매력이 존재하는 겁니다. 쿼런틴이 왜 훌륭한 SF고 공각기동대가 왜 양파껍질인지는 거기서 결판 나는 것이고요.
SF를 즐기기 위해서는 보통의 소설을(혹은 환타지를) 바라보는 관점보다는 철학책을 접하는 관점과 자세로 접근하는게 더 좋습니다. 당장, 아래서도 나온 소위 '평행세계'의 개념을 가장 먼저 만들어낸 작자가 물리학자도, SF소설가도 아닌 철학자인 한에는 말이죠. :-)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전뇌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도댜체 무슨 뜻인가?'라고 묻죠.
비SF적 사고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중 하나가 SF적 사고가 단순히 기술적 사고라고 믿는다는 점입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SF는 그 기술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습니다. 언젠가는 되겠죠, 뭐. 진짜 SF작가들은 소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보다 논리적으로 가능한지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레드엔젤님 이야기는 '둥근 삼각형이 가능하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될건데?'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둥근 삼각형이 뭔지를 글쓴이 스스로도 모르는데 제아무리 썰을 풀어봐야 시시한 (이상한 나라의 폴 같은)우화가 아니라면 앞뒤가 안맞는 잡문밖에 안되겠죠. 그런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했잖아. 너 참 상상력 없구나'라고 해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겠지요.
SF는 '일단 가능하다고 치자'고 우긴 다음 그걸로 반을 먹고 들어가는 장르가 아닙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모험을 떠나는 장르죠. 그리고 바로 그런 면에 하드SF의 매력이 존재하는 겁니다. 쿼런틴이 왜 훌륭한 SF고 공각기동대가 왜 양파껍질인지는 거기서 결판 나는 것이고요.
SF를 즐기기 위해서는 보통의 소설을(혹은 환타지를) 바라보는 관점보다는 철학책을 접하는 관점과 자세로 접근하는게 더 좋습니다. 당장, 아래서도 나온 소위 '평행세계'의 개념을 가장 먼저 만들어낸 작자가 물리학자도, SF소설가도 아닌 철학자인 한에는 말이죠. :-)
공각 기동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전뇌화가 가능하고 그렇게 된 존재가 인간으로서 법적 규정이 허용된다라는 전제가 깔린 상태에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전뇌화가 가능하냐 하지 않느냐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그런 분들이 공각 기동대에 바라는 것은 뇌에서 벌어지는 사고가 디지틀화되는가 안되는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족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보여주는 말을 해도 이미 듣지 않거든요.-_-a
러프하게 말씀하신 그 뻥(픽션성)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저는 SF와 판타지 사이에 차이점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SF는 제 생각에는 그 픽션성의 실제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과학적인 면에 기대는 거라고 봅니다. 여기서 실제라는 말이 사실(true)이 아닌, 실제처럼 인식되는 현상이라는 걸 좀 주목해 봐야겠지요.
가령, 연극에서 배우가 칼에 찔려 죽는 장면을 보자면, 사실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배에 칼 넣으면 컥 하고 죽지만,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할 말 다하고 비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르륵 주저 앉지요. 그게 바로 리얼과 트루의 차이라고 저는 봅니다.
다시 SF이야기로 돌아와서 SF에서의 리얼은 과학 지식에 기대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소위 하드한 걸 즐기신다는 분들이 이 기대는 정도를 실제로 착각한다는 겁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할까요? 일전에 표도기님이 우스개 소리로 일본의 오타쿠들은 이지스 함의 나사 갯수와 모양까지도 알고 있다라고 말씀하셨었지요. 하지만, 그들 오타쿠들이 이지스함을 만들 수 있던가요? 스팩을 줄줄 외우면서도 만들지 못합니다.
그들을 비하하거나 우습게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저도 이지스함은 못만듭니다.) 그러나, SF작가들은 과학지식에 기대서(오타쿠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데이터를 가짐에도) 이지함을 소재로 소설을 만들어 냅니다. 오타쿠들은 소설 조차도 못 만듭니다. 다만, 그 소설의 잘못된 스팩에 대해서 말들을 많이 할 수 있겠지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이지함의 스팩이 아니라, 이지스 함이 만들어 가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건담이 실제 세상에서는 소용없는 로봇이라고 수없이 말로 까봤자 소용없는 짓임을 여전히 작시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에니메이션에서 건담이 실제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안합니다. 미노프스키 입자라는게 있어서 건담이 만들어졌다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나라면 그 세계관에서 건담이 아니라~~ 어쩌구" 하시는 분들이 제시하는 전장 무기를 다시 보시면 그들이 왜 건담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지 압니다.
픽션이 아닌 보고서를 만들 생각을 하고, 남이 애써 작성한 소설을 가지고 보고서를 잘못썼다고 타박을 하거든요. 게다가, 문제는 정작 그 자신들은 보고서조차도 못 쓴다는 겁니다.
게임 보고 현실 분간 못하고 살인 저지른 아이들을 손가락질 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이 소설에서 제시한 상황과 현실 상에서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직시 못한다는 것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