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 가끔씩 사라졌거나 활동이 뜸한 국내 SF 팬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런 곳이
어디인지 굳이 지적을 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그런데 저는 이러한 사이트에서 SF 게임 이야기가 올라온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소설, 영화, 애니
메이션, 만화 등에 관련된 이야기는 많지만, 게임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혹시 이런 글이 있을까 나
름대로 찾아보려고 했지만, 겨우 몇 개 정도만 찾아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은 SF라고 하더라도 게임은 즐기시지 않는다는 거죠.

이유가 뭘까요. 게임이 수준 낮은 놀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분들은 매
체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계시니까 게임은 무조건 유해하고 질이 낮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계시진 않
을 겁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이야기가 종종 올라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제 생각에는 게임이란 물건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에, 게임은 놀기 위해 만든 거지만, 그렇
다고 쉽게 손을 댈 수도 없습니다. 소설이나 영화 등은 그냥 보면 됩니다. 하지만 게임은 사람이 직접 손을
움직여서 조작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SF를 좋아하더라도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은 게임을 멀리 하게 되겠죠.
게다가 몇 시간을 투자하면 되는 소설/영화와 달리 게임은 시간을 많이 잡아 먹습니다.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보고 즐기는' 매체들과 다르게 게임은 '직접 하는' 매체이니까요.

따지고 보면 훌륭한 SF 게임들도 많고,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하드 SF 팬이라
도 매력을 느낄 만한 게임들도 있죠. 하지만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한계 때문에 여기에 관련된 글이 올
라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좀 안타깝군요. 만일 이런 게임 관련 글을 올렸다면, 그런 사이트들도 대중들에
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 클럽은 너무 친근하다는 게 단점 아닌 단점이지만, 어
쨌거나 개인적으로 클럽의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하드 SF 팬들이 쓴 <홈월드> 소감문을 찾아보다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예전에 로가디
아 님이 쓰신 글 말고는 찾을 수가 없더군요. (이런 걸작 SF를 팬덤이라는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다니 편식
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