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가 굳이 미래나 과학 법칙을 다루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SF라 불리기 위해선 미래
가 아니더라도 가상의 시공간을 설정해야 하며 과학이 아니더라도 그 세계에 맞는 환경과 규칙
을 창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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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필름 2.0의 기사를 올렸는데, 저 부분이 과학적 상상력과 다른 개념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
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답을 엉뚱하게 한 것 같네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려 합니다.

기사에 나온대로, 영화 뿐만 아니라, 모든 SF가 반드시 미래와 (자연) 과학 법칙을 다루어야 할 필
요는 없습니다. 일단 과학이라 함은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을 의미하지, 특정한 분야(물리학이나
화학 등)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거든요. 사회 규범이나 심리 상태의 변화도 SF에서 얼마든지 다
룰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의 변화를 논리적으로 표현해야겠지요.

그리고 미래가 아니더라도 SF의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이클 클라이튼의 <타임라인>에서 미래
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평행세계라고 하는 가상의 시공간이 등장할 뿐이죠. 그리고 등장인물
들은 이러한 가상의 시공간을 택해서 모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현실로부터 평행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SF라고 할 수 있죠.

결국 SF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출발해 논리적인 상상력을 펼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기
사의 설명은 여기에 잘 들어맞습니다. 가상의 시공간이더라도, (자연) 과학이 아니더라도 SF의 범
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