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기가 단순히 인간의 의지에 의한 일종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 만을 이야기해 보아야 겠습니다. 동양적인 개념에서 기를 이야기할 경우 기는 실존하는 것으로 인정합니다.

기는 내적인 상향 만이 아니라 외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공 치료를 하는 경우 상대가 눈을 감고 있으며, 치료사의 손이 그의 몸에는 전혀 닿지 않더라도 상대의 몸에 어떤 기운이 전해지면서 몸이 편안하게 됩니다. 특히, 이 기술(?)은 내상을 입은 이들에게 상당히 유용합니다.

일지선과 같은 무술을 사용할때 상대에게 손을 대지 않고 팔을 휘두르거나 하지도 않는데 상대는 내상을 입거나 혈을 찔려서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상대가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벽을 사이에 두고서도 상대에게 내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촛불을 끄는 정도는 이미 본 일이 있습니다. 분명 5m 이상 떨어져 있고 창문도 모두 닫겨서 바람조차 불 수 없는데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한 것으로 촛불이 흔들거리다가 꺼져 버립니다.


만약, 수련이라는 것이 내력을 높이고 기와 순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의지...가 기의 수련에 있어 필요한 것일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의지가 곧 기 자체는 될 수 없습니다.(대부분의 사례에서 도리어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기의 사용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만.)


서양인들이 기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양인이 설명을 잘못해서? 서양인의 이해력이 부족해서?

아니, 무엇보다도 그것은 서양인들이 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고 무언가 다른 현상으로 해석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장강에 사는 물고기 한 마리가 다른 물고기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우리는 물 속에서 살고 있어. '
그러자, 다른 물고기들은 비웃었죠.
' 물? 그런게 어디있냐? '

저는 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않고 살아살 수 있듯이, 우리도 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기의 일부 존재이며,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기 속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를 인식하고 그것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어떤 점에서 지금까지 자연스러웠던 것을 완전히 바꾸는 셈이니까요.

서양 무술의 수련이 체력을 단련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그것에 익숙해짐으로서 숙달되도록 하는 것이라면, 동양 무술의 수련은 생활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ox권으로 식사를 하고 ox권으로 걸어다니고 ox권으로 잠을 잔다... 어떤 책에서 본 이야기였지요.

서양에도 수많은 무술이 있지만, 호흡하는 것부터 바꾸는 경우는 존재치 않습니다. 그러나, 동양의 무술 중에서 그에 맞는 호흡법을 익히지 않는 무술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양 무술은 단순히 육체를 수련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무술의 뜻에 합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몸이 그 무술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지요.(그렇기에 생활 자체가 수련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을 건드려도 상대에게 내상을 입히고 죽일 수 있기 때문에 고래로부터 무술가들은 제자를 가르칠때 그 점에 주의하곤 했습니다. 동양 무술에서 심상의 수련을 보다 중시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동양의 무술, 이를테면 소림사의 무예를 익히는데 있어서는 하나하나가 짧게는 5년 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태극권의 경우를 예로 들면 최소한 1년은 해야 태극권의 맛을 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태극권의 수련은 최소한 연 단위로 이야기하지요.)

그러나, 서양의 무술, 이를테면 근접전의 극치인 복싱 같은 것의 수련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물론 챔피언 수준이 되려면 타고난 자질 외에도 오랜 기간의 수련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게 되는데는 짧은 시간으로 충분합니다.(체력이 충분하다면...)

복싱을 한지 몇 달 되지 않아 프로 데뷔 실력에 이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지요. 그것은 레슬링이나 판크라치온과 같은 여타 무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무술에는 기라는 것의 수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금방 노쇠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만...

반면, 동양의 무술은 모든 것이 기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를 느끼고, 내력을 쌓고... 그럼으로서 보다 뛰어난 무술인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서양인들이 동양의 무술을 익힌다고 해도(실제로 군대 등에서 격투기로 가르치곤 합니다.) 그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합니다. 그것은 서양인들이 기라는 것을 믿지 않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동양 무술의 가장 중요한 수련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이것을 보고, 절반도 배우지 못했다고 합니다만.)

신의 존재를 믿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신의 존재를 이해시키려고 해도 불가능합니다. 코끼리를 본 일이 없는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내놓아봐야 아무도 그 모습을 알지 못하죠. 옆에서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봐야 그들의 머리 속에는 고작해야, ' 이상한 뿔의 큰 소 '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라는 것을 아예 믿지 않고, 그게 실존할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이들에게 어떻게 기가 이런 것이다라는 설명이 가능하겠습니까? 고작, 기공법을 보여주고, 침술을 보여주고, 무술을 보여주고 해서 놀래키는 정도 밖에 안 되겠지요.


p.s) 동양 무술과 서양 무술의 또 하나의 차이는 동양 무술이 대지의 힘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서양 무술의 힘이 대부분 잘 단련된 근육에서 나온다면 동양 무술은 조화로운 몸의 움직임에서 나옵니다.

ps2) 기의 놀라움에 대한 또 하나의 사례로 금침이 있습니다. 사실, 금은 인체의 몸에 전혀 해(영향)를 주지 않기 때문에 침의 재료로서 적합합니다. 그러나, 금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몸, 그것도 정확한 혈을 찌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뛰어난 의원은 금침으로 원하는 혈을 간단히 찌릅니다. 그것은 기에 의해 금침이 매우 단단한 상태로 변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단순한 의지로 금침이 제멋대로 단단해질리는 없겠지요?(사람 중엔 머리카락을 몸에 찔러 넣을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만.)

ps3) 평범한 노인이 기를 자유롭게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한게 당연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그런 노인에게는 그 상태가 자유로운 것이지요. 무협지에서 말하는 혈이 막혀 있는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혈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기를 자유롭게 순환시키려면 오랜 시간의 수련이 필요하고 이것은 나이가 젊을수록 좋다고 합니다.(기를 운용하지 않았던 시기가 짧은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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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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