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스타트렉 얘기가 나오는군요.

스타워즈의 세부 설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만약, 영화에 묘사된 대로의 전투라면.. 엔터프라이즈보다 작은 디파이언트급 우주선도 능히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표도기님은 제국군과 연방군의 전투라면 제국군이 우세하다고 하셨는데, 만약 정말 이런일이 벌어진다면, 데스스타 할아버지가 와도 연방군을 이길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은 초광속항법이 틀립니다. 스타워즈는 '하이퍼 스페이스'를 통해서 우주여행을 하므로 초광속중에서는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트렉의 우주선들은 통상공간에서 '서브 스페이스'의 성질을 재현시켜 초광속 여행을 합니다. 초광속 여행중에서는 페이저를 사용할 수 없지만, 토피도는 사용할 수 있지요. 즉, 워프 속도로 지나가면서 토피도만 쏟아부어줘도 데스스타는 맞상대 할수가 없는거지요. 또한, 스타트렉의 세계에서는 몇광년의 파괴반경을 갖는 반물질 폭탄 등이 언급되므로, 데스스타 옆에 떨구고 워프 스피드로 빠져나가는 전법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스타트렉 세계에서는 데스스타가 엘더란을 파괴하는 것 같은 무조건적인 파괴는 보그같이 맛이 간 외계인들이나 저지르는 '악행'이므로, 강력한 반물질 폭탄은 만들수는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족은 종종 행성파괴용 병기를 만들고는 합니다.)
전투에서 기동력이 훨씬 우세함에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통상속도로 화력전을 벌인다면 (사실 이 경우는 억지거나, 연방측 제독이 멍청하다면..)  1:1의 화력전(스타 디스트로이어와 갤럭시급 우주선)에서는 우세를 점치기 어렵습니다. 가시적인 화력으로는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앞서는 것 같지만
초광속 운행을 위해 강력한 디플렉터를 장비한 연방측 우주선의 실드가 강하다고 생각되거든요.
(또한, 스타트렉족의 사정거리가 더 길다고 보입니다.)

뭐, 서로 다른 세계관을 다룬 두 SF가 맞짱뜬다는 생각은 평가하는 이가 어느쪽의 팬이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전 당연히 스타트렉의 팬입니다.)

몇가지 추가하자면, 스타트렉 세계에도 '우주전투기'는 존재합니다만,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함대전에서 사용되는 가장 작은 우주선은 아마도 런어바웃급 셔틀과 비슷한 크기의 벤쳐급 전투정일겁니다. 그런데, 이게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작습니다.
런어바웃급 우주선의 길이가 25m인데, 스타워즈의 임페리얼 셔틀이 20m이고, X-wing이 15m 입니다. X-wing은 1인승인데, 런어바웃은 6인승+추가승객이지요.
이것은, 스타트렉의 셔틀들은 실제로 우리 세계의 '봉고차' 같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구조의 대부분이 생활공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저런 구조로 어떻게 초광속 운행을 하는가 궁금합니다. 도대체가 기계가 들어갈 공간이 없거든요. ^^;
그리고, 최근에는 '마이크로 토피도'라는 것이 등장하여, 전투기나 셔틀같은 소형 함정에서도 토피도를 사용합니다. 마이크로 토피도에 관해서는 세부사항은 잘 모르겠지만 길이는 겨우 수십센티 수준으로 매우 작습니다.

스타트렉을 보다보면, '토피도 발사, 풀 스프레드(Torpedo fire, Full Spread)'라는 대사를 종종 듣게 됩니다. 연방의 토피도 발사기는 한번에 한발만 발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급은 한번에 10발을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습니다. 보이져는 8발이라고 하더군요.) 보기에는 하나의 광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10발인 셈이지요. 10발의 토피도는 0도에서 90도까지 확산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0도라면 한데 모여 있는 것이고, 90도라면 발사후 90도로 퍼지게 됩니다.
또한, 토피도는 유도무기입니다. 이것은 영화에서는 잘 묘사되지도 않고, 묘사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치명적으로, 스타플릿 커맨드에서 토피도를 직사무기로 묘사한 점도 있지요.) 영화에서 보면, 토피도는 발사되면 대부분 상대방에게 직격됩니다. 90도의 확산각도가 옵션으로 되어있는 이유는 상대방 우주선의 기동력이 높을 경우, 10발중 몇발이라도 명중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사실 토피도는 현재의 어뢰보다는 미사일의 개념이라고 봐야 하는게, 한번 피하면 이게 돌아서 다시 따라오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확산각도라는 것도 존재하지요.
또한, 스타트렉 세계에서는 불필요한 폭력을 지양하기 때문에, 포톤 토피도의 경우에는 탄두에 반물질 주입량을 조절하므로서 폭발력을 세밀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페이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워즈의 레이저에서는 그런 언급이 없지만, 스타트렉에서는 경고사격을 위해 2-30%의 페이저 출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형의 퀀텀 토피도의 경우에는 포톤 토피도보다 수십배 강한 파괴력을 가진것으로 묘사되는데, 상세한 상황은 잘 모르겠네요.

스타워즈에서는 '이온캐논'이라는 흥미로운 무기가 등장합니다. 상대방의 동력 혹은 컴퓨터를 마비시키는 셈인데, 이 무기가 스타트렉의 우주선들에게는 듣지 않습니다. 스타워즈의 이온캐논은 현재로 말하면 EMP 병기이고, 스타워즈의 세계의 컴퓨터들은 현재와 그리 틀릴게 없는 전자체계를 갖고 있지만, 스타트렉은 광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DS9에서 도미니언과 연방측이 전쟁에 들어가면서 여러가지 전투장면이나 함대전(!)이 묘사됩니다만, 그전까지는 스타트렉에서의 전투라면 소규모의 국지전 성격이 강했지요. 전투에 투입되는 우주선이 겨우 서너척이었지요. (이것은 TV 시리즈에서 묘사할 수 있는 모델의 한계였습니다.) 그러나, CG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한장면에서 수십척의 우주선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벌어집니다.
저는 아직 DS9의 후반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대규모 함대전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이텔과 천리안의 SF동호회에 관련 동영상을 올려놓았습니다만 현재는 모뎀을 쓰기 때문에 이곳에 올리는 것은 힘들것 같군요.

트랙터빔이 전투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주 드믄 일인데, 일단 트랙터빔은 상대방의 실드를 먼저 파괴하지 않는한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타트렉의 세계에서는) 만약 상대방의 실드를 파괴하고 트랙터빔으로 상대방 우주선을 잡아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잡힌 우주선은 트랙터빔 방사기를 파괴해버리면 되거든요.
유일하게 트랙터빔을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종족은 '보그'인데, 얘네들은 트랙터빔으로 상대방 우주선을 잡아버린후, 집중공격을 펼칩니다. 워낙 맷집이 좋으므로, 가능한 전술입니다. 자신들이 몇방 맞는것은 상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스타트렉의 '실드'에는 작동주파수(Shield Harmonic freguency) 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상대방 실드 주파수를 알아내면 실드의 파괴 없이 실드를 뚫고 지나갈 수 있지요. (그래서, 보그의 트랙터빔 전술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DS9의 대규모 함대전을 제외하면, 스타트렉의 전투는 상대방의 실드 주파수를 알아낸다거나, 또는 우주의 자연현상을 이용해 승리를 하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실드는 그외에도 여러가지 목적으로 쓰이는데, 우주선의 에너지 특성을 위장하여 탐지장치에 다른 우주선으로 나타나게 한다거나 (클로킹 장치는 쓸 수 없으므로) 특정한 방사선을 막아내게 조정하는 도구로도 쓰입니다.
스타트렉의 우주선은 실드외에 선체지지필드(Hull Integrity Field)가 선체에 작용하여 선체의 외벽을 강화시킵니다. 필드라고 하지만, 선체의 외벽과 골조를 이루는 재료가 에너지를 받으면 강도가 강화되는 재료이므로, 선체를 따라 실드가 쳐지는 것이 아니라 선체 자체가 단단해 지는 것입니다. 선체지지필드는 평시에도 어느정도 이상은 작동합니다. (스타트렉의 우주선들이 스타워즈의 우주선보다 실내공간이 더 넓고 장갑이 얇은 이유?) 사실 TOS 시대에서는 실드라고 하면 이 선체지지필드를 최대출력으로 작동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페이저나 토피도를 맞으면 선체에 맞아 폭발하였지요. 하지만, TNG 시대에는 페이저나 토피도가 실드에 맞아 폭발하고, 실드가 무너지더라도 선체지지필드가 어느정도의 방호력은 보장해줍니다.

몇가지, 헛소리를 주절거려봤습니다. 사실 이것도 '설정상'의 '거짓말'이므로,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의 차이점은 '극장판'과 'TV 연속극'의 차이입니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달랑 영화 4편 밖에 없는 스타워즈보다는 수백편의 에피소드가 있는 스타트렉쪽이 더 상세하고 깊은 배경설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스타트렉을 좋아합니다.
(소설이나 게임은 제외합니다. 소설에서는 특촬의 한계나 제작비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한 장면들이나 좀 더 상세한 묘사들을 해줍니다. 하지만, 영화나 TV로 만들어 지지 않는 이상은 그것은 모두 비공식이라고 봐야 합니다. )

오버마인

Live long and Pro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