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 (창작 동아리)
소설이나 설정의 창작에 관심 있는 분들은 위한 자유 게시판입니다.
자신의 습작 자료를 올리고 의견을 듣거나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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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940
나는 땅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에 목 매달려 있는 여인의 시체다.
나를 낳아준 그 여인은 이미 죽어서 북풍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그녀가 단말마의 비명대신 나를 낳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녀의 사체를 비집고 태어난 것일까.
새해가 올 때마다 향기로운 술을 주었던 아버지가 난도질 당해 죽어있다.
사냥감을 잡을 때 마다 맛있는 부위를 주었던 형이 온몸에 화살을 꽃은 채 죽어있다.
빵을 구울 때 마다 가장 큰 것을 주었던 누나가 다리 사이에 말뚝이 꽂혀 죽어있다.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 주었고 나를 위해 춤을 추었으며 나를 위해 이름을 그려 주었던 어머니가 나를 위해 매듭을 묶어 놓은 나무에 목매달려 죽어있다.
보리죽 한 그릇을 탐식하던 이들이 죽었다.
방울꽃 목걸이를 욕심 내던 이들이 죽었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던 나태한 이들이 죽었다.
하나의 짝을 섬기던 음란한 이들이 죽었다.
부모의 가르침에 따르던 교만한 이들이 죽었다.
자식의 첫 걸음마를 질투하던 이들이 죽었다.
가족의 죽음에 분노하던 이들이 죽었다.
나를 무서워했던 만큼 나를 사랑했고 내게 하찮았던 만큼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죽어있다.
나는 운다.
가족의 죽음에 슬퍼 울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에 화나 울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에 기뻐 울지도 않는다.
가족의 죽음에 즐거워 울지도 않는다.
다만 나로 인해 다가올 끄리브다가 무서워 운다.
다만 내가 가져갈 추마가 무서워 운다.
모꼬쉬의 자식들이여.
나를 원한 것은 그대들이다.
나는 쵸르뜨가 되어 쵸르니젠에 찾아갈 것이니 나비에서 통곡하라.
후반으로 갈수록 모호해지죠? 본문의 단어들은 러시아 신화의 등장요소들입니다.
쵸르노보그(Chernobog): 어둠의 신
끄리브다 (Krivda): 부정과 거짓의 어둠의 세계
추마(chuma): 역병
모꼬쉬(mokosh): 대지의 어머니
쵸르뜨(chert): 악마
쵸르니젠(chernjden): 불길한 날
나비(Nav):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
이것은 일종의 실험입니다.
프로토콜과 스키마에 관한 것이랄까요.
자, 한 번 보십시다.
1. 나는 쵸르뜨가 되어 쵸르니젠에 찾아갈 것이니 나비에서 통곡하라.
2. 나는 악마가 되어 불길한 날에 찾아갈 것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에서 통곡하라.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2번이 무난합니다. 모르는 단어의 나열보다는 알기 쉽게 풀이한 문장이죠. 그러나 러시아 신화를 아는 이들에겐 1번이 친숙, 아니 좀더 여유 있는 행간을 가진 문장이 됩니다. 그들은 끄리브다와 나비가 단순한 어둠의 세계가 아니라 천지창조와 관련된 날들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단순한 번역이 싫다면 의역도 있을 테고, 창작설정이라면 주석을 달거나 별도의 설정집에서 설명해도 될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다리 거친 간접설명은 뭔가 딱딱합니다.
간이 안 맞는 요리에 억지로 조미료를 뿌려먹는 달까요? 저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솟아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설정을 따로 접할 필요 없이 글속의 세계에 녹아있는 설정을 직접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때문에 저는 설정집을 만들었으면 나열하는 것은 되도록 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설정은 글을 위한 것이지 설정집을 위한 게 아니거든요. 아, 물론 작품의 세계를 더 알고 싶다는 독자의 요청이 있다면야 할 수 없지요.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에 목 매달려 있는 여인의 시체다.
나를 낳아준 그 여인은 이미 죽어서 북풍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그녀가 단말마의 비명대신 나를 낳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녀의 사체를 비집고 태어난 것일까.
새해가 올 때마다 향기로운 술을 주었던 아버지가 난도질 당해 죽어있다.
사냥감을 잡을 때 마다 맛있는 부위를 주었던 형이 온몸에 화살을 꽃은 채 죽어있다.
빵을 구울 때 마다 가장 큰 것을 주었던 누나가 다리 사이에 말뚝이 꽂혀 죽어있다.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 주었고 나를 위해 춤을 추었으며 나를 위해 이름을 그려 주었던 어머니가 나를 위해 매듭을 묶어 놓은 나무에 목매달려 죽어있다.
보리죽 한 그릇을 탐식하던 이들이 죽었다.
방울꽃 목걸이를 욕심 내던 이들이 죽었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던 나태한 이들이 죽었다.
하나의 짝을 섬기던 음란한 이들이 죽었다.
부모의 가르침에 따르던 교만한 이들이 죽었다.
자식의 첫 걸음마를 질투하던 이들이 죽었다.
가족의 죽음에 분노하던 이들이 죽었다.
나를 무서워했던 만큼 나를 사랑했고 내게 하찮았던 만큼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죽어있다.
나는 운다.
가족의 죽음에 슬퍼 울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에 화나 울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에 기뻐 울지도 않는다.
가족의 죽음에 즐거워 울지도 않는다.
다만 나로 인해 다가올 끄리브다가 무서워 운다.
다만 내가 가져갈 추마가 무서워 운다.
모꼬쉬의 자식들이여.
나를 원한 것은 그대들이다.
나는 쵸르뜨가 되어 쵸르니젠에 찾아갈 것이니 나비에서 통곡하라.
후반으로 갈수록 모호해지죠? 본문의 단어들은 러시아 신화의 등장요소들입니다.
쵸르노보그(Chernobog): 어둠의 신
끄리브다 (Krivda): 부정과 거짓의 어둠의 세계
추마(chuma): 역병
모꼬쉬(mokosh): 대지의 어머니
쵸르뜨(chert): 악마
쵸르니젠(chernjden): 불길한 날
나비(Nav):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
이것은 일종의 실험입니다.
프로토콜과 스키마에 관한 것이랄까요.
자, 한 번 보십시다.
1. 나는 쵸르뜨가 되어 쵸르니젠에 찾아갈 것이니 나비에서 통곡하라.
2. 나는 악마가 되어 불길한 날에 찾아갈 것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에서 통곡하라.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2번이 무난합니다. 모르는 단어의 나열보다는 알기 쉽게 풀이한 문장이죠. 그러나 러시아 신화를 아는 이들에겐 1번이 친숙, 아니 좀더 여유 있는 행간을 가진 문장이 됩니다. 그들은 끄리브다와 나비가 단순한 어둠의 세계가 아니라 천지창조와 관련된 날들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단순한 번역이 싫다면 의역도 있을 테고, 창작설정이라면 주석을 달거나 별도의 설정집에서 설명해도 될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다리 거친 간접설명은 뭔가 딱딱합니다.
간이 안 맞는 요리에 억지로 조미료를 뿌려먹는 달까요? 저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솟아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설정을 따로 접할 필요 없이 글속의 세계에 녹아있는 설정을 직접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때문에 저는 설정집을 만들었으면 나열하는 것은 되도록 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설정은 글을 위한 것이지 설정집을 위한 게 아니거든요. 아, 물론 작품의 세계를 더 알고 싶다는 독자의 요청이 있다면야 할 수 없지요.
참고서가 필요하지 않은 글이 가장 좋은 글이지요 :_ 일단 참고해야 할 것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더이상 즐거움 만으로는 집중할 수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