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내음님이 말씀하신 '필요하지 않다'라는 것은 이전 규정이 아닌 새로운 규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 이전에 달내음님이 올리신 '정치싸움글 금지'라는 글에 대해

그것을 규정화하는 것은 기준이 모호하며 그것을 규정하여 나누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많이 달렸으니까요.

새롭지 않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이미 존재합니다.

그 가이드라인을 지금보다 적절하게 실행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아니면 반드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상론-현실론'이 아닌 '방법론'이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법이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지, 법이 전혀 필요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있는 법이 잘 지켜지고, 또 문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다같이 공유한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했죠. 

싸우는 것이 왜 나쁜 일인지 스스로 잘 이해하고 싸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과, 그냥 막연히 다른 사람들이 싸움이 나쁜 일이라고 말하니까 싸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의 차이입니다. 외적 동기에 의한 행동변화는, 그러한 외적 동기가 사라지는 순간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못된 장난을 하는 아이에게 매질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매질하는 사람 근처에서는 조용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똑같은 짓을 합니다. 매질은 일단의 응급 처치에 불과합니다. 일단 못된 장난을 멈춘 것이 눈에 보이더라도, 그 다음에 어떤 식으로든 못된 장난을 해선 안 되는 이유가 될 만한 내적 동기를 형성해줘야만 합니다. 그래야 다른 곳에서 그런 짓을 안 하죠.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주고 아이가 공감해준다면 가장 좋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또 그랬다는 얘기 들렸을 때 더 심하게 혼날 거라는 경고를 하는건 두 번째 방법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방법이 지속적인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이 경우에는 안 들키겠다 싶은 상황이 오면 똑같은 짓을 하겠죠. 

그러한 맥락에서, 외적 동기에 의한 행동변화 추구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못 됩니다. 

그에 더해,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하는 해결책이란건 듣기에는 좋아보이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정치글 금지나 회원 영구제명 등 강력한 제제를 가한다면 물론 당장 보이는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얘깃거리를 잃거나, 사람을 잃거나, 둘 다 마냥 좋은 일은 아니죠. 

저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점진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함부로 뒤엎고 뒤흔들고 하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SF 클럽에서 정치글을 금지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