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콜로니>

18화. 한다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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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5년 3월 11일 금요일 2

고박사가 방을 나가자 손박사도 일어서서 곧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연구소장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다. 부중대장은 한참을
기가막히다는 듯 입만 벌리고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오늘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고박사님 성격이 까다로운터라."
이번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연구소 소장은 계속 나와 부중대장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었다. 부소장도 조만간 고박사와 이야기를 해본 후 다시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했다. 부중대장은 약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냥
말 없이 방을 빠져나갔다. 그러더니 나한테 지금 부대로 복귀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사실 복귀 준비라고 해봤자 차 시동만 거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이번
일로 부중대장도 기분이 좋지많은 않은 것 같다. 연구소 소장과 부소장이 계속
만류를 하지만 부중대장은 짤막하게 '다음번에 뵙겠다.'란 말만 되풀이하고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연구소와 주둔군 사이에 약간
불편한 관계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별 일 없이 그냥 무사히 넘어갔으면...

미안해하는 연구소장과 부소장을 뒤로하고 나와 부중대장은 부대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차량 내에서도 냉담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옆에 타고 있는 병사
들도 이런 분위기에 한차례 익숙해진 듯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각자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고박사는 왜 그렇게 갑자기 화를 냈을까? 만약에
고박사 자신이 수첩을 가져간 범인이라면 그것이 내심 찔려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낸 것일까? 아니면 예전에 그 수첩과 관련해서 나랑 부소장한테 안좋은
감정이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두 명 한테서 추궁을 당하자 화를 낸 것일까? 또
다른 무슨 이유가 있을까? 아무튼 고박사에게서 당분간 어떤 단서를 찾는다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만약에 정말로 수첩이 중간에 분실되었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발견된다면? 그러한 일은 정말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부대로 복귀하니 벌써 주둔군 본부 옆에는 널찍한 공터가 생겼고, 이미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내일이라도 중장비가 와서 바로 작업을 시작
해도 좋을 만큼 기초공사가 이미 끝나있었다. 오전에만 해도 주위에 나무들이
남아있었고, 경지 정리도 안 된 상태였는데 벌써 이정도라니, 아마도 대대장이
얼마나 부하들을 들볶았는지는 안 봐도 잘 알 것 같다. 아마 점심 시간때라서
그런지 모두들 밥을 먹으로 간 듯 현재 공터에는 인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
취사장 쪽에서는 밥짓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부중대장은 지프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행정반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저 나는 그 뒤를 따르는 수밖에.

행정반 안에는 중대장을 비롯한 나머지 중대 간부가 모여있었다. 설마 지금 이
시간까지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이제는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이
된 탓인지 아무 소리없이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사람들이 들어와서 분위기가
잠시 중단된 듯 중대장이 잠시 주위를 환기시키더니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면 다음 주 정도쯤에 주둔군 인수 인계를 할 것이고, 아마도 오늘 아니면
다음주 초에 저쪽 부대와 협의를 해야 할거야. 이건 1소대장이 좀 맡아주게나."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오늘따라 유난히 1소대장의 눈이 빛나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부중대장, 오늘 연구소와 시설 협의는 다 끝마쳤겠죠. 그러면 아마도
다음 주 초 정도에 다시 한 번 연구소에 가서 최종 서류를 확인하고자 하는데."
"그때 바쁩니다." 부중대장은 느닷없이 한 마디 던지고는 의자에 기대 앉았다.
"그래요? 그러면 할 수 없이 그 일은 나중에 가서 다시 논의하는걸로 하지 뭐.
아, 오늘 저녁에 1소대 부소대장과 병사들이 복귀하는데 누가 마중을 갈건가?"
모두의 시선들이 나에게 맞추어졌다. 설마 간부들 생각에는 현재 부대 내에서
제일 할 일 없고 한가한 사람으로 모두다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가겠습니다." / "그래, 좋아. 저녁 먹고 내게 보고한 다음 바로 떠나게."

원래 우리 중대의 오후 계획은 체력 단련이었으나, 바로 옆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다른 부대원에게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개인 정비로 바뀌었다. 덕분에
할 일이 없어진(원래도 할 일은 없었지만) 나는 휴게실에서 모처럼만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누가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통신하사였다. 어떻게 내가 커피만 마시려
하면 기막히게 나랑 마주치는지 원. 커피 냄새를 잘 맡는 재주가 있는건지도.

"모처럼 한가하신 모양이에요? 이렇게 혼자 계신것을 보니." / "원래 한가하죠."
통신하사는 뭐가 우스운지 혼자 웃더니 자기도 커피를 뽑아와서 옆에 앉았다.
"부럽군요. 저는 저쪽 대대에서 계속 도와달라고 하는 바람에 지금도 겨우겨우
도망쳐 나오는 길인데 말이죠. 그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내게 도와달라고 하니."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통신하사는 말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웬지 통신
하사에게는 별로 호감이 가지를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거리감만 느낄 뿐이다.
"그런데 부중대장님 표정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혹시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니면 누가 부중대장님을 화나게 만들었나요? 그래요?"
정말 통신하사는 눈치 하나는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표정이 약간만 바뀌어도
금세 그것을 알아차리다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통신하사를 피하는 걸지도.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직접 물어보시지요." 좀 퉁명스러운 대답이다.
"훗, 설마 제가 가능했다면 직접 물어봤겠지요. 그게 가능할꺼라 생각하세요?"
하기야 아무리 통신하사라 해도 부중대장에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 물론
그것을 모르고서 대답한 것은 아니니까. 나도 모르게 조금 딱딱해진 것 같았다.
"아무튼 부상병들이 곧 부대로 복귀하겠군요." / "1소대 부소대장도 복귀하죠."
그러자 통신하사가 잠시 나에게 눈을 흘기더니 이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1소대 부소대장님이 그리웠나 보네요. 빨리 복귀해서 기분이 좋겠어요."
그러더니 통신하사는 잠시 볼 일이 있다면서 휴게실을 빠져나가 버렸다. 뭔가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 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졸음이 몰려와서 휴게실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는데 잠에서 깨어나보니 어느 덧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눈 앞의 탁자 위에는 아까 내가 마셨던 빈 종이컵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설마 지금까지 아무도 휴게실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겠지. 아무튼 슬슬
허기도 지고 해서 식당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식당 앞에서는 병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옆 대대의 병사들은 아래에 또다른 줄을 만들고
있었다. 일단은 뭇 병사들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중대장에게 간단히 보고를 한 후에 바로 지프를 타고 우주
공항으로 출발했다. 현재 김중사를 비롯한 부상병들이 우주 공항에 도착하기로
예정된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일단은 시간이 약간 촉박하므로
운전병에게 속력을 조금 더 내라고 지시했다. 그래도 하급자가 상급자보다 늦게
도착해선 안되지 않은가. 이미 해는 떨어져서 주변에는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이하사, 오랫만이군. 그 동안 부대에 별 일 없었지? 부중대장님은 잘 계신가?"
김중사의 모습은 환해보였다. 다친 허벅지가 회복이 덜 된 듯, 걸을 때 약간은
불편해 보였지만, 그러한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김 중사 뒷편에는
같이 후송된 4명의 병사들이 서 있었다. 원래는 중대에서 후송된 병사는 전부
5명이었지만, 그 중에 1명은 후송이 늦어지는 바람에 상태가 악화되어서 결국
팔을 절단하고 인공 팔을 붙였다고 한다. 아마도 팔의 상태가 호전되면 의과사
제대로 판명될 것 같다고 한다. 덧붙여 후송이 늦어진데 대해서 병사의 가족이
병원에서 군의관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바람에 약간 소란이 있었다고 김중사가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웬지 기분이 안좋아 지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중사는 내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만약에 자기
허벅지가 멀쩡했다라면 테라들은 단 1명도 살아남아서 돌아갈 수가 없었을 것
이라는 둥, 마치 자신만이 혼자서 테라를 상대한 사람인냥 말이다. 지금 여기
있는 병사들 모두가 같은 전투를 경험했다라는 그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김중사는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야기는 후방에서
주사를 놔주는 간호사관에게나 통할법한 대화법이 아닌가. 아무튼 앞에 어떤
사람이 앉는가에 따라서 차 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 원. 적어도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전에는 김중사의 무용담을 계속 들어야 할 것 같다. 정말 미치겠군.

부대로 도착해보니 이미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이미 관사로 돌아갔고, 지금은
정소위만이 행정반에 남아있었다. 원래 오늘 일직은 내가 서기로 되어있는데
혹시나 내가 늦을까봐 나 대신 행정반에 남아있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되는데.
"여, 2소대장님 아닙니까? 그동안 보고싶었습니다." 김중사가 너스레를 떤다.
"안녕하십니까? 다친데는 괜찮으시고요?" / "까짓 것, 무슨 문제 있겠습니까?"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넘쳐보이는 김중사다. 하기야 그동안 병원에서 푹 쉬다
왔는데 어지간하려고. 김중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정소위에게 질문을 한다.
"그런데 통신하사는 어디 나갔어요?" / "아, 옆 대대에서 부탁해서 나갔어요."
아마도 통신하사의 기분이 매우 안 좋을 것이라는 건 안 봐도 뻔할 일이었다.
"부탁이라뇨, 무슨?" / "뭐 감시장비에 관련된 일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잘은."
통신하사가 부대에 없다는 말에 아까의 의기양양함은 어디로 갔는지 김중사는
이내 풀이 죽은 사람처럼 간단한 말을 건네고는 피곤하다면서 숙소로 갔다.
"아, 그리고 1소대장님께서는 부대 인수인계 때문에 옆 대대로 가셨어요. 아마
새벽쯤에 돌아오실 것 같네요. 그 외에 다른 이상은 없어요. 근무 잘 서세요."
사실 1소대장이 어디로 가던 탈영만 하지 않는다면 그건 내 알바 아니다. 일단
내일까지는 뭐 꼼짝없이 여기에 있어야 할 팔자다. 슬슬 잠자리를 마련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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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5년 3월 12일 토요일

"따르르르릉~~~~!!!"
알람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졸린 눈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내 앞에 놓여있는
전화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수화기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갑자기
손이 저리는 바람에 반대편 손을 뻗어야 했다. 아무래도 팔을 베고 너무 오래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50분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 전화
거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일까? 벨소리가 10번이 넘도록
계속 울리고 있다. 아무래도 장난 전화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통신 보안, 알파 중대 행정반 일직사관입니다." 나는 졸린 목소리를 감추려고
애를 썼다. 어느 덧 눈은 저절로 감겼고, 나의 목소리만이 수화기에 전해졌다.
"아, 인접 주둔군 대대 지휘통제실이요." / "필승!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마도 저쪽 대대 일직사령인 것 같다. 아예 대놓고 반말을 하는군. 뭐 여기는
아무리 높아봤자 대위인데 그럴수도. 근데 이 새벽에 무슨 일로 전화를 하지?
"아, 별건 아니고. 오늘 오전 작업을 위해서 군단 공병대에서 장비가 오는데,
아마 새벽 5시경에 도착할 모양이야. 새벽부터 공사를 할 예정이니 혹시 그쪽
중대에서 모를까봐 미리 전달하는 거지. 그 쪽 중대장에게도 잘 말해 주게나."
건방지기 짝이없군. 관등성명도 말하지 않고 반말이나 지껄이고. 그건 그렇고
무슨 공사를 새벽부터 한단 말인가? 도대체 저쪽 사람들은 잠도 안자는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일직 부관이라는 녀석은 아예 코까지 골면서 책상에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적어도 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일어는 나야하는 것 아닌가? 일단
깨우려고 했지만 하도 잘 자고 있어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위병소에 전화해서
새벽 5시경에 옆 대대에 중장비가 도착할 예정이니 당황하지 말고 후임 근무자
에게 잘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따르르르릉~~~~!!!"
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일어나보니 이제는 전신이
쑤셔왔다. 아마도 전화벨 소리는 일직 부관 자리에 있는, 위병소와 연결된 전화
기에서 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일직 부관이라는 녀석을 일어나지를 않으니 원.

"일직 부관, 전화 좀 받아라." 하지만 일직 부관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상! 기상이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일직 부관이 일어나더니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수화기를 들고서 주문을 외우듯 수화기에 대고 말을 했다.
"통신보안, 알파 중대입니다." / "그거 말고, 옆에 있는 위병소 전화기를 받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 일직 부관은 눈 앞에 있는 위병소 전화기를
한참이나 더듬거리더니 겨우 찾아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정말 가관이구만.
"무슨 일이야? 뭐? 알았어. 대기. 저 일직 사관님! 웬 중장비가 왔다는데요?"
이거 미치겠구만. 도대체 근무들을 어떻게 서는건지. 일직 근무표를 보니 일직
부관부터 상황병, 위병소 조장이 모두 우리 소대 인원이었다. 하기야 일직 사관
부터 이 모양인데 아래 애들이라고 해서 별 수 있겠어? 아무래도 부소대장이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그런가? 소대장하고 약간의 의견을 나누어봐야 하겠군.
"옆 대대 거야. 혹시라도 중대 울타리를 불도져로 밀거나 하면 연락하라고 해."

곧이어 사방에서 엄청난 소음이 몰려왔다. 이거 잠 자기는 다 틀렸군. 아무래도
잠을 자던 병사들도 다 일어나겠지. 완전 우리 중대 사정은 무시한 채 저쪽에선
한창 굴착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정말 저렇게 지독한 지휘관은 처음봤다. 뭐
해도해도 정도껏 해야지, 새벽부터 인원들을 저렇게 끌고나와서 어쩌자는 건지.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새벽부터 왠 중장비들이 난리이죠?"
문을 열자마자 통신하사가 급하게 나온 듯 운동복 차림으로 행정반 안으로 들어
왔다. 아마도 심각한 소음 공해를 참지 못하고 행정반으로 달려온게 틀림없다.
"무슨 공사를 하나봐요. 군단 공병대에서 온 중장비들이라군요." / "뭐라구요?"
통신하사는 갑자기 나를 잡아먹을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감정을 폭발시켜버렸다.
"도대체 저쪽 대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다들 잠자는데 무슨 공사를
한다고 새벽부터 난리를 치는건지.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안 그래요?"
그러더니 행정반 문을 거칠게 열고 옆 대대로 가버렸다. 처음에는 말려볼까도
했지만 나도 내심 불만이 많은지라 그냥 놔두고 말았다. 하지만 계급에서 분명
밀릴것이 뻔할 터인지라,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다. 육군 중령이 일개 통신하사
말을 들을리도 만무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이것은 상대가 안되는 대결이었다.
"와, 통신하사님 꽤 터프하시네요?" 아직 정신 못차린 일직 부관이 말을 했다.

통신하사가 나간지 잠시 후 요란하던 중장비 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행정반 밖으로 나가보았다.
여러분 모두 제다이 마스터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