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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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7
Episode 03
어둠의 세계, 그러니까 밤의 세계에 들어왔을 지언정, 나는 멘토의 발길질에 여전히 아침에 깨어야 했다. 어제 조금 무리를 한 탓일까, 일어나기에 좀 애를 먹었다.
“어제는 잘 했다.”
느닷없는 칭찬이라 영문을 몰랐다. 어께를 툭툭 두드리며 웃는 멘토의 모습에 난 고개만 갸우뚱 할 뿐이었다. 어제라면… 그 꼬맹이를 때려잡은 일을 말하는 것 같은데….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아. 그건 그렇고, 오늘 시내에서 장 보는 건 네 담당이다.”
지폐와 살 물건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다. 쪽지에는 식료품과 생필품 목록들이 가득했다. 이걸 혼자서 사서 다 들고 오라니. 무심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보나마나 시내까지는 걸어가야 할 것 아닌가.
“저….”
잠기운이 다 달아나서 시내를 향해 산을 내려가려 할 즈음. 나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그때 그 필로독스(판결자) 여자아이다. 날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날 부른 것이 맞는 모양이다.
“시내 가는 것… 맞지?”
“응.”
그녀는 내 옆에 선 멘토의 눈치를 살피면서, 다음 말을 하는데 오랫동안 뜸을 들였다.
“저…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나보다도 멘토의 눈치를 보는 걸 보아하니, 뜸을 들인 이유가 감이 잡힌다. 아무래도 무언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돈도 딱히 없을 테니, 내가 가져가는 돈이 남으면 사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모양이다. 이건 내가 결정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멘토를 돌아 볼 뿐이었다. 멘토는 웃는 것인지, 찡그리는 것인지 옆에서는 잘 알 수 없는 표정을 하며 $20 지폐를 하나 더 꺼냈다.
“너무 많이 쓰지는 말아라.”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혼날 걱정을 한 모양이다. 뭐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내에 다가서면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로의 경적이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골칫거리 소음덩어리였다. 시내에 들어서고 몇 분이 지났을 까, 따라오던 아이는 어디선가 멈추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뭐해?”
“응? 아냐, 아무것도….”
가까운 대형마트에 도착했을 때에는, 표정을 보아하니 따라온 그 아이도 나처럼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뭐… 사야해?”
말이 물음이지, 그 손은 이미 목록이 적힌 쪽지를 빼앗아 가다시피 낚아채어 갔다. 조금 살피는 동안 카트를 끌고 오니, 왼쪽을 잡고서는 앞도 제대로 안보고 가다가 문에 계산대에 부딛칠 뻔 했다. 이제 보니 꽤나 덜렁거리는 성격인 것도 같다. 뭐,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으니, 그냥 귀엽게 봐 주자. 하지만, 귀엽게 봐 주기에는 키가 약간 큰 편이다.
바다가 맞닿아 있는 마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해산물이 전부 싼 편은 아니었다. 이곳이 나쁜 어장은 아니지만, 부동항이 아니라 어업을 하기에는 좋은 장소는 못 되니까 말이다. 뭐,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새우나 연어 값은 싸서 좋긴 하지만, 어차피 지금은 값이 싸도 쉽게 먹기는 힘들어졌으니 말이다.
슬슬 날이 추워져가는 터라 채소 값도, 과일 값도 싸지가 않다. 최대한 같은 값에서 큰 것을 고르느라 조금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그것보다는 이게 더 싱싱해.”
이 말이 정말 맞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아이도 옆에서 이렇게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육류, 채소, 해산물에 생필품 몇 가지를 사고 나니 어느새 리스트의 물품은 전부 다 카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씨어지(주술사) 선배가 부탁한 구슬을 제외하고.
그런데도 아직 살 것이 남았는지, 어딘가에 멈추어 서서 무언가를 고르고 있었다. 나를 향해 빠른 걸음을 하더니, 무언가를 2개 카트 안에 던져넣는다. 뭔가 했더니 탐폰. 과연, 생각 해 보니 산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자가 이런 면에서 불편하겠군.
“….”
내가 자신이 산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제법 매서운 그 눈에 얼른 카트에 쌓인 물건을 정돈하는 시늉을 해 시선을 피해 넘겼다.
살 것이 그것뿐이었는지, 그 아이는 산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른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 아이가 중간에 멈추어 서서 무언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맙소사… 설마 했더니 빵집. 그것도 꽤 맛은 유명한 곳이었다.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유리창 너머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딱 봐도 먹고 싶어 군침을 삼키는 표정. 이런, 유리창 너머를 보자니 나도 침을 삼키고 있군.
“우우….”
여기서 갈 길을 재촉하자니 그렇게 되면 나에게 돌아올 저 애절한 눈빛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여자 상대하기가 힘이 든다.
“….”
어이쿠. 결국은 시선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검지손가락을 아랫입술에 가져다 댄 채로 빤히 나를 쳐다보면서 깜빡이는 그 눈에 어떻게든 저항을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역시나 오늘도 실패다. 젠장, 오늘 노리던 게 이거였나 보군.
“넌 안 먹어?”
“난 됐어.”
먹기야 당연히 먹고 싶지. 돈만 있었다면 나도 사 먹었겠지만, 차마 멘토가 준 돈을 쓸 수는 없어서 내 비자금으로 산 마당에 여기서 더 쓴다면 암담하단 말이지….
그래도 혼자 먹기가 뭐한 모양인지, 먹던 빵을 반을 쪼개서 나에게 내민다. 먹고 싶긴 하지만… 남의 먹을 것 뺏는 취미는 없으니 말이다.
내가 거절하니 시무룩해진 얼굴로 먹던 것도 멈추어 버렸다. 마지못해 조각을 받아들자, 안심하는 얼굴로 내 눈치를 살짝 살피면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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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분이... 떨어져 가고 있어;;
어둠의 세계, 그러니까 밤의 세계에 들어왔을 지언정, 나는 멘토의 발길질에 여전히 아침에 깨어야 했다. 어제 조금 무리를 한 탓일까, 일어나기에 좀 애를 먹었다.
“어제는 잘 했다.”
느닷없는 칭찬이라 영문을 몰랐다. 어께를 툭툭 두드리며 웃는 멘토의 모습에 난 고개만 갸우뚱 할 뿐이었다. 어제라면… 그 꼬맹이를 때려잡은 일을 말하는 것 같은데….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아. 그건 그렇고, 오늘 시내에서 장 보는 건 네 담당이다.”
지폐와 살 물건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다. 쪽지에는 식료품과 생필품 목록들이 가득했다. 이걸 혼자서 사서 다 들고 오라니. 무심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보나마나 시내까지는 걸어가야 할 것 아닌가.
“저….”
잠기운이 다 달아나서 시내를 향해 산을 내려가려 할 즈음. 나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그때 그 필로독스(판결자) 여자아이다. 날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날 부른 것이 맞는 모양이다.
“시내 가는 것… 맞지?”
“응.”
그녀는 내 옆에 선 멘토의 눈치를 살피면서, 다음 말을 하는데 오랫동안 뜸을 들였다.
“저…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나보다도 멘토의 눈치를 보는 걸 보아하니, 뜸을 들인 이유가 감이 잡힌다. 아무래도 무언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돈도 딱히 없을 테니, 내가 가져가는 돈이 남으면 사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모양이다. 이건 내가 결정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멘토를 돌아 볼 뿐이었다. 멘토는 웃는 것인지, 찡그리는 것인지 옆에서는 잘 알 수 없는 표정을 하며 $20 지폐를 하나 더 꺼냈다.
“너무 많이 쓰지는 말아라.”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혼날 걱정을 한 모양이다. 뭐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내에 다가서면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로의 경적이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골칫거리 소음덩어리였다. 시내에 들어서고 몇 분이 지났을 까, 따라오던 아이는 어디선가 멈추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뭐해?”
“응? 아냐, 아무것도….”
가까운 대형마트에 도착했을 때에는, 표정을 보아하니 따라온 그 아이도 나처럼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뭐… 사야해?”
말이 물음이지, 그 손은 이미 목록이 적힌 쪽지를 빼앗아 가다시피 낚아채어 갔다. 조금 살피는 동안 카트를 끌고 오니, 왼쪽을 잡고서는 앞도 제대로 안보고 가다가 문에 계산대에 부딛칠 뻔 했다. 이제 보니 꽤나 덜렁거리는 성격인 것도 같다. 뭐,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으니, 그냥 귀엽게 봐 주자. 하지만, 귀엽게 봐 주기에는 키가 약간 큰 편이다.
바다가 맞닿아 있는 마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해산물이 전부 싼 편은 아니었다. 이곳이 나쁜 어장은 아니지만, 부동항이 아니라 어업을 하기에는 좋은 장소는 못 되니까 말이다. 뭐,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새우나 연어 값은 싸서 좋긴 하지만, 어차피 지금은 값이 싸도 쉽게 먹기는 힘들어졌으니 말이다.
슬슬 날이 추워져가는 터라 채소 값도, 과일 값도 싸지가 않다. 최대한 같은 값에서 큰 것을 고르느라 조금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그것보다는 이게 더 싱싱해.”
이 말이 정말 맞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아이도 옆에서 이렇게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육류, 채소, 해산물에 생필품 몇 가지를 사고 나니 어느새 리스트의 물품은 전부 다 카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씨어지(주술사) 선배가 부탁한 구슬을 제외하고.
그런데도 아직 살 것이 남았는지, 어딘가에 멈추어 서서 무언가를 고르고 있었다. 나를 향해 빠른 걸음을 하더니, 무언가를 2개 카트 안에 던져넣는다. 뭔가 했더니 탐폰. 과연, 생각 해 보니 산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자가 이런 면에서 불편하겠군.
“….”
내가 자신이 산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제법 매서운 그 눈에 얼른 카트에 쌓인 물건을 정돈하는 시늉을 해 시선을 피해 넘겼다.
살 것이 그것뿐이었는지, 그 아이는 산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른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 아이가 중간에 멈추어 서서 무언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맙소사… 설마 했더니 빵집. 그것도 꽤 맛은 유명한 곳이었다.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유리창 너머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딱 봐도 먹고 싶어 군침을 삼키는 표정. 이런, 유리창 너머를 보자니 나도 침을 삼키고 있군.
“우우….”
여기서 갈 길을 재촉하자니 그렇게 되면 나에게 돌아올 저 애절한 눈빛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여자 상대하기가 힘이 든다.
“….”
어이쿠. 결국은 시선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검지손가락을 아랫입술에 가져다 댄 채로 빤히 나를 쳐다보면서 깜빡이는 그 눈에 어떻게든 저항을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역시나 오늘도 실패다. 젠장, 오늘 노리던 게 이거였나 보군.
“넌 안 먹어?”
“난 됐어.”
먹기야 당연히 먹고 싶지. 돈만 있었다면 나도 사 먹었겠지만, 차마 멘토가 준 돈을 쓸 수는 없어서 내 비자금으로 산 마당에 여기서 더 쓴다면 암담하단 말이지….
그래도 혼자 먹기가 뭐한 모양인지, 먹던 빵을 반을 쪼개서 나에게 내민다. 먹고 싶긴 하지만… 남의 먹을 것 뺏는 취미는 없으니 말이다.
내가 거절하니 시무룩해진 얼굴로 먹던 것도 멈추어 버렸다. 마지못해 조각을 받아들자, 안심하는 얼굴로 내 눈치를 살짝 살피면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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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분이... 떨어져 가고 있어;;
ㅇㅅㅇ?
비축분이 없어도 일용할 연재를 할 수 있을때까진 그럭저럭 버티지만,
그 상황에서 잠시 한눈파는 사이 흐름도 놓쳐버리고 이야기가 탁 막히면..
주간 연재에서 격주연재. 월간 연재에서 격월 연재....
그리하여 격년연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