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때와는 달리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 계속 싸워주세요."

아니나다를까 데슬러대리의 뒤통수때리기가 광속으로 날아들었다.

"죽을래? 지금 상황파악이 안되냐? 지금 전멸직전이잖아! 어떻게 더 싸우라는거야? 전혀 공격이 통하지를 않는데..."

"바로 그겁니다. 공격이 통하지 않을수록 좋아요. 그리고 에리카양, 제 목소리 들리나요?"

"네. 들.립.니.다. 왜.그.러.시.죠?"

"지금 현실계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을 우리가 싸우는 동안 아주 크게 만들어주세요!"


부장님은 역시 눈치가 빠르신분이다. 내 의중을 파악하셨는지 공격마법을 수십발 연속으로 그 괴물녀석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고 우리 팀에게 무속성의 핵 브레스 공격을 퍼부었다. 데슬러대리님의 몸은 녀석의 공격으로부터 팀원들을 보호하느라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지금입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포탈로 이동합시다!"

내 지시에 아주 충실하게 팀원들은 뒷걸음치며 포탈로 다가섰다. 음. 이렇게 부려먹는 기분이 아주 쏠쏠하군.

"우윽 더이상 버티다가는 나 죽겠다. 명환아 빨리 빠져나가자!"

"예 거의 되었어요. 저 녀석도 포탈을 통과하도록 유인해야해요."

녀석은 신나게 공격을 하느라 자신이 우리를 따라서 현실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드디어 모두가 현실계로 빠져나왔을 때 나는 주인공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사악한 최종보스 사념 집합체여. 내가 너를 심판하기로 하겠다!"

나는 빛의 채찍으로 녀석을 수십번 난타했다. 팀원들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흠. 나도 꽤 멋있단말야.

내 생각은 적중했다. 녀석은 어차피 가상세계의 존재. 허위를 무력화시키는 나의 능력에 놈은 천천히 소멸해갔다. 녀석이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던 적의에 찬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군.

"어떻습니까, 제 실력이?"

부장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달 성과급은 우리 명환군에게 주는 것이 좋겠군. 자자 며칠동안 모두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구."
"잠깐만요 부장님 저는 명환이에게 볼 일이 좀 있어서..."

데슬러 대리의 두툼한 손이 내 멱살을 잡고 세차게 흔들어댔다.

"너 이녀석 한번만 더 우리들 부려먹으면 그날이 네 제삿날이다!"
"케엑 대리님. 일하는 스타일의 차이라구요. 스타일."
"입만 살아가지고!!!"

대리님은 나를 성층권까지 세번정도 던졌다 받았다 하시더니 겨우 분이 풀렸는지 곧바로 한잔 걸치러 갔다. 게임세계에 다녀온탓인지는 모르지만, 그날 이후에 지금도 가끔 사물들이 도트화되서 보일때가 있다.  








제가 좋아하는 건 은하영웅 전설 류의 우주함대전입니다. 게임도 홈월드를 스타크래프트보다 좋아하구요. 저그족같은 징그러운 에어리언과 백병전을 벌이는 건 좀 취향에 안 맞아서... 좋은 자료가 많은 사이트같애서 가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