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너무 떨지 말라고.어차피 나포하러 가는것도 아니고 반쯤 정신나간 포로들이나 수거해오는건데 왜그래?

쌍뜨끄리쩨-란.히가라함대의 카론급 해병상륙함의 대기실에서 하말리안-팍투는 자신의 옆에서 떨고 있는 라히다엘-소반의 어깨를 다독였다.
바로 장례함대가 편성될때 이 함에 배속된 라히다엘은 소반이라는 키쓰에 어울리지않게 예쁘장한 생김새와 여자같은 이름때문에 순식간에 별명이(예쁜언니)로 낙인찍힌 22살의 신병이었다.
라히다엘은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된다는 긴장갑 때문인지 다리를 덜덜떨며 온몸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라히다엘이 말했다.

"하말리안 병장님...정말....위험하지는 않은거죠?

"어허...이놈의 버릇없는 이병을 봤나.군대에서,특히 해병대에서 훈련을 어떻게 받은거야?말끝은 언제나 다,까로 끝나고....

"알았습니다.

"게다가 고참의 말을 잘라먹다니.이봐 예쁜언니~요새 내가 같이 안자줘서 삐진거야?

그말에 주위에있던 열댓명가량의 해병들이 킬킬대며 웃어댔다.
그때였다.
대기실 구석의 구형 스피커에서 함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에.....자세한건 알거없고 상륙준비해라.브리핑은 건너뛴다.

쌍뜨끄리쩨-란은 자신의 두배에 이르는 구축함의 잔해에 접근했다.
여기저기 검게 그을리고 벗겨지기는 했아도 베이거함의 상징인 검은 줄무늬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린프리깃의 하부에 있는 포드사출구가 열리고 마린프리깃과 구축함 잔해와의 거리가 100미터정도로 좁혀졌다.
곧이어 하부에서 해병 스무명이 탑승한 상륙포드가 압축공기의 압력으로 튀어나왔고 회수용 와이어로 연결된 포드가 베이거 함의 절단된 부분으로 들어갔다.

"어..어..

라히다엘-소반의 소형 코일건이 잠시 방심한 사이 그의 손을 떠나 포드내부를 둥둥 떠다녔다.
그러자 하말리안이 자신의 총의 개머리판으로 라히다엘의 어께끈을 걸어서 건네주었다.

"다음부터는 놓치지마.

그때 쿵하는 소리와 함께 포드가 흔들렸다.
잔해 내부에 도킹한것이다.
그러자 하말리안이 라히다엘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써라.함의 생명유지장치가 부서졌다면 이미 놈들은 다 죽어있을거야.

"예.알겠습니다!

하말리안을 비롯한 다른 해병대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우주공간에서도 생존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이 마스크는 해병대 군복과 더불어 내부가 완전히 밀폐되어있어서 함의 생명유지장치가 고장나거나 불의의 사고로 우주공간에 내팽겨치게 되더라도 90시간 이상을 생존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의 방탄갑을 걷어낸 다운그레이드형 버젼이 각함마다 탈출용구로 함내정원에 맞게 배치되어있었다.
곧이어 포드의 문이 열리고 해병대 군복에 부착된 소형 라이트가 내부를 밝혔다.
베이거 구축함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함내조명은 전부 꺼져있었고 공기가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간듯 복도는 천장과 바닥.벽이 심하게 찌그러져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않았다.(만약 소리가 났다해도 해병대들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것이다.)
포드가 열리자 해병들이 무중력상태에서 몸을 돌리며 포드밖으로 나갔고 라히다엘의 차례가왔다.
하지만 어둡고 음침한 을씨년시러운 풍경에 라히다엘은 주춤거렸다.
그러자 소형 무전기를 통해서 하말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짜식.쫄았냐?

"아,아닙니다!

라히다엘은 함의 내부로 들어갔다.
해병대가 모두 포드를 빠져나오자 포드의 입구가 닫혔다.
그리고 소대장이 말했다.

"좋아....1조는  미사일 구획으로 가고.2조는 전정실로 간다.나머지 구획은 뒤따라오는놈들이 알아서 할거니까 괜히 건들지 말고.

"알겠습니다.

라히다엘과 하말리안이 속한 1조는 전투정보실을 향해 둥둥 떠가기 시작했다.

"흐엑!

라히다엘은 무언가를 보더니 비명을지르며 몸을 움추렸다.
무중력상태의 함내에서 둥둥떠다니는 시체였다.
외상이 없으니 질식사로 죽은것같았다.

"여기는 1조 조장 하말리안.함의 생명유지장치가 고장난것같습니다.

"여기는 소대장.알았다.대충 둘러보다 철수한다.예쁜언니는 잘있나.

"예쁜언니는 시체를 처음보고 반쯤 울먹이고 있습니다.

"여자를 울리면 쓰나.진짜 울면 안되니 대충 조립실 둘러보다 철수해라.

"예썰.

1조는 검고 어두운데다 길기까지 한 복도를 돌아 몇구의 시체를 더 확인하고 미사일조립실의 앞에 도달했다.
조립실의 앞에 도착하자 하말리안이 말했다.

"라히다엘?울지마라.여기만 돌아보고 철수한다.

"조장님!누,누가 운다고 그러십니까!

"너지 누구겠냐.

그러자 다시 무전기에서 킬킬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말리안이 말했다.

"연다.

하말리안이 조립실의 걸쇠를 레일건으로 대여섯방 쏜다음 당기자 문이 열렸다.
역시 조립실도 어떠한 조명없이 어두컴컴했다.
게다가 복도와 마찬가지로 공기가 급속히 외부로 빠져나간듯 전정실내부는 진공상태로 압궤되어 있었다.
이런곳에 생존자가 있을리 없었다.
하말리안이 말했다.

"철수할까?

하지만 라히다엘은 말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눌린 잔해 사이로 튀어나와있는 손 하나를 보았다.
그는 그곳으로 달려가 재빨리 잔해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말리안이 말했다.

"이봐 예쁜아가씨.뭐해?시체라도 건지시려고?

"아니..그게..조장님...이 손이 움직였다고요...

"시체의 신경이 살아서 날뛰는거다.가끔그래.

"혹시 모르니 한번 꺼내보겠습니다.

라히다엘이 잔해를 계속 걷자 팔이 드러났다.베이거 특유의 제복이 찢어지고 약간 긁힌것과 찰과상 이외에는 별다는 외상은 없어보였다.
그것을 보자 하말리안의 옆에 있던 해병한명도 라히다엘의 엪에 앉았다.

"나도 도울게.혼자 치우기는 힘들지 예쁜 아가씨?

"아부 누와스 상병님...

"짜식.같은 키쓰끼리 돕고 살아야지.이거만 들어내면 시체를 꺼낼수 있을것같다.

둘이 큰 잔해를 잡고 당기자 위에 눌려있던 잔해들까지 빠져나왔다.
그리고 손의 주인이 잔해속에 묻힌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라히다엘이 말했다.

"여자....네요.




      

남산타워 희롱(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