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SF, 판타지, 무협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소설이나 개인의 세계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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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션 필드 전개합니다.”
텐카와는 애써 무표정하게 말하는 유리카를 착찹한 심정으로 바라봤지만 그 역시 할 일이 있었다.
“부두 밖으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 안전띠를 착용 해 주십시오.”
디스토션 필드라는 자체가 공간을 왜곡한다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므로 필드 내에서는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텐카와의 말은 농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배에 탄 모두가 착찹한 심정이라 아무도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Nadesico가 필드를 전개하자 구형의 공간이 싹둑 잘려나가듯이 파괴되었다. 필드 외곽에서는 심각한 폭발이 일어나서 콜로니관리컴퓨터에서 긴급히 수리반과 자체수리를 지시했지만 Nadesico는 미동조차 없었다. Nadesico의 후미에서 웅웅거리는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배는 속도를 얻어 콜로니의 부두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콜로니 외곽 공역에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달갑지 않은 존재들이 있었다.
“전방에 함대 출현! 전투대형입니다. 숫자는 대략 9천여척. 공화국함대 함선입니다.”
임시로 오퍼레이터직도 겸하고 있는 텐카와가 긴급히 말했다. 물론 만척도 안되는 전투함쯤을 돌파하거나 섬멸하는 일은 이 배의 능력으로는 장난같은 일이었지만 이들은 전쟁을 하기 위해 이쪽 우주로 날아온 게 아니었으므로 교전개시는 신중해야만 했다. 비록 아셀로즈는 죽었지만 이후의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기 때문에 일단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함장님. 어떻게 해야하겠습니까?”
텐카와가 잽싸게 아무로를 호출했다. 아무로에게는 안됐지만 한가롭게 쉴 시간이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고 그는 고개를 한번 쓱 돌리더니 함장실 디스플레이를 보며 지시했다.
-교전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앞으로의 지시는 로엔그람에게 받도록.
“알겠습니다. 함장님의 교전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사령관님, 공격해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로는 이 배의 함장이었지만 로엔그람은 제국내의 우주함대에 관해서는 최고책임자인 만큼 로엔그람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텐카와의 물음에 로엔그람이 당연하듯이 말했다.
“배에서 함장의 명령을 어기면 안되네. 즉시 공격하기를 권하네.”
최대한 함장의 권위를 세워준 말이었고 텐카와는 충분히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성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통상항해로 항로를 설정하겠습니다. 유리카. 자동교전시스템 가동시켜! ”
“오케이.”
방해자들이 있는 한은 초공간항해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제국초기에 개발되었던 인터딕트 크루져의 초공간항해상태에서 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분명히 만여척에 달하는 반쪽짜리 함대라면 필히 갖추고 있을 것이다.
“블랙홀클래스터와 상전이포 발사! 동시에 그라비티 블래스터 연속발사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전투중에도 그 특유의 쾌활함을 유지하는 유리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Nadesico의 자동교전시스템은 매우 뛰어났고 솔직히 왠만한 포술장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소프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리카의 능력은 워낙 독보적으로 뛰어난 것이라 특별히 이 배에서만큼은 자동교전시스템이 일부분에 한해서는 유리카에게 양보하고 있었다.
Nadesico의 선두(船頭)에서 잠시 위잉거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이내 잠잠해졌으나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것이다. 개량형 그라비티 블래스터는 광속의 0.75배로 날아가 자신을 막고있던 존재들에게 재앙을 내렸다. 일반 ASDIII에 쓰이는 그라비티 블래스터와 비교하면 어이없이 강력한 Nadesico의 출력으로 인해 함대단위로 전개한 반중력필드나 함선단위로 가진 필드 따위는 간단히 돌파하여 무수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근 수백일간의 교전이군..그래도 전혀 반갑지가 않아..”
로엔그람이 혀를 차며 말했다. 만약 반 아셀로즈파가 다시 구공화국의 정권을 잡게된다면 제국과의 전쟁발발은 필연이었다. 게다가, 로엔그람은 아셀로즈로부터 토그라는 살아있으며 그 덕분에 자신이 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들은 바, 토그라가 비록 혁명에 도움을 줬다고는 하지만 혁명의 구심점인 아셀로즈가 죽은 이 마당에 토그라의 마음뒤집기는 손바닥 뒤집는 것 만큼 쉬운 일이었다.
“피해는 최소화하고 일단 지구로의 항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좋지 않은 방면으로 생각하면 저 전력을 꺾어놓는 것이 이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텐카와가 말 끝을 흐렸다. 텐카와 또한 로엔그람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이 틀림없다. 로엔그람의 말이 텐카와의 귀에 들려왔다.
“그래..그러도록 하게.”
534년 17일 지구 대류권
Nadesico의 모든 승무원들은 잠을 잊은 채, 가능한 한 적은 수의 적을 제거하며 필수적인 항로만 확보하여 대기권으로 진입한 후 대기권의 최하층 대류권에서 잠시 멈춰 함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강 방해하는 적들은 없어진 듯 합니다. 아마 더 이상 덤비는게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나 보죠. 그건 그렇고, 우리가 가야할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죠?”
텐카와는 피곤한 눈으로 함장을 쳐다봤다.
전투가 끝난 후 함장실에서 나와 함교에 앉아있는 아무로가 손으로 이마를 몇 번 두드리더니 말했다.
“북경 근처의 한-반도로 가자.”
“알겠습니다.”
텐카와는 콘솔을 잠시 조작하더니 다시 아무로에게 질문했다.
“정확한 좌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유감스럽게 이 배에는 한-반도라는 명칭은 없는 걸로 나옵니다만.”
그들은 가끔씩 다녀가던 제국 측 첩보원이나 외교사절을 제외하고는 올 수 없었던 지구에 온 500년 만의 정규함대였지만 그런 감흥을 그들은 느끼지 못했다. 워낙 일이 바빴고 큰 일을 앞에 두고 있었으므로.
한-반도라는 명칭은 공화국이나 제국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명칭이 아니었다. 이 이름을 아는 사람 역시 아무로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북경 근처의 남쪽으로 삐져나온 작은 반도다. 뭐..못 알아먹겠다면 서울로 간다.”
“진작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서울로 좌표를 입력하겠습니다. 이곳이 뭐하는 곳일까...”
텐카와는 간단하게 콘솔을 조작하여 목표지점을 입력시켰다. 다행히 한-반도는 없었지만 서울은 이 배의 컴퓨터에 정보가 있었다. 빙하기가 오면서 해수면은 낮아졌기 때문에 해저의 여러 가지 지형들이 드러나고 있었지만 속칭 한-반도의 최남단 지점은 여전히 ‘항구도시’로 불리는 서울이었다. 수천년 전, 본격적인 우주 진출이전에 중앙대해를 건너는 중요한 항구로 사용했던 지구 최대의 항구도시였다.
“항구도시이고.. 우주선 발진공항도 있군요.”
“그래. 여기서 나와 자네들 세 사람은 내리고 이 함을 로엔그람에게 맡긴다. 그리고 작은 셔틀 하나를 준비해주게.”
“알겠습니다.”
완치는 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의 업무수행이 가능하여 이미 함교에 나와 일을 보고 있던 이석현이 대답했다.
“짐 같은 건 챙길 필요가 없을까요?”
유리카가 지나가는 소리로 물었다. 아무로 대답 역시 지나가는 대답이었다.
“됐어. 몸만 가도 된다.”
-접근하는 함선에 경고한다! 허락받지 않은 배는 함부로 도시에 들어올 수 없다.
공화국 경찰들이 부유선을 타고 접근해서 경고방송을 해댔지만 이 배에 그런 말이 먹힐리는 없었다. 다만 이석현은 외부쪽으로 스피커 채널을 돌린 후 방송했다.
“우리는 지금 비밀작전을 수행중이다. 정말 궁금하면 함대쪽에 연락해보도록. 혹 지금 그런 눈치없는 태도가 작전수행에 방해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경찰이 그 정도의 눈치가 없어서 되겠는가?”
일단 고압적인 말투로 상대를 제압하니 저 쪽에서는 이 쪽에서 예상한 대답이 나왔다.
-알겠다. 일단 확인해보겠다.
10여분 뒤, Nadesico는 서울 근처의 얼어붙은 강 상공 2km에 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신들의 후임에게 일을 맡긴 함교 3인방과 함장, 로엔그람이 격납고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마 이석현이 벌여놓은 거짓말을 그의 후임인 두걸이 어떻게 처리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이제 석현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다시 돌아오실겁니까?”
“아니..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폐하께 자네가 잘 말씀드려 주게. 나는 다시 가야한다고.”
“알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 배는 제가 잘 맡아두도록 하죠. 다음에 또 오실 일이 생긴다면 박물관에 잘 보관되어 있는 이 배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로엔그람이 입가에 웃음을 띄며 말했다.
“자네도 수고했네. 이 배를 잘 맡아둬. 그리고 이런 식의 배가 한 척 더 있는데 내 방에 있는 항해일지를 잘 읽어보고 그 배를 쓰도록 하게. 이 배의 승무원들에게 교육받으면 사용할 수 있을거야.”
떠나가는 자의 한마디 말은 남는 자의 정신을 갑자기 뒤흔들었다.
“네? 한 척이 더 있다고요?”
“뭘 그리 놀라나. 이런 배는 이미 세 번째가 아닌가? 네 번째가 있다고 해도 놀랄 것은 없지.”
이번에는 아무로가 웃으며 말했다. 수학적인 나이를 따져보면 500살에 가까운 아무로는 이제 겨우 백세를 약간 넘긴 젊은이 아닌 금발의 젊은이를 상대로 장난치고 있었다.
“자 그럼 가자. 그럼 수고하게.”
굳은 악수를 나눈 후 아무로는 몸을 돌려 준비된 셔틀에 탑승했다. 지난번에 Nu Nautilus에 탑재되었던 셔틀과 동일한 기종이지만 약간의 엔진개량에 의해 속도가 빨라진 셔틀이었다. 또한 감시망 방해시스템이 있어서 공화국에서는 쉽사리 이 배의 항해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사령관님, 그럼 안녕히계십시오.”
이석현이 함교 3인방을 대신하여 로엔그람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로엔그람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석현은 그 손을 맞잡았다.
“아마 자네들이 할 일이 많겠지. 수고하게.”
“감사합니다. 시간이동을 해서 제가 사령관님을 찾아가도 저를 기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
로엔그람이 뒷말을 흐렸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라기어스인 유전자를 이어받은 이 금발의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저희는 갑니다. 부디 저 배를 잘 부탁드려요.”
“유리카. 함장도 아닌데 그런 말을...”
텐카와의 공격에 유리카는 느긋하게 대응했다.
“왜? 이래뵈도 임시함장이었다고.”
텐카와가 고개를 가로저었고 로엔그람은 크게 웃었다.
“하하. 자네들은 어디가도 성공할 수 있을거야. 그럼 잘가게.”
“네. 사령관님도 잘 계십시오.”
이걸로 그들의 인사는 끝이었다.
“셔틀 조종을 내가 해도 되겠나?”
셔틀에 탑승하여 자연스럽게 조타석에 앉은 텐카와에게 아무로가 불쑥 질문을 했다. 아마 자신만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 반드시 자신이 조종을 해야겠지만 조타수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형식일거라 생각한 텐카와는 승낙했다. 아무로는 손수 콘솔을 조작해 특정지역의 좌표를 입력했다.
“함장님 진정한 목적지는 어딥니까? 북경도 아니고 서울도 아니고. 지금 이 항로라면 함장님이 말씀하신 한-반도를 금방 벗어나게 됩니다.”
이석현이 묻자 아무로는 즉시 디스플레이에 지도를 띄웠다. 북경 근처 한-반도와 중앙대해의 모습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여기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나가면 지금은 가라앉은 호상열도가 하나 있다. 이곳까지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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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되어야 배경이 바뀌겠군요. 이야기 만들어가는 재주가 떨어지다보니 자기가 생각하던 것을 글로 표현하기 못할때 참 답답합니다 -_-;;
텐카와는 애써 무표정하게 말하는 유리카를 착찹한 심정으로 바라봤지만 그 역시 할 일이 있었다.
“부두 밖으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 안전띠를 착용 해 주십시오.”
디스토션 필드라는 자체가 공간을 왜곡한다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므로 필드 내에서는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텐카와의 말은 농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배에 탄 모두가 착찹한 심정이라 아무도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Nadesico가 필드를 전개하자 구형의 공간이 싹둑 잘려나가듯이 파괴되었다. 필드 외곽에서는 심각한 폭발이 일어나서 콜로니관리컴퓨터에서 긴급히 수리반과 자체수리를 지시했지만 Nadesico는 미동조차 없었다. Nadesico의 후미에서 웅웅거리는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배는 속도를 얻어 콜로니의 부두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콜로니 외곽 공역에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달갑지 않은 존재들이 있었다.
“전방에 함대 출현! 전투대형입니다. 숫자는 대략 9천여척. 공화국함대 함선입니다.”
임시로 오퍼레이터직도 겸하고 있는 텐카와가 긴급히 말했다. 물론 만척도 안되는 전투함쯤을 돌파하거나 섬멸하는 일은 이 배의 능력으로는 장난같은 일이었지만 이들은 전쟁을 하기 위해 이쪽 우주로 날아온 게 아니었으므로 교전개시는 신중해야만 했다. 비록 아셀로즈는 죽었지만 이후의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기 때문에 일단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함장님. 어떻게 해야하겠습니까?”
텐카와가 잽싸게 아무로를 호출했다. 아무로에게는 안됐지만 한가롭게 쉴 시간이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고 그는 고개를 한번 쓱 돌리더니 함장실 디스플레이를 보며 지시했다.
-교전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앞으로의 지시는 로엔그람에게 받도록.
“알겠습니다. 함장님의 교전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사령관님, 공격해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로는 이 배의 함장이었지만 로엔그람은 제국내의 우주함대에 관해서는 최고책임자인 만큼 로엔그람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텐카와의 물음에 로엔그람이 당연하듯이 말했다.
“배에서 함장의 명령을 어기면 안되네. 즉시 공격하기를 권하네.”
최대한 함장의 권위를 세워준 말이었고 텐카와는 충분히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성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통상항해로 항로를 설정하겠습니다. 유리카. 자동교전시스템 가동시켜! ”
“오케이.”
방해자들이 있는 한은 초공간항해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제국초기에 개발되었던 인터딕트 크루져의 초공간항해상태에서 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분명히 만여척에 달하는 반쪽짜리 함대라면 필히 갖추고 있을 것이다.
“블랙홀클래스터와 상전이포 발사! 동시에 그라비티 블래스터 연속발사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전투중에도 그 특유의 쾌활함을 유지하는 유리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Nadesico의 자동교전시스템은 매우 뛰어났고 솔직히 왠만한 포술장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소프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리카의 능력은 워낙 독보적으로 뛰어난 것이라 특별히 이 배에서만큼은 자동교전시스템이 일부분에 한해서는 유리카에게 양보하고 있었다.
Nadesico의 선두(船頭)에서 잠시 위잉거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이내 잠잠해졌으나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것이다. 개량형 그라비티 블래스터는 광속의 0.75배로 날아가 자신을 막고있던 존재들에게 재앙을 내렸다. 일반 ASDIII에 쓰이는 그라비티 블래스터와 비교하면 어이없이 강력한 Nadesico의 출력으로 인해 함대단위로 전개한 반중력필드나 함선단위로 가진 필드 따위는 간단히 돌파하여 무수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근 수백일간의 교전이군..그래도 전혀 반갑지가 않아..”
로엔그람이 혀를 차며 말했다. 만약 반 아셀로즈파가 다시 구공화국의 정권을 잡게된다면 제국과의 전쟁발발은 필연이었다. 게다가, 로엔그람은 아셀로즈로부터 토그라는 살아있으며 그 덕분에 자신이 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들은 바, 토그라가 비록 혁명에 도움을 줬다고는 하지만 혁명의 구심점인 아셀로즈가 죽은 이 마당에 토그라의 마음뒤집기는 손바닥 뒤집는 것 만큼 쉬운 일이었다.
“피해는 최소화하고 일단 지구로의 항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좋지 않은 방면으로 생각하면 저 전력을 꺾어놓는 것이 이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텐카와가 말 끝을 흐렸다. 텐카와 또한 로엔그람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이 틀림없다. 로엔그람의 말이 텐카와의 귀에 들려왔다.
“그래..그러도록 하게.”
534년 17일 지구 대류권
Nadesico의 모든 승무원들은 잠을 잊은 채, 가능한 한 적은 수의 적을 제거하며 필수적인 항로만 확보하여 대기권으로 진입한 후 대기권의 최하층 대류권에서 잠시 멈춰 함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강 방해하는 적들은 없어진 듯 합니다. 아마 더 이상 덤비는게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나 보죠. 그건 그렇고, 우리가 가야할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죠?”
텐카와는 피곤한 눈으로 함장을 쳐다봤다.
전투가 끝난 후 함장실에서 나와 함교에 앉아있는 아무로가 손으로 이마를 몇 번 두드리더니 말했다.
“북경 근처의 한-반도로 가자.”
“알겠습니다.”
텐카와는 콘솔을 잠시 조작하더니 다시 아무로에게 질문했다.
“정확한 좌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유감스럽게 이 배에는 한-반도라는 명칭은 없는 걸로 나옵니다만.”
그들은 가끔씩 다녀가던 제국 측 첩보원이나 외교사절을 제외하고는 올 수 없었던 지구에 온 500년 만의 정규함대였지만 그런 감흥을 그들은 느끼지 못했다. 워낙 일이 바빴고 큰 일을 앞에 두고 있었으므로.
한-반도라는 명칭은 공화국이나 제국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명칭이 아니었다. 이 이름을 아는 사람 역시 아무로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북경 근처의 남쪽으로 삐져나온 작은 반도다. 뭐..못 알아먹겠다면 서울로 간다.”
“진작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서울로 좌표를 입력하겠습니다. 이곳이 뭐하는 곳일까...”
텐카와는 간단하게 콘솔을 조작하여 목표지점을 입력시켰다. 다행히 한-반도는 없었지만 서울은 이 배의 컴퓨터에 정보가 있었다. 빙하기가 오면서 해수면은 낮아졌기 때문에 해저의 여러 가지 지형들이 드러나고 있었지만 속칭 한-반도의 최남단 지점은 여전히 ‘항구도시’로 불리는 서울이었다. 수천년 전, 본격적인 우주 진출이전에 중앙대해를 건너는 중요한 항구로 사용했던 지구 최대의 항구도시였다.
“항구도시이고.. 우주선 발진공항도 있군요.”
“그래. 여기서 나와 자네들 세 사람은 내리고 이 함을 로엔그람에게 맡긴다. 그리고 작은 셔틀 하나를 준비해주게.”
“알겠습니다.”
완치는 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의 업무수행이 가능하여 이미 함교에 나와 일을 보고 있던 이석현이 대답했다.
“짐 같은 건 챙길 필요가 없을까요?”
유리카가 지나가는 소리로 물었다. 아무로 대답 역시 지나가는 대답이었다.
“됐어. 몸만 가도 된다.”
-접근하는 함선에 경고한다! 허락받지 않은 배는 함부로 도시에 들어올 수 없다.
공화국 경찰들이 부유선을 타고 접근해서 경고방송을 해댔지만 이 배에 그런 말이 먹힐리는 없었다. 다만 이석현은 외부쪽으로 스피커 채널을 돌린 후 방송했다.
“우리는 지금 비밀작전을 수행중이다. 정말 궁금하면 함대쪽에 연락해보도록. 혹 지금 그런 눈치없는 태도가 작전수행에 방해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경찰이 그 정도의 눈치가 없어서 되겠는가?”
일단 고압적인 말투로 상대를 제압하니 저 쪽에서는 이 쪽에서 예상한 대답이 나왔다.
-알겠다. 일단 확인해보겠다.
10여분 뒤, Nadesico는 서울 근처의 얼어붙은 강 상공 2km에 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신들의 후임에게 일을 맡긴 함교 3인방과 함장, 로엔그람이 격납고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마 이석현이 벌여놓은 거짓말을 그의 후임인 두걸이 어떻게 처리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이제 석현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다시 돌아오실겁니까?”
“아니..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폐하께 자네가 잘 말씀드려 주게. 나는 다시 가야한다고.”
“알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 배는 제가 잘 맡아두도록 하죠. 다음에 또 오실 일이 생긴다면 박물관에 잘 보관되어 있는 이 배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로엔그람이 입가에 웃음을 띄며 말했다.
“자네도 수고했네. 이 배를 잘 맡아둬. 그리고 이런 식의 배가 한 척 더 있는데 내 방에 있는 항해일지를 잘 읽어보고 그 배를 쓰도록 하게. 이 배의 승무원들에게 교육받으면 사용할 수 있을거야.”
떠나가는 자의 한마디 말은 남는 자의 정신을 갑자기 뒤흔들었다.
“네? 한 척이 더 있다고요?”
“뭘 그리 놀라나. 이런 배는 이미 세 번째가 아닌가? 네 번째가 있다고 해도 놀랄 것은 없지.”
이번에는 아무로가 웃으며 말했다. 수학적인 나이를 따져보면 500살에 가까운 아무로는 이제 겨우 백세를 약간 넘긴 젊은이 아닌 금발의 젊은이를 상대로 장난치고 있었다.
“자 그럼 가자. 그럼 수고하게.”
굳은 악수를 나눈 후 아무로는 몸을 돌려 준비된 셔틀에 탑승했다. 지난번에 Nu Nautilus에 탑재되었던 셔틀과 동일한 기종이지만 약간의 엔진개량에 의해 속도가 빨라진 셔틀이었다. 또한 감시망 방해시스템이 있어서 공화국에서는 쉽사리 이 배의 항해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사령관님, 그럼 안녕히계십시오.”
이석현이 함교 3인방을 대신하여 로엔그람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로엔그람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석현은 그 손을 맞잡았다.
“아마 자네들이 할 일이 많겠지. 수고하게.”
“감사합니다. 시간이동을 해서 제가 사령관님을 찾아가도 저를 기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
로엔그람이 뒷말을 흐렸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라기어스인 유전자를 이어받은 이 금발의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저희는 갑니다. 부디 저 배를 잘 부탁드려요.”
“유리카. 함장도 아닌데 그런 말을...”
텐카와의 공격에 유리카는 느긋하게 대응했다.
“왜? 이래뵈도 임시함장이었다고.”
텐카와가 고개를 가로저었고 로엔그람은 크게 웃었다.
“하하. 자네들은 어디가도 성공할 수 있을거야. 그럼 잘가게.”
“네. 사령관님도 잘 계십시오.”
이걸로 그들의 인사는 끝이었다.
“셔틀 조종을 내가 해도 되겠나?”
셔틀에 탑승하여 자연스럽게 조타석에 앉은 텐카와에게 아무로가 불쑥 질문을 했다. 아마 자신만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 반드시 자신이 조종을 해야겠지만 조타수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형식일거라 생각한 텐카와는 승낙했다. 아무로는 손수 콘솔을 조작해 특정지역의 좌표를 입력했다.
“함장님 진정한 목적지는 어딥니까? 북경도 아니고 서울도 아니고. 지금 이 항로라면 함장님이 말씀하신 한-반도를 금방 벗어나게 됩니다.”
이석현이 묻자 아무로는 즉시 디스플레이에 지도를 띄웠다. 북경 근처 한-반도와 중앙대해의 모습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여기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나가면 지금은 가라앉은 호상열도가 하나 있다. 이곳까지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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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되어야 배경이 바뀌겠군요. 이야기 만들어가는 재주가 떨어지다보니 자기가 생각하던 것을 글로 표현하기 못할때 참 답답합니다 -_-;;
전술 차원에서의 우연은 전략 차원에 있어서의 필연이 남긴 잔광(殘光)의 파편에 불과하다.
--- 자유행성동맹 이제르론 방어사령관 겸 함대지휘관 양 웬리 퇴역원수
-출처 :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