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52년 120일 초공간도약을 통해 성공적으로 다른 우주에 도착한 제국의 함대는 라기어스연방의 공격을 받고 패했으나 역전의 지장 얀웬리 준장의 작전에 의해 2함대가 전멸당하는 수모는 다행히 피할 수 있었다. 아무로는 얀웬리를 황제군권대리인의 자격으로 소장으로 승진시켜 필라델피아전단의 참보본보에 소속시킨다. 이로써 필라델피아 전단은 맥닐과 얀웬리를 참모로 거느린 제국 최고의 전단이 되었다.
"폐하. 이까지 오시다니 황공하옵니다."
아무로는 직접 제국기함 SSD Executor에 탑승하여 황제를 접견했다. 황제는 호위병도 없이 유유히 함내를 거닐고 있었다. 황제를 처음 보는 사람은 황제라고는 상상도 못한다.그만큼 꾸미는걸 싫어하는 황제의 인간적 지지도는 제국내에서 100%에 달할 정도로 성숙한 인간(물론 종족이 다르지만)이었다.
"2함대의 얀웬리 소장은 대단한 사람인 것 같군요. 2함대의 전멸을 다행히 막아낸 공로가 인정되어 소장으로 진급이라..무리는 없소. 어차피 인사권은 원수에게 있지 않습니까?"
황제는 형식적인 것과 외형적인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군정분리를 선언하고 정치에만 참여하고 병권부분에는 아주 부분적으로 개입했다. 물론 그것도 거의 형식에 가깝긴했지만 1함대 출격시에는 당당히 제1전단 전단장이 되어 전투에 참여한다. 그 경우 황제의 보좌는 거의 아무로 원수가 했지만.
"좋은 인재를 발견한 대신에.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지만."
아무로는 황제가 한가지라고 말했지만 그건 두가지였다는 걸 눈치챘다. 하나는 32고속타격대의 괴멸이고 나머지하나는 니더 소장의 무능력함이었다.
"32고속타격대의 잔여함정은 1함대에 배속시키겠습니다. 그리고 1함대로 코루스칸트 공략을 허가해 주십시오."
"코루스칸트라면 저기있는 큰 행성을 말하는 겁니까?"
코루스칸트는 초공간도약 지점 근처에 있는 거대한 행성을 일컬음이었다. 지름이 무려 28000km에 달하는 거대한 행성이었다. 이미 그곳은 먼저 진출한 라기어스연방이 점거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로는 라기어스는 대부분 후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기에는 라기어스 약 12개 사단이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방공사단이거나 호위사단입니다만 기갑부대도 몇개 있는 것 같습니다."
황제는 아무로에게 정보의 출처를 묻는 성급한 일은 하지 않았다. 황제의 사려깊음이 제국의 지구권전투승리의 원동력이기도 했고 제국을 유지하는 강력한 힘이었다.
1함대는 막강한 대규모 함대와 더불어 26개의 강습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타키온 전차사단이 약 15개 플라즈마 전차사단이 3개 스캐럽포병사단이 2개에 기타 지원부대와 사령부포함 26개의 사단을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 강습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막강한 함대의 폭격이 안전하게 이루어진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왠만한 병력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어차피 라기어스가 겨우 12개 사단밖에 없다면 굳이 강습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포격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방법도 합당하오나 코루스칸트에 자동이온포가 있어 함대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다행히 행성차폐막은 단 1기가 전개되어 있어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상륙지점만 호위해 준다면 지상전에서의 피해는 극히 적을 것입니다. 스캐럽포병사단이 포병을 퍼부으며 전진하고 이온포를 파괴해 함대가 근접지원에 나선다면 4일안에 끝날것입니다."
제국의 행성공격정공법이었다. 일단 차폐막을 파괴한 후 강습하여 이온포를 파괴하고 그 다음 함대가 근접지원에 나서는 방식으로 만약 이온포를 파괴할 수 있다면 적의 지상군은 거의 끝장난거나 다름없다. 물론 적의 함대가 없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사실 1함대를 단독적으로 이길 수 있는 함대는 우주에 없었다.
"자 그리고 제국연구소에서 온 결과가 있습니다. 일단 브리핑실로 가시죠."

SSD Executor 브릿지 브리핑실
아무로는 분명히 저 연구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사다함이라는 한반도출신 연구원인데 지난번에 아무로에게 하이퍼도약에 대한 질문을 퍼부운 학도였다. 그는 왕성한 연구활동으로 제국연구차장의 자리에 올랐다. 겨우 약관의 나이가 아닌가?
"어흠..우리 제국 연구소에서는 폐하께 괄목상대할 업적을 보고하기 위해.."
"본론만 말하게."
아무로는 미소를 지었다. 분명 황제에게 첫 보고를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경어를 썼어야 했지만 황제는 형식적인것을 극히 싫어해서 오히려 핀잔만 먹었다. 아마도 사다함은 등에 진땀에 베었을 것이다.
".네..우리는 하이퍼스페이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결과 새로운 물질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물질은 하이퍼부이안에 있던 점성이 있는 고체입니다만 이건 어떤 분자의 집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홍빛? 아마도 그런 빛이 도는 액체는 젤리라고 하기에는 빛이 너무 투명했다.
"일단 이름을 크로노스피어 입자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게 무엇인고 하니 초공간도약시에는 알 수 없는 공간을 약간 통과하게 됩니다. 초공간도약의 공간은 아공간이라고 이름 지은 새로운 세계를 지나게 됩니다. 근데 이 아공간으로 가는 방법은 하이퍼엔진을 통해 아공간으로 가는 블랙홀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 좌표를 계산하게 해 주는 것이 하이퍼도약능력이고 엔진은 아공간에서도 항행이 가능하게 해 주는 엔진입니다."
여기까지 하고 그는 화면에 화상을 띄웠다. 화상에는 하이퍼항행중인 함선을 어떤 물질이 감싸고 있는 화면이 떠올랐다.
"이건 물론 우리가 만든 화면입니다만 통상적으로 아공간에서는 모든 물체가 눌려버리게됩니다. 하지만 이 크로노스피어 입자는 그 눌림을 방지함으로써 아공간에서도 항행이 가능하게 해 주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하이퍼항해는 굳이 이쪽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이퍼부이를 인위적으로 설치함으로써 단거리에 대한 몇번의 도약이 가능함을 알아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부이설치함을 만들었습니다. 재밌는건 부이설치함에는 적의 초공간도약을 방해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이건 적의 하이퍼스페이스 백터계산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계산상의 오류를 일으켜 도약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겁니다. 일단 이걸 인터딕트 크루이져라고 이름 붙이고 1함대에 2대 배치했습니다. 명심하실건 이 인터딕트 크루이져의 부이설치능력은 사흘에 한번이므로 남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백터 계산방해능력은 가동을 해야지 실행됨을 명심하십시오."
사다함의 설명은 아주 장황했다. 하지만 사다함은 최대한 쉬운 말만 골라써 전자공학과 과학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알아먹기에 힘들지 않았다.
"흥미롭네. 그 방면으로 연구를 계속하도록."
"예."
사다함은 물러났다. 그리고 아무로는 코루스칸트 공략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코루스칸트를 점령하여 더욱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해야합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이번 작전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군요. 코루스칸트에는 적의 함대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차폐막도 1기가 전개되어 강습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이쪽을 봐 주십시오. 적의 이온포는 이곳저곳에 분산되어 있습니다만 크게 보면 3군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일단 이쪽 거대호수에 2기. 그리고..이건 바다라고 합시다. 이쪽에 1기 반대쪽 큰 산에 2기. 총 5기입니다. 우리는 기갑부대와 포병부대를 상륙시켜 적을 전멸시키며 함대의 근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것입니다."
아무로의 브리핑은 명쾌했다. 사실 저거보다 좋을 방법도 없을 뿐더러 제국최고의 군인 아무로레이 원수가 하는 말에 누가감히 토를 단단 말인가? 간이 배 밖에 나와도 그짓은 못할 것이다.
함대는 40속도로 접근했다. 아직은 이온포 사정거리 밖이었으나 3200km만 더 가면 이온포사정거리 안에 들었다. 거기서부터는 이제 과연 행운의 여신이 손을 들어주나의 여부에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함대는 다시 56속도로 최고 증속했다. 그리고 60속도로 오버페이스를 감행했다. 막강한 이온포의 집중 포화에는 튼튼한 ISDII급도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심지어는 SSD급도 이온포의 집중공격에 침몰하는 사태조차 생긴다.
행성에서 빛이 쏘아 올라졌고 선두에 있던 VSD가 그 빛에 관통당했다. 전함은 잠시 기우뚱했으나 다시 항행을 계속했다. 어차피 전진말고는 방도가 없었다. 후퇴는 더욱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없게도 VSD는 다시 날아온 빛에 관통당해 빛과 하나가 되더니 순식간에 우주의 티끌이 되어 사라졌다. 이온포의 능력은 매우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브릿지를 직격으로 맞은 ISD가 서서히 침몰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곱게 침몰하지도 못했다. 다시 직격탄을 맞은 전함이 완전 파괴되어 2개 기갑연대가 소멸되었으며 6개의 전투기편대또한 사라졌다.
하지만 함대는 오버페이스를 유지한 결과 순식간에 강하지점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프리깃2척에 VSD2척 ISD1척만 당했다. 그리고 강하를 마친 후에는 하이퍼부이를 통해 단거리 도약으로 퇴각할 심산이었다.
ISD와 SSD와 강습함에서 병력이 쏟아져 나왔다. 대기권 돌입이 가능한 타기온 전차부대가 선두에 섰고 바로 그 뒤를 플라즈마 전차부대가 튀어나왔다. 스캐럽포병부대는 약간 뒤에 강습을 실시했다. 강습도 완전 안전하지는 않았다. 함대의 지원포격이 없는 강습부대는 라기어스연방의 스커미쉬전차 대공형에서 발사한 대공미사일을 맞고 불덩어리가 되어 운석처럼 낙하하기도 했고 일부분은 대기권돌입에서 탈이 나서 추락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6개 사단이 동시에 낙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무로의 메테오 샤워도 이것보다 더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기권내로 진입한 기갑부대를 본 라기어스장병들은 조급해졌다. 어차피 제국 기갑부대의 킬러라는 삼중레일전차는 여기에 단 1개 연대만이 있을 뿐이었다. 거의 방공사단과 보병사단으로 이루어진 연방의 부대는 애초에 전멸을 각오했으나 막상 보자 더욱 공포감이 올라왔다.
검은 악마 타키온전차의 주포앞에서는 막강한 삼중레일전차도 파괴되기도 했다. 그리고 플라즈마전차의 플라즈마는 순식간에 보병 1개 분대를 날려버릴 수 있으며 스캐럽포병부대는 일제사격으로 연방군에 대타격을 줄 수 있었다.
방공부대는 상륙하는 제국 기갑부대를 공격하여 약 2개 사단병력을 전멸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제국의 기갑부대 특징인 호버출력을 최대한으로 올려 지면에 서서히 착륙한 그들은 다시 호버출력을 통상으로 맞추고 연방의 진지로 돌격했다.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전술 차원에서의 우연은 전략 차원에 있어서의 필연이 남긴 잔광(殘光)의 파편에 불과하다. --- 자유행성동맹 이제르론 방어사령관 겸 함대지휘관 양 웬리 퇴역원수 -출처 :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