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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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29
유리아는 갑작스럽게 강해진 자신의 무공에 은근히 기쁘긴 했지만 이상한 것은 분명 이상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데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이내 유리아는 격벽 근처에서 넋이라도 나간 양 멍하니 앉아있는 호운에게로 다가갔다.
“ 뭘 그리 멍하게 있는 거야. 어서 문을 열어야지. 여기 더 오래 있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 ”
유리아는 아직도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호운을 일으켜 세웠다. 아무리 언데드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분명 한때에는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런 것들이 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터져 나갔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의 나이에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서 아무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 시... 싫어. 이미 끝났어. 우린 지옥에 떨어져 버린 거라고. 끝났어, 이 배는 이미 끝난 거라고! ”
호운은 유리아의 손을 뿌리치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유리아는 그런 호운을 한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서웠을 것이다. 분명히... 아무리 강심장인 드워프라 하지마는 분명 이런 일은 처음일 터였다. 물론 그녀라고 이런 일을 겪어 보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네피시스. 아르케비니아 연방의 최고의 군인이었고, 호운은 아직 성인식도 치루지 않은 어린 드워프였던 것이다.
“ 호운... 날 봐. 날 보라구. ”
호운을 보고만 있던 유리아는 갑자기 호운에게로 발걸음을 옴겼다. 그리곤 몸을 굽혀 이 어린 드워프와 자신의 눈의 위치를 맞추었다. 호운의 짙은 갈색의 눈동자는 여전히 평정을 잃은 상태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리아는 호운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린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 호운. 사실 나도 너만큼이나 무섭고, 두려워. ”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입을 닫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우린 살아 있잖니? 비록 둘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린 살아남았어. 그리고 살아만 있다면 분명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야. 시련이란 극복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자 일어 서봐. 여기까지 와서 주저 앉을 순 없잖아? ”
유리아의 이 말 한마디, 한마디는 호운의 떨리는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외모마저 생소한 저 다크엘프에게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조차 알 수는 없었지만, 호운은 이 따스함에 한없이 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 으아아앙 ”
호운은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머니도... 그리고 아버지마저도 이제는 그의 곁에 없었다.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움. 그것은 호운의 마음을 한없이 차갑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따스하게 감싸오는 유리아의 품속에서 녹아져 울고 또 울었다.
‘ 사람의 마음이라...’
자신의 품속에서 울고 있는 호운을 바라보며 네피시스 훈련 중 유일한 사귄 친구 ‘하므엘’ 의 말을 떠올렸다. 그 혹독한 훈련 가운데서도 다크엘프인 자신에게 아무런 스스럼없이 대해준 하므엘...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여기 있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있더라도 하므엘은 자신의 편이 되어 주었다. 다크엘프라는 이유 때문에 멸시와 따돌림을 당할 때에도 그는 항상 유리아의 편에 서 있었다.
유리아는 그런 하므엘이 내심 고마웠지만 반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종족도 아니었고, 모든 종족들에게 천대를 받는 자신에게 이토록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아는 하므엘에게 물었다. 다크엘프인 자신을 이토록 위해주는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그 진의를 물었던 것이다.
" 종족 따위는 상관치 않아. 난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널 도와 줄 거야. 그것이 사람의 마음. "
유리아의 물음에 하므엘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조차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제 서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말한 사람의 마음을...
' 그래 종족따위...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는 약속했다. 사람이 되기로...'
“ 저기... 좀 놔줄래. 답답해. ”
“ 아아 미안. 이제 괜찮은 거야? ”
“ 물론. 이래 뵈도 아크라션이야.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난 엘프는 싫어. 하이엘프이던 다크엘프이던... ”
“ 어련하시겠습니까? 아크라션 호운님. 자 어서 문을 열어주시지요. ”
“ 자... 장난 하지마 ”
약간은 비꼬는 듯한 유리아의 말에 호운은 얼굴을 붉히며 유리아를 밀쳐냈다. 하지만 유리아는 자신을 밀쳐내려는 호운의 손을 도리어 붙잡고서는 그대로 호운을 일으켜 세웠다.
“ 우욱, 뭐야 이 냄새는... 굉장한 악취다. ”
“ 그러게 말야. 싸울 때는 몰랐는데... 녀석들의 냄새 정말 장난이 아니군. ”
일어나기가 무섭게 후각을 자극하는 역겨운 냄새에 호운은 코를 막으며 말했다. 유리아 역시 그때서야 이 냄새를 존재를 파악한 모양인지 얼굴을 잔득 찌푸렸다.
“ 확실히 이상해. 조난 당한지 이제 겨우 3시간 정도 지났는데... 벌써 부패가 이 정도 까지 진행 되었다니... 하긴 지금에 와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뭐. 호운 얼마나 남았어? ”
“ 아 이제 조금만 손보면 될 거야. 거의 다 끝났어. ”
호운은 격벽의 롤켄네스 옆에 부착시켜 놓은 자신의 핸디 롤켄네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미 기본 적인 해킹은 모두 끝나 있었기 때문에 격벽을 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 보안 레벨이 확인 되었습니다. 시스템 온라인. 격벽이 개패 됩니다. 지금은 비상사태 입니다. 선내의 안정장치가 완벽하게 동작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
[ 3 ]
[ 2 ]
[ 1 ]
[ 격벽 개방 ]
변함없이 동일한 음성, 동일한 속도로 롤켄네스의 차가운 목소리는 격벽의 개패를 알려왔다. 그리고 이 격벽 넘어에도 어김없이 또 다른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 빛... 이여. 그 머...머리를 여기에 두어라. 이 어... 어둠에서 도망 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 생각 하나? 어둠은 빛의 머리를 밟을 뿐. 크크크크 하하하- 그... 그래. 그것도 좋겠군. 그래. 발버둥 쳐라. 그것이 너희의 숙명. ]
갑작스레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음침한 울림... 호운과 유리아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 소리가 들려온 그곳에는 산산이 찢긴 언데드들의 잔해만 가득할 뿐,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울림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 어... 어둠의 탑은 세워 졌으니... 머리... 머리를 밟겠다. ]
“ 닥쳐! 뭐가 어둠이고 뭐가 빛이란 말인가? 네놈들의 머리는 내가 부숴 버리겠다. 호운 어서 격벽 닫아! ”
유리아는 애써 이 소리를 외면하며 격벽 반대 쪽 새로운 어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운은 역시 그녀에게 뒤질 세라 재빨리 격벽의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반대편에 도착 직후 재빨리 롤켄네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이... 이미 축재는 시... 작되었다. 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누구도 저... 저항할 수 없다. 그대 머리... 머리를... 그대 머리를 어.... 둠의 발 앞에 둘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계속 될 것이다. 축... 축제는... ]
[ 쿠궁 ]
격벽이 닫히는 육중한 충격음과 함께 소리는 중단 되었다. 호운은 그때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유리아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방금 도착한 이 새로운 어둠의 공간을 차갑게 노려볼 뿐이었다.
“ 뭘 그리 멍하게 있는 거야. 어서 문을 열어야지. 여기 더 오래 있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 ”
유리아는 아직도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호운을 일으켜 세웠다. 아무리 언데드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분명 한때에는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런 것들이 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터져 나갔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의 나이에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서 아무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 시... 싫어. 이미 끝났어. 우린 지옥에 떨어져 버린 거라고. 끝났어, 이 배는 이미 끝난 거라고! ”
호운은 유리아의 손을 뿌리치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유리아는 그런 호운을 한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서웠을 것이다. 분명히... 아무리 강심장인 드워프라 하지마는 분명 이런 일은 처음일 터였다. 물론 그녀라고 이런 일을 겪어 보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네피시스. 아르케비니아 연방의 최고의 군인이었고, 호운은 아직 성인식도 치루지 않은 어린 드워프였던 것이다.
“ 호운... 날 봐. 날 보라구. ”
호운을 보고만 있던 유리아는 갑자기 호운에게로 발걸음을 옴겼다. 그리곤 몸을 굽혀 이 어린 드워프와 자신의 눈의 위치를 맞추었다. 호운의 짙은 갈색의 눈동자는 여전히 평정을 잃은 상태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리아는 호운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린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 호운. 사실 나도 너만큼이나 무섭고, 두려워. ”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입을 닫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우린 살아 있잖니? 비록 둘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린 살아남았어. 그리고 살아만 있다면 분명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야. 시련이란 극복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자 일어 서봐. 여기까지 와서 주저 앉을 순 없잖아? ”
유리아의 이 말 한마디, 한마디는 호운의 떨리는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외모마저 생소한 저 다크엘프에게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조차 알 수는 없었지만, 호운은 이 따스함에 한없이 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 으아아앙 ”
호운은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머니도... 그리고 아버지마저도 이제는 그의 곁에 없었다.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움. 그것은 호운의 마음을 한없이 차갑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따스하게 감싸오는 유리아의 품속에서 녹아져 울고 또 울었다.
‘ 사람의 마음이라...’
자신의 품속에서 울고 있는 호운을 바라보며 네피시스 훈련 중 유일한 사귄 친구 ‘하므엘’ 의 말을 떠올렸다. 그 혹독한 훈련 가운데서도 다크엘프인 자신에게 아무런 스스럼없이 대해준 하므엘...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여기 있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있더라도 하므엘은 자신의 편이 되어 주었다. 다크엘프라는 이유 때문에 멸시와 따돌림을 당할 때에도 그는 항상 유리아의 편에 서 있었다.
유리아는 그런 하므엘이 내심 고마웠지만 반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종족도 아니었고, 모든 종족들에게 천대를 받는 자신에게 이토록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아는 하므엘에게 물었다. 다크엘프인 자신을 이토록 위해주는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그 진의를 물었던 것이다.
" 종족 따위는 상관치 않아. 난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널 도와 줄 거야. 그것이 사람의 마음. "
유리아의 물음에 하므엘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조차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제 서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말한 사람의 마음을...
' 그래 종족따위...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는 약속했다. 사람이 되기로...'
“ 저기... 좀 놔줄래. 답답해. ”
“ 아아 미안. 이제 괜찮은 거야? ”
“ 물론. 이래 뵈도 아크라션이야.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난 엘프는 싫어. 하이엘프이던 다크엘프이던... ”
“ 어련하시겠습니까? 아크라션 호운님. 자 어서 문을 열어주시지요. ”
“ 자... 장난 하지마 ”
약간은 비꼬는 듯한 유리아의 말에 호운은 얼굴을 붉히며 유리아를 밀쳐냈다. 하지만 유리아는 자신을 밀쳐내려는 호운의 손을 도리어 붙잡고서는 그대로 호운을 일으켜 세웠다.
“ 우욱, 뭐야 이 냄새는... 굉장한 악취다. ”
“ 그러게 말야. 싸울 때는 몰랐는데... 녀석들의 냄새 정말 장난이 아니군. ”
일어나기가 무섭게 후각을 자극하는 역겨운 냄새에 호운은 코를 막으며 말했다. 유리아 역시 그때서야 이 냄새를 존재를 파악한 모양인지 얼굴을 잔득 찌푸렸다.
“ 확실히 이상해. 조난 당한지 이제 겨우 3시간 정도 지났는데... 벌써 부패가 이 정도 까지 진행 되었다니... 하긴 지금에 와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뭐. 호운 얼마나 남았어? ”
“ 아 이제 조금만 손보면 될 거야. 거의 다 끝났어. ”
호운은 격벽의 롤켄네스 옆에 부착시켜 놓은 자신의 핸디 롤켄네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미 기본 적인 해킹은 모두 끝나 있었기 때문에 격벽을 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 보안 레벨이 확인 되었습니다. 시스템 온라인. 격벽이 개패 됩니다. 지금은 비상사태 입니다. 선내의 안정장치가 완벽하게 동작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
[ 3 ]
[ 2 ]
[ 1 ]
[ 격벽 개방 ]
변함없이 동일한 음성, 동일한 속도로 롤켄네스의 차가운 목소리는 격벽의 개패를 알려왔다. 그리고 이 격벽 넘어에도 어김없이 또 다른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 빛... 이여. 그 머...머리를 여기에 두어라. 이 어... 어둠에서 도망 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 생각 하나? 어둠은 빛의 머리를 밟을 뿐. 크크크크 하하하- 그... 그래. 그것도 좋겠군. 그래. 발버둥 쳐라. 그것이 너희의 숙명. ]
갑작스레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음침한 울림... 호운과 유리아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 소리가 들려온 그곳에는 산산이 찢긴 언데드들의 잔해만 가득할 뿐,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울림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 어... 어둠의 탑은 세워 졌으니... 머리... 머리를 밟겠다. ]
“ 닥쳐! 뭐가 어둠이고 뭐가 빛이란 말인가? 네놈들의 머리는 내가 부숴 버리겠다. 호운 어서 격벽 닫아! ”
유리아는 애써 이 소리를 외면하며 격벽 반대 쪽 새로운 어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운은 역시 그녀에게 뒤질 세라 재빨리 격벽의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반대편에 도착 직후 재빨리 롤켄네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이... 이미 축재는 시... 작되었다. 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누구도 저... 저항할 수 없다. 그대 머리... 머리를... 그대 머리를 어.... 둠의 발 앞에 둘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계속 될 것이다. 축... 축제는... ]
[ 쿠궁 ]
격벽이 닫히는 육중한 충격음과 함께 소리는 중단 되었다. 호운은 그때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유리아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방금 도착한 이 새로운 어둠의 공간을 차갑게 노려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