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극비 문서로 언론과 일반 시민에게 비공개된 자료.
1-1. 제 9함대, USS 니콜라스의 부함장이었던 '딘 웡'의 기록에서 발췌.
1-2. S.U / S.D.S의 비밀 유지 조약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음.
2. 우주 연합의 타 문명들 중 일부는 존재를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 우주 연합 평의원들에게 사실을 전달함.
3. 사실 판명은 IDEN소속 '라메쉬 하킴'에 의한 것으로 S.U와 IDEN이 보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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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로 통하는 웜홀을 발견한 후 1년 뒤..
첫 원정대가 성공적으로 탐사를 마치고 귀환했다.
전함 'USS 뉴멕시코'를 기함으로 제 2 원정대가 꾸려졌고
난 프리깃 USS 니콜라스의 부함장으로 임명되어 6년간 정들었던 USS 커츠를 떠났다.
웜홀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첫 원정대의 브리핑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지만,
아크투루스 웜홀 당시 산산 조각 났던 USS 아틀라스 호를 보고 난 뒤 웜홀 탐사는 나와 나의 가족들을 위해서 절대로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첫째 딸의 AUVV감염으로 인해서 막대한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USS 니콜라스의 부함장은 따로 있었지만 그가 전역을 불사하더라도 원정대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부함장 자리가 2개월 동안 공석이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나의 사정을 들은 상부에서 딸의 수술비를 지원하겠다고 하였으니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중략]
3년 간의 항해 끝에 첫 원정대의 브리핑에서 봤던 팔레르모 아치가 눈에 들어왔다.
강한 자기장으로 형성된 항성계 내부의 아치형 빛이었는데, 마치 항성에 고리가 달린 듯 뚜렷하게 보였다.
멀리서 볼땐 빛나는 토성같아 보였으나 항성계로 진입하자 빛의 원반 안에 조그만 구슬들이 돌고 있는 듯 했다.
행성은 총 6개, 태양과 흡사한 항성이 하나였다.
멀리서 또렷하게 데네브의 빛이 들어왔다.
태양의 10만배 밝기를 가진 데네브는 이 항성계에서 20광 년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자신의 존재가 뚜렷했다.
처음 도달한 바위 투성이 소행성에서 바라본 하늘은 이 항성계가 빛나는 원반과 태양과 같은 항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데네브로 인해서 태양이 두개인 것처럼 보였다.
24시간이 지난 뒤. '비타'라고 명명한 이 항성을 중심으로 3번째로 돌고 있는 행성 'BO3'에 세 개의 큰 위성중 하나에서 미확인된 함선을 발견했다는 정보를 보냈다.
우리 함선과 USS 스테판이 나사에서 파견된 탐사선을 호위하며 BO3로 출발하기로 했다.
46시간 후 기록.
교전은 일어나지 안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경고도 접근도 허용하지 않은 채 우리 주변에 나타났다.
함교가 어딘지 창문이라고는 도통 보이지 않는 암석처럼 꽉막힌 함선이었다.
우리 측에서 몇번 교신을 시도 했지만 나타난 이후로 미동도 안하고 있었다.
USS 뉴멕시코에서는 이 사실을 보고받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분명했다.
70시간 후 기록.
식사를 마치고 함교로 들어서자 갑작스럽게 그 함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큰 기동은 아니었으나 아주 느리게 우리쪽으로 선체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꽁무니에서 녹색 빛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우리쪽으로 향한 것이 선미 인 것이라 판단했다.
USS 멕시코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사측 탐사선을 탈출시킬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78시간 후 기록.
딸아이가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는 이틀 전 메시지가 지금 도착했다.
다행이다.
82시간 후 기록.
"모든 언어와 신호를 동원해서 더 이상 접근하면 발포하겠다고 알려라!"
함장의 명령에 모든 교신을 총동원해서 접근하는 미확인 함선에게 알린지 1시간이 지났다.
함장은 다시 교신을 명령했지만, 20분 전에 USS 뉴멕시코에서 교전을 허가 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함장은 갈등하고 있었다.
이 곳은 미개척지이며 상대가 항성간 항해술을 가진 종족이라면 적어도 우리와 필적하는 전투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세실리안과의 충돌에서 경험한 미지의 종족과 충돌시 대가는 컸다.
단 한척의 함선이라도 충분한 위협인 것이다.
"USS 니콜라스 함장 마틴 할로웨이 입니다. 교전을 피하고 지원을 요청합니다."
USS 뉴멕시코는 침묵했다. 그들도 교전 권한만 우리에게 주고 어떻게 할지는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91시간 후 기록.
뜻밖의 반응이었다.
미확인 함선이 기동을 멈추고 소형 셔틀같이 보이는 우주선을 배출한 뒤 우리와 미확인 함선 사이에 멈춰서게 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함장은 USS 뉴멕시코와 교신을 주고 받았다.
30분을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나에게 명령하달을 지시했다.
"저기서 저 작은 셔틀을 멈춰서게 했다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닐거라고 판단했다.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조우하겠다는 뜻이라 판단한다. 셔틀 베이를 열도록."
순간 나는 그의 뜻을 확신하지 못했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라고는 느꼈으나 워낙 변수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는 나를 보며 함장이 쓴 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소. 나와 뉴멕시코, 스테판은 도박을 하기로 한 것이오. 물론 내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라면 50명의 인원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판돈은 이미 웜홀을 지날 때 걸어버린 것이 아니오?"
우린 이미 주사위를 굴린 것일까?
나도 결심을 하고 명령을 하달했다.
"셔틀 베이를 열어라."
95시간 후 기록.
미궁속에 빠져들었다.
마치 신이라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셔틀 베이에 미확인 함선의 셔틀이 도킹하고 무장한 해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그들과 조우했다.
모선과 닮은 바위덩어리 같이 생긴 셔틀의 아래쪽에 동그란 구멍이 열리자 두발로 보행하는 세 명-지금 생각하니 '명'이라고 세어야 할지 헷갈린다-의 외계인이 선체에 발을 디뎠다.
온 몸이 강철로 이루어진 강화복을 쓴 것 같이 생긴 그 외계인은 외관상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눈이 세 개이며 손가락은 4개 라는 점만 빼고...
함장이 친절하게 이곳은 산소가 존재하니 산소 호흡을 한다면 강화복을 벗어도 된다고 말했으나 그들은 얼마간 선체를 살필 뿐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이라 착각한 우리는 통역장치의 언어를 총 동원해서 우리의 의도와 질문을 1시간 가량 퍼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뜻밖에도 그들이 우리의 언어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평화적으로 우리를 맞이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들의 어휘는 매우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함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우리는 만난적이 한번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오?"
"당신들이 보낸 교신과 지금 1시간 동안 질문한 언어를 이용하여 습득했습니다."
맙소사, 그들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렇게 머리 좋은 종족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아니 그들의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일까? 궁금증이 쌓여만 가던 차에 그들이 먼저 자신에 대해 소개했다.
"유기체 문명들은 보통 선제공격을 선호합니다. 두려움이란 감정과 호기심이 혼합되어 나오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반응은 우리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 부터 존재해 왔던 문명입니다. 하지만 유기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강화복이란 개념을 모릅니다. 이 플랫폼은 해체할 수 없습니다."
유기체가 아니라니, 기계라는 뜻인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아왔던 자아를 가진 기계들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인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혼란속에 질문을 퍼부었다.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지휘체계를 잊은 채, 자신들의 신념을 통한 아우성만 들렸다.
잠시후 함장이 소란을 잠재우고 대표로 보이는 자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온 목적이 무엇입니까?"
"정보를 얻기위함 입니다. 새로운 문명에 대한."
마지막 기록.
그들에게 평화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약간의 두려움을 보이며 나사 탐사선의 학자와 연구원들을 불러모아 여러가지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우리가 탐사하지 않은 아니 못했던 수많은 항성계에서 그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은하가 고향이 아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시간 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다.
그들의 몸은 일종의 기계와 유기체의 혼합이며, 파괴되지 않는 한 불사이다.
파괴된다 하더라도 모든 생각과 판단은 그들만의 네트워크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을 파괴하려면 모두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우리는 우리들의 삶과 문화를 홀린 듯 말해주었다.
그만큼 지금까지 만났던 어떠한 문명보다도 놀라운 것이었다.
아래는 그중 놀라웠던 답변을 몇가지 적어놓은 것이다.
"처음에 당신들의 우주선을 보고 놀랐습니다. 마치 바위같이 창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문은 구조적 결함을 야기시킵니다. 우리는 구조적 결함을 제외하고서라도 창문을 통해서 시각적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기체 문명이 보기에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엇이 당신의 창조주들을 멸망시켰습니까?"
"시간입니다."
"얼마나 많은 문명을 만났습니까?"
"인간의 문명을 포함해서 1,256개 입니다."
"당신들과 전쟁을 했던 문명은 몇개 입니까?"
"742개 입니다."
"어떻게 그 많은 문명과 싸워 이겼습니까?"
"우리는 시간을 이용합니다."
"시간을 조종한다는 뜻입니까?"
"다른 뜻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승리합니다. 유기체 문명은 오랜시간 전쟁을 지속하면 전쟁을 중단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습니까?"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해 만족하는 답변을 줄 수 없습니다. 이는 844번 째 문명까지 만난 이후 경험으로 인하여 우리가 유기체 문명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답변입니다."
"자신들을 어떻게 부릅니까?"
"우리는 당신들 언어로 '우리'라고 부르지만 오랫동안 유기체 문명에게서 가장 많이 들어온 단어는 기계들 혹은 창조주들이 부른 '오디슬론(Odyselone)'이라는 명칭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당신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인간 문명은 호기심과 욕심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이지 않습니다. 조율을 잘 한다면 오랜시간 번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치명적인 위험요소란 어떤 것입니까?"
"대부분의 유기체 문명이 가진 모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종족과 연합한 우주연합이 있습니다. 우리와 동맹을 맺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화적으로 다가온다면 우리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합니다."
"당신들의 존재를 우주연합에 알리는 것에 긍정적입니까?"
"우리는 승인합니다."
사실 좀더 기계적이고 메마른 감정의 기계로 설정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은하를 넘나드는 초월적인 문명이라는 설정으로 어찌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그러므로 더 매정할 수 있는) 특성도 가질 수 있겠다 싶더군요.
유기체 문명이 기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역시 자신의 창조주들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영겁의 세월을 지나온 문명이란, 정의 내리기 힘들더군요.
본 설정에서는 방관자적이며 폴라리안보다 훨씬 더 신에 가까운 문명으로 설정했습니다.
아이러니죠. 시간을 초월하고 어떤 문명보다 현명한 문명이 바로 기계라는 것이요. ^^
보통의 sf설정들에선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에 대해 탄압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무르쉬드님 말씀처럼 다른 설정도 괜찮을 것 같네요.
미리 생각해놓은 설정에서는 버려진 식민지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세력을 넓힐 때 까지 그들의 창조주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에 설정을 했습니다. 사실 이들은 이 행운 덕분에 창조주 자신들이 무엇을 창조했는지 모르게 조심스럽게 그들의 영역을 빠져나왔죠.
물론, 그 당시 이들이 현명해서 그런 처신을 한 것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물음을 해결해줄 창조주가 누군지도 모르던 상태였죠.
즉, 창조주와 창조물 모두 우연히 일어나 떨어져 있던 이유로 서로가 연관성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결말은...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그런데.. 어쨰 너무 인간적인 기계.. 문명이네요.
극단적인 합리주의적인 문명이라기 보다는 관조하는 문명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