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저 블랙홀의 지평면으로 그를 태운 우주선이 막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그를 놓쳐버린 나는 단지 50억광년 떨어진 이곳에서 거의 멈춘듯이 보이는

새빨간 그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매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었다해도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있는 옛 동료의 모습을 보는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거기다 그는 어쩌면 영원히,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있는 저 모습 그대로 내 스크린에 나타날것이다.

그건 우주에 새겨진 빨간 낙인이다.
나는 그 빨간 낙인을 매일 확인해야하는거다.
죄책감을 매일 느끼라는거다.

내 죄책감을 배가 시켜주려는듯 상부는 새로이 개발된

전파망원경을 그 블랙홀로 향하게했다.

나는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써 그를 놓쳐버린 바로 그 지점을

매일 관찰하는 임무,혹은 복역을 맡았다.

기술의 발전은 그의 표정까지 잡아냈다.

희미하긴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상한 모양으로 일그러져있었다.

나의 가슴은 욱신 거렸다.

시간이 멈춘 그곳에서 그는 영원히 괴로워해야하는거다.



_______
"이거 보정해야돼요"
"네?" 멍하니 스크린에 확대된 그의 얼굴을 보고있는 내게 기술팀의 담당자가 말을 던졌다.

"특히 X-56z 주변에는 중력이 이상하게 형성되어있어서요,

색이든 뭐든 약간 보정값을 넣어야 제대로 보여요.
잠시만요." .

기술팀의 새파란 청년은 잠시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하는듯 하더니

내쪽으로 스크린을 돌려보여주었다. "자 이제 됐네요." .

스크린에 어렴풋이 나타난 그의 모습은 더이상 새빨갛지도, 일그러진 표정도 아니었다. 그는 뭔가를 보고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