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왼쪽의 작품 이름을 선택하면 해당 작품 만을 보실 수 있습니다.
10개 이상의 글이 등록되면 독립 게시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 3 차 대전
(The World War Ш)
조남훈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 사람들 - 아마도 대부분의 인류는 전쟁이 모두에게 엄청난 비극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할 것이리라 믿는다, 은 국가간의 무력 충돌에 대해서만은 모두가 평화주의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약 막을 수 없다면,,
전쟁을 대처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에서 출발해 쓰기 시작한 작품은 상상력이 더해져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2018년 유엔에서 결의되 이듬해 세계 여론의 억압에 못이겨 미 합중국 대통령과 중국 총리의 공식적 승인을 얻은 “로잔세계평화협정”은 인류의 평화를 위한 도약이 되었다. 세계의 여론들은 이 엄청난 발견 - 모든 사람들이 이 협정을 ‘위대한 발견’ 이라고 부른 까닭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으리라 본다, 에 온갖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전 세계는 협정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승인한 그날을 축제일로 삼으며 세계 기념일로 지정했다. 전쟁에 대해 크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던 미국 시민들조차 태도를 바꿔 스리랑카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세명의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제인 파커 여사를 선두로 평화를 위한 기념 퍼레이드 (Parade for Peace)를 개최했다.
물론, 세계 3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며 조만간 65년간의 휴전 협정을 파기하고 한국(South Korea)에 대해 선전포고를 준비하던 북한(North Korea) 정부는 이 범 세계적인 협정에 대해 마지막까지 서명하기를 거부하였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회유와 강압에 못이겨 결국 지도자인 김정운 국방위원장은 스위스에서 파견된 평화 사절단이 가져온 협정 문서에 서명해야 하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협정이 채결된 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핵을 비롯한 전쟁무기의 파기였다. 강대국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상대국들의 무기 감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버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에서 파기했다고 유엔에 통보한 핵 미사일 3기가 바이칼 호수 지하 저장소로 비밀리에 운반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협정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결국 각국이 선발한 사찰 요원들이 상대국 기지에서 동시에 무기를 파기시키는데 합의를 보았고 2019년 11월 24일 정오를 기해 전 세계의 모든 무기는 - 일부 국경지대를 감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무기와 치안을 위한 경찰 소지 무기만을 제외하고, 모두 지구상에서 소멸되었다.
협정의 기본 요건이 모두 갖추어지자 본격적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국방예산으로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부어야만 했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을 투자와 건설, 복지증진에 쏟아부었다. 개발도상국의 선진국 진입이 평균 13년 앞당겨지게 되었다는 UN 개발도상국 원조기구의 발표는 이를 입증해 주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의 모든 국가가 지금껏 미루어왔던 복지정책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녹슬어 방치된 채 아이들의 미끄럼틀이 되었던 마시일 발사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실제 미끄럼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우간다 한 마을을 소개한 사진과 글이 퓰리처상을 수상하였으며 사헬지대 동서 4800km에 식수 파이프 라인을 건설한다는 아프리카 연합의 발표가 잇따랐다.
이 협정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국가를 따지자면 역시 미국과 중국일 것이다. 더 이상 미국은 의료보험 제도로 인해 골머리를 썩힐 필요가 없어졌으며 중국 역시 티벳을 비롯한 10여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협정이 채결된 후 4년이 지나고, 협정의 실효성을 입증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주어졌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세계 대표단들이 오사카 돔 경기장 - 많은 사람들이 장소의 선택에 있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개최지 선택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 64532개의 국제 규격을 갖춘 경기장 중 컴퓨터가 무작위로 20곳을 지정하고 다시 각국 대표들이 그 중 한곳을 추첨해서 결정한 것이므로 믿을 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으로 몰려 들었다. 경기장 내에 입장한 각국 지도자들과 대표단들, 그리고 역시 무작위로 초대되어진 일반 시민들로 인해 그야말로 경기장 안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이 곳에 모인 이유는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세계평화협의회’ 의장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5만5천명의 사람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잠시 후 박수 소리가 잦아 질 때 즈음 백발의 의장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여기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두 나라가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경기장 중앙의 두 테이블로 쏠렸다. 그곳엔 하안 터번을 두른 채 당당하게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왕 압둘 모하메드와 역시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67세의 알 핫산 수단 대통령이 있었다. 그들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앉아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웬지 거북한 분위기가 흘렀다.
“갈등의 시작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2개월 전에 수단 공해상에서 침몰한 사우디의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 호의 원유 유출사고였습니다. 양국의 외교부에서 적절한 환경복구에 대한 1차 협의는 성공적으로 이뤄냈지만 보상에 대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고 게다가 수단의 어부들이 사우디 왕궁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시위라뇨? 의장님, 그건 시위가 아니라 명백한 테러행위였습니다.”
의장의 연설을 일방적으로 가로막은 압둘 모하메드 국왕은 한동안 주위를 둘러싼 관객들의 비난의 눈총과 야유에 시달려야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할 말을 거침없이 쏟아댔다.
“그 어부들의 제 왕궁앞에서 저지른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테러였습니다. 그 작자들은 사우디를 대표하는 저의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왕궁 앞 광장에 물고기 몇 마리 쌓아놓은것이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이었소?”
억지로 온화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수단 대통령도 비난을 감수하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뭐요? 물고기 몇 마리? 정확히 10톤의 썩은 물고기였소,, 그것도 시커먼 기름으로 범벅이 된..”
“그. 기름이 어디서 나온 것이겠소?”
테이블의 중앙에서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던 의장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테이블 양옆에 위치한 각자의 컴퓨터에서 경고음과 함께 노란불이 들어오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더이상의 경고는 없소.. ”
두 정상은 온순한 양처럼 각자의 자리에 앉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증오로 불타 올랐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되자 의장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 국가의 마찰은 이제 서로간의 양보와 협력으로는 도저히 해결 할 수 없다는 저희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협정이 체결된 후 처음으로 평화협정의 내용대로 시행할 것을 공포하는 바입니다. 수단의 알 핫산 대통령? 이의 있습니까?”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 모하메드 국왕? 이의 있습니까?”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
두 정상의 대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는 듯 했다.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적대감은 위원장의 마음을 무겁게 했지만 돔 구장 내의 5만 5천의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양국의 지도자가 안내 요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관람석으로 걸어나가자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단과 사우디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대등하게 들려오는 듯 했으나 중계석의 아나운서들은 피해자인 수단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수단측 게이트에서 선수의 입장을 알리는 신호가 깜박였다. 5만 5천의 관객들은 무두들 숨죽여 수단의 국민적 영웅이 될 수도 있을 선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수단의 전통 음악이 시작됨과 함께 육중한 문이 열리고 화려한 조명 사이로 수단의 대표가 들어섰다. 195cm 의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경기장 곳곳에 날리며 들어서는 선수를 바라보며 수많은 관객들은 그 힘에 압도당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기장 중앙, 승패를 결정할 직경 4m의 둥근 원 안에 들어선 그가 두 팔을 공중에 뻗어 올리자 비로소 침묵하던 관객들이 일제히 열광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64억의 시청자들의 관심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듯 그는 여기저기서 포즈를 원하는 방송국 기자들의 요구에 일일이 응하는 여유로움마저 보여 주었다.
잠시후 반대편 사우디 아라비아의 게이트에서 역시 선수의 입장을 알리는 신호의 불빛이 깜박이고 역시 모든 관객들이 사우디의 문이 열리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사우디의 희망이 장내로 들어서자 예상했던 관중의 열광과 환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으로 승패를 결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수단 대표에 비해 너무나도 외소한 체구와 한눈에 봐도 50은 되어 보이는 나이는 모든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할 만큼 초라했다.
수단 대통령의 눈빛은 일순 밝게 빛나고 있었고 CNN을 비롯한 수많은 방송국 카메라가 그 얼굴을 놓치지 않았다.
세계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모든 국가의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세계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입증된 후 한동안 지구촌은 그날 있었던 접전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이 흥분은 다른 역사적 사건처럼 곧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게 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하나 여전히 사람들은 그날의 흥분을 기억하고 있으며 또다른 국가간의 갈등이 시작된다면 이러한 열광과 흥분은 금세 다시 되살아 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수단과 사우디의 경우는 좀 특별했다. 오사카 돔의 경기가 끝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는 국영 방송과 민간 방송을 비롯한 거의 모든 여론을 총 동원해 자국의 승리를 축제 분위기로 몰고 갔으며 마지막까지 접전을 치르고 승리를 거머쥔 작고 초라한 50 후반의 사나이를 국민적 영웅으로 추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수단은 - 물론 표면적으로는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혔겠지마는, 그 패배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물론 평화협정은 언론을 통해 승패의 공정성이나 패배 확정을 부정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 패배에 대해서 떠들고 다닐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물론 수단의 공영 방송을 통해 딱 한번 대중에게 공개한 녹화 중계에서 아나운서가 부르짖은 비탄의 목소리를 통해 어느 정도 국내 감정을 눈치챌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경기가 끝나고 5개월 후 포트수단 해안가에서 장신의 시체 한구가 발견되었는데 무수한 돌에 맞은 듯 온 몸 여기저기에서 멍이 발견되었다. 시체의 등짝에는 누군가 매직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놓았다.
“멍청이, 세 번째 판에서 상대가 가위를 낼 거라고는 어린 아이도 알아 맞췄겠다..
영웅이 될 뻔한 패배자에 대한 한가지 루머가 전해지지만 확인된 바는 전혀 없다.
오우 굿.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