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생각이면 되잖아. -



'쿠쿵'

조종석 스피커로 들리는 굉음에 눈이 떠졌다. 흑백의 와이드
화면  오른 위로 폭발모습이 줌업 되어 있었다. 단순 조명
탄인지 BX6-12 미군 4족(足) 헬기의  런쳐가 화면 끝
에 작게 보인다. 헬기는 아군의 조명탄으로 인식 했는지 화
면에서 사라졌고 팝업된 화면도 사라졌다.


크론들의 집중공세는 언제나 소리없이 시작한다. 인간의
군대 처럼 티를 내며 이동하지 않으며 순식간에 나타났다 목
적을 이루면 증발되거나  입에서 실컷 토사물을
뿜어 내고 가죽만 남았다.


"하아...."


화면으로, 아니. 여기에 우리 부대가 매복을 시작 한 후로
이 대륙에는 멀쩡한 빌딩은 없었다. 차들은 모두 피자소스
같은 점액질에 뒤범벅 되어 있었고 인간의 흔적은 없었다.
건물들은 이런 야간이여도 가끔 조종석 햇지를 열고 바람
을 쐬면 모두 하얀색이였다. 폭진의 여파 거나, 낙진따
위가 만들었겠지.



제한적핵탄두 라는 전술 폭격 후 2족전차로 진입해도
가끔 라지 크론들의 공격을 받았다. 우리 분대는 2열로
폭격이 끝난 곳으로 안전히 이동했고, 안전하리라 믿었
지만 크론들은 땅에서 튀어 오거나 물과 습기가 있는
곳에서 순식간에 육체를 이루고 덤벼 들었다.


예전처럼 대포와 갑주를 입고 덤비는 4m짜리 거인들은 점점
보이지 않았다.
점액질들은 어디서나 보였고, 10m 정도 크기의 점액질에서
30~40마리의 4m 거인들을 만들어 냈다. 이것들은 구성
되는데 3초 정도 걸렸고 뻘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우리에게
뛰어 들었다. 무엇이 그리 분한지 크론들은 턱을 가슴 중
간까지 내리며 송곳니를 들이대고 고함을 치며 덤벼들었다.


대포나 기관총은 통하지 않았다.10m 피자소스에서 3초만
에 뿜어져 나온 거인들은 오른팔에 염증과 냄새가 가득찬
둔기같은 살덩어리를 달고 나왔는데, 뒤에 힘줄이 달려
우리들에게 까지 발사 되었다.


접근전으로 크론들과 치고 받으면
밀폐된 2족전차의 조종석 안으로도 악취가 들어왔고 몸이
심하게 가려웠다. 만약 타격되었고, 전차의 금속 틈새로
질병이 가득찬 점액이 흘러들어가면 조종사는 죽어버렸다.
우리는 조종석 안에서도 방독면과 피부를 감춰야 했지.


'치직'

-론 병장님


그 멍청한 고기방패인가. 듣기 싫다. 뭘 또 원하는거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난 헤드셋의 버튼을 눌렀다.


"4번기 로먼. 말해라."


-앞에 지휘차량에서 금속물체 다량이 이동하고 있답니다.


멍청한 뉴비 새끼.. 입으로 욕이 그대로 나올뻔했다. 헛기침
을 한번 하고 입을 열었다.


"크론들이 방어벽을 구축하느니라  부셔진 차량들을
 일개미처럼 쌓아두는 거겠지. 그렇게 해석하면 돼.
전체 무전일 뿐이야."

-네. 확인.


네 2족전차는 양산형이라 그런 전망 시스템은없다.
무엇보다 저 병신 때문에 아까 죽을뻔했다. 덤벼드는 크론들
을 내 전차와 육박전을 하는 동안  저놈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세 놈을 전기톱으로 자르고  대포로 쏴 공중으로 날려도
그는 겁을 먹은체 움직이지 않았다.


 부하들은 크론보다 싸우지 않는 로먼을 무선으로 욕하고 저주했다.



난 그를 탓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무서우니까.
문둥병 걸린  거인의 얼굴이 화면으로 가득차면
가슴이 망치로 맞은 듯 쿵쾅거린다.
전투가 끝나고 눈을 감으면  피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지금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돌덩이를 들고 덤빈 크론을 대각선으로 잘라내고 다음
놈에게 대포를 쏘기위해 조준 했을때 로먼은 화염방사기
를 꺼내 나를 조준하고 있었다.


'저 병신...'


이게 그때 심정이였지.


엑셀을 밟아 2족전차를 급회전 시킨 후에야 난 그 가스액질
을 겨우 피할 수 있었고, 로먼의 화염방사기는 음료수 보급
트럭을 순식간에 불태워 버렸다.

너무나 많은 수에 당황하고 있을때 검은색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날아 들었다. 급박한 상황은 아니였으나
크론의 수가 많았고 4m의 피부병 거인들은 하급
크론들이지만 어쨌든 무섭다.


바로 그때 그 검은색의 천사들이 등장했었다. 우리 전차
와 같이 거위 다리, 두꺼운 오른팔과 무게중심만을 위해
존재하는 짧은 왼 팔. 키는 비슷하나 우리보다 빨랐고
소독약 냄새 같은 하얀 가스를 뿌리며 3개의 칼날손톱이
크론들을 찢어 냈다.




전기톱도 아니였고 우리가 크론을 전기톱으로 베면 인체 해부
 시간이 펼쳐 졌으나, 검은천사들에게 맞으면 주먹으로 처 내린 젤리
처럼 하얗게 변해 사라졌다.


이들은 우리를 소독해주고 조종석 가슴 햇지를 열어둔채
우리와 인사했다. 이미 크론의 질병에 감염된 조종사들도
약을 주어 치료해주고 대신 전투식량과 초코릿 바를
얻은 후 헬기에 견인되어 다시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베테랑 들이였을까.. 나이들이 모두 30-40대 였다. 퇴역한
전차 조종사들일까...

"천사였지.."

나는 중얼 거렸다. '띠-띠' 전차의 열감지 센서의 회전
경고음이 자장가 처럼 들려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