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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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269
공모전에 냈었습니다..;;
***
참다운 효도
김해일은 올해로 154세가 되는 젊은이였다.
그의 살결은 아기처럼 탱탱했고, 그의 근육은 10대 후반처럼 기력으로 넘실거렸으며, 그의 뇌는 가능한 최대의 지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가 젊은 것처럼, 그의 부모도 젊었다. 김해일의 부모는 처음으로 불로장생을 경험한 세대였다. 50대까지는 늙어가다가 신체 나이가 역행했던 그의 부모는 지금 겉보기 뿐 아니라 속내도 김해일과 다를 바가 없이 젊었다. 이젠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데도 자신을 이전처럼 생각해주고 아껴주는 부모를 김해일은 마음 속 깊이 공경했다. 부모 자식 사이라기보다는 오랜 친구와 비슷한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이전의 관계가 남아 있었다.
김해일의 직장은 라그랑쥬 포인트의 우주 정거장이었다. 이 우주 정거장에 설치된, 다국적 기업 무장승의 연구소에서 그는 연구원의 일원으로서 대규모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허공을 자유로이 떠다니면서 그는 광통신 전화로, 남극점에 관광하러 간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가 아니라면 가슴 떨려올 법한 젊은 미녀와 통화하는 것이었지만, 오가는 말은 영락없는 엄마와 아들 사이였다. 김해일의 어머니는 천주교 신도였다. 아직 인류의 불로불사는 살해되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는 미생물의 불사에 메여 있었다. 우주의 열적 죽음은 이미 결정된 미래라고 19세기에 이야기된 뒤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고 김해일의 어머니는 굳게 믿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천주교를 믿고 있었다. 종교를 버리기엔 조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너무 강한 여자였다.
김해일은 어릴 적부터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였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미래인이 조상에 대한 효도로서 만들어낸 곳일 것이라고 김해일은 생각해왔다.
어머니와의 전화를 마쳤다. 아직 쉬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김해일은 바닥에 달라붙게 해주는 신발을 고쳐 신고 벽에 붙어서 친구인 신보람에게 다가갔다. 신보람은 150세로 김해일과 마찬가지로 수석 연구원이었다. 요즘 불어 닥친 신조류에 따라, 두 사람은 약간의 나이 차이가 남에도 친구로 격의 없이 지내고 있었다. 신보람은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젊디젊은 아가씨처럼 보였다. 김해일이 말했다.
“때가 됐지?”
“물론.”
신보람이 김해일과 손을 잡았다. 마주 잡은 손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다국적 기업 무장승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한 연구의 주요한 결과물이 김해일의 전자두뇌 속에서 완성되었다. 김해일은 계산했다. 이제 이 데이터만 있으면 대기업의 연구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정보를 빼돌렸다. 두 사람의 음모가 행해지려 하고 있었다.
김해일은 구명정 근처에서 얼쩡거렸다. 신보람은 미리 봐준 그럭저럭 안전한 장소에서 불을 질렀다. 화재가 나면 산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우주선에서 매우 위협적인 재앙으로 받아들여진다. 구명정이 탈출 가능 상태로 변했다. 김해일은 지체 없이 구명정에 들어가 궤도 엘리베이터로 탈출했다.
김해일은 궤도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도킹하자마자 김해일은 컴퓨터 단말기에 자신의 전자두뇌를 접속시켰다. 모든 국가, 모든 기업, 모든 개인에게 무장승에서 방대한 자본을 동원해 만들어왔던 정보들이 개방되었다. 곧바로 무장승이 재판을 걸어 왔다. 김해일이 무장승의 소송에 반박했다.
“무장승에서 연구해서 세계 최초로 특허 출원을 받으려는 기술은 만들어낸 우주에 돌입하는 기술입니다. 우주를 만들어내는 데엔 아무런 에너지도 들지 않습니다. 우주의 총 에너지의 합은 0g이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관찰하기엔, 빅뱅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0g입니다. 아무리 우주를 많이 만들어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혀 눈치 채지 못 하게 우주들이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공짜인 우주에 들어가는 데 어째서 돈을 내야 합니까? 이 기술로 인해, 각각의 우주에 들어가는 의식은 해당 우주 속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격상될 것입니다만, 우주를 만들어내는 데엔 에너지가 들지 않습니다. 즉 공공재가 될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것은 절대 권력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공유한다는 원칙이 지금까지 지켜져 왔습니다. 자본주의자들은,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자명한 욕망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명한 욕망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면, 우리는 지구에서도 공기와 햇살을 사유화해야 할 것입니다. 무장승은 새로운 이 기술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기를 바랍니다. 만약 사유화된다면 이것은 하나의 제국을 탄생시킬 것입니다. 이윤 추구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이는 보호받지 말아야 할 권리입니다. 마땅히 공공 서비스로서 제공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김해일은 환호를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김해일과 함께 소송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온 지구인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속속 들이 꿰고 기억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인공지능 자동 기계들이 생산의 상당량은 맡고 있었고, 기계와 결합되어 가는 지구인들은 오락을 즐겼다. 김해일에게 있어 연구는 오락의 일종이었다. 벌어온 돈의 상당량은 세금으로 부모에게 보내는 용돈으로 나갔지만 김해일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사회 보장이 잘 되어 있는 대가라고 김해일은 받아들였다.
소송은 오래 끌었지만 김해일의 승소로 끝나, 우주로 들어가는 기술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가 바라는 조건대로 우주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마음껏 내키는 대로 살다가 때때로 되돌아오곤 했다. 각각의 우주들의 시공은 외부에서 보면 모두 펼쳐진 책과 같았다. 모든 의식에겐 동일한 권리가 주어져 있었고, 이는 각각의 우주들에서도 적용되었다. 각각의 우주에서 가끔 자생 지성체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우주들을 만들어 그 속에서 각각의 개인적 삶을 영유하는 방법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어릴 적에 김해일은 왜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지 않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우주가 생긴지 이미 137억년이나 되고, 우리 은하계엔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지구 같은 별이 있어서 자동 증식 기계라도 만들어서 천체를 약탈하고 식민지를 넓힌다면 100만 년이면 하나의 은하가 점령된다고 하여 무서워 떨던 적도 있던 김해일이었다. 이젠 알 수가 있었다. 모든 외계인들은 다들 각자의 우주 속에서 즐기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김해일은 무장승과의 재판에서 승소했던 날에 어머니와 만나 샴페인을 터뜨렸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눈물을 지었다.
"왜 그래요, 엄마? 내가 알거지 될 뻔 하다 살아났는데 왜 울어요?”
“난 이미 엄마가 없잖니. 네 외할머니는 이런 좋은 세상 못 보고 먼저 가셨잖아.”
그때부터 새로운 연구를 김해일은 진행했다. 미래인은 오지 않으니 타임머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타키온마저 불가능하란 법은 없었다. 지구인은 여전히 자신들이 원래 태어난 우주에서도 몇몇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림했다. 태양계 외곽을 둘러싸게 된 입자 가속기의 한적한 연구소에서의 연구 끝에 김해일은 허수의 질량을 지닌 타키온을 발견했다. 물론 타키온은 과거로만 이동했다. 김해일은 표준 생성 우주와 발전된 의식을 하나로 묶어서 타키온에 실어 과거로 끊임없이 보내는 장치를 만들었다. 과거인들을 이루는 물질들을 붙잡아 현재로 보내는 장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각각의 시공간마다에 있는 사람들은 죽으면 의식이 확대되어 각자의 표준 생성 우주에서 사후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 옛사람들의 표준 생성 우주들의 시공간 입구는 타키온을 보내고 있는 현재에 맞춰져 있도록 하여 인과를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배도 물론 되어 있었다. 김해일 혼자 진행하는 연구가 아니었기에 실수는 적었다.
다시 젊어진 외할머니가 죽음 속에서 걸어 나와 어머니와 포옹했을 때 김해일은 그 뒤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
20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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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효도
김해일은 올해로 154세가 되는 젊은이였다.
그의 살결은 아기처럼 탱탱했고, 그의 근육은 10대 후반처럼 기력으로 넘실거렸으며, 그의 뇌는 가능한 최대의 지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가 젊은 것처럼, 그의 부모도 젊었다. 김해일의 부모는 처음으로 불로장생을 경험한 세대였다. 50대까지는 늙어가다가 신체 나이가 역행했던 그의 부모는 지금 겉보기 뿐 아니라 속내도 김해일과 다를 바가 없이 젊었다. 이젠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데도 자신을 이전처럼 생각해주고 아껴주는 부모를 김해일은 마음 속 깊이 공경했다. 부모 자식 사이라기보다는 오랜 친구와 비슷한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이전의 관계가 남아 있었다.
김해일의 직장은 라그랑쥬 포인트의 우주 정거장이었다. 이 우주 정거장에 설치된, 다국적 기업 무장승의 연구소에서 그는 연구원의 일원으로서 대규모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허공을 자유로이 떠다니면서 그는 광통신 전화로, 남극점에 관광하러 간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가 아니라면 가슴 떨려올 법한 젊은 미녀와 통화하는 것이었지만, 오가는 말은 영락없는 엄마와 아들 사이였다. 김해일의 어머니는 천주교 신도였다. 아직 인류의 불로불사는 살해되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는 미생물의 불사에 메여 있었다. 우주의 열적 죽음은 이미 결정된 미래라고 19세기에 이야기된 뒤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고 김해일의 어머니는 굳게 믿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천주교를 믿고 있었다. 종교를 버리기엔 조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너무 강한 여자였다.
김해일은 어릴 적부터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였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미래인이 조상에 대한 효도로서 만들어낸 곳일 것이라고 김해일은 생각해왔다.
어머니와의 전화를 마쳤다. 아직 쉬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김해일은 바닥에 달라붙게 해주는 신발을 고쳐 신고 벽에 붙어서 친구인 신보람에게 다가갔다. 신보람은 150세로 김해일과 마찬가지로 수석 연구원이었다. 요즘 불어 닥친 신조류에 따라, 두 사람은 약간의 나이 차이가 남에도 친구로 격의 없이 지내고 있었다. 신보람은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젊디젊은 아가씨처럼 보였다. 김해일이 말했다.
“때가 됐지?”
“물론.”
신보람이 김해일과 손을 잡았다. 마주 잡은 손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다국적 기업 무장승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한 연구의 주요한 결과물이 김해일의 전자두뇌 속에서 완성되었다. 김해일은 계산했다. 이제 이 데이터만 있으면 대기업의 연구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정보를 빼돌렸다. 두 사람의 음모가 행해지려 하고 있었다.
김해일은 구명정 근처에서 얼쩡거렸다. 신보람은 미리 봐준 그럭저럭 안전한 장소에서 불을 질렀다. 화재가 나면 산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우주선에서 매우 위협적인 재앙으로 받아들여진다. 구명정이 탈출 가능 상태로 변했다. 김해일은 지체 없이 구명정에 들어가 궤도 엘리베이터로 탈출했다.
김해일은 궤도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도킹하자마자 김해일은 컴퓨터 단말기에 자신의 전자두뇌를 접속시켰다. 모든 국가, 모든 기업, 모든 개인에게 무장승에서 방대한 자본을 동원해 만들어왔던 정보들이 개방되었다. 곧바로 무장승이 재판을 걸어 왔다. 김해일이 무장승의 소송에 반박했다.
“무장승에서 연구해서 세계 최초로 특허 출원을 받으려는 기술은 만들어낸 우주에 돌입하는 기술입니다. 우주를 만들어내는 데엔 아무런 에너지도 들지 않습니다. 우주의 총 에너지의 합은 0g이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관찰하기엔, 빅뱅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0g입니다. 아무리 우주를 많이 만들어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혀 눈치 채지 못 하게 우주들이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공짜인 우주에 들어가는 데 어째서 돈을 내야 합니까? 이 기술로 인해, 각각의 우주에 들어가는 의식은 해당 우주 속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격상될 것입니다만, 우주를 만들어내는 데엔 에너지가 들지 않습니다. 즉 공공재가 될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것은 절대 권력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공유한다는 원칙이 지금까지 지켜져 왔습니다. 자본주의자들은,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자명한 욕망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명한 욕망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면, 우리는 지구에서도 공기와 햇살을 사유화해야 할 것입니다. 무장승은 새로운 이 기술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기를 바랍니다. 만약 사유화된다면 이것은 하나의 제국을 탄생시킬 것입니다. 이윤 추구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이는 보호받지 말아야 할 권리입니다. 마땅히 공공 서비스로서 제공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김해일은 환호를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김해일과 함께 소송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온 지구인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속속 들이 꿰고 기억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인공지능 자동 기계들이 생산의 상당량은 맡고 있었고, 기계와 결합되어 가는 지구인들은 오락을 즐겼다. 김해일에게 있어 연구는 오락의 일종이었다. 벌어온 돈의 상당량은 세금으로 부모에게 보내는 용돈으로 나갔지만 김해일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사회 보장이 잘 되어 있는 대가라고 김해일은 받아들였다.
소송은 오래 끌었지만 김해일의 승소로 끝나, 우주로 들어가는 기술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가 바라는 조건대로 우주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마음껏 내키는 대로 살다가 때때로 되돌아오곤 했다. 각각의 우주들의 시공은 외부에서 보면 모두 펼쳐진 책과 같았다. 모든 의식에겐 동일한 권리가 주어져 있었고, 이는 각각의 우주들에서도 적용되었다. 각각의 우주에서 가끔 자생 지성체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우주들을 만들어 그 속에서 각각의 개인적 삶을 영유하는 방법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어릴 적에 김해일은 왜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지 않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우주가 생긴지 이미 137억년이나 되고, 우리 은하계엔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지구 같은 별이 있어서 자동 증식 기계라도 만들어서 천체를 약탈하고 식민지를 넓힌다면 100만 년이면 하나의 은하가 점령된다고 하여 무서워 떨던 적도 있던 김해일이었다. 이젠 알 수가 있었다. 모든 외계인들은 다들 각자의 우주 속에서 즐기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김해일은 무장승과의 재판에서 승소했던 날에 어머니와 만나 샴페인을 터뜨렸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눈물을 지었다.
"왜 그래요, 엄마? 내가 알거지 될 뻔 하다 살아났는데 왜 울어요?”
“난 이미 엄마가 없잖니. 네 외할머니는 이런 좋은 세상 못 보고 먼저 가셨잖아.”
그때부터 새로운 연구를 김해일은 진행했다. 미래인은 오지 않으니 타임머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타키온마저 불가능하란 법은 없었다. 지구인은 여전히 자신들이 원래 태어난 우주에서도 몇몇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림했다. 태양계 외곽을 둘러싸게 된 입자 가속기의 한적한 연구소에서의 연구 끝에 김해일은 허수의 질량을 지닌 타키온을 발견했다. 물론 타키온은 과거로만 이동했다. 김해일은 표준 생성 우주와 발전된 의식을 하나로 묶어서 타키온에 실어 과거로 끊임없이 보내는 장치를 만들었다. 과거인들을 이루는 물질들을 붙잡아 현재로 보내는 장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각각의 시공간마다에 있는 사람들은 죽으면 의식이 확대되어 각자의 표준 생성 우주에서 사후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 옛사람들의 표준 생성 우주들의 시공간 입구는 타키온을 보내고 있는 현재에 맞춰져 있도록 하여 인과를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배도 물론 되어 있었다. 김해일 혼자 진행하는 연구가 아니었기에 실수는 적었다.
다시 젊어진 외할머니가 죽음 속에서 걸어 나와 어머니와 포옹했을 때 김해일은 그 뒤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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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크툴후 신화에 나오는 옛 신 '숩-니구라스'의 일본식 오역을 아디로 삼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