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과 선원 조합

350년대, 츠라데의 난 이후 상인들이 정치 상태와 상관 없이 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상인 조합은, 이후 노의 시대를 거치면서 극적으로 발달하여 대륙 전체의 상업을 장악하는 상인과 선원 조합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제국이라는 중앙 정부가 없고 해운업이 발달한 대륙 남부에서 그 세력이 가장 융성하며, 남해안의 일부 상업 도시에서는 조합 지부장 자신이 곧 그 도시의 영주인 경우까지 종종 있다.

상인과 선원 조합은 전 대륙의 금융/운송/숙박업을 독점하고 있으며, 상품 꾸러미를 지고 마을마다 돌아다니는 보부상부터 그들이 하룻밤을 묶는 여관, 그 상품을 도매급으로 거래하는 거상에 이르기까지 전 대륙의 상인 50% 이상이 조합원이고, 실제로 이들은 (일신상의 안전 때문에) 조합원이 운영하는 여관 이외에는 결코 묶는 일이 없다.
덕분에 전 대륙 각지에 흩어진 조합 여관은 정교한 조합 엠블럼을 달아놓고 손님을 끌어 모으며, 특히 비교적 조합의 세력이 약한 북부에서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하는 간단한 금융업도 함께 담당하여 그 지방 상권을 좌우하는 객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합은 지방 국가간의 분쟁이나 몬스터들의 침입, 기타 천재지변에도 상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의 용병을 운용한다. 각지에 퍼져있는 용병 조합은 사실상 상인과 선원 조합의 하부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정도이다.

상인과 선원 조합의 무력 활동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해적과의 항쟁이며, 대륙 남부에서는 사실상 정규 병력보다도 상인과 선원 조합이 해적 소탕에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대 해적 용병 부대는 주로 상선에 경호원 자격으로 탑승하고 유사시 선원 역할도 하지만, 개중에는 아예 해적을 추적/섬멸하기 위한 전함과 그 승무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 '조합 전함'은 조합의 풍부한 인적/물적 지원을 바탕으로 질적/양적인 면에서 가장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두려워하는 상대는 '하늘을 나는 여해적' 르보네 찬 밖에 없다. 비공정을 타고 하늘 높은 곳에서 바위를 떨어뜨리는 이 패거리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조합 보안부는 골치를 썩이고 있는 형편이다. 다행히도 르보네의 배는 크지 않으며, 이들이 탈취하는 금품은 조합의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한 편이다.

상업 이익을 바탕으로 무력까지 갖춘 강력한 상인과 선원 조합이지만, 정치/종교 권위에는 한발짝 물러나 낮춰 실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마법사 협회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큰 거래의 결재 화폐로 이용되는 마법사의 돌의 확보 및 금융 업무에 필수적인 정보 송신 (타키온 전송)까지 조합 운영의 상당 부분을 마법사 협회에 맡기고 있는 이상,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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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사회는 이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어. 보통 사람은 보통 사회밖에 못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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