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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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9
어지러웠다. 친구를 전장에서 다시 만나다니,
그는 붉은 제복을 입고 있었고, 붉은 눈을 가졌었다.
슬픈 재회...그것이란 비극의 끝을 달리는 경사로 였다.
"샤이닝...이냐."
"네스린..."
두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샤이닝..."
"..."
"자, 네스린. 어서 돌아가자."
루인이 마법진을 형성했다.
네스린이 멈칫, 하더니 발길을 옮겼다. 샤이닝이 고개를 떨구었다.
"샤이닝."
"...응."
네스린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붉은 구혈안이 샤이닝을 노려보았다.
"다음번에 너를 만나게 되면....내가 너를 치겠다."
"..."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구혈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동감이야..."
간신히 목구멍 밖으로 끌어낸 말이였다. 정말, 정말 힘들었다.
마치 모래바람과 같이, 루인과 네스린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제기랄, 이딴식으로 당하다니..."
썬더가 피를 한말 토하고는 일어섰다.
"역시 너는 용감한 전사다. 썬더."
샤이닝이 부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견뎌내고 있다는건 누가 보든 확연했다.
"샤이닝."
무아드라가 샤이닝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후우..."
샤이닝은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눈을 꼭 감아버렸다.
두려웠다.
이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우울 했다.
이렇게 우울했던 날이 없었다.
"군의 피해상황을 보고하라."
"큰 피해는 없습니다. 그냥 장난삼아 죽인것 같은데요."
"잔인한 놈."
무아드라가 피를 뱉어냈다. 사방에선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좀 일어서봐! 샤이닝!"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샤이닝! 이봐 샤이닝!"
"족장님! 샤이닝이!"
무아드라가 급히 달려왔다.
"이봐! 샤이닝!"
"일단, 여기서 서쪽으로 쭉 가면 된다네."
"예. 감사합니다."
한 금발 머리의 청년이 머리를 긁적이며 갈림길에 놓였다.
"이거 큰일 인걸, 이런곳에 있다니."
"으음..."
"어, 정신 차리셨나."
그다지 느끼하지도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에버리티. 그녀는 눈을 떴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건, 붉은 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두사람이였다.
"당신은? 그리고 여긴?"
그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 졌다. 아니, 그 소년과 2m는 넘어보이는 갑옷-
"K. 이분 좀 들어라."
"알겠어."
다소 거친 느낌이 가미된 갑옷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아아악?"
"이제부터 다소 충격적일수 있으니까, 각오 하세요."
갑자기 주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가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고, 불기둥이 주변을 뒤덮었다.
"뭐...뭐야..."
그녀가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 소년은 자신과 같은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 눈. 그 존재 자체가 경멸시 되고 부끄러운 것. 악마와 접촉할수 있는 매개체.
마력[魔力]을 가진 인간에 특성, 사탄의 저주, 피에 대한 미래에 암시, 재앙을 초래하는 것.
그런 이유로, 붉은 눈을 가진 사람은 마을에서 쫓겨나거나 죽기 십상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붉은 눈을 가진 사람들이 학살 당했고, 또 학살 당하고 있다.
나도, 이 붉은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쫓겨났다. 아버지는 나를 보살펴 준다는 명목하에 사립학교에 보냈고, 그
곳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체 나이만 먹어갔다. 그렇기에 나를 주목해 줄수 있는 방법은 특출난 능력을 가져서....
사람들의 우상이 되는것-
그래.
강해져서,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공을 세워서 계급을 높히고, 그러면서 어렸을때 겪었던 모든것을 털어 버리는거야...
단지 그런 순수한 의도 였었다...
"아얏,"
너무 빨라서 속까지 미식거리던 차에, 강한 바람에 눈이 아팠다.
"죄송합니다. 이 정도 속도가 아니면 여기에 시전된 마법진을 돌파가..."
쿵- 부딫히는 소리와 함께 그 소년과 갑옷. 그리고 그녀도 갑작스럽게 튕겨져 나갔다.
"K. 아무래도 이쯤인것 같은데,"
"응. 네스린. 맞아."
전신 갑옷에 허공에 손을 내밀자, 스파크와 함께 불똥이 튀겼다.
"과연 제로 클리어...먼지도 안남기겠단 거군..."
"네스린, 지면 아래에 급속도로 다가오는 열원이 감지된다."
소년이 눈을 감았다. 전쟁에서 겪었던 온갖 살기가 몸 전체에 전해진다, 온몸에 털이 쭈삣섰다.
"K! 간다!"
소년이 눈을 뜨자, 그녀가 느끼지 못하는 심한 기의 파동에 K조차도 몸이 흔들렸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비누막 같은것이 생기더니, 번개 스파크와 함께 사람 한명이 지나갈 법한 구멍이 생겼다.
소년의 눈을 무심코 바라본 그녀는, 주저 앉을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붉고, 형용하기 어려운 공포감이 몸을 뒤덮었다.
"제길, 경고를 하고 시전 했어야 하는데, K! 이 여자좀 업어봐!"
다시 빠른 속도로 소년과 갑옷은 달리기 시작했다.
"시몬군 소속 34번 단장, 엘카이드의 이름으로 자네를 체포하겠네. 체리 샤이닝."
"후..이래서 도시는 싫다니까."
가볍게 술을 마시던(샤이닝은 최근에 술맛을 알았다.) 샤이닝에 목덜미를 등불에 반사되어 반짝 거리는 칼이 겨누고 있었다.
"주인장, 한 병 더요."
"묶어라."
붉은 제복을 입은 S급 장교로 추정되는 엘카이드란 남자의 명령과 함께, 샤이닝의 검집에서 칼의 공명 소리가 들렸다.
"잡아!"
"썬더!"
샤이닝의 외침에, 샤이닝 옆에 앉아있던 검은색 로브를 입은 타우렌(모두들 짐짝인줄 알고 있었다.)이 번쩍이는 커다란
도끼를 휘둘렀다.
"으윽, 좀 무리해서 마셔서 그런가."
귀신인냥 병사들을 베어나가던 샤이닝이 잠시 빈혈 증세를 일으키며 벽에 기댔다.
"찾았다. 샤이닝."
하늘빛 머리가 인상적인 다른 붉은 제복의 소년이 술집을 들어왔다. 술집 안은 이미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네놈도 시몬군이냐."
샤이닝의 살기가 그 소년에게 뿌려졌다. 왠만한 검사들은 눈빛으로 살기를 주입시켜 싸울 의욕을 저하시켜 승부하는 방식도 있기에,
샤이닝도 정석대로 살기를 뿌렸으나,
"그런 초보적인 방법으로 상대할 상대는 아닌것 같군."
"오호, 꽤나 실력이 있으신가 본데,"
하늘빛 머리의 소년이 등에서 커다란 투 핸디드 소드를 뽑아 들었다.
"간다."
"와라, 피래미."
소년이 거대한 투 핸디드 소드를 찔러 넣었다, 샤이닝은 간발의 차로 피해 숏소드로 투 핸디드 소드를 땅바닥에 박았다.
소년은 검을 뽑아 들어 다시금 샤이닝에게 휘둘렀다. 칼끼리 맞부딫히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리와 함께 샤이닝은 바닥에 굴렀다.
"이자식, 생긴것 치곤 힘이 좋은데,"
다시 날아오는 투 핸디드 소드에 샤이닝은 몸을 굴려 일어났다.
"백마원귀[百魔元鬼]."
샤이닝의 주문과 함께 숏소드에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그 숏소드가 투 핸디드 소드와 닿자,
치징-
숏소드가 허공에서 두번 돌더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뭐야..."
"내껀 보통 투 핸디드 소드가 아니거든,"
소년이 씩 웃자, 투 핸디드 소드에 보이지 않던 룬 문자가 파란 색으로 빛나면서 광채를 발했다.
"마법검 이라....이건가?"
샤이닝도 입에서 나온 피를 쓱 닦으며 웃었다.
"싸움은 무기가 아니라 실력이란걸 보여주마."
"말이 많군. 붉은 머리의 배반자."
샤이닝의 숏소드는, 담금질을 많이 한 칼이다 보니 보통 칼의 강도가 1.0이라 친다면, 1.2 정도의 강도를 가졌다.
하지만, 시몬군에 지급되는 S급 장교용 무기들은 드워프 들이 몇년을 걸려 제작하는 초 고가의 상품. 샤이닝 본인도 군인 이였을
당시, 샤이닝의 이름이 초서로 써있는 일본도를 받은적이 있다. 그것들은 대략 2.0 정도-
칼의 공명소리와 함께 바람이 잘리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투핸디드 소드는 샤이닝 뒤에 있던 탁자를 두동강 냈고, 바닥에
낙법을 한 샤이닝은 자세를 잡고 소년에게 달려나갔다.
파직-
소년이 휘두른 투 핸디드에 숏소드에 금이갔다. 파편이 튀기면서 샤이닝도 땅에 내뒹굴었다.
"보통 내기가 아닌것 같은데..."
"도울까? 샤이닝?"
샤이닝의 눈초리가 풀리면서 인자한 눈으로 타우렌을 바라보았다.
"그래..그게 좋겠다. 같이 간다! 썬더!"
갈색 털이 그다지 단정하게 자라있진 않은 타우렌이 쿵쿵거리며 소년에게 달려갔다.
"쳇, 타우렌?"
소년의 투 핸디드소드가 썬더의 배틀 엑스를 막았다.
"샤이닝 받아!"
썬더가 왼손으로 던진 칼을 뽑아든 샤이닝은, 벽을 박차고 소년에게 달려나갔다.
"으아아아아!"
샤이닝이 달려들었으나, 소년은 배틀 엑스를 쳐내고, 샤이닝의 검도 막았다.
"...지쳤다..."
샤이닝의 눈이 감겼다.
"이제 최후를 맞이 해라. 죄인이여."
"샤이닝..."
바닥에 엎어진 타우렌이 급하게 샤이닝을 불렀다. 그리곤 정신을 잃었다.
소년의 투헨디드가 회전으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샤이닝에게 날아왔다.
그때, 샤이닝의 눈이 바뀌었다.
타닥- 하는 소리와 함께, 투핸디드 소드를 검을 든 오른손 하나로 막았다.
"뭐...뭐야..."
샤이닝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EB...!!"
소년이 흠칫 하고 놀라는 순간, 샤이닝의 왼손이 소년의 턱을 강하게 후려 쳤다.
"크윽...!"
소년이 투핸디드 소드를 손에서 놓혔다.
"역시 마검이란 호칭은 거짓이 아니였구만..."
소년이 자세를 취하자, 샤이닝도 유권[流拳]의 자세를 취했다.
잠시의 격투 사이, 선혈이 즐비했다. 샤이닝이 돌려 차기로 소년을 넘어 뜨렸으나, 소년은 낙법을 응용하여 어퍼컷을-
"이자식...격투도 수준급 이잖아."
"아까도 말했지, 피래미. 덤벼."
샤이닝의 말에서 냉기가 흐른다. 눈빛도 술 마시고 흐트러진 눈빛이 아니다. 보이는 모든것을 얼려 버릴것 같은 그런-
"나도 시몬군의 S급 장교인 이상, 질수는 없지! 패배자!"
소년이 피를 훔쳐내곤 달려들었다. 정권지르기-위험한 공격이다. 샤이닝 역시 그것을 판단하고 뻗어낸 주먹을 바닥으로 쳐버렸다.
"걸렸군!"
소년이 땅으로 쓰러짐과 동시에, 다리로 샤이닝의 목을 걸어서 같이 넘어졌다. 그렇게 따진다면 받은 타격감은 샤이닝이 더 크다.
"크윽- 좀 아픈데.."
샤이닝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소년의 배를 강하게 찼다.
"커억!"
피가 샤이닝의 검은색 바지를 적셨다.
소년은 뻗은 샤이닝의 다리를 잡고는 던졌다. 샤이닝은 탁자 여러개를 박은 뒤, 먼지와 함께 잠잠해 졌다.
그 사이, 소년은 자신의 투핸디드 소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엎어진 샤이닝을 향해 달렸다.
"으아아아악!"
휘두른 투 핸디드 소드는 샤이닝을 향해 날아갔다.
"카악...."
소년이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보았다. 피가 분수 처럼 쏟아졌다. 붉은 제복위에 번지는 붉은 피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어. 패배.
"오랜만에 긴장했네."
샤이닝도 먼지를 털고 피를 닦으며 여유있는 웃음을 던졌다.
모든 제복에 오른쪽 안 가슴에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계급증명서가 들어있다. 샤이닝은 무표정하게 죽은 소년의 가슴을 뒤져서
계급 증명서를 찾아냈다.
프라이드, 나이 17세. S급 장교, 리프 부대 2소속...
그놈들...인가...
"이봐 썬더, 일어나."
샤이닝은 계급 증명서를 바닥에 던졌다. 아니, 내동댕이 쳤다는 표현이 맞을것 이다.
"어서, 그 사람을 찾아서,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샤이닝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우울해졌다. 마침, 비도 주룩 주룩 내렸다. 등불 하나가 켜있는 엉망이된 술집은
샤이닝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주는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