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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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보시고, 딴지, 조언, 감상 모두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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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오헨- 테르 공장지대
하루 종일 문이 열려 있는 공장만 멍하니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는다는 것은, 일종의 고문일 것이다. 공장을 파괴하면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기 때문에 폭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로, 공장 안을 둘러보러 들어갔던 병사 몇몇이 안쪽에 기관총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바로 사살되었다. 본부는 현재 특별히 주어진 임무가 없는 남군연 보안원들을 모두 동원해서 공장지대를 크래커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장을 크랙한 크래커는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았다. 원격조종만으로 민간용 차량이나 만들던 공장을 살인기계가 쏟아져 나오는 군수공장으로 개조해 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테르 공장지대는 40층 높이의 건물들이 백 채 이상 늘어서 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장지대다. 크래커가 마음만 먹는다면, 페곤이 말한 것처럼 매일 수백 대의 로봇들이 쏟아져 나오게 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테르는 물론이고 이 반도 전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들에게 점령당할 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싹해졌다. 평소에도 인간형 로봇이 취향에 맞지 않던 터라 혐오감도 들었다.
페곤 역시 많이 피곤했는지 ISV에 거의 눕다시피 기대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잠시 쉬어볼까 하고 ISV에 기대려는 순간- 폭음이 울리고 땅이 흔들렸다.
“기계들의 기습이다! 모두 멍청하게 졸지만 말고 빨리 일어나 대응하라!”
하늘 쪽을 보았다. 로켓이 날아오며 남긴 연기를 보고 곡사포가 아니었다는 안도감으로 한숨부터 나왔다. 만약 저들이 곡사포까지 개발했었다면, 당연히 전차도 만들만한 여건이 충족되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크래커들이 통신을 통해서 전차까지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 더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보병도 상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전차까지 튀어나오면 남군연의 군사들이 비상 소집시의 규모까지 투입되어야 할 것이므로, 다른 곳에서 중요한 일이 생길 경우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안그래도 해방연합과 중앙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통신이 전해짐과 거의 동시에 로봇들의 습격이 시작되었기에 이곳을 크랙한 크래커들도 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켓이 몇 발 더 날아왔다. ISV가 세 대 정도 불에 휩싸여 위로 튕겨 올라갔다. 폭발 때문에 튀어나온 파편들로 몇몇 병사들도 심각하게 다쳤다.
바로 총을 집어든 나는 로봇들이 보이지 않아서 조준경에 눈을 댔다. 300m까지 확대했는데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준경의 초점이 2km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로켓 발사기를 들고 있는 기계들이 보였다. 내 소총으로는 유효 사거리를 한참 벗어났다. 분대장이 보이지 않아서, 페곤을 찾았다.
“페곤- 로봇들은 약 2km 정도 밖에서 사격해대고 있어! 우리도 뭔가 대항할 것이 필요해!”
“젠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중대장은 또 어디로 내뺐는지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로켓 담당병도 누군지 알 턱이 없는데, 어쩌란 말야!”
로켓들은 그 와중에도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병사들이 당하기 시작했다. 다섯 여섯명씩 한꺼번에 ‘조각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적응이 좀 된 편인 나마저 구역질이 나올 뻔 했다. 페곤과 좀 더 뒤로 빠져나왔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사방에서 우리편이 죽어나가는데 누가 보겠어? 유탄이든 뭐든 상관 없으니까 아무거나 떨어진 것 있으면 쓰라구! 나는 본부에 교신을 할 테니까, 빨리 다른 녀석들한테도 전해!”
헬멧에 문제가 생겼다. 교신을 하기는커녕 레이더에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폭발물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내가 한 발짝만 움직이면 지뢰가 터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크랙 당한 것이다. 설마 저 로봇들이 인공지능으로 저 정도까지 정교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이미 크래커 한 명이 로봇들의 조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통신 보안이 철저하기로 이름난 남군연 전산망에 침투한 실력 정도라면 군대에서 따로 특수 훈련을 받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다. 즉, 로봇들을 만들어내고 지휘하고 있는 저 쪽에 크래커가 한 명 이상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규모가 큰 만큼 크랙 하기도 힘든 테르 공장지대를 간단하게 원격 점거한 것으로 보아 애초에 여러 명의 크래커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섬뜩해졌다. 처음으로 남군연에 대항하는 제대로 된 ‘반연합단체 또는 국가’가 확인된 것이다.
어쩌면, 남군연의 최초의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라이너 로센버그- 해방연합 하본-3 지역
나에게 남은 마지막 탄창 하나마저 반 이상을 써버렸다. 조금씩 불안해지던 나는, 이내 수송차 지붕에서 몸을 내리고 밑에 떨어진 탄창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얼굴이 부서진 시체가 쓰러져 있는 쪽은 애써 외면했다. 기관총을 맡고 있던 시신들의 품에는 아직 탄창이 여러 개가 쓰이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몇 개를 대충 탄입대에 쑤셔넣은 다음, 총에 있던 탄창을 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장전했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같이 싸우던 운전병이 어깨에 총을 맞았다. 바로 총을 떨어뜨리고는 팔이 늘어짐과 동시에 주저앉았다. 참을수가 없었는지 비명소리 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억-흐-크- 누-누가 내 팔-좀 마-비-”
옆의 다른 소대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다가와 헬멧 뒤쪽의 덮개를 벗기고 버튼 몇 개를 조작했다.
잠시 운전병의 팔 한쪽이 부르르 떨다가 이내 힘이 풀렸다. 그러고 보니, 신경 차단 기능 [고통을 너무 심하게 느껴서 오히려 전투력을 상실하는 것 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될 경우, 신경계와 연결된 헬멧 뒤쪽의 기계 조작을 통해서 신체 일부분을 일종의 ‘마비상태’로 만들어 진정 효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 그러나, 마비시킨 후에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까다로워서 사용이 꺼려지는 편이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 역시 왼쪽 팔을 마비시켜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기에 충동을 억눌렀다. 차라리 기억나지 않은 편이 더 편했을 텐데.
중앙군의 전차들이 조금씩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 쪽도 경전차와 보병수송차의 수가 꽤 많았으나 산에서 우리를 지원하러 내려오고 있는 LAD들을 빼고는 당장 도와줄 지원군이 더 없었다. 보병수송차들 몇 대가 더 산산조각 났고 방향을 돌려 만신창이가 된 후면장갑을 숨긴 경전차들도 포탄을 세 발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내가 탄 수송차가 포탄을 한 발도 맞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무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탄 수송차의 뒤쪽 나무가 쓰러지며 마침내 LAD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들은 숲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다시 한 번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중앙군의 차량들은 대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고 언제 힘들게 싸웠느냐는 듯이 많은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드론들이 수십 대가 지원을 와 주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내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나는 최대한 힘을 풀고 차 안에서 드러누웠다. 힘이 들었으나 피곤하지는 않았다. 지휘관이 차 안에 남아있는 소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다행히, 중앙군이 하루 내로 우리를 다시 공격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근처는 방공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므로 중앙군이 또 기화폭탄 같은 것을 무사히 투하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일단 근처에 있는 기지로 가서 모두 쉬도록 하자.”
드론들의 엄호 덕에, 긴장을 풀고 귀환할 수 있었다. 부상당한 병사들은 벌써 자고 있었고, 몇 명은 총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쭈그려 앉았다.
한동안, 내가 탄 수송차에서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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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오헨- 테르 공장지대
하루 종일 문이 열려 있는 공장만 멍하니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는다는 것은, 일종의 고문일 것이다. 공장을 파괴하면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기 때문에 폭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로, 공장 안을 둘러보러 들어갔던 병사 몇몇이 안쪽에 기관총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바로 사살되었다. 본부는 현재 특별히 주어진 임무가 없는 남군연 보안원들을 모두 동원해서 공장지대를 크래커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장을 크랙한 크래커는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았다. 원격조종만으로 민간용 차량이나 만들던 공장을 살인기계가 쏟아져 나오는 군수공장으로 개조해 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테르 공장지대는 40층 높이의 건물들이 백 채 이상 늘어서 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장지대다. 크래커가 마음만 먹는다면, 페곤이 말한 것처럼 매일 수백 대의 로봇들이 쏟아져 나오게 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테르는 물론이고 이 반도 전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들에게 점령당할 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싹해졌다. 평소에도 인간형 로봇이 취향에 맞지 않던 터라 혐오감도 들었다.
페곤 역시 많이 피곤했는지 ISV에 거의 눕다시피 기대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잠시 쉬어볼까 하고 ISV에 기대려는 순간- 폭음이 울리고 땅이 흔들렸다.
“기계들의 기습이다! 모두 멍청하게 졸지만 말고 빨리 일어나 대응하라!”
하늘 쪽을 보았다. 로켓이 날아오며 남긴 연기를 보고 곡사포가 아니었다는 안도감으로 한숨부터 나왔다. 만약 저들이 곡사포까지 개발했었다면, 당연히 전차도 만들만한 여건이 충족되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크래커들이 통신을 통해서 전차까지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 더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보병도 상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전차까지 튀어나오면 남군연의 군사들이 비상 소집시의 규모까지 투입되어야 할 것이므로, 다른 곳에서 중요한 일이 생길 경우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안그래도 해방연합과 중앙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통신이 전해짐과 거의 동시에 로봇들의 습격이 시작되었기에 이곳을 크랙한 크래커들도 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켓이 몇 발 더 날아왔다. ISV가 세 대 정도 불에 휩싸여 위로 튕겨 올라갔다. 폭발 때문에 튀어나온 파편들로 몇몇 병사들도 심각하게 다쳤다.
바로 총을 집어든 나는 로봇들이 보이지 않아서 조준경에 눈을 댔다. 300m까지 확대했는데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준경의 초점이 2km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로켓 발사기를 들고 있는 기계들이 보였다. 내 소총으로는 유효 사거리를 한참 벗어났다. 분대장이 보이지 않아서, 페곤을 찾았다.
“페곤- 로봇들은 약 2km 정도 밖에서 사격해대고 있어! 우리도 뭔가 대항할 것이 필요해!”
“젠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중대장은 또 어디로 내뺐는지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로켓 담당병도 누군지 알 턱이 없는데, 어쩌란 말야!”
로켓들은 그 와중에도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병사들이 당하기 시작했다. 다섯 여섯명씩 한꺼번에 ‘조각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적응이 좀 된 편인 나마저 구역질이 나올 뻔 했다. 페곤과 좀 더 뒤로 빠져나왔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사방에서 우리편이 죽어나가는데 누가 보겠어? 유탄이든 뭐든 상관 없으니까 아무거나 떨어진 것 있으면 쓰라구! 나는 본부에 교신을 할 테니까, 빨리 다른 녀석들한테도 전해!”
헬멧에 문제가 생겼다. 교신을 하기는커녕 레이더에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폭발물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내가 한 발짝만 움직이면 지뢰가 터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크랙 당한 것이다. 설마 저 로봇들이 인공지능으로 저 정도까지 정교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이미 크래커 한 명이 로봇들의 조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통신 보안이 철저하기로 이름난 남군연 전산망에 침투한 실력 정도라면 군대에서 따로 특수 훈련을 받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다. 즉, 로봇들을 만들어내고 지휘하고 있는 저 쪽에 크래커가 한 명 이상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규모가 큰 만큼 크랙 하기도 힘든 테르 공장지대를 간단하게 원격 점거한 것으로 보아 애초에 여러 명의 크래커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섬뜩해졌다. 처음으로 남군연에 대항하는 제대로 된 ‘반연합단체 또는 국가’가 확인된 것이다.
어쩌면, 남군연의 최초의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라이너 로센버그- 해방연합 하본-3 지역
나에게 남은 마지막 탄창 하나마저 반 이상을 써버렸다. 조금씩 불안해지던 나는, 이내 수송차 지붕에서 몸을 내리고 밑에 떨어진 탄창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얼굴이 부서진 시체가 쓰러져 있는 쪽은 애써 외면했다. 기관총을 맡고 있던 시신들의 품에는 아직 탄창이 여러 개가 쓰이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몇 개를 대충 탄입대에 쑤셔넣은 다음, 총에 있던 탄창을 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장전했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같이 싸우던 운전병이 어깨에 총을 맞았다. 바로 총을 떨어뜨리고는 팔이 늘어짐과 동시에 주저앉았다. 참을수가 없었는지 비명소리 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억-흐-크- 누-누가 내 팔-좀 마-비-”
옆의 다른 소대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다가와 헬멧 뒤쪽의 덮개를 벗기고 버튼 몇 개를 조작했다.
잠시 운전병의 팔 한쪽이 부르르 떨다가 이내 힘이 풀렸다. 그러고 보니, 신경 차단 기능 [고통을 너무 심하게 느껴서 오히려 전투력을 상실하는 것 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될 경우, 신경계와 연결된 헬멧 뒤쪽의 기계 조작을 통해서 신체 일부분을 일종의 ‘마비상태’로 만들어 진정 효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 그러나, 마비시킨 후에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까다로워서 사용이 꺼려지는 편이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 역시 왼쪽 팔을 마비시켜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기에 충동을 억눌렀다. 차라리 기억나지 않은 편이 더 편했을 텐데.
중앙군의 전차들이 조금씩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 쪽도 경전차와 보병수송차의 수가 꽤 많았으나 산에서 우리를 지원하러 내려오고 있는 LAD들을 빼고는 당장 도와줄 지원군이 더 없었다. 보병수송차들 몇 대가 더 산산조각 났고 방향을 돌려 만신창이가 된 후면장갑을 숨긴 경전차들도 포탄을 세 발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내가 탄 수송차가 포탄을 한 발도 맞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무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탄 수송차의 뒤쪽 나무가 쓰러지며 마침내 LAD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들은 숲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다시 한 번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중앙군의 차량들은 대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고 언제 힘들게 싸웠느냐는 듯이 많은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드론들이 수십 대가 지원을 와 주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내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나는 최대한 힘을 풀고 차 안에서 드러누웠다. 힘이 들었으나 피곤하지는 않았다. 지휘관이 차 안에 남아있는 소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다행히, 중앙군이 하루 내로 우리를 다시 공격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근처는 방공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므로 중앙군이 또 기화폭탄 같은 것을 무사히 투하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일단 근처에 있는 기지로 가서 모두 쉬도록 하자.”
드론들의 엄호 덕에, 긴장을 풀고 귀환할 수 있었다. 부상당한 병사들은 벌써 자고 있었고, 몇 명은 총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쭈그려 앉았다.
한동안, 내가 탄 수송차에서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맞죠? 여기서 뵈니 반갑네요